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
1화 – 10년전으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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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MG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나오며 강윤은 입가에 떠도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과거대로라면 실패한 가수의 팀원이 되어 흑역사만 기록했어야 하는데, 가수 주아라니. 그것도 최고의 자리인 기획팀장으로서 말이다.
‘낙하산도 이런 낙하산이 어디 있나. 하하하!!’
웃음이 계속 나와 슈퍼가게 주인이 이상한 사람 보듯 했지만, 강윤은 개의치 않았다. 담배 하나를 사던 김에 커피까지 추가하는 매너를 보여주며 아낌없는 미소까지 지어주었다. 그 바람에 가게 주인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놨다 하며 신고를 고민했지만 말이다.
으슥한 골목에서 태우는 담배의 맛은 진득하며 맛있었다. 연기를 하늘로 허공에 뿜어내니 오늘 면접에서 쌓인 피로가 절로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기요.”
그런데 그런 그에게 다가온 이가 있었다. 교복을 입은 키가 큰 소녀였다.
“무슨 일이야?”
“죄송한데, 불 좀 빌려주실래요?”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불을 빌려달라니. 그것도 교복 치마를 나부끼는 여학생이 말이다. 여동생이 있는 처지에서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불 없다.”
“주머니에 있는 거 봤어요. 빌려주세요.”
그러나 소녀는 당당했다. 아니, 오히려 맡겨 놓은 것 찾으러 온 마냥 뻔뻔한 맛까지 있었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불은 있는데 학생 줄 불은 없네. 학생이 무슨 담배야.”
“…주기 싫으면 안 주면 되지 설교질까지 할 건 없잖아요.”
소녀는 구시렁거렸다. 아니, 다 들리게 말했다.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뭐라 한마디 쏘아붙이려 했는데 그녀의 인상이 눈에 밟혔다.
‘가만. 얘 정민아 아냐? 에디오스(EDDIOS)의?’
강윤이 알고 있는 정민아보다 어려 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가 맞았다.
7인조 걸그룹 에디오스(EDDIOS)는 M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으로 멤버들 개성이 두드러져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는 그룹이었다. 팬덤도 강성하고 노래도 괜찮았지만 멤버들 간의 사이가 좋지 않아 불화설에 시달리다 결국 해체되고 만다. 정민아는 늘씬한 키에 활기찬 표정으로 남자, 여자들에게 고루 인기를 누린 멤버였다.
강윤은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가려고 했지만, 가요계를 누볐던 EDDIOS의 멤버를 보니 그냥 가긴 뭐했다. 게다가 앞으로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될 사이이기도 했고 말이다.
“너 M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아냐?”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인데요?”
“연습생이 담배라니. 네가 성공한 가수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러니까 그쪽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정민아는 기가 셌다. 원래부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강윤도 이런 말을 듣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사람은 못됐다.
“원래 상관없었는데 이제 상관있어져서 말이야. 내가 MG엔터테인먼트 직원이거든. 너 정민아지?”
“나 알아요?”
“잘 알지. 춤에 재능이 있어 차기 걸그룹에 내정된 연습생이잖아. 벌써 걸그룹에 내정됐다고 안심하는 거야? 담배나 태우고 있고 말이야.”
“…..”
정민아는 씩씩댔다. 강윤의 말이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 잘 알고 있어 가슴이 뜨끔거렸다. 게다가 같은 회사 직원이라니. 연습생을 아는 정도면 사무 쪽 직원이라기 보다 현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일 게 분명했다. 정민아는 더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벌써 샴페인을 터뜨리면 곤란해. 연습생은 가수가 돼서야 진짜 시작…”
“저 떨어졌어요.”
그런데 강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답이 날아들었다.
“차기 걸그룹 선발에서 밀려났다고요. 이제 됐죠? 불 안 줄 거면 그만 가주세요.”
강윤은 강윤대로 당황했다. 이런 과거,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민아가 탈락했다고? 말도 안 돼. 그럼 탈락했다가 다시 선발된 건가?’
강윤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지금 그가 알기로 MG엔터테인먼트는 차기 그룹들을 준비하고 있는 시기, 걸그룹과 남성그룹에 선발되기 위해 연습생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시기다. 그런데 정민아가 탈락이라니.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왜 떨어졌는데?”
“선발 오디션에서 넘어졌거든요. 실전에서도 그럴 거냐며 트레이너 쌤들한테 뒤지게 까였어요. 그리고 탈락. 하하하!!”
정민아는 강윤에게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 기분대로 마구 쏘아붙이고 있었다. 속에서 불이 나는 대로 마구마구.
“어차피 노래로는 안될 테고, 그냥 답답하니까 한 대 빨아야죠. 불 안 줄 거면…”
“그래서 이대로 끝내려고? 여기가 끝이야?”
“아 좀!!”
결국, 정민아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내 보이는 건 눈물이었다. 서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물이었다.
“대체 아저씨가 뭐라고… 나한테.. 왜 이래요..”
“…..”
사춘기란 기복이 심한 법이다. 감정이 복받쳐서일까, 속에 있는 게 쌓여서일까. 정민아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화만 내던 강윤은 잠시 주춤하다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겨우 한 번이잖아. 그리고 MG엔터테인먼트에서 정민아, 너만큼 멋지게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이번 한 번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
“다시 해봐. 그럼 반드시 할 수 있어. 알았지?”
정민아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심하게 화도 내었고 위로까지 받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
잠시, 시간이 흘렀다. 감정을 수습한 정민아가 붉어진 눈을 들었다.
“…고마워요. 지금까지 누구도 이렇게 날 믿어준 적이 없었는데.”
“허, 그래?”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그냥… 위로가 필요했나 봐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하. 웃기네.”
정민아 자신도 자신이 웃겼는지 민망한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강윤은 확신에 차 말했다.
“빈말하는 게 아니야. 여러 자료를 보고 이야기 하는 거야. 넌 반드시 가수가 될 거야. 그것도 대형가수가.”
“…..”
“그러니까 담배 같은 거로 몸 버리지 말고 다시 시작해. 알았지? 몸 버리지 말고.”
“….네.”
그제야 정민아는 제대로 웃음을 보였다. 물론 눈물과 번진 화장에 얼굴이 엉망이 되긴 했지만, 특유의 미모는 어디 가질 않았다.
“에이. 그래도 이건 내 낙이었는데.”
“끊어. 폐활량 떨어져.”
“알았어요. 끊어보죠. 그런데 이름도 모르네. 아저씬 누구세요?”
지금까지 친한 사람인 것처럼 대화했지만 정작 이름도 모르는 남자, 정민아는 그가 궁금해졌다. 평범한 인상이었지만 눈에 묘한 깊이가 있고 몸에는 힘이 있었다.
“난 이강윤. 이제 같은 밥 먹게 되니까 잘 부탁할게.”
“저도요. 어디 부서에요?”
“훗. 그건 비밀.”
“엣? 뭐야, 시시하게.”
강윤과 정민아는 어느새 친해져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민아, 후에 MG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의 중추로 세상을 놀라게 할 소녀와 강윤의 첫 만남이었다.
.
.
.
집에 돌아온 강윤은 노래에 보이던 빛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TV나 컴퓨터로 영상을 볼 때는 안 보이네.’
직접 눈으로 공연을 볼 때만 빛이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강윤은 고민이었다.
‘다시 돌아온 것도 엄청난 일인데 노래가 눈에 보인다니, 왜 이런 게 보이게 된 걸까? 혹시 그 노숙자 때문에?’
배가 고프다던 노숙자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내밀었던 친절이 그제야 생각났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다 들어줄게.]다 들어준다는 알 수 없는 말들. 강윤은 다시 시작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알 수 없는 이상한 능력까지 하나 보태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그것밖에 없었다.
밤이 되었지만, 강윤은 방의 불을 켜지 않았다. 조용하게 생각을 주욱 정리하고 싶었다.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왔고 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난 원래의 미래를 바꿨다.’
원래 담당해야 할 가수가 아닌 주아라는 최고의 가수를 담당하게 되었고, 전혀 인연이 없었던 정민아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최선을 다한 결과에 강윤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걱정도 되었다.
‘주아의 앨범기획이라니. 그것도 일본에 갈… 처음부터 엄청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어. 그래도 지금의 나라면…’
실패는 지긋지긋했다. 이젠 더 이상의 실패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조롱받으며 사채에 쫒기던 이강윤은 없었다. 강윤은 실패따윈 생각하지 않겠다고 결심, 또 결심했다.
원하는 대로 새로운 시작이 열린 것이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시!!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고, 행복해지리라!!’
어두운 방 안에서 강윤은 미래에 대한 방향을 결정했다. 불우한 미래 따위 이 자리에서 지워버리겠다. 찬란한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겠다, 그렇게 말이다.
“오빠. 오빠, 있어?”
“아, 어. 희윤이 왔어?”
“뭐해? 깜깜한 데서? 청승 떨어? 꺅!! 오빠, 왜 그래!!”
막 학교에서 귀가한 동생을 꼭 끌어안은 강윤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리고 이 행복을 더 크게 키워가리라, 그렇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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