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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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95화 – 잽과 스트레이트의 차이
콜라보 콘서트가 끝나고 며칠 후. 함께 큰 산을 넘은 동지들이 다시 뭉쳤다. 국적,직업 등 모든 것이 달랐지만 함께 큰일을 해냈다는 동질감에 그들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건배에!!] [건배에!!]신영준 연출의 어설픈 중국어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기 속에 그들의 잔은 높이 올라가며 분위기가 더더욱 무르익었다.
콘서트의 투자자이며 월드 스테이션 연습생 루리와 챠오의 오빠인 신 오류가 제공한 정원은 평소에 흐르던 클래식 대신 EDM이 흘렀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엄청난 음식들은 끊임없이 계속 나왔고,사람들은 젓가락을 놀리느라 바빴다.
강윤과 잔을 부딪치며 신 오류는 손가락을 튕겼다.
[더 들어올 것도 이미 계산해뒀습니다.]그의 노골적인 말에 강윤은 웃었다.
‘어느 나라든 오빠란 다 똑같은가.’
무대 맨 앞에서 눈을 반짝이는 동생들에게서 내내 눈을떼지 못했었다.
그 모습에서 아픈 동생 때문에 전전긍긍 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동질감을 느꼈다.
오빠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술 잔을 주고받는데 옆에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적당히 하지이?”
“지라아아알.”
알아듣기도 힘든 한국어들의 향연에 강윤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신 오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쿡쿡 웃어댔고,매니저들은 말리느라 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동안 힘들었으니까.’
이런 날까지 잡으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겠는가. 강윤은 그들에게 가지 않았다.
[오,총 경리님. 여기 계셨군요.] [주 행장님. 안 오신 줄 알았습니다.]마침 신 오류에게 손님이 왔다. 강윤도 짧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홀을 도니 여러 사람들이 보였다. 카메라팀부터 연출진,조명팀 등등여러 사람들이어우러져 회식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강윤은 그들 사이에 끼지 않았다.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위치 때문이었다.
모처럼 마음껏 즐기는데 끼는 것도 미안했다.
그런 마음으로 간간히 인사를 건네며 홀을 도는데,한쪽 구석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던 이현지가 있었다.
“강윤 씨. 여기로 와요.”
그녀도 강윤과 같은 마음이었는지 자리까지 권했다. 이심전심이었다.
“한잔 주시겠습니까?”
이현지는 앞에 놓인 투명한 병을들어 잔을 채웠다. 강렬한 향이 올라오는 고량주였다.
잔을 부딪친 후,입가에 술을 댄 강윤의 얼굴이 대번에 찌푸려졌다.
“크으. 세군요.”
“하하하. 강윤 씨가 약한 거죠.”
“이사님이 쎈 겁니다. 잠깐. 50도? 이거 불붙는 술 아닙니까?”
병을 들어보니 ’50’이라는 슷자가 무섭게 다가왔다. 이현지는 애들 같은 강윤의 모습에 깔깔대며 웃었다. 엄살을 떠는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달라 귀엽게 느껴진 탓이었다.
독한 고량주를 단번에 털어 넣고 상기된 얼굴로 턱을 괴자 강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괜찮으십니까?”
“좋기 만한 걸요. 휴~ 기분이 좋네요. 큰 산을 넘은 기분이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성과도 컸고.”
“다음 계획… 에이,일 이야기는 다음에 하죠.”
“네. 건배하죠. 이사님의 결혼을 위하여~”
“그러죠. 강윤 씨와의 결혼을 위하여!!”
“쿨럭.”
가벼운 장난을 치며 술잔을 주고받는데 급한 발소리가 들려 왔다. 문 비서였다.
“무슨 일이죠?”
“바,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이라서…”
이현지의 목소리가 사무적인 톤으로 변하자 문 비서는 움찔했다.
강윤이 물었다.
“급한 일인가요?”
문 비서는 숨을 고른 후,말했다.
“가수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회장님이나 이사님이 아셔야 할 것 같다고… 재훈 씨 HMC 라디오 스케줄이 일방적으로 취소됐습니다.”
“스케줄 취소? 그 정도 일로 급보를 넣은 건가요?”
팀장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로 연락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눈매가 절로 찌푸려졌다. 항상 몸을 불사르는 그녀에게 이런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강윤은 두려움에 떠는 문 비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자세히 말해 봐요.”
“그,그게. HMC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했는데 CP나 국장이 아무런 말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연락을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재훈 씨 자리는 TBB 의 민준이 대신 채웠고…”
“정리하면,재훈 씨 스케줄이 일방적으로 취소됐고 그 자리를 다른 가수가 채웠다,이거죠?”
“네,이사님.”
짧은 한숨을 쉬는 이현지의 눈가에 날이 섰다.
강윤이 말했다.
“재훈이가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펑크 낼 애도 아니고. 우리가 HMC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TBB 쪽과 HMC가 딜을 했을까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 가수 스케줄을 펑크 내면서까지 자기쪽 가수를 넣을 이유도 없어요.”
강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소 기획사인 TBB에서 월드 스테이션과 척을 질 이유가 전혀 없었다.
“공문은 보냈나요?”
“네. 하지만 답변이 없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연락하고 최대한 조치 취해달라고 전달해주세요.”
“바로 전하겠습니다.”
문 비서는 전화기를 들고 뛰어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현지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 흥은 깨졌지만 조금이라도 즐기고 싶네요.”
“같은 마음입니다.”
다시 두 사람의 잔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며칠 후.
콜라보 콘서트를 모두 마무리 지은 강윤은 한국으로 넘어 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잠시 자리에 앉아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해외전화였다.
“연주아?”
[뭐냐? 그 반갑지 않은 목소리는?]텐션이 극으로 올라가며 반가움을 표했지만,돌아온 건 덤덤한 반응 뿐…
그게 화를 자극했는지 주아는 투덜 댔다.
“좋을 이유는 없지.”
[야!!]난데없는 팩트 폭행에 폭언이 터졌고 강윤은 킥킥 웃었다.
“하하하. 콘서트 때문에 바빴거든.”
[… 하여간,이 워커홀릭. 누가 고생 많이 했겠어?]“누가 고생을 해?”
[있어,그런 게. 아무튼 나 조만간 한국 갈 거야. 딱 기다려.]자신감과 오만을 오가는 말투에 강윤은 웃었다. 그녀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와도 내가 없을지 모르는데.”
[꼭 있어야 해. 꼭,꼭. 꼭!! 알았지?]“모른다니까”
[쯤 있으라면 있어. 꼭!! 약속했어!!]뚝. 일방적으로 전화는 끊겼다. 주아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한결같기란 쉽지 않았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흘렀다.
문 비서를 기다리며 강윤은 통화버튼 옆의 문자메시지 함을 눌렀다.
– 월요일 예능 해피니스 데이, 게스트 이현아 통편집
– 수목드라마 그날,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OST 이현아 곡, 다른 곡으로 교체 됨.
– 박민창의 이야기쇼 게스트 은하, 통편집.
– 라디오 이세영의 일상탈출,2시의 이야기 고정 게스트 김재훈,교체
월드 스테이션 가수관리팀에서 온 문자들이었다. HMC 방송국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예능,드라마,라디오 등 등. 한 방송국에서 굴욕적인 일들을 당했다、
강윤은 이 상황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십분 양보해서 통편집이야 될 수 있다 쳐. 그런데 OST에서 밀렸다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제는 OST 여왕이라고까지 불리는 이현아가 밀렸다니.
수긍이 가지 않았다.
‘라디오도 그래 . 편성 기간도 아닌데 고정 게스트에서 잘린다? 뭔가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한 방송사에서 특정 소속사의 연예인들을 차별하는…
복잡한 생각을 안고 회사로 복귀하니 이를 전에 먼저 돌아온 이현지가 강윤을 맞아주었다.
여정을 풀 새도 없이 강윤은 심각한 얼굴로 입가를 쓸어내렸다.
“며칠 사이에 일들이 많이 터졌습니다.”
문 비서가 커피를 내러 나간 후,이현지는 강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팀장들 선에서 끝날 문제인 줄 알았는데,저나 회장님이 나서야 할 문제였네요. 재훈씨 일로 항의공문을 보낸 후로 일이 더 꼬였어요. 오자마자 직접 HMC에 연락했는데 답도 없고…”
문 비서가 조용히 커피를 놓고 나갔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잔을 입 가에 댄 후,강윤은 안색을 굳혔다.
“이유야 어찌 됐든 불합리한 대우에 끌려 갈 생각은 없습니다. 정면 돌파하죠
“출연거부라도 하실 건가요? 그쪽에서 부르지 않는 것과 우리가 거부하는 건 이야기가 달라요. 다른 방송국에도 미운털이 박힐 수 있어요.”
강윤은 팔짱을 끼었다.
“명분을 잘 만들어야죠. 중국 쪽에 힘을 쏟는 게 좋겠습니다. 때마침 물도 들어왔는데 뒤에서 밀어주는 격이 잖습니까.”
“하지만 본진이 밀리는 상황이잖아요. 한국에서 밀리면 답이 안 나와요. 회장님.
지금 우리는사방에서 경계를 받고 있다는 거,알고 계시잖아요. 중국도 한국에서 이름값 떨어지면 몸값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고…”
“그렇긴 합니다만,이대로 끌려가는 것보다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게 백 번 나은 선택 입니다. 한 방송국만 차별하는 그림으로 가면 할 말이 없으니 공중파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는 게 좋겠습니다.”
“네. 저도 그게 좋다고 생각해요. 대신 끈도 만들어야 해요.”
“끈이라… 종편은 어떻습니까? AHF 측과 연대를 맺는 거죠.”
“아.”
이현지는 손뼉을 쳤다.
AHF 방송국과는 더 메시지 방송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민진서의 첫 복귀 작을 AHF에서 방영 한 탓에 관계는 매우 돈독했다. 성과도 대단했고.
“한국 방송은 AHF 스케줄만 하죠. 그쪽에서는 환영할 겁니다.”
“… 좋은 계획이기는 하지만 방송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어요.”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스타의 힘은 이럴 때 사용해야죠. 사람들이 보고 싶은 스타를 보여주지 않는 게 방송국이라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하여튼…”
이현지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녀도 그의 이런 면이 좋았다. 누구보다도 그는 ‘연예’라는 것 의 본질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약속잡고 연락드리죠. 회장님은 재훈 씨 좀 달래주세요. 2년 넘게 한 고정에서 그렇게 잘렸는데 상심이 클 거예요.”
“알겠습니다.”
이후 강윤은 집으로 향했고,이현지는 AHF 방송국으로 연락을 했다.
GNB 엔터테인먼트,연습실에서는 유나윤과 하예리의 화음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어”
피아노를 연주하며 소프라노 음을 내는 유나윤과 알토 음을 내는 하예리의 목소리 가 화음을 이루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연습실을 새어나오는 화음에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뮤지컬 ‘희량애’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된 유나윤이 홀로 연습 중이었는데 우연히 들른 하예리가 말도 없이 난입했다.
물론,결과는 더 즐거웠지만.
책 1권에 이르는 노래가 거의 끝난 후,유나윤이 물었다.
“스케줄 없어?”
“왜? 빨리 갔음 좋겠냐?”
“그건 아니고…”
“그럼 빨리 쳐봐. 이거,이거.”
“어머머? 웬일? 알았어.”
재촉하는 하예리 때문에 유나윤의 손이 다시 피아노 위를 뛰놀았다.
다시 노래에 몰입한 하예리는 눈을 감고 목소리를 높여 갔다.
연습실을 지나치던 허니민트의 멤버,지나와 예미는 창가로 두 사람의 모습을 훔쳐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하예리 재 왜 저럼?”
“월드 회장까지 쳤다더니,맛이 갔나봐.”
멤버의 이상설(異常說)이 스멀스멀 퍼져나가는 현장이었다.
그때,그녀들의 어깨에 손을 얹는 이 가 있었다.
“뭐하니?”
“꺅!!”
돌아보니 한영숙 사장이었다. 옥상에서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사장실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사,사장님.”
한영숙 사장은 그녀들 너머 연습에 몰입하는 유나윤과 하예리를 보곤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요새 예리가 필을 제대로 받았나 보네?”
“그,그러게요.”
“그런데…”
한영숙 사장의 손에 힘이 들어 갔다. 지나와 예미의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저런 건 본받아야지?”
“네,네!!”
이때다 싶었는지 그녀들이 허둥지둥 도망가 버렸다.
“저것들도 월드로 보내볼까? 직빵 이네.”
유나윤과 노래를 맞춰가는 하예리를 바라보며 한영숙 사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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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한 고급 룸.
강윤과 이현지는 AHF 방송국의 실세들과 만났다.
음악방송을 비롯한 예능을 총괄하는 민경세 국장과 실세중의 실세 부사장 김재호였다.
“월드 스튜디오 창립파티에서 뵙고 처음 뵙습니다. 자주 뵙고 싶었는데…”
김재호 부사장이 농담과 함께 서운함을 섞자 이현지가 여유롭게 받았다.
“저희도 그러고 싶었죠. 하지만 인연이 없었네요. 오늘이라도 이렇게 뵈니 기쁩니다.”
“하하하. 오늘이라도 이렇게 뵈었으니 인연이지요. 자,한잔 할까요?”
김재호 부사장은 유쾌한 사람이었다. 벗겨진 머리가 은은한 조명에 환하게 빛났다. 반면 민경세 국장은 부사장 탓인지 조용했다.
고운 빛깔의 양주가 오갔다. 술잔이 오가며 업계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오가기 시작했다.
한창 대화가 무르익어갈 때쯤 김재호 부사장이 그윽한 미소와 함께 본론을 이야기 했다.
“회장님과 이사님이 직접 오셨다면,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거겠지요.”
“네.”
“이제 들어도 될 시간인 것 같습니다.”
강윤도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월드 스튜디오의 차기 걸 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방영하고 싶습니다. AHF에서.”
민경세 국장의 안색이 확연히 변했고, 김재호 부사장의 입가가 떨리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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