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8
88화 – 두 번째는 실패, 세 번째는?(3) >
국장은 전화로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고 주문했고 곧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동방 방송에게 하야스 백화점은 큰 광고주였다. 그들이 광고로 투자하는 비용도 컸지만, 그들과 관련된 기업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런 하야스 백화점의 핵심멤버인 류양 이사가 데려온 손님이니, 국장이나 장수영 PD로서는 강윤이 조심스러웠다.
국장은 정중히 자리를 권했다.
그가 알기로 류양 이사가 누군가를 쉽사리 데리고 오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방송국이라 소개도 많이 받고, 소개도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류양 이사는 그런 부류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누군가를 데리고 왔으니 자연히 궁금해졌다.
비서가 차를 놓고 나가자 류양 이사는 향을 음미하며 입을 열었다.
국장이 장수영 PD에게 눈을 돌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장님. 한구어(韩 国) 고주우(公主)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고주우(公主)? 민진서 말인가?]국장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방송계에서 민진서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됐다.
단기간 내에 중국 전역에 이름을 떨친 외국인 여배우. 거기에 감히 공주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국장은 눈앞의 남자를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민진서의 소속사 사장이 류양 이사와 함께 왔다니, 어떤 일인지 무척 궁금했다.
강윤은 느긋하게 차향을 음미하며 편안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를 경계어린 눈으로 살피던 국장의 눈이 조금은 풀어졌다.
강윤은 류양 이사를 가리키며 답했다.
[류양 이사님 덕에 자주 접했던 차입니다. 이 차는 안휘성에서 나는 명차로 알고 있습니다. 이 달달하면서도 신선한 향음… 그 중에서도 상등품이군요.] [호오.]강윤이 정확히 품종을 맞추자 국장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중국보다 한국은 차 문화가 널리 퍼져있지 않다고 들었는데, 강윤이 편견을 깨주니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장은 강윤 옆의 류양 이사에게 눈을 돌렸다.
국장과 류양 이사 사이에 훈훈한 답이 오갔다.
‘…알 수 없는 인사로군.’
자신을 띄우는 강윤을 보니, 류양 이사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사실, 그는 강윤을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 마뜩찮았다.
그 때문에 아들이 이름도 모를 여가수에게 고개를 숙였으니 그의 체면이 말도 못하게 상해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류양 이사는 동방 방송 관계자들과의 자리를 주선해달라는 강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사과에 따른 책임 때문이었다.
‘…소문을 퍼뜨린 것도 아니고. 띄워주기도 하고. 모를 사람이군.’
차라리 띄우지라도 말지.
류양 이사는 강윤으로 인해 이름값이 올라가는 상황에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병 주고 약 주는 건지, 뭔지.
류양 이사가 복잡한 심경을 애써 감추는 동안 강윤은 국장과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야기를 나눌수록 국장의 웃음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어색한 분위기 없이 대화가 물 흐르듯 흘러가자 강윤은 본론을 꺼내야 되겠다는 걸 느꼈다.
‘지금이군.’
마음을 먹은 강윤은 가져 온 선물을 꺼내 국장에게 건넸다.
그는 몇 번 사양하다 못이기는 척, 강윤이 준 선물을 받아들었다.
고급스러운 붉은 포장지를 뜯으며 우룽( 乌龙)이라고 수놓인 통을 본 국장은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대만의 동정산에서 생산된 우룽차는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인 귀한 차였다.
강윤이 준 것은 그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차를 사랑하는 이한서 이사 때문에 국장의 차 사랑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노골적인 뇌물이었지만 방 안의 누구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어색해하는 모습도 없었다.
[아닙니다. 좋은 분을 만나서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강윤도 부드럽게 미소로 답했다.
‘돈을 써야 마음이 전달된다고 생각하는 곳이니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고 중국의 문화에 강윤은 거부감을 갖기보다 따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결과는 무척 좋았다.
[이거이거, 내 정신 좀 봐. 젊은 사람을 너무 붙잡았군. 그래. 오늘 오신 이유는 무엇인지?]부장의 눈은 완전히 호의로 돌아섰다.
이를 느낀 강윤은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영상을 재생했다.
태블릿 PC를 받아든 장수영 PD는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영상에서는 한 여성 DJ가 화려한 조명 아래에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디제잉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뚱했던 장수영 PD는 태블릿 PC의 여성 DJ를 보며 놀랐는지 호기심을 보였다.
장수영 PD도 눈에 이채를 띄며 영상에 더더욱 집중했다.
BPM(beats per minute. 음악의 속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 점점 올라가며 영상속의 여성 DJ는 힐을 신을 발로 무대를 뛰었고, 사람들도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를 뜨겁게 달궈갔다.
분위기가 한창 뜨거워질 때 영상의 스테이지 앞에 후드를 쓴 5명의 여성이 등장했다.
– 准备 好了 吗 ?!(레디?! zhǔn bèi hǎo le ma?!)
– 와아아아아아아아!!!
DJ의 목소리와 함께 여성 댄서들이 등장하자 클럽음악이 거리에서 많이 들리는 대중음악으로 바뀌었다.
버퍼링이 걸리며 DJ가 스크래치를 하자 사람들의 환호로 클럽은 떠나갈 듯 했다.
최근에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 아이돌 가수, 다이아틴의 노래, ‘눈을 뜨면(睁 开眼睛)’이었다.
영상 안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장수영 PD조차도 DJ 치셰이와 댄서들이 펼치는 노래에 어느새 푹 빠져들었다.
부장은 장수영 PD의 점점 변해가는 표정에 궁금해졌는지 물었다.
하지만 영상에 완전히 집중했는지 그는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대신 강윤이 답했다.
장수영 PD가 이어폰을 빼자 부장이 태블릿 PC를 받아 영상을 재생했다.
아무리 좋은 걸 받았어도 그 역시 프로였다. 예리한 눈매를 하며 그는 영상에 집중했다.
한편, 장수영 PD는 감탄했는지 호의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장수영 PD가 직구를 날리자 강윤은 피하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
[맞습니다. PD님.] [일단 충분히 통할 것 같긴 합니다만…]장수영 PD는 말끝을 흐렸다.
마음에도 들었고,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바로 승낙하면 없어 보이는 법이다.
어차피 가수는 채일 듯이 많았고 받는 요청도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까 아쉬울 건 없었다.
강윤은 장수영 PD를 설득했다.
장수영 PD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부장에게는 선물로, 자신에게는 실력 있는 가수를 들이미는 남자가 만만치 않게 느껴졌지만, 그도 베테랑이었다.
그때, 부장이 끼어들었다.
[장 PD. 우리 같은 영상을 보지 않았나?] [그게, 부장님.] [이 정도 실력이면 유니크 뮤직도 충분하지 않나? 가왕(歌王gē wáng) TOP 5에 당장 나가도 무난할 것 같은데.] [가왕까지 말씀이십니까? 부장님. 그렇게 되면 다른 가수들의 반감을 살 수도…] [어허.]부장이 인상을 쓰자 장수영 PD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실력이 있잖아.] [부장님. 아무리 그래도…] [어허. 이사님 체면도 살려 드려야지. 둘 다 내드려.]장수영 PD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에 부장을 구워삶은 강윤의 승리였다.
그도 사실 이 그룹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에 자리를 내주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부장은 강윤과 류양 이사에게로 눈을 돌렸다.
장수영 PD가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부장은 그를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하. 이 친구가 일에 무척 깐깐합니다. 대신 일에 돌입하면 누구보다 믿을 만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강윤이 고개를 숙이자 부장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장수영 PD는 짜여진 프로그램 일정을 바꿔야 해서 머리가 아파왔다.
특히 가왕 TOP 5는 5분이나 할애해야 했기에 큐시트 구성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때, 강윤이 말했다.
류양 이사와 부장을 뒤로하고 강윤과 장수영 PD는 부장실을 나섰다.
부장실에서 에디오스와 DJ 치셰이의 데뷔무대는 그렇게 확정되었다.
이후, 강윤은 시간 할애에 애를 먹는 장수영 PD와 함께 구체적인 시간 일정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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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이 없는 한국 가요계는 치열했다.
사람들은 귀여움, 섹시함 등 각 그룹별로 갖추고 있는 매력을 뽐내는 걸그룹에 환호했고 어느새 가요계는 걸그룹을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팀은 MG 엔터테인먼트의 헬로틴트였다.
전통 명가의 이름을 회복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MG 엔터테인먼트는 헬로틴트를 엄청나게 밀어주고 있었다.
그 중 핵심 멤버인 유린은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오빠. 나 오늘도 차에서 자야해?”
새벽 2시.
오늘도 한숨도 자지 못한 유린은 메이크업을 받으며 쾡한 눈빛으로 매니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스케줄이 이래? 나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파우터 탓에 화사해지는 피부톤과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어제도, 오늘도 7개가 넘어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수행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까지도 벤 안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가 허다했다.
피곤에 벌게진 눈을 수습하기 위해 안약을 있는 대로 털어 넣고 메이크업 실을 나서니 먼저 준비를 마치고 나온 선배, 김재훈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재훈 선배님.”
유린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선배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새벽에 촬영하게 돼서…”
“아니야. 최근에 헬로틴트 바쁜 거 잘 아는데. 아무튼 다행이야.”
잡지에 들어갈 화보 촬영을 새벽 2시에 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인가.
게다가 월드는 어지간하면 새벽 스케줄은 거의 넣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자신 때문에 이렇게 새벽에 촬영하게 되었으니… 유린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나중에 커피사면 되지. 더 좋아질 거니까. 그런데 MG는 아직도 스케줄이 그렇게 빡빡해?”
김재훈의 이마가 살짝 일그러졌다.
이전에는 스타타워에 들어간 돈 때문에 가수들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린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김재훈의 말에 조금 마음이 풀어졌는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요. 분명히 웬수같은 스타타워는 없어졌는데, 왜 스케줄은 이전보다 늘어난 건지 모르겠어요. 저, 오빠.”
“응?”
“월드는… 안 빡빡해요?”
유린이 조심스럽게 묻자 김재훈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바쁠 때도 있지. 나도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엄청 힘들었어. 사장님이 헬기까지 빌려야 하나 고민했었으니까.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스케줄은 절대로 수행하지 않아. 항상 가수 컨디션을 먼저 생각해주고.”
“가수 컨디션을 먼저?”
“놀랄 일인가?”
김재훈이 의아한 듯 어깨를 으쓱일 때 어시스턴트가 다가와 촬영의 시작을 알렸다.
“곧 시작이네. 가볼까?”
“네.”
김재훈은 유린과 함께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를 앞세우며 유린은 생각했다.
‘나도 월드로 가버릴까?’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는 필사적으로 잠에 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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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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