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43
97화 – 그는 다르다(1) >
음악의 신
97화 – 그는 다르다
강윤이 강하게 역설했지만,셰무얼은 의아한 얼굴로 갸웃했다. 이전 기획을 담당했던 그 누구도 남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난데없이 관객 동원력이 가장 높은 곳이 남미라니,당혹스러웠다.
셰무얼은 강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날 설득해보라는 제스처였다. 강윤도 몸을 돌리곤 손짓을 섞어가며 본격적인 설득에 들어갔다.
[브라질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적이 있었죠?] [뮤직비디오? 아.]셰무얼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갔다. 두 달간 체류하며 뮤직 비디오를 촬영한 기억이었다.
[‘Nice and Good’ 뮤비 이야기군요.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에서 주로 촬영했었고,어디더라? 거기가…] [타파딩가.] [아, 맞아요. 국경도시였어요. 모래 먼지 때문에 고생을… 잠깐.]아무렇지 않게 넘기려고 했던 셰무얼은 놀란 얼굴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타파딩가에서 촬영했던 건 편집했었어요. 이건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일인데. 열심히 수집했군요.] [가수에 대해 알면 알수록,최고의 공연을 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 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젊었으니까 의욕이 넘쳤죠. 강윤은 하늘 끝에 닿을 것 같은 나무들을 본 적이 있나요? 그때 처음 봤었는데, 잎 사이에 새어 들어오는 빛이 예술이었어요. 금방 우기가 와서 얼마 보지는 못했지만…]셰무얼은 아마존 이야기를 하며 너 스테를 떨었다. 젊었을 적,사서 고생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이야기가 되는 법. 강윤은 추임새와 리액션을 넣으며 귀를 기울였다.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려 즐거웠는 지,셰무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야기가 샜다가 다시 돌아왔다.
강윤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자 셰무얼은 끙소리를 냈다.
[7년은 너무 긴데…]눈매를 좁힌 셰무얼을 보니 강윤은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브라질에 입국할 때 마중 나왔던 사람들 기억나십니까?]입국? 갑작스러운 입국 이야기에 셰무얼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원래는 뮤비만 촬영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중간에 일이 틀어져 복잡해졌지만…] [돌아갈 때는 어땠습니까?] [흠… 많았죠.]셰무얼은 어색한 웃음을 홀렸다.
[자꾸 자랑이 되는데… 정말 많았어요.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출연했던 방송국의 PD였나? 작가였나? 아무튼 출국 일정을 흘려버렸죠. 덕분에 공항이 마비 됐었어요. 비행기 시간까지 미뤄지고… 미안하고,고맙네요.] [그때 높은 사람들도 나오지 않았었나요?] [높은 사람? 정부 사람들 말하나요?]잘 떠오르지 않는지 셰무얼은 갸웃 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때 허리 꼿꼿하신분들도 많이 왔을 겁니다.] [아, 기억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와인과 커피를 챙겨줬었어요. 눈매가날카로워서 별로였는데. 그리고 의원? 그런 사람들도 몇 있었죠?] [역시.]강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셰무얼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관료에게 배웅 받은 것을 대체 왜 묻는 건지.
[그 정도 영향력 이었다면,7년이 지났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 사람들이 내 팬이었던 거 아닐까요?]셰무얼은 어깨를 으쓱였다. 여전히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캐리나 다른 가수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정부 인사가 직접 마중 나온 가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흠…] [그 사람들은 영향력에 민감한 사람들이니까요. 특히나 브라질의 정치인들은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까지 움직였을 정도라면 7년의 세월? 승산있지 않겠습니까?] […그럴까요?] [해외 앨범 판매량도 근거가 됩니다. 근 몇 년간 10위권에서 왔다갔다 했죠.] [그렇기야 한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콘서트를 할 정도의 인지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홍보를 하고,철저하게 공연을 준비한다면 셰무얼이 원하는 무대,지금 까지 없던 콘서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강윤은 손짓을 멈췄다. 이제는 셰무얼에게 맡긴다는 뜻이었다. 공이 넘어 오자 셰무얼은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뭔가 결정을 내린 셰무얼이 긴 한숨과 함께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셰무얼의 시선이 천장을 향했다.
[열정적인 준비,감동했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왜 주아가 추천을 했는지,이제는 확신이 서네요. 하지만…] [셰무얼.] [아직은 빅 밴을 포기하기엔 불안 하네요.] [빅 밴?]난데없이 빅 밴이라니. 당혹스러웠다.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이유에요.] [셰무얼.]셰무얼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에 섰다. 축객령,이만 나가달라는 신호였다.
강윤은 멍해졌다.
‘빅 벤? 런던을 심중에 두고 있던 건가? 출연진들 사이에 돌던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런던에서 콘서트를 열기 원한다. 지난번 콘서트도 런던에서 시작했기에,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일 뿐. 강윤의 머릿속에 생각들이 스쳐갔다.
‘답답하게.’
한창 연습에 빠져 있는 셰무얼을 바라보며 강윤은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런던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셰무얼이 런던을 직접 이야기하면 새로운 걸 추구한다는 본인 말하고 맞지 않아.’
복잡했다.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무대 위의 음악소리가 더 커져갔다.
‘빅 벤? 런던 콘서트?’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평소라면 가수가 원하는 대로, 셰무얼이 원하는 대로 했을 것이다. 그게 강윤의 지론 이니까.
‘빅 벤을 포기하기엔 불안하다. 빅 벤보다 더 큰 것이 있다면 포기하겠다는 의미인가?’
집에서도 강윤의 고민은 그치지 않았다.
다음날.
셰무얼이 브라질 콘서트를 거절했다는 말을 듣자 회의실의 분위기는 축쳐졌다.
작은체구의 백인남성,제이콥은 고개를 흔들었고,팀원들의 어깨는 아래로 향했다. 의욕적으로 교환했던 의견들이 허사가 되었으니까.
짝.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강윤은 손뼉을 쳤다.
펜을 굴리던 제이콥이 답했다
[있었죠. 셰무얼은 좋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며칠 안 지나서 셰무얼과 크게 싸우곤 그만뒀어요.] [싸웠다? 원인이 뭐죠?]부팀장 리사가 답했다.
[그게,콘티 때문이었어요. 곡 순서 때문에 기 싸움하다가 사단이 났죠. 다들 이해를 못했어요.]팀원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이었다.
‘콘티 때문이 아니야. 런던은 아니란 이야기군.’
내 생각은 알아서 파악해라. 내 영역에 터치하지 마라. 이건 뭐…
[다른 곳을 더 알아블까요?] [트라팔가 광장은 어때요?]강윤이 생각에 잠긴 동안,팀원들은 런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이미 런던에서 콘서트하는 걸 기정사실화하며,이야기를 진행 해나갔다.
[마스터?]리사 부팀장은 강윤의 눈치를 보다 가,홀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버린 그를 보곤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러다가.
한참 침묵하던 강윤이 뜬금없이 내뱉은 말에 모두의 말이 멈췄다.
[좋아하는 거요?]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음식,노래, 취미,전부 말해주세요.]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셰무얼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음식부터 노래,심지어 여자 취향까지 나왔다. 강윤은 이 모든 걸 적었다.
한참 의견들이 오갈 때,리사가 손을들었다.
팀원도 뭔가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요.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요. 셰무얼 집에 조각품까지 있다고… 돈 벌면 그것들 사는데 다 쓴다는 말 까지 있거든요.]팀원들 모두가 입을 모았다. 강윤의 머릿속에도 빅 벤이라는 말이 계속 떠나지 않았다.
[왜일까요.] [네?] [왜 셰무얼은 그런 건축물들을 좋아할까요?]다른 팀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지,왜라니.
강윤의 머릿속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답을 하면서도 리사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도무지 강윤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결국 말을 멈추고,담담히 있는 물었다.
강윤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가 모르는 셰무얼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네?]모두가 반문했다.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궁금해 하는 모습들이 보였지만,강윤은 말을 아꼈다. 오늘은 그 동안 해 오던 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회의를 마쳤다.
강윤이 일어나려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이현지였다.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 반갑지만,안부인사할 때가 아니네요.
이현지의 목소리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무슨 일 생겼습니까?”
– 사고가 터졌네요. 대형사고.
이현지는 차분히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입사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매니저가 주먹 다짐을 했다는 이야기에,강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말 많아지기 좋은 소재군요.”
– 그렇잖아도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아요. 막고는 있는데,다 막을 수는 없었어요.
기사가 터졌다는 이야기였다. 잠시 멍해졌지만,강윤은 이내 마음을 추슬렀다.
“일단 지예 측과 입을 맞춰야겠군요.”
– 미국 일만해도 힘드실 텐데… 그 쪽이 회장님을 얼마나 아니꼽게 보는 지도 잘 아는데,이런 걸로 연락드려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 이죠. 강 사장에게는 제가 연락해보겠습니다.”
– 법쪽이나 언론쪽은 제가 움직여 볼게요. 아,이신입은 어떻게 할까요?
“원칙대로 해야죠. 우리 식구는 우리가 때려야 합니다. 남이 때리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 네. 필요한 사항 있으면 또 연락 드리죠.
통화가 끝난 후,강윤은 세이스에 접속해 ‘연예’란을 열었다.
– 월드,지예 직원들,해운대에서 난투극 벌여. 기획사 갈등 드러나?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를 보며,강윤은 안면을 가렸다.
——–
“… 시시비비 가리는게 문제가 아닐 텐데요.”
핸드폰을 든 이현지의 아미가 심하게 구겨졌다. 전화로 큰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이현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법과 원칙대로 하자? 어떤 게 법과 원칙대로인지 모르겠군요. 그쪽이나 신경쓰시죠.”
핸드폰에서 뭐라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이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끊어버렸다.
“하여 간, 카메라나 마이크 잡은 인간들은… 아,이야기 계속 할까요?”
이현지의 눈이 앞에 앉아있는 두 매니저,문주명과 김성민에게로 향했다.
문주명 팀장은 우물쭈물했다. 반면 주먹 다짐의 주인공,김성민은 할 말이 많았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이사님. 제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십시오. 시비는 그쪽에서 먼저…”
“변명은 됐어요.”
김성민 매니저는 울컥하려다 이현지와 눈을 마주하곤 고개를 숙였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은 무시무시 했다.
문주명 팀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사님,죄송합니다. 제 탓입니다. 애들 관리를 못해서…”
문주명 팀장이 계속 고개를 조아렸지만,이현지는 그 쪽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연예인 일도 아니고,매니저 때문에 기사가 나다니. 수습해보려고 했지만,그 동안 흠집없던 월드라는 떡밥에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었다.
거기에 저 신입의 태도가 불을 질렀다.
“김성민 매니저.”
“…네.”
낮은 톤이 들려오자,이현지는 깔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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