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29
94화 – 월드의 중심, 이강윤을 흔들어라(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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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기 맞아?”
수많은 포장마차들이 늘어선 거리를 바라보는 지현정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 전갈 꼬치를 와그작 씹어대는 배 나온 아저씨들은 무서웠고, 가게를 장식한 이상한 가면들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꽁꽁 싸맨 얼굴 사이로, 두 눈만 내놓고 핸드폰으로 내비게이션을 보던 서한유는 노점상들로 가득한 거리를 무심히 돌아섰다.
“…내비가 틀렸나봐.”
“지, 진짜!!”
지현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역정을 냈다. 이런 식으로 벌써 몇 번째인지. 중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야시장은 그녀의 취향을 저격하는 덴 실패했는지 두려운 낯빛뿐이었다.
“…네가 찾아볼래?”
“에이씨…”
하지만, 서한유의 무심한 한 마디에 지현정의 궁시렁은 곧 수그러들었다.
“돼, 됐으니까 빨리 가기나 해.”
“잠깐만. 내비만 잡고.”
“아씨!! 빨리이!!”
“어어?”
이 거리는 제발 빨리 벗어나자고, 지현정은 서한유의 팔을 잡아끌었다. 서한유는 네비를 든 채 그녀에게 이끌려 노점이 잔뜩인 거리에서 멀어져갔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얼마 가지 않아 청나라풍의 벽돌과 홍등이 멋들어진 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그녀들이 찾아 헤매던 그 집, 딤섬집이었다.
블로그로 가게를 확인한 서한유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여기… 같은데?”
뒤로 걷다가 쥐 잡은 격이었다.
“여, 역시. 감으로 찍는 게 짱이야.”
“…하여간.”
찾았으면 된 거라고, 두 사람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 각종 향신료와 기름내가 두 사람을 자극했다. 식욕을 진하게 자극받은 지현정의 입이 걸걸해졌다.
“빨리, 빨리.”
본능에 충실해진 지현정에게 등을 떠밀려 서한유는 카운터로 향했다. 푸근한 인상의 직원이 모자와 목티로 얼굴을 가린 두 여자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주문하시…?] [ 烧 麦 (샤오마이)하고 拉 肠(라창), 锅贴(꾸어티에) 주세요.]이상하게 얼굴을 가린 여자가 곧잘 주문을 하니 직원은 고개를 갸웃하곤 주방에 거세게 외쳤다. 곧 화르륵 소리가 거세지며 잠시 기다리라는 말도 들려왔다.
빈자리도 없어 서있던 지현정은 구석진 곳에서 서성대며 바닥을 찼다.
“헤히히. 딤섬, 딤서엄~”
“그렇게 좋아?”
덤덤한 얼굴로 서한유가 묻자 지현정은 짓궂게 웃고는 그녀의 볼을 잡아당겼다.
“또또. 자긴 아닌 척 하네. 깍쟁이.”
“그게 아니고…”
“아니긴.”
부끄러운 듯, 친구가 얼굴을 붉히자 지현정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들이 나왔다는 말이 들려왔고, 두 사람은 두툼한 검은 봉지들을 받아들었다.
“辛苦 你们了.(수고하세요.)”
문을 나서는 지현정과 서한유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 언니들, 매니저들 몰래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몰래 먹는 야식의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내일 얼굴 많이 부을까?”
“에이, 아침엔 스케줄 없잖아. 얼음으로 찜질 좀 하면 가라앉아.”
서한유와 지현정이 문을 막 나서는데, 쿵 소리와 함께 지현정이 문 앞에 서있던 남자와 거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어찌나 세게 부딪혔는지, 지현정은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야야…”
엉덩이를 문지르며, 지현정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 앞 좀…”
앞 좀 잘 보고 다니라는 말이 쑥 튀어나려다, 중국어가 익숙지 않아 들어가 버렸다. 어차피 미안하다는 소리 듣기도 힘든 곳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말썽 일으켜봐야 좋을 것도 없고.
하지만 상대는 그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잠깐만.”
한국어였다. 지현정의 눈이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한국인? 아, 진짜. 앞 좀 똑바로 보고…. 에? 작곡가님?!”
많이 본 사람, 아니 아주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현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름 아닌 강윤이었다. 이미 옆에 있던 서한유는 돌처럼 굳어 버린 지 오래였다.
“아…!!”
서둘러 딤섬이 든 봉지를 뒤로 숨겼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봉지, 그것도 가게 앞에서 발각되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고 현장범 신세.
“…가면서 이야기하자.”
혀를 찬 강윤은 앞서 걷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강윤의 등을 바라보며, 지현정은 연신 눈만 껌뻑였다. 언제 들어온 건지, 그것보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우연인지, 스토커인지. 뭔지!!
“…우리가 잘못 본 거…아니지?”
하지만 평소에 침착하기로 소문난 서한유도 지금은 예외인 모양이었다.
“…본인… 맞아.”
“아으으으…”
언니들이나 매니저 오빠나 사장님에게까지 쓰리펀치를 맞을 걸 상상하며 지현정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지않은 곳에 차가 있었다. 운전석에는 강윤과 항상 함께 다니는 문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차는 사셨… 어라? 한유 씨, 예아 씨까지?”
“지혜 언니…”
감정이 풍부한 문 비서의 큰 눈이 더더욱 커질 때, 서한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응을 보니 완전히 우연의 산물로 걸린 꼴이었다.
“…아하하.”
지현정도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는 기분만 느낄 뿐이었다.
차가 숙소로 출발했지만, 강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유야. 작곡가님 화 많이 났을까?’
‘나도 모르겠어.’
말없이 창가만 바라보는 강윤의 모습에 두 사람은 가슴을 졸였다.
숙소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린 두 사람에게 강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늦었다. 지금은 올라가서 쉬고, 내일 이야기하자.”
“…아, 네.”
“…..”
지현정은 꾸벅 인사하고 올라가려 했지만, 서한유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지현정은 서한유에게 속삭였다.
‘안가?’
‘…..’
서한유가 계속 그대로 있자, 지현정도 안절부절못하며 그대로 있었다.
한편, 로비 한쪽에 놓인 소파에 앉은 강윤은 문 비서에게 말했다.
“한 팀장하고 에디오스 매니저들 다 호출해주세요.”
“네, 회장님.”
서한유의 눈이 질끈 감겼다. 함께 서있던 지현정의 눈도 커다래졌다. 다들 곤히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항상 직원들의 편의를 봐주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서한유가 강윤의 앞에 섰다.
“회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매니저 오빠들은 잘못한 게 없어요.”
“…나중에 이야기하자.”
“회장님.”
서한유가 계속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강윤은 무시한 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독하다.’
지현정의 목울대가 출렁였다.
겨우 야식이었다. 이제는 최고의 스타가 된 에디오스에게 이 정도 일탈도 용납못해준다니… 더 이해가 안가는 건 에디오스 멤버들은 그런 통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 팀장 한태형과 에디오스의 매니저 2명이 졸린 눈을 비비며 달려 내려왔다.
“….회, 회장님 오셨습니까.”
막 잠이 깼는지 한쪽 머리가 삐죽 솟은 한태형 팀장이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달려내려왔다. 어찌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티셔츠까지 거꾸로 입었다.
“문 비서.”
우스꽝스런 모습이었지만,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문 비서에게 손짓했다. 곧 그녀는 두 가수가 야식을 먹기 위해 숙소를 이탈했고 한태형 팀장의 얼굴은 퍼렇게 질려버렸다.
“그런 일이…”
“사안이 중해서 비상호출을 했습니다. 이해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애들 관리에 너무 소홀했습니다.”
한태형 팀장은 잔뜩 굳은 얼굴로 깊이 고개를 숙였다.
타국, 그것도 야심한 시각에 가수들끼리 나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사안만큼이나 낮은 어조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냥 넘어가기는 힘듭니다. 팀장님을 비롯해 에디오스 팀 모두 징계가 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 책임입니다. 다만, 제가 책임자니 저 혼자 책임지게 해주십시오.”
“회장님!!”
매니저들이 소리쳤고, 옆의 서한유는 울기 직전이었다. 겨우 야식 한 번에 징계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회장님. 제 잘못이에요. 오빠들은 잘못한 거 없어요.”
“한유는 내일 이야기하자.”
“아니요. 오늘 이야기해요. 오빠들 징계 받으면… 저 가만히 안 있을 거예요.”
협박까지 하며 서한유는 강윤을 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협박이 강윤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는 강윤에게 폭탄까지 던졌다.
“…오빠들한테 해가 간다면 제가 나갈게요. 제 잘못이니까.”
“야!!”
지현정이 놀라 소리쳤지만 이미 이성이 날아간 서한유는 눈시울을 붉힌 채 흐느끼기만 했다.
강윤은 심각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흐흑…”
촌극이었다. 이렇게까지 매니저들을 위해 나서니…
침묵이 흐르고, 시간이 흘렀다. 강윤은 긴 한숨과 함께 서한유에게 눈을 돌렸다.
“…좋아. 서한유.”
“…..”
“징계 없으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절대, 절대 무단이탈하지 않겠습니다. 조절 기간 철저히 지키겠습니다. 절대로…”
서한유의 눈에서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강윤은 지긋이 바라보다가 세게 박수를 쳤다.
“…좋아. 징계도 없는 걸로 하지.”
“감사합니다.”
서한유는 강윤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매니저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늦었네. 한유하고 현정이는 들어가 봐.”
“혹시 우리 가고…”
“내가 두 말하는 사람이었니?”
지현정의 말에 강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서늘한 눈빛에 두 사람은 떠밀리다시피 고개를 숙였다.
“꼭, 꼭이에요.”
“알았어.”
서한유는 몇 번이나 당부하곤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지현정도 함께 방으로 돌아간 후,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 촌극이군요.”
촌극이라는 말을 들은 문 비서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태형 팀장은 축 쳐진 어깨를 들어올렸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아, 한유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서…”
강윤의 입가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닙니다. 모처럼 재미있었어요. 몰래 카메라 하는 느낌? 한유 성격에 이젠 야식은 생각하지도 않겠죠.”
“그럴 겁니다. 한유가 다 좋은데, 이상하게 야식은 끊지를 못해서… 일탈하는 것 따라붙는 것도 한 두 번이죠. 별 수 없이 회장님 손까지 빌렸습니다.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닙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언제 그랬냐는 듯, 로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매니저들은 낄낄댔고 영문 모를 문 비서는 여전히 의문어린 눈빛이었다.
막내 매니저 김세휘가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을 해주었다.
“그게, 저희끼리 짰어요.”
“짰다고요?”
“네. 한유는 다 좋은데 식탐 통제를 잘 못하잖아요. 콘서트 연습이 보통 빡센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연습 끝나고 야식을 그렇게 찾더라고요. 처음엔 빵, 과자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양고기까지 먹고 오더라고요. 그 동안은 한두 번이겠거니 하고 몰래 따라붙었는데, 이젠 다이아틴 현정이하고 죽까지 맞아서 거의 매일이 되니까… 그렇다고 저희 말은 은근히 안 듣고.”
한태형 팀장이 말했다.
“한유가 이상한 자존심이 있습니다. 매니저들 말을 잘 안 들어요. 회장님 말은 잘 듣지만… 콘서트도 코앞인데 몸매 조절에 실패하면 큰일이잖습니까. 마침 회장님이 예정보다 일찍 오셔서… 급한대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이야기였다. 문 비서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강윤은 멍해진 그녀를 보고 피식 웃고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다음에는 매니저들도 스스로 해결할 방법도 생각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가수들과 밀당하는 것도 능력이니까요.”
“네.”
“밤이 늦었습니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모두를 올려 보내곤 강윤도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연습실에 가기 전, 강윤은 추만지 사장을 만나기 위해 윤슬 엔터테인먼트 중국지사로 향했다.
추만지 사장은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는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죽이 너무 잘 맞는 것도 문제군요.”
“이제는 안 그럴 겁니다.”
“그럴까요? 흠…”
추만지 사장은 몇 번이나 앓는 소리를 내고는 화제를 돌렸다.
“오늘 미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연예소식9라고 아십니까?”
“아,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곳과 미팅이 잡혔습니까?”
강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추만지 사장이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연예정보지 아닙니까. 설마 그 곳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까?”
“네. 에디오스 특집을 다루고 싶다고 하더군요.”
“오호라. 잘 됐군요. 콘서트도 코앞인데. 꼭 하십시오, 대륙 최고의 스타들만 다룬다는 특집 아닙니까.”
추만지 사장은 박수를 쳤다. 은근히 다이아틴이 먼저 기사로 나갔다며 자랑하는 건 잊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애들 연습하는 곳은 저 혼자 가야겠군요.”
“먼저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끝나면 바로 가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후, 강윤은 윤슬 엔터테인먼트를 나서 약속이 있는 카페로 향했다.
윤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에 도착하니 창가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성이 우아한 모습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문 비서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훤칠한 키와 짧은 단발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여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조희영입니다.] [이강윤입니다.]간단하게 통성명을 한 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보내주신 기획안 잘 봤습니다. 에디오스 특집이라, 좋더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 그렇잖아도 뵙고 싶었는데. 영광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에디오스 특집 9개라. 어떤 특집인지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바로 본론인가요?]성질도 급하다면서, 조희영 기자는 바로 서류와 함께 본론을 꺼내들었다.
멤버별 특집 기사들 1개씩과 콘서트 특집 1개, 앞으로의 계획 1개까지. 총 8가지의 기사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1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지만, 강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에디오스 멤버들에 대해 많이 조사했는지 이야기에 막힘은 전혀 없었다.
강윤의 농담을 여유 있게 받으며 그녀는 손가락 1개를 폈다.
설레는 강윤의 표정에 이전과 달리 그녀는 뜸을 들이다가 눈을 빛냈다.
[에디오스를 만든 남자, 이강윤. 그는 누구인가?]쿵.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강윤은 놀라 책상을 쳤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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