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10
89화 – 대륙을 휩쓸다(9) >
[크흠흠. 크흠, 크흠!!]리달화의 기침 소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추만지 사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중국 사람들은 식사자리에서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킨다고? 개뿔…’
그는 콘서트홀을 계약하기 전, 전 직원들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리달화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우린 이제 친구입니다. 앞으로 잘 해 봅시다.
추만지 사장이 안면을 일그러뜨리는 가운데 강윤의 말은 계속되었다.
[사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섭섭한 건 사실입니다. 진정으로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더 할 말이 없군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리달화는 얼른 그의 손을 붙잡았다.
[잠깐, 잠깐만. 이대로 가깁니까?] [더 할 수 있는 게 없잖습니까.] [어허.]강윤은 몇 번이나 나가려고 했지만 리달화는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강윤이 못 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자 리달화는 입가로 호선을 그리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마음부터 가라앉히고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지요.] [저희일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 [에헤이. 사람이 성질이 그렇게 급해서야.]리달화는 계속 절절맸다. 힘으로 강윤을 누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그 놈의 체면이 문제였다. 식사자리에서 한 약속을 깼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의 체면은 바닥까지 추락할 게 뻔했다.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 누구도 그와 꽌시를 만들려고 들지 않을 테니까.
그건 매장을 의미했다.
하지만 계속 강윤이 나갈 기미를 보이자 리달화는 결국 짙은 한숨을 쉬었다.
강윤이 고개를 끄덕여도 몇 번이나 주의를 준 리달화의 눈매가 좁아졌다.
[연예계 첸구이저(潛規則, 관행)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첸구이저라는 말에 강윤의 눈빛이 변했다. 그 단어는 다름 아닌 몸로비를 의미했으니까.
“허…”
추만지 사장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가운데, 리달화는 말을 이어갔다.
[Code-N은 데뷔한 지 1년도 안 되서 정상권에 올랐죠. 소속사가 자금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고, 스타성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승승장구했죠.] [뒤를 봐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네. 누군지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강윤은 이마를 잡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건 생각보다 더 큰 문제였다.
‘하긴, 1년차 가수가 콘서트를 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지.’
하지만 누군가가 뒤에서 도와준다면? 가능할 법도 했다. 사람마음은 그만큼 요상한 거니까.
잠시 생각을 정리한 강윤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간에 취소 시켜도 무리가 없을 만한 가수가… 우리였다는 이야기군.’
추만지 사장의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보며 강윤은 몸을 일으켰다.
‘홍커우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
불합리한 일에 가슴에 불이 났지만, 강윤은 냉정하게 마음을 수습했다.
[…힘든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이해해줘서 감사합니다. 혹 필요한 게 있다면 말씀하십시오.]리달화의 미안한 모습에 강윤은 몸을 그에게 끌어당겼다.
[그러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 하시죠.]걱정되는 눈빛을 흘리는 리달화에게 강윤은 차분히 답했다.
[베이징 주 경기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네에?!]리달화는 물론, 옆에 있던 추만지마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잠깐만요. 설마 주선만을 이야기하는 겁니까?]리달화가 힘들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지만, 강윤은 말없이 그를 압박했다.
뚜렷한 답을 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추만지 사장이 강윤에게 속삭였다.
‘에디오스, 다이아틴을 모두 합쳐도 10만 명은 절대 못 채웁니다.’
다이아틴이 뜨고, 에디오스가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추만지 사장은 10만 명을 채워 넣을 자신은 없었다. 아무리 팬덤이 강해도 기껏해야 5만 명을 채우는 게 한계였다.
하지만 강윤은 생각이 달랐다.
‘1선 도시에 한류에 대한 반응. 상해만큼이나 베이징은 좋은 곳입니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 하지만 대관료는요? 게다가 여기 설치된 시설들을 철거해서 베이징에 다시 설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적자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겁니다. 10만 명이 관객석을 다 채울 거라는 보장도 없고…’
추만지 사장의 반대 속에 잠시 생각하던 리달화가 말했다.
[…연결이야 원하신다면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대관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조금은 긍정적인 말이 나오자 강윤이 씨익 웃었다.
[총경리님. 위약금을 베이징 주경기장 대관료로 대신 지불해 주십시오.]강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추만지 사장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자신들이 대관하는 요금보다 꽌시가 형성된 리달화가 요청하면 훨씬 싼 가격에 대관할 수 있을 테니까.
[크흠흠… 그건…]리달화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강윤은 눈을 빛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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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오스, AFDN ‘가왕 탑 5’통해 중국 데뷔
에디오스의 소속사 월드 엔터테인먼트(이하 월드)는 “에디오스가 오는 XX일 중국의 음악 방송 ‘가왕 탑 5’를 통해 데뷔했음을 밝혔다. 각종 음악 사이트 및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중국 K-POP 전문 유통 기업, 윤슬뮤직을 통해 ‘우리 이야기’로 데뷔를 알린 에디오스는 중국인들의 …(중략)
월드는 이번 에디오스의 중국 데뷔를 위해 앨범의 전 곡을 중국어로 재녹음했으며 멤버 전원이 중국어 연습에 수개월을 매진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윤슬 엔터테인먼트의 다이아틴과의 합동 콘서트가 예정 되어있다고 밝혀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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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오스의 중국 진출 소식이 기사를 통해 한국에 전해졌다.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고정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에디오스가 중국 진출을 했다는 소식에 팬들은 반가워하면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 우리 미나, 응원한다. 사랑해!!
– 서유야, 보고 싶다ㅠㅠ
– 월드 주식 폭등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 윗님. 월드 주식 상장 안 했음요.
– 이강윤 사장님. 돈도 좋지만 한국도 잊지 말아주세요. 꼭이요~!!
물론 악플도 있었다.
– 중국이 돈 된다니까 다 가네, 다 가.
– 월드 건물주 되더니 돈독 지대로 오른 듯.
– 한국에 걸그룹 점점 늘어나니 딴 집 살림 차리네.
포털 사이트 세이스, 파인스톡의 페이지를 통해서 에디오스에 대한 소식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파인스톡의 에디오스 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를 보며, 민진서는 낄낄대며 웃었다.
“풋. 건물주래.”
새벽이 넘은 하야스 백화점의 명품관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녀에게 같은 소속사 가수의 희소식은 기쁨이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의자에 앉아있는 민진서에게 물을 건네며 강기준이 물었다.
“반응이 좋잖아요. 아, 고마워요.”
시원하게 물 한통을 다 비워버린 그녀는 강기준에게 기사를 보여주었다.
“여기 보세요. 월드더러 건물주래요.”
“…이게 웃겨?”
“완전 웃기지 않아요? 풋. 하하하.”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민진서의 입가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밤늦게 시작된 촬영에 피곤하지도 않은지,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명품관 안은 검은 라인과 조명, 카메라가 얼기설기 깔려있었고, 배우들 분장에 바쁜 스테프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파우더를 찍겠다는 홍콩 스테프의 요청에 민진서는 눈을 감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에디오스 때문에 선생님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 한숨 놓겠어요.”
누가 강윤바라기 아니랄까봐.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강기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사장님이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 잘못될 리가 없잖아.”
“하긴요. 우리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데.”
홍콩 스테프가 메이크업을 마무리하자, 조연출에게서 곧 촬영에 들어간다는 말이 들려왔다.
“저 가볼게요.”
“응. 파이팅.”
손을 들어 등을 떠밀어주는 강기준을 뒤로하며, 민진서는 다시 촬영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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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은 시간.
막 사무실을 나서던 이현지는 강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자, 잠깐만요. 베, 베이징이요?”
공연장을 바꿔야 한다는 강윤의 이야기를 듣고, 이현지는 아연실색했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일이 그렇게 됐습니다.] “…잠깐만요. 자료 좀 보고 이야기하죠.”강윤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요청한 이현지는 자리로 돌아와 콘서트홀 자료를 뒤적였다.
얼마 있지 않아 ‘콘서트홀 정보’라는 서류를 발견하고는 ‘베이징 주경기장’ 정보를 펼쳤다. 홍커우 콘서트홀과는 전혀 다른 어마어마한 관객석과 규모를 마주한 그녀는 이마를 잡았다.
“…여긴 수용 인원만 10만 명이 족히 되는 곳이네요. 올림픽 유치한다고 신경 써서 지은 경기장으로 알아요.”
[맞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면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어야 했으니까요.]
“미루면 추만지, 이 양반이 또 난리겠죠. 이런 사정이 있는데, 차라리 엎었다고 하면 안됐을까요?”
그 말에 강윤은 단호하게 답했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우릴 도와준 추 사장님에게 고개를 들 수 없겠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거잖아요. 추 오빠가 그렇게 융통성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그렇긴 합니다만… 시기를 놓치고 싶진 않았습니다. 상승곡선을 탈 때, 큰 한방으로 쐐기를 박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여러모로 골치네요.”
이현지는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다. 점점 일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기분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베이징으로 확정 된 건가요?”
[늦어도 이번 주 안에 도장을 찍을 겁니다. 리달화 총경리에게 못을 박았어요.]
“대관료는요? 지난번에 말했지만 지금 우리 자금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아요.”
회사 규모가 커지며 일을 많이 벌이다 보니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이 줄었다. 장기적으로는 더 큰 돈이 들어오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위약금은 홍커우 측에서 베이징 주경기장 대관료를 대신 내 주는 것으로 합의 했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우리가 직접 대관료 협상을 하면 위약금보다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상대도 좋아했겠네요. 위약금으로 들어가는 돈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네. 대신 장비들을 옮겨야 하는 수송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화기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오자 이현지가 걱정되는 투로 물었다.
“그 정도는 괜찮아요. 걱정되는 건 그 쪽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죠?”
[더 이상 자기 얼굴에 그런 먹칠할 짓은 안할 겁니다. 그랬다간 업계에서 신뢰를 잃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군요. 한 번 약속을 깬 것도 엄청 클 텐데… 그나저나 사장님, 중국에서 일하는 게 익숙해지셨네요. 작년, 하야스였나? 그 쪽하고 약속이 틀어졌을 때는 협상이 안 되서 고생 많이 하셨잖아요.”
그녀의 칭찬에 전화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경험이 큰 자산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사님께도 많이 배웠고…] “하하하. 그런가요?”이후 콘서트에 들어갈 장비 증설로 인한 비용 이야기를 하고 이현지는 통화를 마쳤다.
통화 당시와는 달리, 그녀에게 약간의 수심이 감돌았다.
“10만 명을 어떻게 채우나. 마케팅이 문제네…”
창 밖, 월드 스튜디오에 붐비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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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달화와 협상을 한 지 사흘 뒤.
강윤은 베이징에서 상해로 향하는 징후고속철(京 沪高速鐵) 안에 있었다.
‘빨리 마무리돼서 다행이야.’
기차 안에서 대관을 하겠다는 서류에 찍힌 도장을 보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위약금을 대체해주겠다는 말이 주효했는지, 리달화는 위약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베이징 주 경기장과 협상을 마쳤고, 강윤은 그 날로 베이징으로 가 도장을 찍었다.
‘우리가 그 정도 값으로 협상을 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받지 못한 위약금, 장비 운송비 등이 아까웠지만, 그런 손해는 잊기로 했다.
게다가 베이징 주경기장은 누구도 콘서트를 할 엄두도 못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니 강제로 취소될 염려도 없었다.
약 5시간을 달려 상해에 도착한 강윤은 윤슬 엔터테인먼트로 가려다 눈앞에 보이는 황푸강을 발견했다.
‘진서한테 가볼까?’
마침 민진서가 시얀 백화점에서 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강윤은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는 시얀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에 도착해서 촬영이 있는 고층에 있는 공중정원에 도착하니 마침 휴식시간이었는지, 촬영장은 시끌시끌했다.
“어? 사장님.”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강윤을 발견한 강기준이 그의 팔을 잡았다.
“강 팀장님.”
“우리 사장님, 언제 오시나 했습니다.”
넉살이 늘었는지, 강기준의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의 뒤를 따라 강윤은 민진서가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나무 아래로 향했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민진서에게 한 스테프가 눈 화장을 해주고 있었다.
난데없이 강윤이 난입하자 스테프는 어리둥절했지만, 강기준이 민진서의 사장이라고 이야기하자 순순히 리무버 펜을 건넸다.
눈에 닿는 느낌이 변하자 눈을 감은 채 민진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윤은 손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네, 감사해요.]사람이 바뀐 걸 몰랐는지, 민진서는 조용했고 정성스럽게 강윤은 그녀의 눈 화장을 해주었다.
메이크업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걱정하던 스테프와 강기준은 강윤의 화장 솜씨에 놀랐는지 표정이 변했다.
난데없이 한국 남자가 화장쇼(?)를 펼치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진귀한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스테프들과 감독진까지 모두가 웅성거렸다.
‘뭐지?’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자 이상하다 여긴 민진서는 눈을 떴다.
[갑자기 뭐… 꺽!!! 서, 선생님?!]상상도 하지 못한 강윤의 등장에 민진서는 순간 몸을 뒤로 물렸다.
그녀의 표정이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라,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민진서는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한편, 강윤은 리무버를 든 채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조금만 있어봐. 거의 다 됐으니까.”
“우… 네.”
부끄러웠는지, 민진서는 얼굴을 붉힌 채 눈을 감았다. 그것도 아주 질끈.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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