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299
88화 – 두 번째는 실패, 세 번째는?(4) >
밤 9시 무렵.
강윤은 동방방송에서 나온 후, 바로 에디오스가 연습하는 연습실로 향했다.
방송국에서 에디오스의 출연에 대한 사전 협의도 진행하고 왔기에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안녕하세요?”
강윤이 연습실에 들어서자 에디오스 멤버들은 연습을 멈추고 모여 앉았다.
모두는 음료수를 마시며 연습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눈 후, 강윤이 본론을 꺼냈다.
“2주 후, 데뷔 무대가 있을 거야.”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모두의 얼굴에서 긴장이 흐르자 강윤은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동방 방송이라고 상해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채널이야. 그 중 우리는 가왕 TOP 5이라는 방송무대에 서게 될 거야. 시간은 5분이니까 준비 철저히 해야 한다.”
“네.”
“무대에 대한 건 최경호 팀장님 오면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고, 한유야.”
“네.”
“한유는 3일 뒤에 따로 방송 스케줄이 잡혔어. 유니크 뮤직이라는 방송이야.”
“유니크 뮤직이요?”
서한유보다 옆의 이삼순이 놀랐는지 입을 벌렸다.
유니크 뮤직이 어떤 방송인지 모르는 다른 멤버들이 의아하자 그녀는 놀란 어조로 이야기해주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방송이야. 음악성이나 춤 등이 뛰어난 가수들에게 40분간의 특별한 스테이지를 마련해주고, 작은 공연을 열어주는 방송이야. 중국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가수들은 다 한 번씩 거쳐 간 방송으로 유명해.”
이삼순의 말에 서한유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동안의 작은 클럽에서의 무대와는 차원이 다른 방송무대였다.
데뷔가 다가왔다는 마음에 모두가 설렜는지 연습실은 시끄러워졌다.
그때, 홀로 침묵을 지키던 정민아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가왕 TOP 5는 어떤 방송인가요?”
“뮤직캠프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차이점은 5위권 안에 들면 반드시 스페셜 스테이지를 열어줘. 1위에게는 더 어마어마한 무대를 주지. 자국가수든 외국가수든 차별이 없어서 한국 가수들이 많아. 퀼리티도 높아서 시청자 수도 어마어마하고.”
“그래요? 그런데 우리도 5분 있잖아요. 이것도 관련 있는 거예요?”
한주연이 묻자 강윤이 에일리 정에게 음료수를 따라주며 답했다.
“특별히 신인에게 스테이지를 주는 경우도 있다하더군.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지만… 소속사에 힘이 있는 경우에 한정됐지만.”
“그럼, 우리 소속사는 힘이 있다는 거?”
크리스티 안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에일리 정이 뚱하게 답했다.
“에이. 릴리. 우리 힘없어. 있었으면 이런 고생 안했을 거야.”
“…야.”
이삼순이 눈치 없는 에일리 정의 입을 급히 막았지만 이미 말은 나갔다.
그러나 강윤은 괜찮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우린 무대 준비만 잘 하면 돼. 나머지 일은 다 나한테 맡기고.”
“그 말도 하도 들어서 임펙트가 없다…”
한주연이 툴툴대자 몇몇 멤버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큰 무대를 이야기했지만 떨림이 없는 것 같은 에디오스를 보며 강윤은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는 신인이 아닌, 완연한 가수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아무튼 잘 되고 있어.’
다시 떠들썩해진 에디오스 멤버들을 보며 강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홀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멤버를 보니 그의 눈에 근심이 어렸다.
‘민아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원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감정문제.
언제까지 그녀와의 일을 미룰 수도 없었다.
“민아야.”
“…네?”
정민아가 뚱하게 고개를 들자 강윤은 그녀에게 따라 나오라며 손짓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옥상이었다.
강윤은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는 정민아와 나란히 섰다.
“…왜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그녀가 낮은 음성으로 이야기했지만 강윤은 부드럽게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난간에 올려놓은 양 손을 꽉 쥐었다.
“난 할 말 없는데요.”
“…..”
“갈게요.”
정민아는 휙 돌아서자, 강윤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 멈춰 섰고 강윤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이런 식이면 우린 앞으로 함께 할 수 없어.”
“…..”
“정말 그러길 원하는 거야?”
“…..”
정민아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뭘로… 온 건가요?”
“뭐라니?”
“사장님? 아저씨?”
그 말에 강윤은 그녀가 대화를 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그녀를 잡은 손을 놓았다.
그러자 정민아도 고개를 들고 강윤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했다.
“…아저씨.”
짝!!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정민아는 바로 강윤의 뺨을 올려붙였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강윤의 고개가 휙 돌아가자 정민아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강윤에게 소리쳤다.
“…나쁜 놈.”
이전이라면 난리가 났겠지만,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윤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녀는 목소리에 물기를 머금었다.
“이건… 그 동안… 제대로 상대해주지도 않은 값.”
그 동안 사정이 있었지만, 강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장으로서 모두를 돌봐야 했고, 무거운 짐을 지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곁에 있던 꼬마가 어느새 여인으로 성장해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강윤은 이제, 그녀를 보내줘야 할 때라는 걸 느꼈다.
“미안해.”
“…..”
정민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왜요?”
“마음이 가질 않아.”
바닥이 그녀가 흘린 눈물로 촉촉해졌지만, 강윤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동안 제대로 상대해주지 않은 것, 사과할게. 명백히 내 잘못이야. 난 이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어. 그게 네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줄은 생각 못하고.”
“…..”
“이젠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어디서든.”
정민아의 붉어진 눈이 커다래졌지만 강윤은 그녀를 차갑게 지나쳤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평소라면 그를 어떻게든 가로막았을 그녀였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쾅!!
옥상 문이 닫히자 그녀는 차가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쁜, 새끼. 잔인한 자식. 흐흑.”
슬픔에 일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달빛은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
.
.
“…잘 했어.”
계단에 주저앉은 강윤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벽에 몸을 기댔다.
잘했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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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엔터테인먼트가 스타타워에서 짐을 뺀 이후, 공사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에 맞춰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각 사무실에서도 짐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먼저 이사를 완료한 팀은 이츠파인 팀이었다.
원래 파인스톡과 함께 사무실을 쓰고 있었지만 이츠파인의 서비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파인스톡과 함께 사무실을 쓰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 덕분에 이츠파인은 가장 먼저 스타타워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축하해요, 전 부장. 아니, 이젠 상무군요.”
짐들이 들어선 사무실 안에서 파인스톡의 하세연 사장이 장난치듯 그의 등을 두드리자 전형택 부장은 멋쩍은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사장님. 상무라니 쉽게 적응이 안 됩니다.”
“적응이 안 된다니요. 말이 상무지, 사장이나 다름없는데. 그렇죠, 이사님?”
사무실을 둘러보던 이현지는 하세연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츠파인에서 전형택 상무님만큼 높은 사람은 없어요.”
“이사님.”
“이츠파인이 월드와 파인스톡에서 공동출자를 해서 만든 기업이라 사장이라는 호칭은 쓸 수 없었지만, 실질적으로 전 상무님이 이츠파인을 운영해 줘야 해요.”
전형택 부장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개 부장이었던 그가 하루아침에 상무가 되었다.
한때는 일취월장하던 파인스톡과 달리 어려운 팀에서 힘든 업무만 맡은 자신이 계속 도태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팀이 하루아침에 기업이 되고 책임지는 위치에 올랐다니…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전 지하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서버공사가 잘 됐는지…”
자신을 띄워주는 두 여자가 어색했는지 전형택 사장은 부리나케 사무실을 나섰다.
“부장님도 참, 귀여운 구석이 있네요.”
이현지는 입을 가리며 웃었고 하세연 사장도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죠? 부장님을 빼앗아갔으니 더 열심히 키워주셔야 해요?”
“당연하죠.”
두 여인은 사무실이 떠나가라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하세연 사장은 뭔가가 생각났는지 손뼉을 치고는 물었다.
“강윤 사장님은 어때요? 잘 지내시나요?”
“중국에서 눈코 뜰 새 없죠. 이번엔 편곡가가 필요했는지 보내달라더군요. 어제 비행기 표 구하느라 혼났어요.”
“여전하네요, 이 사장님은.”
“조만간 콘서트하게 되면 파인스톡 직원들 모두 초대할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그런데 중국까지는 무린데…”
하세연 사장이 난색을 표하자 이현지가 어깨를 으쓱였다.
“비행기 표야 우리가 구하면 되죠.”
“네에?!”
하세연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이현지는 당연하다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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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정민아 때문에 쾡한 눈으로 밤을 지새운 강윤은 윤슬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피곤하군.’
차에서 내린 강윤은 고개를 흔들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은 방송에 쓸 서한유의 곡을 봐주는 날이었다.
밤을 샌 탓에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어 잠을 쫓아버리곤 지하에 있는 스튜디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전자음 소리와 함께 서한유와 박소영이 편곡을 하고 있었다.
“소영아. 언제 도착했어?”
강윤이 반가움을 표하자 박소영은 멋쩍은 얼굴로 답했다.
“어제 밤 비행기요. 이사님이 급하게 가보라고 하셔서요.”
어제, 방송국에서 윤슬로 돌아올 때 박소영을 보내주길 요청했다.
바쁜 와중에도 여기 일에 신경써주는 이현지에게 강윤은 감사했다.
“어디까지 했어?”
“트랙 2번까지요. 3번부터는 분위기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네요.”
서한유는 지금까지 믹싱한 곡을 재생했다.
방송이라 일반인들도 좋아할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짰던 모든 음악을 다시 짜야 했다.
스튜디오에 그루브진 음악이 흐르자 강윤의 눈에 하얀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컨트롤러에 손을 댈 때면 빛은 일렁이며 더 밝게 빛났다.
하지만 은빛이나 금빛의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했어요.”
2번째 곡까지 재생을 마친 서한유는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였다.
강윤은 턱에 손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나쁘진 않아. 잔기교도 없고.’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좀 더 나은 음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진짜 숙제였다.
‘한유의 디제잉은 깔끔하고 호불호도 크게 갈리지 않아. 하지만 그 이상의 특별한 뭔가가 필요한데…’
단 한 번의 기회였다.
이 한 번의 기회를 위해 지금까지 디제잉을 익히고 클럽에서 공연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최고 은빛 이상의 성과는 보여야 했다.
그때, 박소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소영아. 할 말 있어?”
“여기 두 번째 곡 ‘Go Home’말인데요. 항상 그 FX? 아무튼 그 반복해서 고조 시키는 거요.”
서한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소영은 악보에 필기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4번째 트랙에 있던 곡이었는데 이번에는 두 번째로 옮겼어요. 그런데 편곡이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이걸 좀 바꾸면 좋을 것 같아요. 매번 걸던 거 말고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때요? 휘웅휘웅 하는 거?”
디제잉 전문용어를 몰라 박소영은 음성용어로 뜻을 풀어갔다.
그러나 찰떡같이 알아들은 서한유는 악보에 필요한 것들을 적었고, 곧 컨트롤러를 이용해 부족한 것들을 채워갔다.
두 사람이 강한 집중력으로 몰입해가자 강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해하지 않는 게 낫겠어.’
조용히 문을 닫고, 강윤은 스튜디오를 나섰다.
잠깐 눈이라도 붙일 생각에 빈방을 찾는데, 복도에서 다이아틴의 보컬, 김지숙과 마주쳤다.
“어? 안녕하세요, 작곡가님.”
“안녕. 스케줄 있는 거 아니었어?”
“전 오늘 없어요. 작곡가님은요?”
“애들 연습 봐주는 거? 왜? 나한테 볼 일 있어?”
강윤의 물음에 김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난번에 말했던 듀엣 때문에요.”
“무지개 말하는 거구나.”
“어? 기억하고 계셨네요?”
회의 때 이도 저도 아니게 끝났기에 강윤이 기억을 못할 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거든. 현정이하고 둘이 부른 다고 했었나?”
“네. 원곡도 좋지만, 이번에는 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부르고 싶어서요. 편곡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능하면 꼭…”
말 끝을 흐리는 그녀의 요청에 강윤은 손가락을 이마에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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