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21
92화 – 도화선(3) >
“형, 왜 그래?”
어두워진 강윤의 표정을 본 이준열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이 한마저 심각한 분위기를 느끼곤 안색이 어두워지며 테이블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별거 아냐. 문 비서. 홍보팀에 연락해주세요. 곧 들어간다고.”
“알겠습니다.
“별 문제 아는데 들어간다고? 무슨 일인데?”
이준열이 펄펄 뛰었다. 걱정, 아쉬움 등으로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의 마음을 안 강윤은 어깨에 손을 얹고는 차분히 타일렀다.
“다음에 한 잔 살게.”
“형은 진짜. 회장님 되면 다 이래?”
“미안하다니까.”
“그래, 됐다. 나중에 로이정에서 한잔 사기나 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준열을 뒤로 하고 강윤은 급히 포장마차를 나왔다.
급히 차를 몰아 회사에 도착한 강윤은 바로 홍보팀으로 향했다. 급보가 전해졌지만 커다란 사무실에는 단 하나의 불밖에 켜지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일에 강윤은 의아해했다.
“아니, 당직 직원들은 다 어디가고.”
갑자기 터지는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홍보팀은 돌아가며 당직을 선다. 그런데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질 않으니…
“회, 회장님.”
두 사람의 인기척에 막 입사한 신입, 나도영은 급히 달려왔다.
우물대는 그녀에게 강윤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다른 직원은 어디 있습니까? 선임이 있을 텐데요.”
“그게…”
나도영은 우물쭈물했다. 하필이면 선임이 별 일 없을 거라며 집에 간 날, 일이 터져버렸다. 엎친 데 덮쳤다고 회장이 들이닥쳤다. 이건 뭐라고 변명할 거리가 없었다.
타앙.
“이사님?”
“회장님도 오셨군요. 어라? 다른 직원은요?”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젖은 머리를 한 이현지까지 들이 닥쳤다.
‘아아… 난 망했어, 망했어!!’
나도영은 죽고 싶었다. 엎친 데 덮치고, 무너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급히 왔는지 이사의 복장까지 가관이었다. 정장은 온 데 간데없고 모자 달린 후드티라니. 이사가 저리 급하게 달려왔는데 직원이 없다?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강윤은 이현지에게서 나도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담은 나중에 하죠. 상황은요?”
나도영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곤 모니터를 돌렸다.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기사들과 댓글들을 모아서 만든 데이터였다. 모니터를 본 이현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고작 의혹일 뿐인데, 말들이 많네요.”
이현지는 모니터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수없이 달린 댓글들을 보니 내용이 가관이었다.
– 단기간에 월드가 성장한 게 이런 방법이었어? 실망.
– 에디오스도 MG 연습생 빼가서 한 거임. 주서먹기 달인 인증
– 민진서도요. 상습범입니다.
– 김재훈도 그렇죠. 뺏어 쓰는 건 월드의 특기입니다. 아주 악질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 많았다. 그때, 월드가 받아들인 사람들은 연습생이 아니라 가수들이었다. 다른 소속사 연습생을 직접 받아들인 경우는 없었다. 사실과 전혀 관련 없는 내용으로 혼란을 주고 있었다.
“일단 더 커지기 전에 수습부터 해야겠군요. 아직은 그리 커지진 않았으니까요.”
“같은 생각입니다. 도영 씨.”
“네!! 회장님.”
잔뜩 기합이 들어간 나도영이 큰 소리로 외치자 강윤은 입가에 잠깐 미소를 지었다.
“내일 12시까지 반박기사 준비해달라고 홍보팀장에게 전해주세요.”
“12시까지 말입니까?”
“네. 아, 오늘 당직사원은…”
강윤은 이현지를 바라보며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출근하면 바로 이사실에 들르라고 전해주세요.”
“아, 네.”
악마처럼 눈가에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이현지를 보니 나도영은 선배가 안쓰러워졌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월드의 홍보팀 직원들은 정신없는 아침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낮 11시 45분.
점심시간에 맞춰 월드의 입장에 선 반박기사가 나왔다.
– [단독] 정당한 오디션 거쳐 선발한 것. 월드, 스카우트 과정 공개
월드 스튜디오에서 연습생 A양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연습생 A양은 월드의 정당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 선발되었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연습생 가로채기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습생 A양은 전 소속사와 계약이 만료되었으며 하등 문제가 없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그 동안 월드의 연습생 선발 과정은 공개된 적이 없어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다며 연습생 선발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월드의 연습생 선발 과정은 지망생이 영상을 보내면…(중략)
.
.
“회장님은 오늘 점심도 한국에서 먹는군요.”
이현지는 맞은편에서 수저를 들고 있는 강윤을 향해 미소 지었다. 지위 때문인지 직원들은 그녀와의 점심식사를 부담스러워했고, 덕분에 사내에서 그녀는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이 난리를 치겠군요.”
“에디오스요? 현장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눈매를 찡그리며 이현지는 양손을 턱에 기댔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이 아닌 걸 알았지만 강윤은 난색을 표했다.
“전 현장이 좋습니다. 현장을 알아야 감을 잃지 않고 월드를 이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경영은 이사님이 계시는 데 굳이 제가 나설 이유가 없죠.”
“하여간… 갑자기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설레니까요.”
“허. 참. 그렇다면 거절하겠습니다.”
강윤이 몸을 뒤로 기대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이현지는 눈매를 가득 좁혔다.
“아직 고백도 안했는데 이러면 실례 아닌가요?”
“그게 고백 아닙니까?”
“강윤 씨. 여자 마음을 이렇게 몰라주면 곤란해요. 회사 들고 날라버릴 수도 있어요.”
장난치는 두 사람의 입가에 웃음이 퍼져갔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두 사람은 회사로 복귀했다. 일이 수습되어 가는지 알아보기 위해 홍보팀으로 가니 홍보팀장 강용진이 정신없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괜찮아요. 일 하세요. 강 팀장님. 어떤가요?”
기사가 나간 후, 2시간이 지났다. 이쯤 되면 반응이 슬슬 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직원이 취합된 데이터를 가져오자, 강용진은 강윤에게 그것을 건넸다.
여론과 기사들을 취합한 데이터를 보고 강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한시름 놔도 되겠군요.”
“네. 기사와 함께 자료들을 제시하며 의혹들을 풀어준 게 컸습니다.”
“그래도 아쉽습니다. 연습생 선발 과정을 오픈하고 싶진 않았는데…”
회사의 큰 정책을 오픈한 아쉬움을 보이는 강윤에게 강용진 표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직원들을 격려한 후, 강윤과 이현지는 홍보팀을 나왔다.
– 자, 빨리 마무리 하자고!!
닫힌 문 안에서 강용진의 기합 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강 팀장님은 언제 봐도 기운이 넘치는군요.”
“저래야 홍보팀답죠. 회장님은 저녁 비행기로 가시나요?”
“네. 집에 들렀다가 출발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그냥 가면 희윤이가 얼굴을 긁어놓을 기세라서…”
“안 봐도 비디오군요.”
이현지가 혀를 차자 강윤은 쓴 웃음을 내며 집으로 돌아갔다.
———-
타닥타닥타닥.
거대한 지하실, 영혼 없는 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이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져갔다.
좁은 통로를 지나다니며, 두꺼운 서류를 든 남자가 거친 목소리로 일갈했다.
“잘 들으세요. 거대 소속사는 작은 소속사가 열심히 훈련시킨 연습생을 그런 식으로 빼가도 되는 거냐? 이런 뉘앙스가 꼭 담겨있어야 합니다. 어떤 말이든 좋습니다. 단, 욕설은 안 됩니다.”
타닥타닥타닥.
잠시 멈췄던 키보드 소리가 다시 지하실을 메워갔다. 모니터에는 인터넷창이 정신없이 열렸다 닫히며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다. 그 와중에 구석에서 끌끌대는 소리가 들렸다.
“거참. 욕설은 달지 말라니깐.”
“아, 네.”
민망할 정도로 큰 말소리에 댓글을 달던 한 남자는 얼굴을 붉혔다.
그랬다. 이 곳은 소위 말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며 여론을 조작하는 현장이었다.
정신없이 키보드 소리가 퍼져나갈 때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동그란 안경을 쓴 한 중년 남자가 들어섰다. 원진표 사장이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감독을 하던 남자가 그에게 다가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원진표 사장은 주변을 향해 도리질하더니 만족스런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거만하던 직원의 표정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이내 어려운 사람을 상대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원진표 사장은 한껏 거만한 얼굴로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인터넷에 달리는 댓글들을 살폈다.
“아무리 형식이 맞아도 연습생을 그런 식으로 강탈하면 안 된다. 작은 기획사의 연습생을 거대 기획사가 그런 식으로 빼앗아 가면 안 된다. 다들 큰 기획사에만 가면 작은 기획사에서는 누가 나오냐? 다 맞는 말이군요. 그렇지그렇지. 남의 꿈을 빼앗아놓고 잘 살면 안 되지. 계속 그렇게만 해줘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장님.”
원진표 사장의 만족하는 웃음소리를 뒤로하며,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는 지하실에 계속 퍼져나갔다.
———-
“내가 태워다 준다니까.”
“괜찮으니까 작업하세요.”
“아이참….”
한사코 공항까지 태워다 준다는 걸 오빠가 거절하니 희윤은 서운했다. 하지만 강윤은 문 비서를 가리키며 동생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오빠는 여기 비서님도 있잖아. 희윤이는 인트로 작곡도 해야 하고. 소영이랑 편곡 작업도 해야하잖아.”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돼.”
“내가 안 돼.”
“…쳇.”
서운함이 가시질 않는지 희윤의 표정은 좀처럼 펴지질 않았다. 결국 강윤은 10분이나 집 앞에서 동생을 달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으이구, 애기야, 애기.”
“…우리 오빠 잘 부탁드려요.”
희윤은 강윤보다 문 비서 쪽으로 눈을 돌렸다. 덕분에 문 비서는 부담감을 느껴야 했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 안에서 강윤은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을 켰다. 어제 있었던 일이 잘 수습되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 세이스를 보자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 실시간 검색어 순위
1. 지예
2. 다이어트
3. 커피타는 법
4. 거대 기획사 연습생 강탈
5. A 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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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싸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실시간 검색어 근처도 가지 않았던 내용들이었다. 강윤은 서둘러 검색어들을 클릭했다.
– 거대 기획사 연습생 강탈, 중소 소속사는 맥을 못 춰…
– 기획사들 투자가 어려워, 연습생들은 거대 소속사를 원해…
– 작은 기획사가 설 곳은? 거대 기획사의 전횡, 해결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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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깔린 기사들이 가관이었다.
– A 연습생, 계약 만료되자마자 거대 기획사로? 중소 기획사는 닭 쫓던 개?
– 거대 기획사 연습생 A, 훈련비용 줄이려 받아들였다? 중소 기획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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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와 약자의 전쟁으로 상황이 비약되었다. 월드는 강자로 묘사되고, 연습생 A양이 있던 곳은 중소 소속사로 묘사된 기사들이 수두룩하게 깔렸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판단했던 낮보다 훨씬 꼬여버렸다.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홍보팀장 강용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 유명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확인되지 않은 논리에 대중들이 선동되고 있습니다.
“이상한 논리?”
– 곧 연예인으로 데뷔할 수 있을 것 같던 연습생 A양을 월드가 빼왔다. A양은 지예의 연습생. 지예는 지금 합병 초기, 혼란한 틈을 타서 월드가 그 연습생을 빼왔다는 말입니다.
“말도 안 돼. 비약이군요.”
– 물론입니다. 그런데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에디오스나 김재훈, 민진서도 다른 소속사 출신들이니까요.
“말도 안 되는… 그 애들은 연습생 출신도 아니지 않습니까.”
강윤은 기가 막혔다. 그가 데려오지 않았다면 모두 팽당했을 연예인들이었다.
– 하지만 대중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알지 못하잖습니까. 거기에 지예는 중소 기획사, 월드는 대형 기획사라고 비교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강윤의 귓가에 계속 전화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항의나 확인을 위해 걸려오는 전화인 것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금방 전화 드리겠습니다.”
일단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강용진과 통화를 마친 후, 진혜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목소리에서도 걱정이 섞여있었다.
– 일단 세미 양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애는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었던 것 같습니다. 최대한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많이 떨려오고 있었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겠습니다. 진 팀장님은 앞으로 세미 양을 담당할 트레이너를 소개시켜 주고 예정대로 트레이닝을 진행해주세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 네, 팀장님.
통화를 마친 후, 강윤은 함께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있는 문 비서에게 이야기했다.
“돌아가죠.”
“네? 아, 알겠습니다.”
강윤이 먼저 줄에서 나가버리자 문 비서는 서둘러 강윤을 따라나섰다. 두 사람은 다시 차를 타고 월드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홍보팀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밤 9시 무렵이었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한 강윤은 이현지와 강용진만 따로 부른 후, 본론을 이야기했다.
“대중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합니다.”
“그거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잠깐만요. 회장님이 직접… 말입니까?”
강용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윤이 직접 대중 앞에 서는 건 양날의 칼이었다. 이현지마저 난색을 표했다.
“차라리 기자들을 모아서 입장을 발표하는 건 어떨까요? 제가 직접 하죠. 이젠 회장님이 직접 나서는 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이상, 강세미도 우리 식구입니다.”
강윤은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홈페이지, SNS, 연예인 팬 페이지까지. 모든 매체들을 총동원해주세요. 1시간 뒤, 5층 스튜디오에서 뵙겠습니다.”
“잠깐만요.”
이현지는 아미를 구긴 채 앞으로 나섰다.
“굳이 연습생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요? 게다가 아직 정식으로 나온 것도 아니잖아요.”
“그 연습생 하나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게 월드니까요.”
약 3시간 후.
월드의 모든 홈페이지, SNS 등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갔다.
– 이강윤, 연습생 A양 관련 직접 해명.
수많은 영상, 기사들이 양산되며 인터넷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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