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28
94화 – 월드의 중심, 이강윤을 흔들어라(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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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94화 – 월드의 중심, 이강윤을 흔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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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 예년보다 좀 더 빠른 장마가 시작되었다.
평소와 같이 4개의 회사에서 올라온 서류들을 처리하다가 비 오는 거리를 내려다보던 이현지는 막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추만지 사장에게 간단한 안부를 물은 후, 바로 업무 이야기로 들어갔다.
“…티켓팅 최종 보고서는 잘 받았어요.”
– 아아, 그거 만드느라 힘들었다. 하여간 깐깐해갖고는. 빅데이터? 연령이나 성향 수집하는 건 이해 가는데, 지역, 팔린 요일까지 다 모으는 건…
핸드폰에 추만지 사장의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현지는 그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 나라가 원래 특별하거든요. 이해해주세요.”
– 하여간. 가만 보면 이 회장이나 너나 같이 일하기 참 힘든 스타일이라니까.
“그럼 여기까지 할까요?”
– 됐다, 됐어. 하여간 우리 현지 참 많이 변했어.
“살라면, 변해야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잠시 추억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비 때문일까, 추억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이현지도 센티해져서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그녀는 곧 이성을 찾고는 업무 이야기로 돌아갔다.
“…회장님께도 전해드리죠.”
– 여긴 다 잘되고 있으니까, 천천히 오라고 전해줘.
“네. 애들도 다 잘 있죠?”
– 물론. 기싸움은 조금 하는데, 별 건 없어.
“알겠습니다. 최 사장님하고 일 해보니 어떤가요?”
– 클래식? 최고지. 명불허전이야.
몇 번이나 최경호를 추켜세우곤, 추만지 사장은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거리로 다시 눈을 돌리며, 이현지는 중얼거렸다.
“중국도 순조롭네. 한국도 그렇고. 너무 잘되기만 해서 불안한데…”
비가 심해진 거리를 바라보며, 이현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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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은하와 허니민트의 멤버 미림. 두 사람의 프로젝트 앨범, 달콤한 그녀들이 발매되었다.
어쿠스틱한 보컬을 강조하던 은하의 첫 댄스곡이라는 점, 막 스타덤에 오른 미림의 보컬로서의 재발견 등 여러 가지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것이 HMC 쇼타임뮤직에서 터져 검색어, 기사를 점령했다. 월드와 GNB의 홍보팀도 전력을 다했다. 덕분에 음원 순위, 뮤직비디오 등 모든 게 순항 중이었다.
단 2주, 달콤한 그녀들은 짧은 활동기간을 갖기로 했다. 많은 관심에 그 기간이 풀로 찬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가득 찬 스케줄엔 연예인에겐 힘든 스케줄도 당연히 있기 마련이었다.
“자, 잠깐만요. 저기서 공연을 하라고요?!”
장대비가 쏟아지는 공연장을 바라보며 하예리는 강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천막 쳐 줄 거야.”
“아니, 비 맞으면서 공연하라고요?! 그리고 이런 비에 누가 공연을 보러 와요!!”
하도 소리를 지르는 통에 주최 측이 다 민망할 정도였다. 공연장 크기만큼이나 작은 행사였다. 강윤과 주최 측을 흘겨보는 눈빛 속엔 ‘이런 곳에 날 밀어 넣으려고?!’ 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고래고래 날뛰는 그녀를 향해 김지민이 코웃음을 쳤다.
“아마추어 같이.”
“뭐래. 또 잘난 척 하네. 저런 데서 춤추면 다리 아작 나거든?”
“그래서 운동화 신잖아. 여기요. 마이크 채워주세요.”
하예리를 무시한 채, 김지민은 스텝을 향해 손짓했다. 아무렇지 않게 마이크를 차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하예리는 몸을 떨었다.
“야!!”
“선배.”
“뭐라는데?”
지기 싫었는지 결국 하예리도 스텝을 향해 손짓해 마이크를 요청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강윤은 어깨를 으쓱하곤 뒤에 있던 책임자에게 말했다.
“비가 세어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최대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말씀 하셨던게… 무선 마이크랑 기타죠?”
“네. 다른 건 몰라도 그쪽은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해주세요.”
강윤은 또 코디와 매니저에게 가수들 무릎보호대도 해 줄 것을 지시했다.
“애들이 유치원생 같다고 하기 싫답니다. 운동화면 됐다고 하는데요.”
“…가능하면 채워서 올려 보내세요.”
강윤은 몇 번이나 당부하고는 코디와 매니저를 두 가수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이크를 찬 두 사람이 천막이 쳐진 무대 위로 올라갔다. 운동화를 신고 오른 두 사람의 무릎엔 보호대는 없었다.
‘하여간.’
고집을 부린 게 분명했다. 강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긴, 하예리 같은 가수가 고집을 부리면 코디나 매니저 입장에선 쉽지 않긴 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녀들을 보겠다며 온 팬들이 상당했다.
“안녕하세요? 달콤한 그녀들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두 사람의 인사에 팬들의 목소리가 폭우를 뚫었다. 함성소리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하예리는 무선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가져갔다.
“비가 많이 와요.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림!! 미림!!”
“오늘, 많이 보여드릴게요. 은하 씨. 시작할까요?”
지시받는 느낌에 김지민은 살짝 눈매를 찌푸렸지만, 하예리가 한쪽 눈을 찡끗하니 웃어버렸다.
곧 음악이 흐르자 두 사람은 대열을 맞췄다. 며칠 전, HMC 쇼타임뮤직에서 선보였던 곡, ‘오늘 향기’였다.
“주워 담지 못할 말 – 너를 위해 했던 그 말–”
하예리가 센터에 나오자 김지민은 그녀를 부각시켜주었다. 허리를 흔들며, 힘 있는 댄스를 춰가는 하예리에게 팬들은 환호했다.
“무대 위완 다르지– 너의 시선은 –”
김지민의 파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하예리가 그녀를 도우며 호흡을 맞춰갔다.
“오오오!!”
장대비속에서도 팬들은 우산까지 젖혀놓은 채, 핸드폰을 들어 촬영에 열중할 정도였다.
“괜찮아– 그때 그 느낌 — 그 떨림…”
무대는 순조로웠다. 무대가 점점 절정을 향해갔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후렴을 향해 달려갔다.
그때. 꽈당!!
폭우에 생긴 물웅덩이를 밟고 김지민이 강하게 넘어져 버렸다.
“!!!!!!”
“김지민!!”
팬들도, 하예리도 당황했다. 순간 노래를 부르지 못해 김지민의 AR이 작게 흘러나왔다.
“내 마음이—”
김지민은 재빨리 일어나 노래를 불렀지만 아픔에 일그러진 얼굴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아직도 생각나는데–”
최대한 얼굴을 밝히며, 김지민은 목소리를 높여갔다. 하예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의 목소리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었다.
‘이런.’
무대 뒤에서 지켜보던 강윤은 우산 쓰는 것도 잊어버린 채 무대 뒤편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첫 무대가 끝난 후, 김지민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박수와 환호, 그리고 걱정 어린 시선이 보내졌다. 김지민은 마이크를 들었다.
“괜찮아요.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춤 실력이 부족하네요. 연습 많이 했는데…”
“괜찮아, 괜찮아–”
팬들의 메아리가 쏟아질 때, 강윤이 무대 뒤편에서 계속 손짓했다. 하예리가 그것을 보고는 김지민의 옆구리를 찔렀다.
‘왜?’
‘저기.’
‘다음 곡해야 하잖아.’
‘됐으니까 빨리 갔다 와.’
김지민은 하예리에게 고맙다며 목례를 하고는 강윤에게로 향했다.
“회장님.”
“괜찮니?”
“네. 별거 아니에요.”
“보자.”
김지민은 거듭 괜찮다고 했지만,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그녀는 다친 무릎을 들었다. 다행히 살짝 멍이 든 정도였다.
“다행히 많이 다치진 않았네. 안되겠다. 문 매니저님. 여기 보호대 좀 갖다 주세요.”
“회장님. 유치원생 같이…”
김지민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강윤은 끝내 보호대를 채우고 말았다. 이어 하예리의 보호대까지 건네고는 신신당부했다.
“무대에서 예리까지 해줘.”
“걘 절대 안할 것 같은데…”
“안하면 여기 버리고 갈 거라고 해.”
김지민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한창 관객들과 토크를 나누고 있던 하예리는 보호대를 보곤 기겁했다.
“미, 미쳤어? 나 유딩 아니거든?”
“회장님이 안하면 너 두고 가신데.”
“두, 두고 간다면 겁낼 줄 알아?”
마이크를 타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관객들에게 흘러나왔다. 김지민이 회장이라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관객들도 강윤을 지칭한다는 걸 다 알아듣고 킥킥댔다.
결국 하예리는 투덜대며 보호대를 찼다.
“내가 찬다, 차!!”
투덜대는 그녀의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도 그렇게 웃음으로 승화되어 갔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럼, 두 번째 곡, 허니민트의 ‘분홍색’ 들려드릴게요.”
“와아아아아—!!”
김지민이 자리에 앉아 기타를 들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엄청나게 커져갔다. 이어 하예리가 마이크를 들고 발을 구르며 리듬을 탔다.
“서둘러 온 거리– 난 당신이 여전히 서툴러–”
보이쉬한 목소리와 기타의 하모니, 거기에 빗소리까지 어우러져 공연장에 하모니를 만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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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면, 한영숙 사장은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나엘을 비롯해 허니민트, 서준영 등 여러 연예인들에 대한 보고서를 검토하던 중, 그녀는 콜라보 활동 중인 미림에 대한 보고서를 보고 있었다.
“…하아?”
입에서 김 샌 소리가 나왔다. 보고서에 첨부된 동영상을 본 후였다. 출처는 튠이었다. 링크를 눌러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작은 공연장을 찍은 영상이었다. 10분의 꽤 긴 동영상은 김지민과 하예리의 타이틀곡 ‘오늘 향기’와 허니민트의 노래를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문제는 김지민이 넘어지는 장면과, 그 후 두 가수가 무릎 보호대를 차는 장면이었다.
김지민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한영숙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소속사는 가수를 함부로 대한다는 악평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그런 댓글들이 있었다.
– 은하 열정 대단…ㅠㅠ 근데 너무 굴리는 거 아님??
– 이강윤 악덕회장ㅠㅠ 우리 은하 너무 굴린당
– 은하 다쳤으면 어쨌을거임? 저런 공연장에 왜 세움? 진짜 위험했다.
물론 약속된 행사에 열정적으로 응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다양한 반응들이었다.
은하에 대한 반응은 이정도로 넘어가고, 그녀는 하예리가 무릎보호대를 거부하는 부분을 재생했다.
– 미, 미쳤어? 나 유딩 아니거든?
– 회장님이 안하면 너 두고 가신데.
– 두, 두고 간다면 겁낼 줄 알아?
보호대를 차기 싫어서 하예리가 생때를 쓰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김지민의 목소리와 함께 고스란히 마이크를 타고 있었으니… 한영숙 사장은 이마를 붙잡았다.
“…못 살아. 그래도 보호대는 찼네. 저 보이는 거에 목숨 거는 애가?”
저 까칠한 애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때,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사장님. 지예의 강시명 사장님 오셨습니다.”
“모시세요.”
한영숙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시명 사장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악수를 한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았다.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비서가 내온 차를 마셨다. 가수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두 사람이라 단연 화제는 가수들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강한 임펙트를 보이는 ‘달콤한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오늘 핫한 영상이 하나 있던데, 보셨습니까?”
“달콤한 그녀들 말이죠? 조금 전에 봤어요.”
“전 미림이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면 저희 회사에 왔을 때 뽑을 걸 그랬어요.”
강시명 사장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자 한영숙 사장은 그윽한 미소로 답했다.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그때 강 사장님이 직접 면접을 보신 건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그랬죠. 그런 거 보면… 인연은 따로 있나봅니다. 한 사장님은 직접 뽑으신 거죠?”
“네. 느낌이 왔었죠. 거칠긴 하지만…”
“하하하. 원래 유별난 아이들이 대중들에겐 사랑받는 법이죠. 아, 맞다. 그 달콤한 그녀들 프로젝트 말입니다. 그 아이디어는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누구 아이디어면 어떤가요. 사람들만 좋아하면 됐죠.”
한영숙 사장은 커피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며 그녀의 얼굴을 엷게 가렸다.
까칠한 모습에도 강시명 사장은 껄껄대며 웃었다.
“하긴, 그렇지요. 아무튼 이번 프로젝트를 보며 배운 게 많습니다. 보석은 주변에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저도 그래요. 기회가 되면 지예 쪽 가수와도 조인을 해보고 싶어지네요.”
“저야 물론 대환영이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커피를 모두 비운 강시명 사장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오늘 미림이 있던 공연장에 이 회장도 함께 있었다지요?”
“그런 것 같네요. 하기야, 그 사람은 현장 좋아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니까요.”
“현장 쪽도 아닌 사람이 참.”
강시명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영숙 사장은 커피잔을 내려놓고는 몸을 소파에 기댔다.
“생각해보면 그게 월드를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현장 감각. 우리들 중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이 회장일테니까요.”
“뭐… 그 거야…”
“이 회장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법이 거의 없다더군요. 그만큼 분주히 움직이고, 가수들과 가까이 있으려고 한다더군요. 그게, 월드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강시명 사장은 침묵했다.
순간,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갔다.
“…사장님?”
“아, 아닙니다.”
잠시 후, 그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벌써 가시나요?”
“둘이 하던 일을 혼자하려니 몸이 모자랍니다. 다음엔 지예로 놀러 오시죠.”
“그러지요.”
강시명 사장은 악수를 나누곤 GNB를 나섰다.
차에 오른 후, 회사로 갈 것을 지시하고는 시트에 몸을 기댔다.
‘월드가 곧 이강윤이었어. 이강윤만 무너뜨리면 다 끝이란 말이군.’
콰콰광!!
불빛이 번쩍이던 거리는 이내 세찬 천둥과 함께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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