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06
89화 – 대륙을 휩쓸다(5) >
“저… 곡 문제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아, 지숙이에게 연락받았습니다. 무지개 때문이군요.]
감사하게도 김지숙이 말을 해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랐다.
“네. 무례하게 들릴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위진성은 조심스럽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에게 강윤은 껄끄럽기까지 한 상대였다. 하지만 그도 가수였다. 음악적인 고민은 개인적인 갈등을 초월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수들의 특징을 잘 아는 강윤은 담담하게 답했다.
상대가 너무 쉽게 부탁을 들어준다하니 오히려 맥이 빠졌지만 메일로 파일을 보냈다.
강윤은 들어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안 들어 줄 것 같았는데…’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아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호구인가라는 생각부터 얼마나 더 큰걸 요구하려고 이러는 건지. 두렵기까지 했다.
급기야 머릿속이 헝클어지려는데 전화가 울렸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강윤은 부드럽게 답했다.
[스트링으로 처음을 장식하는 게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데 8초 이후 자꾸 막히는 건 아마… 이전 곡과 비교를 했을 때, 좀 더 빠져드는 느낌이 적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원곡은 좀 더 잔잔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맛이 있었는데 이 편곡은 확 잡아끄는 느낌은 없는 것 같으니까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빨려 들어가는 느낌. 그런 느낌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효과내기가 영 힘들어서… 답답합니다.”[일단 프리셋에서…]
강윤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샘플을 들어보고, 그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프리셋과 필터 등 몇 가지 효과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윤의 이야기를 적으며 위진성은 무릎을 쳤다.
“아아… 자연스러운 느낌을 위해 효과를 지운 건데… 그게 독이 된 거군요.”
[네. 일단 필요 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걸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도움이 됐습니까?]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음악적인 조언은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위진성은 몇 번이나 감사를 표했다. 쉽게 음악적인 갈증을 풀어주다니…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었다.
“저…”
[더 필요한 게 있습니까?]
“그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에이. 사장님.”
[말하세요.]
“사실 사장님이 저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던 말이 멈췄다. 위진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강윤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 좋아하고, 만나는 것을 무슨 권리로 막겠습니까. 후, 진성 씨는 솔직하군요.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꽤 괜찮은 남자인 것 같군요.] “…사장님.”
기분이 묘했다. 자신의 사장이 아닌, 이현아의 소속사 사장에게서 그런 말을 듣다니.
[응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면 합니다.] “감사… 합니다.”[이만 끊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위진성은 핸드폰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괜히 가수들이 이강윤, 이강윤 하는 게… 아니구나.”
뜻하지 않은 탄력을 받은 위진성은 다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
강윤은 한국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바로 중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급작스러운 이현아의 일로 귀국을 하루 미루었다.
회사 내에서 이현아의 스캔들에 대해 아는 이는 강윤과 이현아 두 사람 뿐이었기에 직원들을 불러 상의할 수도 없었다. 일이 세어나갈 수도 있다는 이현지의 판단에서였다.
사무실에서 강윤은 추만지 사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두웠다.
윤슬로서는 이번 스캔들을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재계약, 자칫 회사의 위신까지 영향이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저도 동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슬의 사진과 저희의 사진이 일치했잖습니까.”
기자가 돌아간 후, 이현지는 바로 윤슬과 사진을 교환해서 비교해보았다.
똑같은 10장의 사진. 강윤과 추만지 사장 모두 연예캡쳐스가 두 회사를 쥐고 흔들려는 수작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크흠.]
추만지 사장은 헛기침을 했다.
“현아는 스캔들이 밝혀져 봐야 타격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저희에게는 크게 얻을 것이 없죠. 하지만 윤슬은 다릅니다. 저희에게 얼굴을 밝히고, 윤슬에는 얼굴을 밝히지 않고 접근 한건 이런 속셈일 겁니다.”
[하긴…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었을 테니. 우리는 스캔들이 공론화되는 걸 원하지 않는데 보이지 않은 채 협박을 하면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죠. 그나저나, 저쪽은 왜 월드에 나타난 걸까요?]
“윤슬을 더 압박하고 싶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잘 되면 우리 월드에서도 돈을 뜯어내던가 했을 겁니다. 아마 우리가 사장님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그 쪽에서 이 사실을 흘렸겠죠.”
[크흠.]
스캔들은 아는 사람이 적은 게 더 나은 법이다. 그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했다.
그 심리를 이용하면 두 회사 사이가 벌어질 테고 그 틈을 노릴 수 있으니…
추만지 사장은 낮은 톤으로 말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다. 윤슬은 이미 스캔들이 공론화 되서는 안된다며 길을 밝혔지만 강윤은 뚜렷하게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추만지 사장은 그게 궁금했다.
“말씀드릴게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현아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습니다.”
[생각을 존중한다? 잠깐만요. 사장님.]
“이게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윤의 말에 추만지 사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사장님. 그 말은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해주겠다는 이야기잖습니까. 지금 진성이와 저희가 어떻다는 걸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위트가 아이돌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풀어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아이돌은 아이돌입니다.] “위트의 나이가 서른이 넘었습니다. 게다가 사장님은 위트에게 아이돌이 아닌 가수로서 활동하게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열애설쯤은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사장님이 허락해준다면 재계약도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재계약 용의가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지금의 위트를 보면 돈보다 자유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던데…”
추만지 사장은 침묵했다.
평소의 강윤이 하는 말이라면 수긍하던 그였지만 지금의 발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돌이 연애를 한다? 회사에서 그걸 허락했다? 위트가 연식 오래된 아이돌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때?] “네. 지금의 선례가 위트가 좋은 선례가 되어 줄 겁니다.”
[후우…]
전화기에서 긴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돌의 연애는 팬들에게는 배신이나 다름없었고, 회사 내에서도 파문을 일으키는 중대사항이었다. 몰래하는 연애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강윤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이돌도 결국은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그의 말대로 한다면 그가 가장 원하는 걸 줄 수 있다.
긴 숙고 끝에 추만지 사장은 말했다.
[계획?]
강윤은 미소를 머금었다.
“네. 그래서 추 사장님이 조금 빨리 움직여주셔야 합니다.”
[제가요? 어떻게 말입니까?]
“오늘 안으로 위트에게 자유연애를 허락한다고 이야기해주십시오.”
[끙…]
이후, 추만지 사장과 강윤은 몇 가지 이야기를 더 주고받은 후 통화를 마쳤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강윤은 대기하고 있던 문 비서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회장님 소리는 적응이 쉽지 않군요. 문 비서. 지금 데일리연예지 하석호 기자하고 엔터메이트 장만춘 기자 두 사람하고 약속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어디로 잡으면 될까요?”
“여기, 사무실입니다. 월드에서 좋은 특종을 준다고 하면 바로 올 겁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문 비서가 나간 후, 강윤은 사진을 준비하고 기자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
강윤에게 조언을 들은 후, 위진성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걸 왜 진작 안 썼지?’
모니터의 동그란 튜브와 아이콘을 조작하며 위진성은 멋쩍게 웃었다. 편곡 프로그램을 배우며 이미 알고 있던 기능들을 고정관념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니…
막힌 길이 이렇게 시원하게 뚫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유리성 같은 내 맘– 두루루루– 부푼–
스트링과 함께 흐르는 김지숙의 목소리를 들으며 위진성은 눈을 감았다. 최고로 만족스러운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아이…”
추만지 사장의 전화였다. 위진성은 음악을 끄고는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
– 잠깐 사무실로 올라 와.
위진성은 얼굴을 굳힌 채 추만지 사장의 사무실로 향했다.
“앉아.”
직원이 차를 내오고 시간이 흘렀지만 추만지 사장은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위진성도 찻잔만 기울일 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다가 추만지 사장이 힘겹게 말했다.
“…미안했다.”
“네?”
“그거… 미안했다고. 저번에 연애하지 말라고 했던 거.”
무슨 말인지 몰랐던 걸까. 위진성은 눈을 껌뻑였다.
쑥스러웠는지 찻잔으로 얼굴을 가린 추만지 사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좋냐?”
“그냥, 좋죠. 뭐…”
“다 말해 놨다. 마음껏 만나 봐.”
“잠깐만요. 그거 나 떠보려는…”
“…믿기 싫으면 그냥 헤어지던가.”
툴툴대는 추만지 사장을 몇 번이나 요리조리 살펴보던 위진성의 안색이 천천히 밝아졌다.
“형…”
“얼씨구? 이제야 형 소리가 나오네?”
추만지 사장은 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그를 위진성은 달려가 끌어안았다.
“야, 야!!”
“형, 혀엉!! 땡큐, 땡큐베리감사마스데스!!”
“뭔 소리여?”
“흐엉엉~!! 나 뭐 하면 돼? 엉? 다 해줄게? 재계약? 계약서 어딨어? 찍어줄게. 엉?”
“됐거든, 꺼져꺼져.”
“아잉~ 왜 그러실까아.”
자신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는 위진성을 보며 추만지 사장은 징그럽다는 표정을 짓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쉬운 걸…’
괜히 마음 고생한 것은 아닌가, 한편으로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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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윤은 문 비서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서는 두 남자를 반갑게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커다란 카메라와 펜을 들고 들어서는 두 남자는 강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데일리연예지 하석호 기자와 엔터메이트 장만춘 기자였다.
곧 세 사람은 다과와 함께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말문을 텄다.
“좋은 기사거리가 있다고 해서 한 달음에 달려왔습니다.”
하석호 기자의 말에 옆에 앉은 장만춘 기자도 동의했다.
이강윤이 주는 특종이라니, 당연히 기대할 만 했다.
강윤은 미리 준비해 둔 이현아와 위진성의 사진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던 두 사람의 눈이 이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건?! 허… 빼도 박도 못하겠군요.”
하석호 기자는 목소리까지 떨었다.
“하하… 사장님. 설마 이런 걸 물타기 해달라는 건 아니시지요?”
친한 친구사이다, 밥만 먹었다고 하기에는 사진에 나온 두 사람이 매우 친밀했다.
장만춘 기자의 물음에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당연히 아니죠. 기사는 사실대로 써주시면 됩니다.”
“기사야 어렵지 않지만… 괜찮겠습니까? 하얀달빛이야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위트에겐 타격에 갈 텐데요.”
하석호 기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슬과 월드가 함께 콘서트를 한다는 건 기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윤슬과는 이야기가 다 됐습니다.”
“…정말 사실대로 내면 됩니까?”
“네.”
강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이현아가 들어섰다.
“왔구나.”
“안녕하세요.”
카메라를 든 남자들을 발견한 이현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평정을 찾고는 강윤 옆에 앉았다. 그녀가 옆에 앉자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 일은 현아에게 들으시면 됩니다. 그 이전에 제가 드릴 특종이 있습니다.”
“특종이 또 있습니까?”
눈을 반짝이는 기자들의 물음에 강윤은 눈을 빛냈다.
“이 사진으로 두 사람 사이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강윤의 말에 두 기자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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