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08
89화 – 대륙을 휩쓸다(7) >
“某一天– 突然-(어느 날– 갑자기–)”
한주연은 이어폰을 꽂고 가사를 흥얼거렸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벤이 아닌 SUV였기에 옆에 앉은 크리스티 안과 계속 어깨를 부딪쳤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사를 흥얼거렸다.
평소와 달리 에디오스를 SUV 차에 태운 강윤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얘들아, 미안해. 데뷔 전까지 어떻게든 벤을 샀어야 했는데 차 번호판 아직 구하기질 못해서… 빨리 구할 테니까 조금만 이해해 줘.”
말한 이는 강윤이었지만 고개를 숙인 이는 운전대를 잡은 매니저였다. 차 구입을 담당한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었다.
뒤에 앉아있던 정민아가 말했다.
“…괜찮아요. 미국에서도 벤은 별로 안타고 다녔었으니까.”
“아하하…”
그녀의 무뚝뚝한 답에 로드 매니저가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하지만 강윤은 그게 그녀 나름의 괜찮다는 뜻이라는 걸 알았기에 웃었다.
운전석 뒤에 앉은 이삼순은 매니저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
“괜찮아요~. 에이~ 우리 오빠 쫄았슈?”
“…쪼, 쫄다니?”
“하하하. 쫄았다, 쫄았다!!”
큰 무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모두는 밝았다. 이젠 무대라면 이골이 난 베테랑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안심한 강윤은 서류로 눈을 돌렸다.
“한주연이. 발음 샜다.”
한주연의 옆 좌석에 앉은 크리스티 안이 이어폰을 빼며 장난을 치자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가 발끈했다.
“지는. 지렁이 꿈틀대는 소리만 내는 주제에.”
“…지렁이 꿈틀대는 소리는 뭐임?”
“니 방구소리.”
두 여인의 투닥거림에 차 안은 더더욱 요란해졌다.
핸드폰으로 친구와 문자를 하던 에일리 정은 혀를 찼다.
“언니들이 저러면 동생이 뭘 배우겠니. 안 그래, 한유야?”
“하하하…”
훅 들어오는 언니의 말에 얌전히 앉아있던 서한유는 땀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중국어 발음 이야기는 춤으로, 급기야 누가 인기가 더 많냐는 기싸움으로 번져갔다. 좁은 차 안은 갈수록 시장바닥으로 변해갔다.
“…..”
하지만 중간의 창가에 앉은 정민아는 시장통에도 조용히 창가만 바라보았다. 교통체증과 빵빵대는 크락션 소리에도 그녀의 침묵은 깨지지 않았다.
“워!!”
“…..”
같은 라인에 앉아있던 크리스티 안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침묵을 깨려 했지만 실패했다.
“뭐해?”
“그냥. 멍 때림.”
“에헤이~. 긴장했어? 에헤에~ 정민아 완전 다 됐네. 얘들아~ 우리 민아 긴장했데~!!”
“민아가아?!”
크리스티 안의 말에 화살이 정민아에게로 집중되었다.
“…긴장은 너 같은 바보나 하는 거지.”
“크억~!!”
하지만 리더는 리더였다. 불의의 일격을 맞은 크리스티 안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넘어갔다.
에디오스 멤버들의 시끌시끌한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강윤은 서류를 읽고 있었다.
‘한유 반응이 좋아. 생각대로야. 처음은 한유를 중심으로 매스컴에 노출시키고, 반응을 봐서 차차 다른 멤버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야겠어. 일단 오늘 데뷔무대부터…’
서류를 검토하며 강윤은 중요한 부분을 체크해나갔다.
그때였다.
“끄억!!”
운전석 창문으로 갑자기 담배꽁초가 날아들었다. 그 바람에 로드 매니저가 놀라 비명을 질렀고 저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꺅!!”
모두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로드 매니저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갔다.
“아, 씨X… 아!!”
놀란 마음에 평소 하던 말을 필터링 없이 내뱉은 로드 매니저는 뒤늦게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당황했는지 그의 붉어지는 얼굴과 다르게 강윤은 평온히 서류를 수습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중국에서 운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꽁초 날아드는 일이 많아서 창문은 닫고 운행하는 게 좋습니다.”
강윤은 괜찮다며 매니저를 타일렀지만, 그는 계속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처음으로 함께 현장에 나가는 것이었기에, 몇 배나 긴장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강윤은 그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때, 강윤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네, 이강윤입니다. 아, 추 사장님.”
안부를 묻는데, 전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장님. 홍커우 콘서트홀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말입니까? 어떤…”[홍커우 콘서트홀 측에서 계약을 취소하겠답니다. 다른 가수와 계약하겠다며…]
강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같은 시기에 공연을 하는 가수가 있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고 관계자 접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다른 무엇보다 장소확보에 자신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다니…
“…이유가 무엇입니까?”
침착하게 이유를 묻자 추만지 사장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중국에서 최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가수, Code-N이 갑작스럽게 상해에서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며 홍커우 콘서트홀을 쓰고 싶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일정이 에디오스와 다이아틴의 콘서트와 겹치는 바람에 홍커우 콘서트홀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야, 쉿.’
‘조용조용.’
앞좌석의 심각한 분위기를 느낀 에디오스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조용해진 차 안에서 강윤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이미 저희가 무대 세팅도 하는 도중이잖습니까. 지금 취소하면 위약금 문제가 발생할 텐데요.”
[위약금은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일정에 맞춰 공연을 할 수 있을 지부터 의문입니다.]
“…큰일이군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게 중국에서의 사업이라고 했던가.
공연장 설치마저 들어간 판국에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해달라니…
[아니오. 일단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만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면 최소한 얼굴은 비치겠죠. 하하… 이번 일에 홍바오(紅包. 축의금이나 불법 리베이트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를 얼마나 들였는데…] 추만지 사장의 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강윤도 그 곳으로 가겠다고 이야기하고는 통화를 마쳤다.
“사장님. 무슨 일 있나요?”
뒤에 앉은 정민아가 창가를 바라보며 무심한 목소리로 묻자 강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별일 아니야. 윤 매니저. 난 저기 거리에서 세워줘요.”
“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하지만 차를 세워달라고 하니 다들 눈치를 못 챌 리가 없었다.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갑자기 어딜 가세요?”
평소에 강윤에게 말도 잘 걸지 않던 에일리 정이 가장 먼저 나섰다. 다른 멤버들도 근심어린 눈빛을 쏘아 보낼 때, 정민아가 물었다.
“지금 말하기 곤란한 거죠? 또 괜찮아지면 말해 줄 거고. 그렇죠?”
“어이구? 잘 아네?”
“다녀오세요. 무대야 이젠 우리도 베테랑이니까.”
고저 없는 정민아의 말이 이상하게 든든하게 들려왔다. 차가 길가에 멈춘 후, 강윤은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차에서 내렸다.
“다들 잘 하고 와. 미안해. 저녁에 보자.”
“네!!”
멀어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강윤은 택시를 잡아탔다.
[홍커우 콘서트홀로 가주세요.]강윤이 탄 택시는 빠른 속도로 홍커우 콘서트홀로 향했다.
.
.
.
방송국 대기실에서 정민아는 크리스티 안의 볼터치를 해주고 있었다.
“…민아야.”
“왜?”
눈을 감은 채 크리스티 안이 장난끼 어린 얼굴로 말했다.
“내가 캐릭터 하나 잡아줄까? 완전 너랑 싱크로 100퍼임.”
“뭐라는 거야.”
정민아는 웃기지 말라며 화장에 집중했지만, 크리스티 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씨익 웃었다.
“츤데레. 좋지좋지?”
“…..”
정민아는 크리스티 안의 볼을 사과 같이 새빨갛게 물들이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
[이래봐야 소용없습니다.] “관재 씨, 나 몰라요? 추만지, 나 추만지라고요. 그때 식사도 같이 했잖아요.”[어허.]
입구를 막아서는 남자 직원을 향해 추만지 사장은 열심히 이야기를 건넸다. 하지만 남자 직원은 곤란하다며 두 팔을 벌리며 그를 막아섰고, 통역을 위해 급히 달려 온 다이아틴의 매니저 민혜경은 몇 번이나 힘들 거라며 추만지 사장을 설득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무 성과도 없는 상황…
“혜경아. 쟤 어떻게 못 치우냐?”
“사장님.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돼요. 좀 더…”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을 때, 콘서트홀 로비에 강윤이 들어섰다. 그를 발견한 추만지 사장의 안색이 조금은 밝아졌다.
“이 사장님. 오셨군요.”
“추 사장님. 민 매니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과 추만지 사장의 실랑이에 강윤은 눈매를 좁혔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민혜경 매니저는 입구를 막은 직원을 가리키며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저 직원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한 시간째 실랑이 중이라고.
강윤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협상이 쉽진 않겠군요.”
“쉽지 않아도 어떻게든 해야죠.”
추만지 사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듯 팔까지 걷어붙이고 다시 직원에게 다가갔다. 직원도 낌새를 알아채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올 때, 강윤이 먼저 추만지 사장을 가로막았다.
“사장님. 잠깐만요. 저 직원이 뭐라고 했습니까?”
“관례적인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지금 총경리기 자리에 없으니 다음에 오라는 말이죠. 하여간 짱ㄱ…”
“쉿.”
짱X라는 금기어가 나오려 하자 강윤은 추만지 사장의 입을 얼른 손가락으로 막았다. 추만지 사장도 실수할 뻔한 자신을 깨닫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급한 불을 끈 강윤은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강윤은 편안하게 직원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장에 대한 이야기나 공연장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간단한 브레이킹이 주를 이루었다.
불과 2분 남짓한 대화였지만 고까웠던 남자의 눈빛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 말에 강윤은 남자에게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는 그에게 100위안과 함께 명함을 건넸다. 남자가 빠르게 그것들을 주머니에 넣자 강윤은 다시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강윤은 예의를 갖추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는 추만지 사장에게로 돌아왔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추만지 사장은 기가 찼는지 연신 콧방귀를 끼었다. 그런 그에게 강윤은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했다.
일행은 멀지 않은 커피숍으로 향했고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커피들이 나오자 추만지 사장은 단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비워버리고는 끓는 속을 식혔다.
“후우… 그 짱개 놈… 내가 주는 돈은 받지도 않더니.”
중국인들은 뭐가 이리도 이해하기 힘드냐며 추만지 사장은 빈 잔을 쥔 손을 떨었다.
강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우리 이사님이 그러더군요. 중국에서는 뇌물을 주려고 해도 친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돈 먹는 주제에 따지기는… 사업하기 참 힘들군요.”
“그런 걸 꽌시라고 하더군요. 한국식으로 중국인을 이해하기 쉽겠습니까.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중국 법을 따라야죠.”
“그놈의 꽌시. 에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추만지 사장은 분한지 몇 번이나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의 사장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니 민혜경 매니저도 경직된 모습으로 커피만 들이켰다.
커피를 다 마실 즈음, 시계를 본 강윤은 곧 ‘가왕 탑 5’ 방송을 할 시간이라는 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곧 ‘가왕 탑 5’ 방송을 할 시간이라서요. 방송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TV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을라나.”
추만지 사장과 강윤이 고민할 때 민혜경 매니저가 손뼉을 쳤다.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요. 전자제품 코너에 가시면 볼 수 있을 겁니다.”
“아, 여기 시얀 백화점 근처였지?”
추만지 사장은 민혜경 매니저에게 칭찬했다.
일행은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시얀 백화점 5층, 전자제품을 파는 코너에 가니 수없이 많은 TV에 다양한 채널이 켜져 있었다.
강윤은 그 중 ‘가왕 탑 5’가 켜진 TV앞에 섰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무대는 장관이었다.
55명의 여가수들이 만드는 거대한 무대에 강윤은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남심을 흔드는 핑크빛 의상으로 무장한 여자들을 화려한 조명과 무대장치로 비치는 무대는 최근 떠오르는 중국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방송 무대 규모도 엄청나구나.’
매주 이런 무대를 보는 중국 사람들을 만족 시키려면 콘서트 무대는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디테일은 떨어졌지만 스케일은 엄청났다. 강윤은 필요한 것들을 적어나갔다.
“숫자는 많은데, 군무는 잘 맞지 않는군요.”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추만지 사장은 혀를 찼다. 아무리 화려한 무대장치가 있다고 해도 도미노 같은 군무는 화려한 장치들을 빛바래게 만들었다.
같은 생각이던 강윤은 미소 지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중국은 스케일에 더 신경을 쓴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저 인원이 칼군무까지 갖춘다면 저흰 굶어 죽어야겠죠.”
“하하하. 그건 그렇군요.”
“저 팀을 보니 팀원들이 계속 낙오되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 저런 시스템에서 군무를 맞춘다는 건 힘들겠죠.”
“하긴.”
서로 평을 나누며 의견을 나누다보니 샤인이라는 가수의 무대는 끝이 났다.
“저, 사장님. 저기 판매사원이 노려보는 것 같아요.”
자신들을 힐끔힐끔 째려보는 판매사원을 민혜경이 가리키자 강윤은 괜찮다며 손을 들었다.
“괜찮을 겁니다. 오히려 저희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거든요.”
“네?”
민혜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TV에서는 엄청난 환호소리와 함께 사회자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대를 빛내 준 샤인, 감사합니다. 다음 무대는 누구의 무대인가요?] [이번 무대는… 음… 음. 이번 무대는 한국 가수들이네요. 이제 데뷔하는 가수들입니다.] [데뷔요? 오오. 어떤 가수들인가요?] [치셰이라고 아시나요?] [당연히 잘 알지요. 매우 좋아하는 DJ입니다. 쓩쓩, 쓩쓩.]남자 사회자의 디제잉하는 시늉에 관객석에서 웃음을 터뜨렸고,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 사회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하긴. 가룽 씨는 클럽 마니아니까요. 근데 춤은 왜 그렇게 못 추시나요?] [우욱. 마음만은 춤왕입니다. 마음만은. 아무튼!! 그 치셰이에게 자매들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자매요?] [네. 한국에서는 이들을 에디오스라고 부릅니다. 오늘 엄청난 무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소개합니다.] [에디오스으!!]사회자의 큰 목소리와 함께 조명이 꺼지며 카메라의 앵글이 무대로 옮겨갔다.
[와아아아—-!!]
음악이 흐르며 조명이 켜졌다. 그와 함께 에디오스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끝
ⓒ 이창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