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14
90화 – 취임, 그리고 지각변동(2) >
“이런 식으로 아부하셔도 추가 수당은 없습니다만…”
“하하하하.”
강윤이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하자 회의실 안에는 작은 웃음보가 터졌다.
잠시 후, 웃음소리가 잦아들자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식구들 앞에 가장 먼저 인사드리게 돼서 기쁩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월드 스테이션의 회장이 된 이강윤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강윤의 선언에 모두가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힘드네.’
후끈 달아오른 회의실을 바라보니, 이현지는 큰 산을 하나 넘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자회사설립 문제, 회장 취임 문제 등 남모르게 속을 많이 썩어왔기에 누구보다도 이 순간이 가장 기뻤다.
그녀와 잠시 눈을 마주한 강윤은 다시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그 동안 모두 한 마음으로 달려온 덕에 작은 2층 건물은 스타타워라는 거대한 사옥이 되었고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월드 스테이션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서 회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것, 전적으로 여러분 덕분입니다. 모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우오오오오!!!”
짧은 축사가 끝나자, 다시 한 번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단순히 월급만을 위해 일 해온 회사가 아니었기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외칠 수 있었다. 일은 고됐지만, 합당한 보상이 따랐고, 성취동기도 분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기획사 월드 스테이션과 원진문 회장 이후, 다시 나오기 힘들 거라는 엔터계의 회장이 취임하는 순간이었다.
회의실에 강윤의 이름이 퍼져가는 가운데, 그는 다시 사장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사장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손을 들어 사람들을 잠잠하게 한 강윤은 문 비서에게 미리 준비한 것들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했다. 곧 그녀는 강윤에게 4개의 작은 박스를 직접 사장들에게 전해주었다.
“이건…?”
“뜯어보세요.”
사장들이 박스를 풀자 작은 카드 뭉치들이 나왔다.
[WORLD C&C CEO 강기준(Kang Ki June)] “!!!!”새로운 직위에 맞게 제작한 명함이었다.
사장들이 기뻐하는 얼굴로 명함을 만지작할 때, 강윤은 직원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모두에게 직접 명함을 전달해 드리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사장단만 직접 드립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후, 사내 창립기념식 겸 취임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광고 시간에 이현지는 열흘 뒤, 외부 인사를 초청해서 창립 기념 파티를 개최한다는 말을 전하며 가수들의 스케줄도 가급적 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경호와 강기준을 비롯한 사장단이 직원들의 배치를 이야기하며 회의는 끝났다.
마지막 말은 강윤이 장식했다.
“…자, 이 시간 이후로 우리는 월드 스테이션의 직원들입니다. 하는 일은 달라도 이 사실을 기억하고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예!!”
직원들과 연예인들의 힘찬 목소리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강윤이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맞다. 제일 중요한 걸 빼먹었군.”
“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가운데 강윤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번 달에 창립 기념 보너스가 입금될 겁니다.”
“와아아아—-!! 보너스!! 회장님~!! 회장님!!”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외침에 회의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내부 창립기념식을 마친 후.
리뉴얼 작업이 시작되었다. 홈페이지부터 팬 페이지 등 밖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교체되었다.
그 과정에서 ‘월드 스테이션’이라는 회사의 이름도 모두에게 공개되었다.
“월드 스테이션?”
“자회사 설립 소문만 무성하게 돌더니, 이제야 하나?”
리뉴얼이 빠르게 진행되었지만 팬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사전에 언론에 이야기를 흘렸고, 홈페이지나 팬 카페를 통해 공지를 해놓은 효과였다. 그러나 강윤이 회장에 취임한다는 소식은 전혀 없었기에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 엔터계에 드디어 회장이 나오다니…
– 40도 안된 놈이 회장은 무슨 회장임?
– 이강윤이면 괜찮지 않나요? 원진문 회장도 이강윤 실적은 못 따라감.
– 윤슬이나 예랑, GNB면 말이 안 되는데, 월드라면 인정각임.
– 10년도 안 된 회사에서 회장이 말이 됩니까?
찬성, 반대로 나뉘어 의견이 분분했다. 관심 없다는 사람은 소수였다.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란은 연일 토론이 벌어졌다. 월드 스테이션, 회장 탄생은 엔터 업계나 팬들에게 연일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런 영향은 영향력 인사들이 대거 모인 월드 스테이션 창립 파티에서도 이어졌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와 다르게 정장을 갖춰 입은 강윤은 정중하게 정부 인사들을 맞았다.
강윤 옆에 선 이현지도 거의 입어본 적 없는 고혹적인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소문으로 들었지만 이사님이 정말 미인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정진용 이사관님. 이사관님, 넥타이는 누가 골라주셨나요? 잘 어울리시네요.”
작은 키였지만, 좋은 신체 비율을 가진 이현지에 탄복하는 사람들을 맞는 이현지는 정부 측 사람들을 능숙하게 맞았고, 강윤은 연예계, 방송국 사람들을 상대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장단 최경호나 강기준도 몰려드는 손님맞이에 손이 붓도록 악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회장, 이사, 사장 모두가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을 지켜보던 한주연은 질렸는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오늘은 사장님들이 주인공인 듯.”
질투라도 하는 건지.
드물게 툴툴대는 언니의 반응에 서한유는 음료잔을 건네며 언니의 어깨를 감쌌다.
“에이, 우리가 저런 분들한테까지 인기 많으면 힘들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에이.”
“좋게 생각하자고요. 어라? 저 사람, 현아 언니 남자친구 맞죠?”
서한유는 손가락으로 이현아와 딱 붙어 있는 위진성을 가리켰다.
가뜩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던 한주연은 둘 만의 시간을 즐기는 남녀의 모습에 안면을 구겼다.
“옆구리 시리게… 나도 연애나 할까?”
“에에? 그거 진심이에요?”
서한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한주연은 이내 체념했는지 고개를 떨궜다.
“농담이야, 농담. 농담!! 저번에 엿 먹은 걸로도 충분하거든?”
“…그렇죠?”
“…넌 모태솔로생활이 좋냐? 딴 애들은 3년만 지나면 비밀 연애도 한다던데. 하여간, 이 군기반장.”
한주연은 투덜대며 서한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인상을 구겼고, 언니의 심술을 받아주며 서한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희윤과 피아니스트 계효민이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계효, 효민…”
“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네. 어, 언니. 그… 독주회를 우리 오빠가…”
예술가 특유의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에 눌렸는지 희윤은 목소리를 떨었다. 가수들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에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천재 작곡가라는 희윤의 어리숙함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계효민은 부드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강윤 씨가 만든 독주회는 내 슬럼프를 날려버렸죠. 나중에 생각해봤는데, 강윤 씨는 무대에 서는 사람을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것 같아요.”
“맞아요, 맞아. 진짜 보는 것 같은… 저희 가수들한테도 그런 말 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나저나… 그 월드의 뮤즈가 아주 미인이네요.
“언니도 미인이세요.”
“입에 침은 바르고 하는 말이죠?”
“…진짠데.”
가벼운 장난에 당황하는 희윤이 귀여웠는지 계효민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떠들썩한 여인들의 소리가 들려왔고, 희윤의 눈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어? 저 가수는 티앤티 아닌가…?”
희윤의 말에 계효민의 눈도 김재훈과 대화하는 5명의 여인에게로 향했다.
“월드가 좋긴 좋은가봐. 오빠 얼굴 완전 폈네, 폈어.”
티앤티의 리더, 김효린은 김재훈의 볼을 꼬집으며 장난을 쳤다.
“오애마에바오오서보우더자나?(오랜만에 봐놓곤 볼부터 잡냐?)”
“오빠 볼은 남자 같지 않게 야들야들해서 좋거든.”
“…애 오이 오오이아오 애야?(내 볼이 소고기라도 되냐?)”
양 볼을 잡힌 김재훈이 투덜댔지만 김효린은 그의 볼을 늘렸다 줄였다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자주 술자리를 가지는 가수들답게 티앤티와 김재훈은 매우 떠들썩했다.
힘겹게 김효린의 마수에서 벗어난 김재훈은 발갛게 달아ㄴ오른 볼을 만지작대며 근황을 물었다.
“뭔 손이 이렇게 매워? 그건 그렇고, 결국 라우렐하고 재계약 했다면서?”
그의 물음에 메인보컬인 주정현이 답했다.
“그렇게 됐어요. 난 월드랑 계약하고 싶었는데…”
“정현아. 그래도 여잔 의리, 의리 아니겠어?”
“…의리가 밥 맥여주나?”
이민의 말에 주정현이 툴툴대자 그녀는 당황했다.
“그, 그건 그렇지만… 자꾸 그러면 우리 사장님 운다고.”
“됐다 그래. 민이 너도 월드 좋잖아?”
“그, 그게…”
어느새 자기들만의 수다에 빠져 접시 깨지는 줄 모르는 여인들을 두고 김재훈은 슬금슬금 물러났다.
한편, 강윤은 정부 인사들을 뒤로 하고 한 여인을 마주하고 있었다.
“축하드려요, 이 사장님. 내 정신 좀 봐. 이제 회장님이시죠?”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한영숙 사장님.”
GNB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한영숙 사장과 악수를 나눈 강윤은 옆에 있던 잔을 권했다.
“감사해요. 오늘,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귀한 시간 내주신 분들입니다. 감사할 뿐이죠.”
“저 분들은 누구시죠?”
한영숙 사장은 강윤 뒤쪽에서 이현지와 잔을 기울이고 있는 정장 군단을 가리켰다.
“중국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바쁜 와중에 하야스 백화점과 시얀 백화점 분들이시죠.”
“잠깐, 그 두 업체면 서로 앙숙 아닌가요?”
한영숙 사장이 의문을 표하자 강윤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앙숙이라기 보단 라이벌에 가깝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지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강윤의 설명에도 한영숙 사장은 수긍하기 힘들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대륙에서 순위권에 드는 유통업체, 하야스와 시얀이 으르렁대는 사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긴, 두 회사에게 동시에 PPL을 받을 정도라면 이런 장면이야…,’
한영숙 사장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불편한 기색으로 잔을 부딪히는 외국인들을 볼수록 강윤의 수완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일본어도 들려왔다. 저 멀리선 영어까지…
거기에 정부 인사들, 한국에서 온 중소기획사 사람들, 방송국 등등.
다양한 국적, 다양한 업계, 다양한 사람.
‘월드’라는 매게로 모인 많은 사람들을 접하니 한영숙 사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그 사람들, 없네.’
묘한 생각이 들었다.
파티 시간은 중간을 넘어 끝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MG나 예랑의 사장단이나 직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답지 못한, 졸장부라는 인식이 박힌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한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이상했다.
‘시시한 사람들이니, 술이나 푸고 있겠지.’
질투에 눈이 먼 이들이었다.
더 이상, 그들에게 에너지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느낀 한영숙 사장은 강윤을 향해 잔을 들었다.
“월드 스테이션이라… 어감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맑게 잔 부딪히는 소리가 퍼져나가고,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월드의 저력이 놀랍네요. 일본, 중국… 조만간 동남아시아도 가시겠죠?”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중국하고는 또 다른 곳이니까요. 그 곳은 저희와 함께 하는 게 어떤가요?”
“하하하. 나중에 말을 맞춰보지요.”
강윤의 시원한 답에 한영숙 사장은 미소를 지었다.
과연 그는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고, 무대를 개척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잔을 들었다.
샴페인을 비운 강윤이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들었습니다. 한 사장님이 이츠파인에 음원을 보내주셨다고. 덕분에 점유율이 많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철저히 실리적인 판단이죠. 이츠파인이 서비스가 좋기도 하고 말이죠.”
“그 동안 기존 음원서비스 업체들에게서 이츠파인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는 대가로 특혜를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그걸 포기하고 와 주신 것, 잘 압니다.”
한영숙 사장은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MG와 예랑, 두 사장을 만난 이후, 월드와 좀 더 가까워져야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이츠파인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앞으로 저희 GNB와 월드가 잘 지낼 수 있으면 족해요.”
“이를 말입니까.”
“아, 전 요새 추만지 사장님이 부럽더군요.”
윤슬과 월드 사이와 같이 굳건한 사이가 되고 싶다는 의미였다. 강윤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하하하. 그건…”
강윤이 답을 하려는데, 이현지가 급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한영숙 사장에게 목례를 하곤 강윤에게 눈을 돌렸다.
“회장님. 이야기 중에 죄송합니다.”
이현지는 강윤에게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손짓했고 그는 한영숙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그녀와 함께 테라스로 향했다.
강윤은 이현지와 테라스에 나란히 선 후 물었다.
“무슨 일 입니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어요. 하…”
숨을 고르고, 고개를 몇 번 흔든 이현지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어요. MG와 예랑이 합병을 한다는군요.”
“MG와 예랑… 이 말입니까?”
강윤의 눈이 약하게 꿈틀댔다.
MG와 예랑의 합병. 두 기업이 모두 월드 스테이션을 적대한다는 건 업계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 있었기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규모로는 월드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위협요소로는 충분했다.
“…역시, 쉽게 가진 못 하는군요.”
“그럴 듯해요. 회장님. 각오 단단히 하셔야 할 듯?”
이현지의 말에 강윤은 손가락으로 깍지를 끼며 주욱 뻗었다.
두두둑.
뼈마디 부딪히는 소리가 퍼져가며 강윤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재밌게 됐습니다. 붙어보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며 두 사람은 다시 파티장 안으로 들어갔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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