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6
88화 – 두 번째는 실패, 세 번째는?(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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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88화 – 두 번째는 실패, 세 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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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개장을 시작한 유로스 쇼핑몰은 각종 봄 신상품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렇게 유로스 쇼핑몰과 주변 일대는 활기를 더해갔지만, 스타타워는 그런 여파에 예외라는 듯, 불이 꺼져있었다.
스타타워 고층.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던 풍경과 함께 커피를 즐기던 리처드였지만, 오늘은 그 향마저 우울하게 느껴졌다.
‘허무하군.’
창가로 비치는 집기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MG 엔터테인먼트는 스타타워를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하고 많은 현금을 확보했다. 그 이후, 원진표 사장은 가장 먼저 한 일이 에릭튼 캐피탈에 투자금을 상환했다.
더 이상 외부 사람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행동이었다.
주아는 없었지만, 리처드는 어떻게든 MG 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 이후를 기약해보려 했지만 본사인 에릭튼 캐피탈이 문제였다.
그들은 주아가 나간 MG 엔터테인먼트에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 손해를 보더라도 빠르게 투자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하고 리처드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덕분에 지금까지 MG 엔터테인먼트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리처드는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인기척이 들려와 돌아보니 문가에 원진표 사장이 있었다.
“원 사장님, 오셨습니까?”
“인사차 들렀습니다. 시간도 충분한데 이렇게 일찍 나가실 줄은 몰랐지요.”
“정리는 빠를수록 좋지요.”
“그렇습니까. 정이 많이 들었었는데… 아쉽습니다.”
원진표 사장은 짐짓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살며시 들려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리처드는 바로 그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비웃으려 왔군.’
이해는 갔다.
그 동안 MG 엔터테인먼트 이사들을 뒤에서 조정하며 원진표 사장을 허수아비로 만든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원진표 사장과 리처드, 두 사람은 가까워 질 수 없는 사이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지만 않았어도… 아쉽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음에도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이별을 아쉬워하는 분위기였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집기 정리가 끝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입구까지 내려온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원진표 사장의 물음에 리처드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은 본사에 복귀한 후, 몇 가지 일을 처리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 잠깐 머리나 식힐 겸 여행이나 다닐 계획입니다. MG야… 후. 사장님이 잘 해내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리처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자 원진표 사장도 크게 웃더니 어깨를 펴고는 큰 소리로 앞으로의 포부를 이야기했다.
“일단 주아를 대신할 새로운 스타를 키워내야겠죠. 여유가 생겼으니 기획부터 지원까지 빵빵하게 해 볼 생각입니다.”
“주아라. 하긴, MG에서 주아 같은 스타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렇지요? 아버지도 하셨는데 아들인 제가 못할 이유는 없지요. 하하하.”
“후후, 사장님은 충분히 해내실 겁니다.”
리처드가 맞장구를 쳐주니 원진표 사장은 신이 나서 앞으로의 계획을 풀어놓았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마음을 리처드는 십분 이해했지만 지금 이 남자는 뭔가 과잉되었다고 느껴졌다.
‘포부만 좋군, 포부만. 이강윤하고는 비교할 가치도 없군.’
바닥부터 시작해 몇 년 사이에 한국 최대에 엔터테인먼트사로 키워내고 스타타워마저 인수해버린 이강윤과 MG 엔터테인먼트를 이어받고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가 스타타워를 매각한 원진표.
두 사람을 놓고 생각해보니 괜히 웃음만 나왔다.
“지사장님?”
입꼬리를 올리는 리처드에게 원진표 사장이 의문을 표하자 그제야 리처드는 실례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런. 시간이 됐군요.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기를.”
원진표 사장의 배웅을 받으며 리처드는 차에 올랐다.
차가 스타타워에서 멀어지자 사이드 미러로 비치는 원진표 회장의 모습도 작아져갔다.
그의 작아지는 모습이 앞으로의 MG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는 것 같아 리처드는 괜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래 갈 것 같지도 않군.’
홀로 쿡쿡 웃어대는 리처드를 보며 앞에서 운전을 하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부장님.] [미안하네. 그냥, 재미있는 게 떠올라서.] [네?]잠시 입을 가리고 웃던 리처드는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비서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리처드는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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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서 중국 엔터테인먼트 계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시장이 신흥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떠오르며 많은 한국 가수들이 중국으로 진출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걸그룹, 다이아틴이 있었다.
중국 관영방송의 음악전문채널, CATV의 메인 음악 방송, ‘글로벌 음악 TOP’의 진행자 양호정은 한껏 흥분한 목소리로 옆에 선 5명의 여인에게 손짓했다.
[와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관객들의 환호에 마음이 들뜬 다이아틴 멤버들은 가슴을 천천히 내리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CATV 방송국이 자랑하는 거대한 공개홀을 꽉 채운 관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앵콜을 외쳤고 다이아틴은 기쁜 마음으로 손을 올렸다.
리더 강세경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관객들의 환호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다이아틴은 앵콜곡까지 열창한 후에 공개방송을 마무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다이아틴 멤버들은 무대 의상을 입은 채 바로 차로 향했다.
이미 하늘은 어둑해진지 오래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스케줄이 남아있었다.
“어어?! 오빠!! 저기 차!!”
크락션을 울리며 급작스럽게 끼어드는 차에 놀랐는지 주예아가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키며 외쳤지만 로드 매니저는 평온한 표정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브레이크에 차가 앞으로 쏠려 모든 멤버들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씨!! 또야?! 여기 도로는 진짜 왜 이래?!”
김지숙이 괄괄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녀와 같은 막내인 한효정도 한창 이야기하다가 이마를 시트에 박아 기분이 나빴는지 연신 꿍얼거렸다.
“진짜!! 여기 도로는 진짜 최악이야, 최악!!”
한국에서 스케줄에 늦어 폭주할 때와는 이야기가 완전 달랐다.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차들은 예사였다.
여기저기서 빵빵대며 자신의 위치를 알려대는 소음은 기본이요, 거침없는 신호위반과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보행자까지.
운전하기로는 최악중의 최악이었다.
리더 강세경은 최대한 평온하게 운전하는 로드 매니저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빠, 괜찮아요?”
“익숙해져서 괜찮아. 보면 다들 60이상은 안 밟잖아.”
로드 매니저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겁에 질려있던 김지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라리 걸어가고 싶어요.”
“…나도.”
지현정도 김지숙의 의견에 동의했다.
중국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곤에 지친 다이아틴 멤버들은 바로 의자에 누워 잠에 곯아 떨어졌다.
룸 미러로 뒤의 상황을 보고 있던 로드 매니저는 언제나 있던 일인 듯, 벤의 조명을 끄고는 운전에 신경을 집중했다.
물론, 모든 다이아틴 멤버들이 잠을 청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언니. 이번 콘서트 듀엣곡 말이야, 강윤 작곡가님한테 편곡 받아서 하는 거 어때?”
다이아틴의 메인보컬이기도 한 김지숙은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메인보컬, 지현정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의견을 구했다.
“편곡? 글쎄. 강윤 작곡가님이라면 좋기는 한데… 무지개는 원곡이 더 낫지 않을까? 심플한 느낌을 살릴 수도 있고.”
메인보컬답게 지현정은 노래 이야기에 눈을 빛냈지만,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에 듀엣을 할 무지개라는 곡은 심플한 악기구성에 듀엣 목소리를 강조한 발라드였다.
“그런가? 작곡가님이라면 훨씬 좋은 곡 줄 것 같은데…”
변화를 김지숙은 변화를 바랬는지 계속 편곡을 바랬다.
다이아틴 멤버들 모두가 강윤의 곡을 좋아했지만 유독 신뢰하는 사람이 김지숙, 그녀였다.
콘서트라고 굳이 편곡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강윤이라는 말에 지현정도 일단은 동의했다.
“일단은… 가서 말해 보자.”
“좋았어!!
언니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김지숙은 만세를 불렀고, 지현정은 그런 동생의 얼굴에 손을 올리며 피식 웃었다.
정신없는 도로를 달리다보니 차는 어느새 윤슬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했다.
이미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건물 대부분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오늘도~ 사무실은~ 불이 켜져 있다네에~ 추 사장은~ 악덕 점주우~”
한효정은 이상한 가사를 붙여 리듬을 타자 다이아틴 멤버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퇴근길에 회사호출이라니. 기분이 좋을 턱이 없었다.
이제는 랩 수준이 된 한효정의 노래에 맞춰 다이아틴 멤버들은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사무실로 향했다.
“수고했어.”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추만지 사장과 에디오스 멤버들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다이아틴 멤버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려 하는데, 지현정이 다짜고짜 고개를 쑥 내밀었다.
“사장님!! 강윤 작곡가님은요?”
“하아?”
오자마자 다른 집 사장을 찾는 패기라니.
추만지 사장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고 에디오스 멤버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녀를 제외한 다이아틴 멤버들도 당혹감에 눈만 껌뻑이는 가운데, 리더 강세경이 김지숙의 등짝에 스매싱을 먹였다.
“아야!! 언니. 아파.”
“김지숙. 인사부터 해야지.”
추만지 사장은 몇 번이나 헛기침을 했다.
김지숙의 집중력은 알고 있었지만 가끔 이럴 때마다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등짝스매싱에 정신이 든 김지숙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였다.
“다, 다녀왔습니다.”
“그, 그래.”
추만지 사장이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두 남자가 들어섰다.
강윤과 최경호 팀장이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들 도착했구나.”
“안녕하세요?”
강윤은 에디오스, 다이아틴 멤버들과 인사하며 최경호를 다이아틴 멤버들에게 인사시켰다.
오며가며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동안은 공연장 허가를 비롯해 외부 업체 섭외 등으로 내부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마무리가 된 상황.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과의 친분은 필수라며 강윤과 함께 왔다.
“반갑습니다. 최경호입니다.”
모두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며 어색함을 쫓았다.
한창 20대 여자들이 모여 있다 보니 회의실은 금세 시끌시끌해졌다.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조금 맥이 빠지는군요.”
“어라? 오라버니. 그건 무슨 뜻인가요?”
“오라버니? 하하하.”
20세나 어린 주예아의 오라버니라는 호칭에 최경호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거기에 강윤이 넋두리를 했다.
“팀장님. 좋으시겠습니다. 저도 오빠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하하하하하.”
강윤의 말에 분위기는 더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오빠아~”
“오, 오빠?”
질 수 없다는 듯, 에디오스 멤버들마저 가세하니 최경호는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고 해도 오빠라는 말에는 대책이 없었다.
가벼운 조크로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생각한 강윤은 손뼉을 치며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강윤의 이야기에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모인 이유는 콘서트에서 보일 개인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모두에게 사전에 듀엣이나 개인, 혹은 3인 이상으로 자유롭게 팀을 짜보라고 공지했다.
먼저 강윤은 정민아에게로 눈을 돌렸다.
“민아는 솔로구나. 주아 노래네. 테르세스? 이거 7집 수록곡 아니야?”
강윤의 말에 정민아는 고개만 끄덕이곤 입을 꾹 다물었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필요한 의사만 간단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윤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의 그런 모습이 정민아의 속을 더더욱 끓게 만든다는 것을 모르는지…
“테르세스라… 비보잉 안무가 군데군데 들어가서 쉽진 않을 텐데. 괜찮을까요? 주아도 테르세스는 워낙 어려워서 공개 무대에서는 잘 보여주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추만지 사장도 미심쩍은 눈으로 우려를 표했다.
테르세스는 주아의 노래 중에서도 어려운 안무로 악명이 높았다. 남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안무들에 부상 우려도 있어서 콘서트 같은 큰 무대에서만 선보였다.
그 공연 영상을 몰래 찍은 직캠 영상이 튠에 퍼져 주아의 댄스 실력을 증명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정민아는 강한 눈빛을 쏘아 보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할 수 있어요. 주아 언니가 했다면…”
“흠. 아무래도 이 사장님이 판단하셔야 할 것 같네요.”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추만지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윤은 정민아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최경호에게로 눈을 돌렸다.
“…소속 가수의 실력, 중요사항에 관한 것은 사장님만큼 잘 아시는 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경호도 강윤에게 판단을 맡겼다.
그의 생각에도 회사에서 가수에 대한 판단은 강윤만큼 잘 내릴 수 있는 이가 없었으니까.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 정민아와 눈을 마주했다.
“민아야.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 같아.”
“…..”
정면으로 반박당한 정민아의 눈에서 불이 켜졌지만,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네 실력을 못 믿는 게 아니야. 테르세스는 주아도 큰 무대에서 밖에 안 했던 어려운 곡이야. 부상 위험 때문에. 이런 곡을…”
“…할 거예요.”
정민아가 눈을 활활 불태웠지만 강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남은 기간 동안 이 곡에만 매달릴 거야?”
“…..”
“데뷔도 해야 하잖아? 활동은? 에디오스 애들 생각도 해야지.”
분한 듯, 정민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강윤을 쏘아보았다.
강윤도 평소라면 거의 보이지 않았을 정민아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지만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저, 솔로무대는 포기할게요.”
“그렇게 해.”
“…..”
정민아가 분했는지 극단적으로 나왔지만, 강윤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공은 공, 사는 사였다.
“저기, 작곡가님.”
그때, 맞은편에 있던 강세경이 강윤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세경아. 할 말 있어?”
“테르세스 말이에요. 정말 불가능한 곡인가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묻자 강윤은 차분하게 답했다.
“원곡 그대로라면 힘들어. 원곡대로 준비한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보거든.”
“편곡을 하면 어떨까요? 안무도 수정하고.”
자신의 편을 들자 정민아가 강세경을 의문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세경은 정민아는 상관없다는 듯, 큰 눈을 껌뻑이며 강윤에게만 시선을 두었다.
그때, 추만지 사장이 말했다.
“안무 수정에 편곡까지 한다면… 가능할 것 같군요. 고유의 느낌은 떨어지겠지만…”
“원곡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
“작곡가님 편곡이면 훨씬 좋은 곡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정민아의 말을 끊으며 강세경은 확신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정민아가 도끼눈을 뜨며 강윤과 강세경을 번갈아 봤다.
‘원곡 느낌을 살리기 쉽지 않을 텐데.’
강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곡의 안무가 워낙 좋아서 더 좋은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은 곡이었다.
편곡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텐데… 괜찮을까?
‘그렇게 하려면… 아.’
“세경이, 네 말대로 두 사람. 한 무대에 서보자.”
강윤이 이렇게 빨리 결정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두 여인의 눈이 여러 감정으로 물들어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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