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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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90화 – 취임, 그리고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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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하던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중궁에서 에디오스가 파란을 일으키는 동안, 한국에서도 그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에디오스나 다이아틴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지금도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한 가수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확의 달을 노리며 예랑의 윙클과 GNB의 페이션이 나란히 컴백하면서 한국 가요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오렌지 빛 조명 아래 두 그룹의 기획사 사장 GNB의 한영숙과 예랑의 강시명은 나란히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말을 못 맞췄네요.”
한영숙 사장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요. 이번만 양보해주시면 가을에는 양보해드린다니까.”
강시명 사장도 잔을 흔들며 쓴웃음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한영숙 사장은 체념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곤 그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후우. 생각해보면 두 회사 모두에게 이번 시기는 포기하기 힘들긴 했죠. 에디오스, 다이아틴도 없고 5월까지 왔으니. 아쉽긴 해도 무리긴 했어요.”
“그렇긴 하죠. 아쉽긴 합니다만… GNB엔 나엘도 있고, 트위스텔도 있으니깐요.”
“그러는 강 사장님도 드라마 제작사가 건제하잖아요?”
늘어진 고무줄 같다가도, 금방 팽팽해졌다.
대형 가수끼리는 컴백 시기를 맞추는 게 정석이건만 이번 만큼은 그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적기였으니까.
그걸 알기에 한영숙 사장은 소모전을 관두고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월드 소식은 들으셨어요?”
강시명 사장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얼굴을 폈다.
“이강윤이 회장에 취임한다지요? 들었습니다.”
“그 사람, 참 물건은 물건이네요. 월드 소속 팀들이 자회사로 독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짐작은 했었는데… 결국 그렇게 됐네요.”
한영숙 사장은 묘한 얼굴로 잔을 들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무려 엔터테인먼트 계의 두 번째 회장 탄생이 임박했으니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게다가 상장도 하지 않고 회장을 칭한다니. 그만큼 회사 규모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 강시명 사장의 입가가 뒤틀어졌다.
“…곱게 그런 자리를 줄 순 없죠.”
한영숙 사장의 눈가가 꿈틀댔다.
그러고 보니 강시명 사장과 이강윤의 사이는 좋지 않다는 건 업계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다 잘 아는 사실이었다.
“뭔가 들은 소식이라고?”
“과연, 어떨까요?”
묘한 이야기에 한영숙 사장의 얼굴도 기묘해졌다.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섭다더니.’
그가 이강윤을 싫어한다는 거야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전 모르겠네요. 월드 클래식? 그 공연 기획하는 쪽이 어떻게 되는 지보고 생각해봐야겠어요.”
한영숙 사장이 보다 못해 뭔가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 옆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별 볼일 없을 겁니다. 최경호같이 나이 든 사람이 공연기획이라니요.”
두 사람이 돌아보니 MG 엔터테인먼트의 원진표 사장이었다. 두 사람과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잠깐 끼어도 되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오늘은…”
“물론입니다.”
한영숙 사장이 거절을 하려는데, 강시명 사장이 승낙했고, 원진표 사장은 강시명 사장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저런 사람하고는 엮이면 안 되는데.’
이빨 빠진 호랑이, MG. 아직은 저력이 있었지만 사장이 문제였다. 원진표 사장이 있는 한, 한영숙 사장은 MG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의 생각을 가진 채, 세 사람은 잔을 부딪쳤고 원진표 사장이 이야기를 꺼냈다.
“…이강윤 그 놈은 속을 알 수 없던 놈입니다. MG에 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가수를 위한다는 핑계로 월권을 하는 건 기본이고, 직원들 말은 개똥으로 알며 밀어붙일 줄만 알았죠. 각종 비열한 수로 민진서를 빼갔고, 마지막엔 스타타워까지…”
원진표 사장의 이야기를 듣는 한영숙 사장은 기가 막혔다.
‘이강윤이 뺏은 게 아니라 MG가 놓친 거지.’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강시명 사장은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강윤 그 놈이 그렇습니다. 독단적이고, 야비하죠. 업계 질서도 마음대로 흐트러뜨리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츠파인? 그것 때문에 회사들이 말이 많았잖아요? 자기 말은 다 옳고, 다른 사람들은 다 등신들인… 퉤.”
가수들 사정은 더 좋아졌는데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두 남자는 의기투합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려는 자리가 변질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남자들이 찌질하게.’
한영숙 사장은 담배를 비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일어나십니까?”
술기운에 얼굴이 붉어진 강시명 사장이 묻자 한영숙 사장은 이전보다 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이강윤 일은 어떻게 하실…”
“사장님들 결정되시면 이야기해주세요. 전 바빠서…”
원진표 사장의 말을 끊어버린 후, 한영숙 사장은 가방을 챙겨들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원진표 사장은 입꼬리를 올렸다,
“여자와는 큰일을 도모하기 힘든 법이죠. 자, 한잔 하실까요?”
“원 사장님과 이리도 마음이 통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후후, 이제 진짜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녀가 간 이후,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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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골든위크에 풀로 스케줄을 소화한 이후, 인문희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이번에 중요한 발표가 있어요. 꼭 와 주세요.
이현지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 그녀가 직접 연락을 해왔다면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궁금함과 불안함, 설렘을 안고 인문희는 나리타 공항 출국장에 섰다.
츠카사 프로듀서의 배웅을 받으며 인문희는 한국으로 출발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장을 두리번거리는데 반가운 인물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인문희의 눈이 반가움에 휘둥그레졌다. 중국에 있다는 강윤이었다.
“오랜만이야.”
“사, 사장님?!”
반가움에 인문희는 강윤에게 포옹을 하려 했다. 그런데 그를 끌어안기 전, 누군가가 성큼 다가서더니 인문희를 끌어안았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아… 어? 민진, 진서 씨?”
느닷없이 느껴지는 체온이 인문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민진서와 이런 인사를 나눌 사이인가? 의문스러웠지만 그녀의 생글거리는 미소에는 당할 도리가 없었다.
“크흠. 차로 가자.”
민진서가 왜 저러는 지 아는 강윤은 헛기침을 하곤 앞장섰다.
‘이럴 때라도 같이 있어야지.’
강윤의 바로 뒤에서 민진서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강윤이 그녀의 촬영장에 방문한 이후, 얼굴을 제대로 마주한 시간조차 없었던 후유증이라 그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차에 올라 회사로 향하는 길에서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에디오스 소식 들었어요. 1달 만에 뜰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운이 좋았지.”
“에이, 운이라니요. 다들 노력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인문희의 말에 강윤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데뷔 1달 만에 에디오스는 대륙에 이름을 널리 퍼뜨리고 있었다. 이 결과를 위해 모두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인문희의 눈에도 선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에 강윤은 그녀의 머리를 부볐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누구 마중인데. 일본에서 그렇게 고생하는데.”
“어어? 이러시면 곤란해요. 사장님 같은 분이 이러면 설레요.”
인문희가 부끄러운 척 하며 강윤의 어깨를 툭 밀쳤다.
“실없는 소리하긴. 요새 외로워?”
“아주 외롭죠. 일만 하고 사는데… 아직 애인 모집 중이랍니다. 아, 연예하고 싶다.”
“아직 만나는 사람 없어?”
강윤의 물음에 그녀는 장난스럽게 미소 짓고는 고개를 강하게 흔들었다.
“에이, 사장님. 너무 대놓고 물으시는 거 아니에요? 일본 남자들한테 몇 번 대쉬 받긴 했는데 영 아니었어요. 섬세한 매력은 있는데 과감함이 없어서 싫었어요. 와일드하고, 화끈한 사람이 좋은데…”
“그런 사람이 누가 있을라나.”
그때, 앞좌석에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민진서가 끼어들었다.
“선생님은 확실히 아니네요. 와일드한 분은 아니니까.”
화제가 강윤 쪽으로 돌아가자 강윤은 멍해졌고 인문희는 입을 막고 웃었다.
“사장님? 사장님이면 최고의 남자죠? 남자지? 아… 응. 그랬…죠? 아니, 그랬어.”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요.”
“아하하하. 그랬지, 참.”
이전에 다 말 놓기로 해놓고선…
오랜만에 만난 게 어색했던 인문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모든 여자의 공통 관심사, 남자 이야기에 모두가 귀를 솔깃했고 대화는 활기를 더해갔다.
강윤은 인문희를 경계하는 민진서가 귀엽게 느껴져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너나 잘해, 너나.”
“아야얏.”
머리에 느껴지는 두툼한 손길에 민진서는 작은 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강윤을 향해 작게 푸념을 했고, 강윤은 웃으며 받아 넘겼다.
사이가 좋아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인문희의 눈이 장난스럽게 호선을 그렸다.
“오호라. 진서는 사장님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느닷없이 인문희가 정곡을 찔러왔지만 강윤은 여유 있게 그녀의 말을 받았다.
“진서 나이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어? 선생님 같은 남자면 나이는 상관없는데요.”
하지만 돌은 다른 곳에서 날아왔다. 민진서의 장난 아닌 장난에 강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인문희마저 예상외의 답에 눈을 껌뻑였다.
“하긴, 사장님 정도면…”
그때, 강윤은 시야에 들어온 월드 스튜디오를 가리켰다.
“문희야. 저기가 우리 회사야.”
“아, 저기가요?”
화제가 전환되었다.
강윤이 가리키는 건물을 보며, 인문희는 경악했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건물은 거대했고, 입구에 도착해서 건물을 올려다보니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이전의 작은 건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으니까.
“어? 민진서다!!”
“저 사람… 유리야, 유리!!”
“이강윤이다!!”
입구에 몰려 있던 팬들이 강윤 일행을 발견하고 소리치자, 민진서는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아—!! 민진서~!!”
이전에는 회사에 팬들이 몰려온 일이 거의 없었기에 인문희는 멍해져 눈을 껌뻑였다.
민진서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가운데, 강윤은 모두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실로 향하니, 이현지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다들 오느라 고생했어요.”
회의실에는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희윤아. 현아야!!”
“언니이~!!”
인문희가 오랜만에 만난 가수들, 직원들과 회포를 푸는 동안 강윤은 이현지에게 눈을 돌렸다.
“별 일 없었습니까?”
“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없네요.”
“그렇군요.”
이현지의 장난을 가볍게 넘긴 강윤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국에서 한창 활동을 하고 있는 에디오스부터 스캔들로 말썽은 일으켰지만 활발한 음악활동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현아와 하얀달빛, 이젠 가창력으론 손에 꼽을 정도가 된 김재훈, 히트곡 제조기라고 불리는 이희윤과 쌍둥이 자매를 비롯한 연습생들까지. 모두가 격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민진서와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가는 각 팀원들이 나누는 중국 연예계 이야기도 들려왔다.
– 문희 씨. 올해 말에 도쿄 돔에서 콘서트 하는 거는…
– 희윤 언니. 저 이번 곡에…
– 선배니임~ 저두…
그렇게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현지가 강윤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았다.
“회장님. 무슨 생각하세요?”
“아…”
“다들 기다리잖아요.”
그제야 강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시 멍해져 있던 탓일까. 주변은 잠잠해져 있었다. 모두의 눈이 자신에게 모아져 있는 걸 보니 강윤은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그럼, 시작해도 될까요?”
“네!!”
학생들에게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힘찬 답이 강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바쁜데 모이게 해서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모두 바쁜 와중에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 앞으로의 월드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매니저들에게, 직원들에게 모두가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팀들이 성장하는 과정, 회사로 독립하는 과정 등등. 강윤은 이 모든 과정을 모두에게 알리고 있었으니까.
오늘은 그 결실을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우린 새롭게 출발합니다. 가수를 담당하는 월드 엔터테인먼트, 배우를 담당하고 드라마를 제작하는 월드 C&C, 공연전문 기획사 월드 클래식, 그리고 음원 서비스 이츠파인. 각 팀장님들은 일어나주십시오.”
강윤의 말에 강기준과 최경호, 전형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식으로 인사해주십시오. C&C를 담당할 강기준 사장님, 클래식의 최경호 사장님, 그리고 이츠파인을 담당해 줄 전형택 상무님입니다.”
강윤의 소개에 모두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미 모든 직원들은 자리 배치를 마쳤고, 경력에 맞는 보상과 보너스까지 돌아갔다, 팀장들은 공식화만 안 됐지 사실상 CEO나 다름없었고.
대표로 최고 연장자인 최경호가 마이크를 들었다.
“…제가 월드로 스카우트되기 전, 사장님이 약속하신 것이 있었지요.”
모두가 궁금한 표정을 짓자 최경호는 강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외부의 압력으로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약속이었죠. 공연이라는 게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엎치락뒤치락 하거든요.”
“…..”
“사장님은 그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여기 계신 누구 하나 외부 압력에 노래나 연기하는 걸 포기 하지 않았고, 이번 에디오스 콘서트 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부 문제로 공연장 계약이 취소되었을 때도 사장님은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해결했죠. 부정한 수단도 쓰지 않고…”
최경호의 담담한 말에 모두가 빠져들고 있었다. 잠시 말을 멈춘 최경호의 눈이 빛났다.
“그런 분이라면, 회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네에!!”
“!!!!!”
최경호와 이현지가 눈을 맞추며 씨익 웃는 가운데, 모두의 시선이 강윤에게 쏠렸다.
‘이사님도 참.’
모두에게 인정받는 회장.
강윤은 이현지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모두의 인정을 받는다는 명분.
그녀가 만든 시나리오가 뻔히 보였으니까.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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