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3
87화 – 강(强)에는 강(强)으로(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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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서와의 통화를 마친 후, 강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여간. 매력적이라니까.”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려?]
강윤의 멍한 얼굴표정이 바보 같다며 칼 크랙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얼굴을 쑥 들이밀었다. 도도한 칼 크랙의 얼굴이 쑥 들어오자 강윤은 자연스럽게 그의 얼굴을 가볍게 밀쳤다.
[별거 아냐. 왜?] [저어기이. 찾잖아.]칼 크랙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강윤도 투박하게 답하며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해변의 스테이지, 주변의 높은 건물들에서 쪼아지는 조명 사이를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던 조명 디자이너들과 스태프들이 강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강윤은 칼 크랙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스태프들에게 달려갔다.
정신없던 스테이지가 강윤의 지시에 정돈되어가는 모습에 칼 크랙은 팔짱을 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중얼거리는 칼 크랙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어깨를 움찔하며 돌아보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캐리 클라우디아가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척 좀 내라.] [왜 그러실까? 나쁜 짓하다 걸린 사람처럼?]캐리는 낄낄대며 칼 크랙의 어깨에 팔을 둘렀고, 그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팔을 툭 쳐버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무시당했다며 길길이 날뛸 캐리였지만, 칼 크랙은 성격이 그렇다는 걸 아는지 캐리는 코웃음만 쳤다.
칼 크랙이 툴툴대자 캐리는 기가 막혔는지 눈을 껌뻑였다.
[맘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단순히 방향만 바꾼 게 아니라는 거 다 알잖아? 관객은 바다라는 천연 풀장을 얻었고, 건물을 배경으로 자연스러운 조명과 특수효과까지… 바다 풀 파티, 도시조명을 배경으로 하는 JMF!! 맘에도 없는 소리하고 있네.] [돈 바르면 뭘 못하겠어?] [작년보다 돈 덜 들었다며?] […..]캐리가 퉁명스럽게 쏘아대자 칼 크랙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맘에 안 들면 강윤 내놔. 아, 저런 무대를 만들 정도라니!! 아아… 내가 다 반하겠다.] [됐으니까 꺼져. 헬기 탄다며?] [흥. 간다, 가.]캐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며 가버렸다.
홀로 남은 칼 크랙은 강윤의 지시에 정돈되어가는 무대를 바라보며 다시 팔짱을 끼었다.
‘확실히 동쪽 것들이 모두 원숭이는 아니야.’
그는 기지개를 펴고는 천천히 무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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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스 백화점의 사장, 리웬타오(李源濤)는 류양 이사의 보고서에 사인을 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긴장을 많이 했는지, 류양 이사의 이중턱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지난번에 슬랜더스와의 제휴건도 잘 마무리 지었고, 흠… 공리효 접대도 잡음 없이 끝났어. 수고했네. 역시 자네는 한 번에 끝내기는 아까운 사람이야.] [가, 감사합니다.]사장의 낮은 칭찬을 듣는 류양 이사의 등이 촉촉하게 젖어갔다.
프로젝트를 실패하고 내쳐졌던 다른 이사들과는 다르게, 자신은 어찌어찌 기회를 다시 부여잡았기에 다시 실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류양 이사는 고개를 숙였다.
언제나 그렇듯, 사장은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고, 축객이라는 걸 안 그는 고개를 돌려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류양 이사가 말을 더듬었지만, 사장은 그의 당황스러움을 눈치 못 챘는지 고저 없이 말을 이어갔다.
[민진서의 복귀작. 그리고 한국 제작진에 한국 작가. 한국 배우가 민진서밖에 없다면 황금 시간대에 편성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시청률은 따 놓은 당상이야.]사장의 의견에 류양 이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류가 휩쓸고 있는 지금, 한국 감독과 작가들도 중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었다.
출연진이 중국인들로 맞춰진다면 중국 드라마로 분류되어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것이 가능하다.
사장의 단호한 말에 류양 이사는 몸을 가늘게 떨었다.
민진서의 소속사가 어디인지, 어떤 악연이 있는지는 사장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까라면 까라.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류양 이사는 공손히 답하고는 사장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으며, 그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젠린… 자식 놈만 아니었어도…’
이전의 악연, 거기에 하나를 더 얹은 막내아들까지.
힘겹게 복귀한 위치를 잃어버릴까, 그의 얼굴은 노랗게 떠버렸다.
다이어리를 펼쳐든 그는 일정을 체크하며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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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클래식 사장 최경호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장이라니…”
막 도착한 명함을 책상위에 펼쳐놓으며, 최경호는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스타타워를 인수한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변화가 빠른 부서가 공연팀, 이제는 월드 클래식이 되는 부서였다.
팀을 법인 사업체로 바꾸는 일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이었지만, 다이아틴과 에디오스의 합동공연을 담당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다시 사장이라니… 하하.”
최경호는 헛웃음소리를 내며 잔을 빙빙 돌렸다.
서울문회화관의 사장이 되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그가 홀로 기분 좋은 변화를 만끽하고 있을 때, 귀신같이 전화벨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미국번호, 자신의 라인에게서 온 전화였다.
“ 네, 사장님. 미국에서는… 네. 추 사장님과는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사장이었지만, 최경호는 강윤에게 항상 예를 지켰다.
강윤도 최경호와 대화할 때는 좀 더 예를 갖추고, 존중하니 두 사람의 시너지는 점점 더해가고 있었다.
[좋군요. 한유는 어떻습니까?] “이사님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NATINE도 입소문을 탔는지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입소문입니까? 예상보다는 저조하군요.]
강윤이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자 최경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직 본격적으로 온라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입니다. 좀 더 입소문이 나고, SNS를 통한 홍보를 시작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불어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첨부자료는 메일로 보냈습니다.”
[기대해도 되겠군요. 그럼 도착해서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최경호는 공연장 도면이 가득한 모니터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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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이다, 3월. 3워얼.”
추만지 사장은 답답한 심경을 담아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이현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3월이야.”
“…그래. 3월이고오. 3워얼!!”
급박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해지만, 이현지는 태평하게 커피만 홀짝이니 추만지 사장은 속이 터졌는지 가슴을 쳤다.
이미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었지만, 에디오스는 언제 데뷔할지 요원했으니…
그렇다고 강윤이 중국에 있던 것도 아니니 추만지로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이현지는 빈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추만지에게로 눈을 돌렸다.
“차근차근 잘 되고 있잖아요. 최 팀장님하고도 이야기 잘 하고 있다면서?”
“물론 최 팀장님 좋지. 공연 내용도 훌륭하고. 그런데 말이야, 알맹이가 지금 없잖아. 에디오스 말이야. 지금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건 서유밖에 없잖아? 방송국 인맥을 원하면 자리 주선해준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아직 때가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어? 오빠.”
“그놈의 때…”
이현지가 어린애 타이르듯, 추만지 사장을 다독이자 그는 가볍게 인상을 구겼다.
“됐다, 됐어. 강윤 사장은 언제쯤 오는 거야?”
“거의 도착했을 거예요. 제신극화에서 보기로 했거든요.”
“할 일이 태산인데…”
추만지 사장은 여러 가지로 바쁜 강윤에게 서운했는지 인상을 쓰며 손을 흔들었다.
이만 나가보라는 축객령이었다.
더 이상 말해봐야 그가 듣지 않을 걸 안 이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에디오스 멤버들이 연습하고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 某一天突然成 为 了傍 晚 —-和 你 一起去的公 园 —
(어느 날 문득 떠올랐어 늦은 저녁 너와 함께 갔던 공원)
연습실에 들어서니 에디오스 멤버들이 중국 데뷔 타이틀곡으로 정한 ‘우리 이야기’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센터에 서서 손을 올리고 있던 크리스티 안이 연습실에 들어선 이현지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는 손을 내렸다.
“이사 언니.”
그와 함께 모두가 연습을 중단하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
이현지는 양해를 구하고는 모두를 자리에 앉게 했다.
“연습은 잘 되고 있어?”
“네.”
정민아가 대표로 답하자 이현지는 구슬땀을 흘리는 모두를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사장님이 오실 거야. 이제 미국에서 완전히 오시니까 너희 일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거야. 단단히 준비해. 한유는 조금만 더 애써주고.”
“네.”
에디오스 멤버들, 특히 서한유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낮에는 연습, 밤에는 DJ. 에디오스 멤버들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는 이가 그녀였다.
이현지는 이후 콘서트 등의 계획들을 전달하고는 연습실을 나섰다.
다음 일정은 민진서와 함께 제신극화로 향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제신극화로 바로 오세요?”
제신극화 사무실로 가는 차 안.
민진서는 강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자 기뻤는지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렇게 좋아?”
이현지가 너털웃음을 짓자 그제야 민진서는 볼을 긁적이며 딴청을 피웠다.
“아… 그게. 아무튼… 선생님 이, 있으면… 드, 든든하잖아요.”
“그렇다기엔, 너무 좋아하는데? 하하하.”
앞좌석에 앉은 강기준이 킥킥대는 가운데, 이현지는 어깨를 으쓱이며 크락션을 울렸다.
깜빡이를 잘 켜지 않는 중국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운전 습관이었다.
“하여간. 진서도 어지간히 사장님 바라기라니까. 서운해.”
“에이. 언니두. 사랑해요~”
“엎드려 절 받는 건 싫다.”
“언니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며 일행은 드라마 제작회사, 제신극화에 도착했다.
이현지는 제작자들과의 미팅을 위해 회의실로 향했고 강기준은 민진서와 함께 배우들이 기다리고 있는 넓은 룸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강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현지는 모인 이들과 인사를 주고받고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인 이들 모두가 투자자들과 제작자들이라 드라마 주인공, 민진서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중 한 사람, 투자자들 중 머리가 희끗한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입을 열었다.
“이사님. 제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장소 협찬을 받아야 하는데, 하야스 백화점과 시얀 백화점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아직까지 촬영 일정도 잡지 못 하고 있습니다. 들으셨지요?”
“네. 하지만 주 무대를 쉽게 선정할 수는 없죠.”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단순한 장소 컨텍이 아닌, 하야스 백화점과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확정이 미뤄진다는 소문 말이죠.”
투자자들은 소문에 민감했다.
강윤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일을 할 때, 하야스 백화점과의 일이 틀어져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알고 있었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이현지는 차분했다.
“솔직히 하야스 백화점과 저희의 관계가 좋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도 사과 한마디 못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공과 사를 구별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다행이군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 틈에서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일어나자 남자는 손을 들어 이중턱 때문에 동글동글한 인상의 그를 소개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직접 오셨습니다. 하야스 백화점의 류양 이사님입니다.”
남자는 중국어로 이현지를 소개했고, 곧 류양 이사는 눈을 가늘게 찢으며 이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류양입니다.]이현지도 웃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지만, 내심 당황스러웠다.
아직까지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다는 건, 오늘 어떻게든 결과가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투자자들과 사전에 말을 맞춘 듯, 많은 이들이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으니 자칫하면 죽도 밥도 안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얀에서는 사람이 오지 않은 건가?’
투자자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에 시얀 백화점의 사람이 없다?
좋지 않은 징조였다.
투자자들은 촬영일자를 더 미루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 하야스 백화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월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아갈 게 뻔했다.
이현지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좀 더 줄타기를 해야 하는데… 이대로 가면 월드는 만나는 파트너마다 우습게 보이고 말거야.’
분명히 오늘 일도 소문으로 돌거다.
오늘 수 싸움에서 밀리면, 최악의 경우 월드는 중국에서 바보가 되고 재주부리는 곰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류양 이사가 여유 있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가운데, 이현지는 짧게 심호흡을 했다.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강윤 씨라도 있으면…’
여유있게 기다려주는 류양 이사를 바라보며, 이현지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굳게 닫혀있던 회의실 문이 벌컥 열렸다.
“뭐야? 회의중에 사람 들여보내지 말랬…”
문가에 있던 투자자 몇몇이 문쪽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다가 들어온 두 사람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중 한 사람이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시얀 백화점 이사? 그가 어떻게 듣고?
류양 이사는 당혹감에 물들었다.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빨리 온다고 왔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 대표, 이강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적은 뒤에 있었다.
류양 이사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저 남자가 자신의 일에 큰 암초가 될 거라고.
‘늦었잖아요.’
어느새 강윤 옆에 다가간 이현지는 그의 옆구리를 가볍게 찌르며 미소 지었고,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는 걸로 미안함을 대신했다.
‘신호 위반이 많아서 속도를 낼 수가 없더군요.’
‘하여간.’
강윤과 정한위 이사의 등장에 이현지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한편, 자리를 배정받아 앉는 정한위 이사를 바라보는 류양 이사의 눈가에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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