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26
93화 – 참교육은 월드에서(4) >
‘이상한데…’
강윤은 아미를 좁히며 입술을 매만졌다. 쉽게 고개를 숙일 애가 아니었다. 기도 쌨고, 스스로 인정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눈물 속에 언뜻 보이는 연기하는 듯 한 얼굴은 그 생각에 확신을 갖게 했다.
“아무래도…”
강윤이 운을 땔 때, 이현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 받아들이는 게 좋겠어요.’
강윤의 고개가 이현지를 향해 휙 돌아가자 그녀는 강윤의 귓가에 다시 속삭였다.
‘저 애 가식인거, 저도 보여요. 하지만 대표까지 직접 찾아왔잖아요. 체면을 구길 각오를 했다는 거예요. 이럴 땐 아량을 보여줘야 해요.’
이번에는 강윤이 이현지의 귓가에 입을 댔다.
‘아량 말입니까? 하지만 저런 애와 어떻게 앨범을 만듭니까?’
‘그래서 아예 이번 앨범에 대한 생각은 접으신 건가요?’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애라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강윤의 굳은 얼굴에 이현지는 일침을 놓았다.
‘그렇게 되면 회장님은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려요. 처음에 다들 안됐다고 했던 이 앨범을 밀어붙인 건 회장님이잖아요.’
‘…..’
‘회장이 되기 전이라면 상관없어요. 앨범 엎는 거야 이 바닥에선 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지난번 튠에 영상 올렸을 때 느꼈었죠? 이젠 회장님의 한 마디에는 힘이 있어요. 그 말이 비수로 돌아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강윤은 침묵했다. 그녀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으니까.
‘그래도 다행이죠. 한 사장이 체면불구하고 왔다는 건 앨범에 대한 기대, 우리와의 관계. 여러 가지를 쟀다는 거니까요. GNB 입장에서 월드와의 공동앨범은 얻을 게 많겠죠. 힘들게 스카웃했다는 정예원까지 보낸 걸 보면, 알 수 있죠.’
‘…이사님 말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동하진 않는군요.’
‘저런 비릿내 내는 꼬마 따위, 가르치면 되잖아요. 요즘 말로 참교육이라고 하던데.’
강윤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이현지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쯤 되니 한영숙 사장의 얼굴에도 호기심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이현지는 눈웃음을 짓고는 다시 강윤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한 사장에게서 명분을 받고 좋은 앨범을 만드세요. 그게 최선이에요.’
이현지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을 마치곤 자리로 돌아갔다.
강윤은 잠시 고민했다. 명분, 실리.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계획이었다.
“흑, 흑.”
“뚝, 뚝. 그만 울자. 응?”
“너무, 죄송해서요.”
앞에선 신파를 사칭한 악어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영숙 사장은 손수건을 들어 하예리의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계속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대로 가르친 다라.’
눈앞에 펼쳐진 신파는 어차피 거짓이었다. 자기 보라고 하는 일인 거 다 안다. 한 사장도 같은 속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 애가 보통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래. 준열하고도 작업했는데. 해보자.’
마음을 굳힌 강윤은 손수건을 들고 절절 매는 한영숙 사장에게 눈을 돌렸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회장님?”
“어제 일도, 오늘 일도. 저도 사람이지라 욱하는 성정은 고치기 쉽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한영숙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강윤이 사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강윤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은 절대 굽히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예측을 벗어나면 당황하기 쉬운 법이다.
“아, 아닙니다. 회장님. 저희 애가 잘못했는걸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어른스럽지 못했습니다. 앙금이 남을까봐 걱정했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와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표들의 사과 행렬이 흐르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애꿎은 커피만 식어갔다.
한영숙 사장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사과는 받았지만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아니, 하다못해 지난번에 말했던 단독 무대마저도.
한참을 망설이다, 한영숙 사장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은하는 괜찮나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좋은 앨범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으니까요.”
순간 그녀의 눈이 빛났다. 단서가 던져졌다.
“그럼… 은하가 아쉽지 않게 다시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느새 눈물을 그친 하예리는 손가락만 꼼지락댈 뿐, 조용했다. 강윤은 하예리를 힐끗 보고는 피식 웃었다.
‘하여간.’
“회장님?”
강윤은 턱에 손을 올렸다. 그래, 저 녀석, 교육 좀 시켜봐야겠다.
“사장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휴우.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한영숙 사장의 얼굴이 밝아지려는 데, 강윤이 손을 들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앨범을 제작, 활동하는 기간 동안 예리가 저희의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그 말에 하예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붉은 눈이 치켜 올라가니 매서웠다.
“뭐, 뭐라고요? 내가 왜요?”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격한 반응에 강윤이 고개를 흔들자 한영숙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승낙하죠.”
“언니!!!”
날선 소리가 퍼져갔지만, 한영숙 사장의 눈매는 강윤에게 고정되었다.
“월드에서 잠도 안 재우고 굴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매니저만 저희 쪽에서 붙일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자신의 의사는 무시한 채, 딜이 성사되자 하예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니!! 절대, 절대 안 되요!! 나 싫어!!”
그녀의 간절함에도 한영숙 사장은 그녀의 팔을 잡고 다시 끌어 앉혔다.
“싫어도 할 수 없어. 오늘부터 당분간 월드 사람이라고 생각해.”
“싫어어어—!!”
회장실에 하예리의 비명이 메아리쳤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뭐, 뭣. 회장님이?!”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강기준은 소스라치게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새파랗게 어린 가수에게 뺨을 얻어맞았다니… 이건 연예계 뉴스 중에서도 탑이었다.
그는 주위에 누가 없는지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소리를 냈다.
“…절대로 진서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 알겠습니다. 애들 입은 잘 단속시켜 놨습니다. 으으… 상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사내에서도 이미 민진서의 강윤 사랑(?)은 유명했다. 주의한다고 했지만 강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안부를 묻는 게 민진서였다. 덕분에 ‘강윤바라기’라는 별명까지 붙어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이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몇 번이나 신신당부 한 강기준은 통화를 마쳤다.
“…진서가 안다면. 후우. 끔찍하군.”
“제가 뭐요?”
“흐억!!!”
갑작스럽게 들려온 음성에 강기준은 소스라치게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막 스케줄을 마친 민진서가 의아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뭘요? 회사에요?”
“아, 아니. 어.”“뭐지. 이 수상한 기운은? 혹시 선생님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민진서의 눈빛이 걱정으로 물들자 강기준은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아니고… 신입하나가 들어왔잖아. 잠수 탄 줄 알고 전화했는데, 늦잠자서 지민이 스케줄 늦었다고….”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월드에서 의심의 눈초리가 꽂혔지만, 강기준은 필사적으로 말을 돌렸다.
“다, 다음 장소가 어디지?”
“…뭐지요? 이거 수상한데.”
“아하하하.”
이상한 기류를 느낀 민진서가 강기준의 옆구리를 찔러왔지만, 강기준은 재빨리 좌석에 올라 그녀의 눈길을 피해버렸다.
———–
“…하아.”
앨범 작업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받고 스튜디오에 온, 김지민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곡 선정부터 그렇게 말썽이었는데, 굳이 해서 뭐하는지… 강윤이 강하게 밀어붙여서 하기는 한다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곡 선정을 위해 작곡가들과 강윤과 오지완, 정예원 팀장 등 A&R 팀들까지 모였고 얼마 있지 않아 문제의 그녀, 하예리도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같은 무례함은 없었지만 힘도 없었다. 그녀는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모인 걸 확인한 강윤은 곡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갓 스물이 된 소녀의 청순함을 컨셉으로 잡았는데, 이 느낌은 너무 나이 든 것 같지 않나요?”
“…그렇습니까? 지민이 목소리를 살리려고 그렇게 했는데.”
데모버전을 듣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니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강윤도 작곡가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김지민도 의견을 보탰다.
“피아노 스트링 134번을 쓰셨죠? 이게 너무 산만한 느낌에요. 좋은 곡 같은데…”
“흠…”
A&R 팀장들과 다른 작곡가들도 저마다 곡들에 대한 의견들을 보탰다.
하지만 침묵을 지키는 이도 있었다. 하예리였다.
“예리 씨 생각은 어때요?”
“…네?”
오지완이 구석에서 손가락만 꼼지락대던 그녀에게 눈을 돌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다 좋아요. 다.”
오지완의 눈매가 좁아졌다. 같은 회사에서 온 정예원 팀장의 얼굴도 구겨졌다.
“그러니까. 이 곡이 어디가 어떻게 좋냐, 그 말을 묻는 거야, 예리 씨.”
“좋다니까요. 거기 기타 부분도 좋고. 뒤에 뭐지. 따라란 하는 곳도.”
“성의 있게…”
정예원 팀장은 순간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홧김에 같은 팀원들에게 하던 쌍욕이 튀어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아냈다. 그는 아예 하예리의 말은 듣지 않기로 결심했는지 몸까지 김지민 쪽으로 돌려버렸다.
이어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물었으나 무덤덤한 답만 이어졌다.
그때 조용히 있던 강윤이 그녀에게 눈을 돌다.
“네가 하고 싶은 노래는 어떤 거야?”
“…네?”
이해를 못했는지 반문이 날아들자 강윤은 다시 물었다.
“쉽게 말해서, 네가 부르고 싶은 노래. 그걸 묻는 거야.”
“…없어요.”
성의 없는 답이 날아들자 모두의 인상이 구겨졌다. 강윤의 눈매도 좁아졌다.
김지민이 날선 눈매로 한 하려고 할 때, 강윤이 말했다.
“그럼 어떤 노래를 하고 싶어?”
“…..”
“혹시 여기 없어?”
하예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곡가들은 물론, 팀장과 팀원들의 눈동자도 커다래지는 가운데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알았어. 그럼 네가 부르고 싶은 곡은 어떤 곡이야?”
“…..”
“예리야.”
하예리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주변의 눈치가 보이는 건지, 할 말이 없는 건지. 그녀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강윤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난 프로듀서야. 가수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게 해 줄 의무가 있어.”
“…..”
“알았어. 네 뜻이라면, 여기 곡들 다 안 쓸게.”
작곡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회, 회장님.”
당황하는 목소리를 넘기며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말해봐. 네 의견이 가장 중요하…”
“…댄스요.”
정말 작은 소리였다. 뒤에 있던 그녀의 매니저가 대신 전달해주었다.
“댄스곡입니다, 회장님.”
“댄스, 댄스라…”
강윤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민이는 재즈풍, 예리는 댄스라… 하우스. 하우스 어떻습니까? EDM요소에 재즈풍을 가미해서…”
“자, 잠깐만요. EDM이요?”
이번에는 김지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날로그를 선호해서 악기도 직접 연주하는 걸 좋아하는 자신에게 EDM이라니. 끔찍했다.
“왜? 문제 있어?”
“재즈에 EDM이라니요. 뭔가 안 맞지 않아요?”
“…난 좋은데.”
당황하는 김지민과 달리, 하예리에겐 생기가 조금씩 떠올랐다. 재즈라는 장르는 잘 몰랐지만, EDM이라는 한 마디가 이상하게 힘을 주는 듯 했다. 정확히는 이 곳에서 자신의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
가만히 머리를 매만지던 오지완이 말했다.
“하우스,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원래 생각했던 것과 컨셉이 완전히 바뀔 위험이 있습니다.”
정예원 팀장도 말을 보탰다.
“본래 컨셉은 스무 살이었죠. 그런데 하우스와 EDM을 결합한 곡이 본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을지…”
“EDM이 과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괜찮을 겁니다.”
강윤의 말에 오지완과 정예원 팀장은 수첩에 필요한 것들을 적어나갔다.
“그럼 하우스라는 장르에 어떤 곡이 어울릴지 찾아보죠. 처음부터 들어볼까요.”
그때부터하예리까지 모두가 참석하는 회의의 시작되었다.
첫 곡부터 다시 꼼꼼하게 들어야 해서 예정됐던 시간보다 더 소요됐지만, 모두의 의견이 빠짐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하예리는 찬밥신세가 될 줄 알았던 자신의 말이 의외로 잘 수용되자 놀랐다. 그것도 이강윤이 그렇게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GNB의 전속작곡가, ‘해송’의 곡이 선정되니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곧 월드에서 곡을 최종 수정한 후, 가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하고, 선정 작업은 마무리되었다.
“후우.”
치이익.
일을 마친 후, 홀로 옥상에 올라온 강윤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희뿌연 연기가 어두운 밤하늘에 퍼져나갔다.
“…담배만 늘었군.”
윗주머니에 텅 빈 담뱃갑을 보며 강윤은 쓴 웃음을 지었다. 어제 산 담배였다. 하루 한 개비 태울까 말까하던 담배가 두 개비가 되고, 세 개, 네 개… 세는 것도 지쳤다. 일을 마치고 태우는 담배의 맛에 어느덧 중독된 것 같았다.
끼익.
“뭐야, 담배에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강윤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돌아보니 오늘 가장 적극적이었던 하예리였다. 예전 사무실과는 달리 누군가가 자주 오지는 않는 곳이라 잠시 당황했지만, 강윤은 피우던 담배를 내밀며 장난을 쳤다.
“한 대 필래?”
“뭐래. 가수한테 담배를 권하는 프로듀서가 어딨어요.”
“그런가.”
강윤은 피식 웃으며 담배를 껐다. 담배 태우는 가수들도 꽤 되는데, 이런 면에선 철저했다.
“촬영 있어서 일찍 가봐야 한다며?”
“말 안 해도 갈 거예요. 내가 그렇게 보기 싫었나.”
힘껏 쏘아 붙였지만 강윤은 허허롭게 웃어넘겼다. 그 모습에 하예리는 오히려 인상을 썼다.
“왜 이래요?”
“뭐가?”
“반응이 시시해. 혹시 아파요?”
“아니. 너야말로 뭐 잘못 했니?”
“…뭐래.”
하예리는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대며 흐린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입술을 삐죽댔다.
“…곡 선정한 걸로 김지민이 뭐라고 안 해요?”
“선배.”
“아, 진짜. 본인도 없잖아요.”
“제작, 활동 기간에는 어떻게 하기로 했지?”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진짜 까칠하네. 지민 선배가 뭐라고 안 해요? 곡 선정에 불만 있는 눈치던데.”
계속 툴툴대는 그녀를 향해 강윤은 몸을 돌렸다.
“마음에 들진 않겠지. 하지만 모두가 의견을 맞춰서 결정한 사안이니까 따를 거야.”
“아까는 가수가 제일 중요하다면서요.”
“맞아. 가수가 제일 중요해. 그러니까 너도, 지민이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져 올 거야. 다들 고생 깨나 하겠네.”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자 하예리의 인상이 가볍게 구겨졌다.
“뭐야, 결국 굴린다는 거잖아.”
“그러면 지민이와 네 생각을 좁히는 게 쉬울 줄 알았어?”
“그거야… 난 김지민 말을 더 잘 들어줄 줄 알았죠.”
“왜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그거야…”
느닷없이 치고 들어오자 하예리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프로듀서야. 은하가 내 가수라고 해서 더 편애하고, 예리 널 무시하면 프로듀서의 자격이 있을까?”
“…없죠.”
“내가 보는 건 딱 하나야. 가수가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드는 것. 많은 걸 생각하다보면 놓치는 것도 많거든.”
“…..”
복잡한 얼굴을 한 하예리를 뒤로하고 강윤은 한껏 기지개를 폈다. 흐릿했던 밤하늘에 어느새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윤은 하예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기 있는 동안, 노래에만 집중해줘. 이건 부탁이야.”
“…..”
“다음에 보자.”
복잡한 눈을 한 하예리를 뒤로 하고, 강윤은 뚜벅대는 소리를 내며 옥상을 내려갔다.
점점 사라져가는 넓은 어깨를 바라보며 하예리는 눈매를 좁혔다.
“…잘난 척 쩌네, 완전.”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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