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5
87화 – 강(强)에는 강(强)으로(完) >
웅성대는 사람들을 향해 한영춘 사장은 정중히 고개를 숙인 후,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저, 저…!!]낙점을 예상했던 류양 이사는 한영춘 사장을 붙잡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조근한 어조로 정한위 이사가 말했다.
정한위 이사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류양 이사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짐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서는 비서들에게 가방을 건네는데, 그의 눈이 이현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강윤과 마주쳤다.
‘이후는 알아서.’
정한위 이사는 강윤을 향해 양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이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
보통 PPL이라면 일반 사원을 움직이면 됐지만 이번 드라마는 홍보 효과가 상당하기에 어려운 걸음을 했다. 그리고 그 보람이 있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은 확실히 있었다.
‘개인적으론 이강윤이 류양 이사를 설득하지 못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어찌됐든 우리에겐 다 이익이니까.’
강윤의 인사를 받은 후, 정한위 이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회의실을 나섰다.
무게감 있는 두 사람이 나서자 회의실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에이. 하야스가 낫다니까.”
[한 사장이 확실히 결단은 빠르군.]
[황푸강이 예쁘긴 하지.]
“하야스보단 시얀이 평은 더 좋으니까.”
사람들은 웅성대며 하나둘씩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사장의 결단에 말들은 많았지만 대체로 따르려는 분위기였다.
남은 사람은 강윤, 이현지 그리고 류양 이사뿐이었다.
삽시간에 비어버린 회의실 안에서, 류양 이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한국 스태프, 중국, 한국배우가 적절하게 조화된 팀이 만드는 드라마가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드라마라며 꼭 PPL을 넣어야 한다고 리웬타오 사장에게 주장한 건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걸 시얀 백화점에게 빼앗겼다는 게 알려지면…
눈 앞이 깜깜했다.
‘자업자득이지만, 처량하네요.’
이현지는 어깨를 늘어뜨린 류양 이사를 바라보며 한숨지었다.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남의 처량한 모습을 보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때, 강윤이 류양 이사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이현지가 강윤을 불렀지만,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하곤 류양 이사의 앞에 섰다.
[이야기 좀 할까요?]인기척을 느낀 류양 이사는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왜? 비웃으려고 왔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할 말 없어.]다 귀찮다는 듯, 류양 이사는 고개를 돌렸지만 강윤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덥석.
강윤의 말에 류양 이사는 순간 눈에 살기를 뿜어내며 그의 멱살을 강하게 잡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현지가 놀라 류양 이사의 손을 붙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강윤은 침착하게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괜찮습니다.”
“사장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현지는 몇 번이나 망설이다 마지못해 손을 놓고는 회의실 구석으로 향했다.
“하아…”
차마 나가지는 못하고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귀를 기울였다.
물론 눈에 불이 제대로 들어온 류양 이사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강윤이 고저없는 목소리로 대응하자 류양 이사는 멱살을 잡은 손을 바르르 떨다가 힘없이 놓아버렸다.
[…따져봐야 소용없겠지. 그래, 어차피 끝났는데!! 그래, 들어보자고. 해 봐.]의자를 꺼내 앉은 류양 이사는 강윤을 곱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다 끝난 마당에 무슨 말인들 못 듣겠는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데?
체념과 적의가 느껴졌지만 강윤은 담담하게 용건을 이야기했다.
강윤의 제안의 류양 이사는 코웃음을 쳤다.
더 들어볼 필요도 없는 제안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올 필요도 없었다.
[날 놀리는 건가? 하야스와 시얀, 두 백화점이 한 드라마에서 PPL에 나선다? 그것도 순위 앞뒤를 다투는 업체들이? 서로 비교당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부터 안 되는데 그런 불안요소를 내 스스로 만들라는 건가?! 시얀에서 그걸 바랄 것 같나? 지금 날 놀리나?!]강윤에게 크게 소리친 류양 이사는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PPL 독점계약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야스든 시얀이든 이건 마찬가지였다.
제신극화 입장에서는 두 장소 모두를 확보하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겠지만 장소와 자본을 제공하는 백화점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기 마련이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강윤은 차분했다.
류양 이사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돌아올 거라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회사에서 내쳐지는 것 뿐이었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잠깐이라도 귀를 기울여 봐야 했다. 비록 말이 안 되는 생각이라 할지라도.
다시 의자에 앉은 류양 이사는 곱지 않는 눈매로 강윤을 노려보았다.
너무도 명쾌한 대답에 류양 이사는 민망해졌는지 헛기침을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그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제야 류양 이사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몰입하자 강윤은 말에 힘을 주었다.
류양 이사는 강윤의 이야기를 잊어버릴세라, 메모를 들어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한 드라마의 경쟁구도를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마케팅을 준비한다.
그의 눈가에서 생기가 서서히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현지는 그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턱에 손을 올리며 눈을 빛냈다.
‘우리 사장님, 차 팔면 판매왕은 예약해놨겠어.’
열정적으로 류양 이사를 설득하는 강윤을 바라보며 괜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류양 이사는 턱에 손을 올리며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좋아. 시얀, 하야스 모두 PPL에 참여하면 드라마 질은 높아지겠군. 시얀이나 우리, 하야스는 경쟁을 해야겠지만 추가 프로모션을 하고, 잘 되면 매출이 크게 좋아지겠지. 그런데 말이야, 의문이 몇 가지 있어. 오히려 날 내버려 두는게 이익이었을 텐데. 원하는게 뭐지?]이유 없는 호의 따위는 없다.
사실, 강윤으로서는 자신을 내버려 두는게 더 나았다. 자신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정신이 드니 이런 호의를 베푸는 강윤이 무서워졌다.
눈을 가늘게 뜨는 그에게 강윤은 담담히 말했다.
“ 对不起(두이부치. 미안하다)”
강윤의 한 마디에 류양 이사는 눈을 감았다.
단번에 그는 강윤의 말을 이해했다.
아들 류젠린과 서한유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사과하라는 말이었다.
류양 이사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남 앞에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싫은 것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강윤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에서의 사과는 결코 간단한 의미가 아니었다.
문화혁명 시기, 중국에서 미안하다는 한 마디는 생명까지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위험한 말이었다. 내가 잘못했으니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최근 중국은 미안하다고 대신 말해주는 아르바이트까지 성행하는 상황이었다.
류양 이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절하자니 자신이 울고 승낙하자니 아들이 울었다.
그가 망설이는 듯 하자 강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양 이사는 놀라 강윤의 팔을 붙잡았다.
[다른 조건, 그래, 하야스의 모델 같은 건 어떤가? 데려올 가수들 자리도 마땅치 않을텐데?]
[호의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강윤을 잡은 팔이 부르르 떨려오며 류양 이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다가 결국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류양 이사는 누렇게 뜬 표정으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강윤은 이현지에게 손짓하고는 조용히 회의실을 나섰다.
복도에 있던 자판기 앞에 선 음료수를 뺀 이현지는 궁금한 게 있는지 강윤을 불러 세웠다.
“류양 이사가 약속을 지킬까요?”
워낙 약속을 잘 엎는 사람이라 이현지의 표정에는 근심이 어려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류양 이사는 강한 것에 약한 전형적인 소인입니다. 자신이 살 길은 귀신같이 찾아내는 사람이죠.”
“그렇다면 걱정할 건 없겠군요. 이제 난 뭘 준비해야 하나요?”
“조만간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의 통합 미팅을 잡을 생각입니다.”
차로 향하며 두 사람은 앞으로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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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윤슬 엔터테인먼트 중국지사에는 작은 소란이 일었다.
“ 对不起.(미안합니다)”
강윤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서한유는 당황해서 가늘게 몸을 떨었다.
[당신…] […..]깊이 고개 숙여 미안함을 표하는 젊은 남성.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서한유였지만 이 남성에게만은 약간의 감정이 드러났다.
그는 다름 아닌, 지난 공연에서 자신을 추행했던 그 재벌의 아들이라는 류젠린이었다.
한참동안 말을 하지 못했던 서한유는 눈을 감으며 간신히 운을 뗐다.
이런 말을 처음 들어봤는지 류젠린은 눈가에 힘이 들어갔다가 곧 어깨를 늘어뜨리곤 밖으로 나갔다.
“하아…”
기운이 빠져버린 서한유에게 강윤은 등을 다독였다.
“수고했어.”
“사장님. 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니까.”
강윤은 멍해진 서한유를 내버려두곤 한 쪽에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류양 이사에게로 다가갔다.
[…약속은 지켰네.]류양 이사는 더 머무르고 싶지 않다며 바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들이 나간 후, 서한유는 강윤에게 다가왔다.
“이상하네요.”
“…..”
“…하지만, 개운해요. 감사합니다.”
처음에 강윤에게 연락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사과를 받는다? 그것고 이런 타지에서?
다른 사람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아니, 한국에서조차.
그러나 막상 강윤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릴 뿐이었다.
“풀렸으면 됐지. 자, 가자.”
강윤은 서한유와 함께 3층으로 향했다.
3층에는 벽들을 허물어 만든 큰 방이 있었다.
두 사람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10명이 넘는 여인들과 남자 하나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어? 강윤 작곡가님!!”
“사장님!!”
“이 사장님. 어서 와요.”
한창 연습하던 에디오스, 활동에 전념하던 다이아틴, 여러 외부 활동으로 바쁘던 추만지 사장이었다.
강윤은 자신에게 직접 의자를 빼준 강세경의 옆에 앉아 모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다들 모인 건 처음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사장님. 정말 오래걸렸습니다.”
추만지 사장은 강윤을 향해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거기에 다이아틴에서도 성깔있다고 이름난 주예아가 말을 더했다.
“진짜 우리 사장님요. 오빠만 기다렸어요. 기린인줄.”
“기린? 야, 예아 너. 내가 언제?”
“남자가 남자를 그렇게 찾으면 오해받는다니까요?”
주예아와 추만지 사장 덕분에 처음 모인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묵직하지 않았다.
모두가 즐거운 목소리로 가벼운 이야기로 친근한 대화를 나눌 때, 강윤이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특히 저로 인해 그리 된 것 같아 죄송합니다.”
“좀… 그렇지요?”
추만지 사장이 어깨를 으쓱이자 강윤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속도를 올려보겠습니다.”
“후, 좋습니다.”
추만지 사장은 손을 가운데에 올렸다.
“에에? 이런거 오글거리는데.”
다이아틴의 투덜이, 한효정이 투덜거렸지만 같은 막내인 김지숙이 그녀의 손을 잡아 가장 먼저 추만지 사장에게 겹쳤다.
곧 강윤도 손을 내밀었고 이어 에디오스 멤버 전원이 손을 겹쳤다.
묵직한 무게를 느끼며 추만지 사장이 말했다.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이 사장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시죠.”
바턴을 이어받은 강윤은 차분히 말했다.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은 월드,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얼굴입니다. 그에 걸맞는 무대를 만들어봅시다.”
“예에~!!!”
회의실 안에 파이팅 소리로 넘쳐 흐르며, 본격적을 콜라보 콘서트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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