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27
93화 – 참교육은 월드에서(完) >
며칠 후.
강윤과 A&R팀, 작곡가, 작사가 그리고 가수들까지 모두 모였다. 수많은 가사들 중, 하나를 선정했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이드 송도 나왔다.
사전작업을 마친 후, 오늘은 본 녹음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편안한 후드 차림에 모자를 눌러 쓴 하예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사를 중얼거렸고, 김지민은 가사를 적은 종이에 팬을 굴리며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렇게 바꿔보려는 데 어때요?”
김지민은 작사가 민예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답은 뒤에 있던 하예리에게서 나왔다.
“완전 별로거든.”
“넌 다 별로잖아. 직접 해보든가.”
“뭐래. 해볼까? 넌 나를 몰라 — 어떤 표정을 할지–”
“그게 더 별론데?”
김지민이 비꼬자 하예리의 눈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투닥거림에 익숙해진 스텝들은 그러려니 하며 할 일을 해나갔다.
“쟤들 또 시작이네.”
“만날 때마다 저러네요.”
작사가 민혜영과 작곡가 해송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들이야, 싸우면서 크는 거죠.”
“야야, 왜 입 아프게 말로 싸우냐. 머리 잡아, 머리.”
오지완과 정예원 팀장은 애들 취급까지 하며 싸움을 보챘다.
모두가 분주히 녹음을 준비해갈 때, 지켜보던 강윤은 박수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모았다.
“슬슬 시작해보죠. 예리부터 가볼까?”
“예에.”
하예리는 한창 말싸움을 하던 김지민을 향해 ‘흥’소리를 내고는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김지민 역시 지기 않겠다는 듯 코웃음을 치곤 팔짱을 끼었다.
토크백을 누르고 오지완이 부스를 향해 물었다.
“한 번 연습 해보고 갈까?”
– 괜찮아요.
하예리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헤드셋을 끼웠다.
“알았어. 그럼 바로 갈게.”
오지완이 옆의 기사에게 준비 신호를 보낼 때, 정예원 팀장이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쟤, 쿠세(나쁜 버릇) 엄청 심하다던데…”
그러나 오지완은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쿠세 안 심한 가수 있습니까. 그것도 다 자기 노래가 되는 과정이죠.”
“그렇기야 합니다만… 잘 부탁합니다.”
정예원은 역시 최고는 다르다며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곧 강윤의 신호와 함께 믹서의 바가 위로 올라갔다. 리드미컬한 MR과 함께 하예리의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감쌌다.
–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 네 발소리를 들었지 —
듣기 좋은 보이쉬한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하얀 빛을 뿌렸다.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모습으로 하예리는 눈까지 감고는 노래에 빠져들었다.
– 날 위해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빛이 일렁이며 회색빛이 뿜어져 나왔다.
‘호흡이 과하군.’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회색빛이 몸에 찐득하게 달라붙는 기분에 절로 안색이 일그러졌다.
한편, 1회차가 끝난 후, 오지완은 토크백을 눌렀다.
“호흡이 과해. 쉰 소리를 조금 줄여보자. 다시 해보자.”
“네.”
하예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 햇빛이 쨍쨍한 —
이번에는 힘이 너무 들어갔다. 보컬과 MR이 따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그 탓에 처음부터 회색빛이 일렁였고, 그 바람에 강윤은 감정을 숨기기 위해 손으로 안면을 가려야 했다.
이번에는 작곡가 해송도 한숨을 쉬었다.
“저런 느낌으로 부르면 안 되는데.”
강윤은 거칠게 노래를 토해내는 듯 한 하예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리듬은 괜찮은데, 호흡이 거친 것 같죠?”
“네. 감정도 너무 과해요. 저렇게 의욕만 앞서면 본래 느낌을 살리기 힘든데…”
“아무래도 작곡가님이 조금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좋기는 한데…”
해송 작곡가는 강윤 옆에 있는 김지민을 가리켰다. 김지민의 디렉팅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장 팀장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작곡가님과 손발이 잘 맞는 분이니까 괜찮을 겁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지민아.”
이야기를 마친 후, 강윤은 목을 풀고 있던 김지민을 불렀다.
“아무래도 먼저 해야겠다. 준비하자.”
“네.”
이미 김지민은 이야기를 듣고 준비하고 있었다.
강윤은 그녀를 부스 안으로 들여보내곤 하예리를 나오게 했다.
“…에이씨. 할 수 있다니까요.”
부스 안에서 나오며 하예리는 소파 구석에 거칠게 앉았다. 연신 할 수 있다며 투덜대는 그녀에게 강윤은 조근한 어조로 타일렀다.
“알아.”
“근데 왜요.”
“잘 하는 거 아는데,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려고.”
“…듣기 싫어서가 아니고요?”
강윤은 한 대 쥐어박는 걸로 말을 대신했다.
“아, 진짜!! 때리는 게 취미에요!!”
“헛소리하니까 그러지.”
“…뭐라는 거래요.”
하지만 말투와는 다르게 기분 나쁜 눈치는 아니었다.
강윤은 악보를 보고 있는 해송 작곡가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예리 잘 부탁합니다.”
“아아. 알겠습니다.”
하예리를 맡긴 후, 강윤은 김지민의 녹음을 하고 있는 정예원에게 눈을 돌렸다.
“verse2부터 갈게.”
– 네.
“리드미컬한 노래니까 소리를 가볍게 빼줘야 해.”
– 알겠습니다.
정예원의 신호와 함께 음악과 함께 김지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오랜만이었어– 그런 떨림 — 날 단순하게 만들었던 그 설렘 다 —
새하얀 빛이 흘러나왔다. 정예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고, 강윤도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좋았다.
‘좀 더 끌어올리는 게 좋겠어.’
강윤과 같은 생각이었던 정예원도 토크백에 손을 얹었다.
“좋네. 한 번만 더 해보자.”
– 네.
하예리와 다르게 김지민의 녹음은 순조로웠다. 쿠세도, 막힘도 없었다. 마치 뻥 뚫린 도로같이 시원하게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 정도면 몇 개 이어붙이지 않아도 되겠군요. 50프로에서 끝났군요.
시계를 보며 정예원은 박수를 쳤다.
50프로, 약 1시간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라이브에 자신 있는 싱어송라이터에게 나오는 녹음시간이었다. 가창력에 자신 있는 김지민으로선 당연한 일이었다.
오지완은 해송 작곡가와 곡에 대해 이야기하는 하예리를 가리켰다.
“…저쪽 때문에 300프로는 나올 것 같은데요.”
6시간 이상은 걸릴 것 같다는 오지완과 같은 생각을 정예원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사실…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아.”
두 팀장이 한숨을 내쉬니 팀원들은 오죽할까. 스텝들도 남몰래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 100프로에 걸겠습니다.”
“둘 다 해서 1시간 안에 끝난다고요? 설마요.”
오지완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예원도 그건 아니라며 침묵으로 동조했다. 하지만 강윤은 여유 있게 웃었다.
“충분합니다. 내기해도 좋아요.”
“오, 지는 사람이 한 턱 내기?”
“콜.”
강윤이 승낙하자, 오지완과 정예원 팀장은 눈을 빛냈다. 공짜 술에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까지 만세를 불렀다.
그때, 이야기를 들었는지 키를 쥔 그녀도 달려왔다.
“잠깐만요. 지금 뭣들 하시는 거?”
오지완과 정예원 팀장이 난간함 표정을 지을 때, 강윤이 말했다.
“어른들만의 이야기 있어. 준비는 다 됐어?”
“나 다 들었어요. 뭐야, 나 가지고 내기 하는 거야?”
“알 거 없어. 자자. 들어가기나 해.”
“다 알아요. 1시간 안에… 어어?”
준비가 끝났다는 해송 작곡가의 손짓을 본 후, 강윤은 하예리를 부스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예리는 얼결에 부스 안으로 들어갔지만 곧 악보를 잡고 헤드셋을 끼었다.
– 1시간 안에 끝내면 되는 거죠?
강윤이 토크백을 눌렀다.
“12시간 걸려도 되니까 노래나 잘해.”
– 내가 1시간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끝낸다.
화가 났는지 하예리의 눈에서 불길이 이글거렸다.
———-
“27대 3으로 원진표 사장의 경영권 정지에 대한 안건이 통과되었음을 선포…”
“이건 다 무효야!!”
탕탕탕!!
원진표 사장의 비명이 퍼져가는 가운데 애꿎은 법봉 두드리는 소리만 회의실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눈물까지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원진표 사장에게 누구 하나 동조하는 이가 없었다.
“내 회사야. 내 회사라고!! 니들이 뭔데, 내 회사를…”
“원 사장님. 정숙하세요!!”
“닥쳐!!”
이성을 잃은 원진표 사장의 목소리는 더더욱 높아져갔다. 결국 보다 못한 이사들은 전화를 들어 보안요원을 호출했고, 그는 질질 끌려 나가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회의실이 고요해지자 법봉을 쥔 남자는 이전과는 다른, 미소 띤 얼굴로 강시명 사장에게 눈을 돌렸다.
“우리 지예는 이제 갓 태어난 아기와 같습니다. 회사를 설립한 원 사장님께 고통을 안겨 죄송하지만… 큰 결단으로 쇄신을 열어주신 여기 강 사장님께서 원 사장님 몫까지 뛰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사장님.”
모두의 시선이 강시명 사장에게로 쏠렸다.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힘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언론조작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조금 전, 우린 회사의 오너의 자격까지 정지시키는, 뼈를 깎는 아픔까지 불사했습니다. 하지만 깨끗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짝짝짝짝짝–
회의실 안에 박수소리가 퍼져나갔다. 강시명 사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어갔다.
“그 깨끗한 미래에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우렁찬 박수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고개를 숙인 강시명 사장의 귓가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
치이이익–
연기가 흩어지며, 맛깔스런 마블링이 돋보이는 안심이 맛스럽게 익어가는 한우집.
녹음을 마치고, 회식을 온 월드와 GNB의 직원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테이블에는 강윤과 오지완, 강예원 팀장, 그리고 김지민과 두 가수들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전 진짜로 놀랐습니다. 정말로 예리가 1시간도 안 되서 녹음을 끝낼 줄은…”
강윤의 잔을 채우며, 강예원 팀장은 여전히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예리가 손을 들었다.
“그러니까 왜 이상한 곳에 걸어요. 쯧쯧. 나한테 걸었어야지. 사장님!! 여기 안심 3인분 추가요. 원뿔뿔로다가요!!”
오지완과 정예원 팀장의 심장이 쿵쾅대는 가운데, 하예리는 기분 좋게 술잔을 들었다.
“자자, 건배애~”
5명의 잔이 부딪혔다. 이미 테이블 밑에는 녹색 병이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술이 약한 강윤은 몇 번이나 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하예리가 손가락을 흔들며 봐주질 않았다.
“에헤이, 회장님. 술이 그렇게 약하면 나중에 잡아먹혀요.”
“…넌 여자가 못하는 소리가 없니?”
강윤이 어이없다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그녀는 귀여운 얼굴로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웠고, 분위기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그랬다. 그녀는 술자리에 정말 강했다. 결국 그렇게 그녀의 꼬임(?)에 넘어가 주량을 맞추다보니…
“…어우.”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핑핑 돌았다. 결국 몰래 테이블을 빠져나온 강윤은 가게 앞에 서서 담배를 빼 물고는 라이터를 들었다.
“…맞추기 힘들군.”
“또 담배에요?”
언제 따라 나왔는지, 하예리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강윤은 불을 붙이려다 말고 다시 집어넣었다.
“피어도 봐줄게요.”
“…가수 앞에선 안 피워.”
“오올. 멋진데? 역시, 월드 회장님!!”
가벼운 이야기가 오갈 때.
투둑, 툭툭.
강윤이 쪼그려 앉아있던 처마 밑에 빗소리가 들려왔다. 하예리도 강윤 옆에 함께 앉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그때 말이에요. 저, 회장님한테 맞고, 사장 언니랑 찾아간 날.”
“…그때, 왜?”
부끄러웠는지, 술기운 탓인지 강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하예리는 처마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때 제가 가짜로 울었다는 거 알았죠?”
“뭐…”
“역시. 그런데 왜 거절 안했어요?”
“…..”
의외의 질문에 강윤은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하예리가 눈을 돌리며 자신의 팔에 얼굴을 기댔다.
“설마… 나에게 반한 건?”
“혼난다.”
“죄송.”
귀엽게 혀를 내미는 그녀와 눈을 마주하며, 강윤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다듬으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입에 발린 말은 즐이거든요?”
“그렇게 듣고 싶으면 듣던가.”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라면 널 다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넌 좋은 원석이라고 생각했거든.”
“…..”
“어찌됐든, 난 프로듀서니까.”
비틀대며 강윤은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여간 폼 재기는.”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눈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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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HMC 쇼타임뮤직’의 스페셜 스테이지 녹화 날.
무대 뒤편에서 짧은 치마와 눈에 띄는 레깅스로 무장한 김지민과 하예리는 서로를 잡아먹을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실수하지 마.”
“선배나 잘하셈요.”
그 기세가 지나쳤는지 다른 가수들은 물론 스텝조차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꽁.
“아얏.”
그때, 알밤이 날아들었다. 말할 것도 없이 강윤이었다.
“디데이에도 이러기냐?”
“…..”
민망했는지 김지민은 슬쩍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해버렸고 하예리는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너희가 어딜 가겠니. 그런데 저기 봐봐.”
무대에 올라가라는 이야기를 하러 온 FD를 가리키며 강윤은 두 사람의 등을 떠밀었다.
두 가수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며 계단을 올랐다.
“발목잡지 마.”
“내 말이.”
하지만, 눈빛과는 달리 한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무대에 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소리가 터져 나오며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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