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48
98화 – 내부의 적(完) >
60000, 59980, 59941…
40000, 39987, 39953…
50000, 49999, 49960…
책상 위,3대의 모니터에서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 개의 대행업체 6만,4만,5만. 총 15만의 숫자가 아래로 향해가고 있었다.
사장단에서 신음소리가 흘렀다. 티켓의 판매 속도가 계산보다 현저히 느렸다. 셰무얼의 세계투어를여는 첫 콘서트다. 중간에 주춤할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판매 속도가 이렇게 느리다면… 결과는 안봐도 비디오였다.
‘시작이니까 이런 거겠지?’
‘좀 더 지켜보지요.’
사장단 사람들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며 마음을 달랬다. 어떤 이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잡념을 날리려 애썼다.
‘이상은 없는 거지?’
‘당연하지. 벌써 10번째 체크했다고.’
직원들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붙지 않는 속도 속에서,표정이 변치 않는 사람은 강윤 뿐이었다. 문 틈 사이로 얄궂게 셰무얼이 연습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 아무래도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결국 못 참겠다는 듯,사장단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20분이나 지났는데,하나,둘… 5 천? 다 해서 만 장 팔렸습니다. 10분 의 1도 안팔렸어요.못해도 절반은 팔아 치웠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성난 목소리가 신호탄이었다. 사장단의 들끓는 목소리가 들고 일어났다.
[다른 가수들이라면 지켜보겠지만, 셰무얼인데. 그냥 무난하게 해도 됐을 것을… 새로운 시도를 너무 한다 했지. 브라질 외주에 프로모션까지… 마스터. 해명을 해줬으면 합니다.] [로얄석 같은구분도 없애버리고 스탠딩만으로 200달러(브라질 돈 약 630레알. 한화 약 23만원)부터 가격을 책정한 것도 따져봐야 할 것 같군요. 그런 티켓들 하나에 얼마짜린데…]급기야 책임론까지 붉어졌다. 셰무얼이 강윤의 말만을 신뢰한 것에서 오는 경계심,시기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사님들. 그건…] [참아. 네가 나설 자리가…]몇몇 직원이 나서려고 했지만,같은 직원들에게 가로막히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직원들이 나서봐야 일만 더 커질 뿐이었다. 분위기는 점점 냉각됐다.
한편,강윤의 눈은 오직 모니터로만 향해 있었다. 사람들은 답답했다.
안절부절 하던 제이콥은 흠칫 놀란채,강윤을 돌아보았다. 사장단의 말을 끊어버리듯,잘라버린 강윤은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소레마 쪽에 연락을 넣어 주겠습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요?] [마스터!!]소테마는 티케팅 중계업체였다. 사장단 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삿대질까지 하며 벌떡 일어 났지만, 강윤은 담담했다.
[혹시 서버 쪽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이 곳과 그곳의 숫자에 차이가 있지는 않은지.] [알겠습니다.]제이콥은 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말 까지 잘리자 사장단은 성이 날대로 났다.
[컴퓨터가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책임을 피하고 싶습니까?!]강윤은 눈을 감았다. 지금 저들에게 변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제대로 된 원인파악과 해결책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사장단들의 불안에 직원들이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강윤은 가라앉은 눈으로 사장단을 바라보았다.
[책임져야 한다면,지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 각오해야 할 겁니다.]기어이 책임이라는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사장단은 조금 잠잠해졌다. 은근히 입가를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들은 답답했지만,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난 세계투어 티케팅 속도의 절반도 못 따라가고 있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10분이 지났다. 카운팅을 해보니 도합 15만에서 약 13만. 2만 정도가 줄었다. 게다가 이제는 줄어드는 속도가 더더욱 줄어들고 있었다. 특히 4만 명의 티케팅을 하던 사이트는 1분 이상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장단 중 한 사람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에서 타일렀지만,잭이라는 남자의 입은 계속 불을 뿜었다.
[저걸 보고도 아직도 할 말이 있나?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게 안보여? 이만하면 시간도 충분히 준 것 아닌가?]겉으로는 화를 내는 잭이라는 남성을 말렸지만,사장단은 그와 동조하고 있었다. 강윤을 향한 곱지 않은 눈길이 증거였다.
[제이콥이 돌아오면,다시 이야기하죠.]강윤은 여전했다. 사장단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이번 콘서트는 망했어!! 강윤,당신 때문에!!]쾅. 분위기가 격해지려는 찰나,문이 열리며 제이콥이 들어섰다. 급히 달려왔는지 숨까지 헐떡였다.
[마,마스터. 헉헉.] [무슨 일이랍니까?] [헉,헉. 마스터 말이,맞았습니다. 서버,서버 문제랍니다. 접속자수가 너,너무 많아서… 접속이 힘들,힘들 답니다. 그리고…]직원들의 안색에 화색이 돌았다. 강윤은 침착하게 다시 물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서버가 너,너무 느려져서… 모든 서버를 티케팅에 사용하고 있답니다. 그 바람에 이곳에 전송되는데이터 속도가 느려져서… 차이가 생겼답니다.] [얼마나 판매됐습니까?]제이콥은 가슴을 내리 누르곤 팬을 들어 화이트보드에 숫자를 적었다. 150000.
[와아아아아–!!]직원들 사이에 엄청난 만세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량 매진이었다. 제이콥은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셰무얼 콘서트를 위해 서버를 증설했는데도 예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서버가 폭주했다고 합니다. 미리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알겠습니다. 고생했습니다.]제이콥은 자리로 돌아가 다른 팀원들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이미 직원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 기세라면 매진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반면,강윤을 미친 듯이 몰아세웠던 사장단은 기쁨과 민망함이 교차했다. 눈가는 휘었는데 입가는 헛기침만 연발했다.
기뻐하고 싶었지만,그들은 강윤을 몰아세운 일 때문에 얼굴을 붉혔다. 콩.
[아얏!!]사장단 중 하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노인이 잭이라는 남성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하,하멜.] [넌,나이를 먹고도 그 혈기를 못 고쳤냐? 이게 뭐냐.] [그게… 으.]무려 사장단이다. 잭도 성성한 나이,그 사이에서 굴밤을 맞다니.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얼굴을 붉힌 채,그는 서둘러 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사람들의 눈총은 보너스였다. 그에게 꿀밤을 먹인 노인은 강윤에게 다가왔다.
[미안합니다,마스터. 끝까지 믿었어야하는건데.]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한 겁니다.] [허허,허허허허.]그는 강윤의 손을 매만지곤,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사장단도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곧 밖에서 환호성이 터져나갔다. 그제야 강윤도 다리가 풀렸는지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마스터. 잠시만.] [네?]제이콥이 강윤에게 일어나도록 손짓했다.
강윤이 힘겹게 일어나는데,다리와 등에 뭔가가 닿는 게 느껴지더니,그를 뒤로 넘어뜨렸다.
몸이 붕 뜨는가 싶더니,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모두가 몰려들어 강윤을 받히고 하늘로 날렸다. 행가래였다.
뒤에서 갑작스레 강윤을 눕히더니, 모두가 그의 몸을 손으로 받아 일제히 하늘로 던졌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강윤은 눈을 감았다.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이었다.
행가래를 받고,모두에게 회식을 약속한 강윤은 연습실로 향했다. 휴가 전,인사를 하러 가기 위해서였다. 강윤이 연습실에 들어서니 무대 위에서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몸을 흔드는 셰무얼이 있었다.
음악이 멈췄다. 셰무얼은 땀을 훔치며 강윤에게 손을 흔들었다.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아니에요. 앉아요.]셰무얼은 무대에 걸터앉으며, 강윤에게 자리를 권했다. 강윤도 한 걸음에 무대 위로 올라 그의 옆에 앉았다.
셰무얼의 눈가가 아래로 내려왔다.
[회사 일 때문이라고 했지요? 아, 내가 회장님을 너무 오래 잡고 있긴 했네요. 다들 보고 싶어 하겠어요.] [아닙니다. 제가 없어도 다들 알아서 잘 합니다.] [잘 하겠지만, 보고 싶어 할 것 같네요. 아주아주.]셰무얼은 얼굴을 앞으로 내밀며 장난스럽게 눈매를 휘었다. 함께 일 해 보니 소속 가수들이 얼마나 그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할지 짐작이 갔다. 이렇게까지 가수의 마음을 저격하는 기획자는 찾기 어려운 법이니까.
강윤은 셰무얼의 컨디션에 대해 주로 물었다. 셰무얼도 평상시와 같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별다를 것 없는 대화였다. 잠시 숨을 고른 셰무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려 15만 석. 전량 매진. 그것도 1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룬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당연하다는 듯,평온했다.
[이제 제대로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아,열심히 해야겠네.]셰무얼은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짜기 라도 한 듯,모든 조명이 꺼지고,스포트라이트만이 그를 오롯이 비췄다. 미끄러지듯,그는 무대를 뒤로 밟게 시작했다. 백스텝이었다.
음악도,노래도 없었다. 오직 조명과 춤만이 있었다. 당연한 듯,검은빛이 강윤의 눈가를 어지럽혔다.
‘… 왜 검은빛만 보이는 거지?’
언젠가부터 음악의 빛이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이유를 모르겠다. 발전을 위한 걸까? 아니면 퇴보인걸까? 춤을 봐도,공연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지원에 더더욱 공을 들인 것인 지도 몰랐다.
피할 수 없다. 음악의 빛은 검게 물들었어도 느낄 수 있었다. 그걸 믿고 이곳으로 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걸까?’
셰무얼의 온 몸이 각기 따로 놀았다. 다리와 팔의 관절이 따로 움직이며,비트를 맞춰갔다. 검은빛이 점점 짙어져갔다. 각양각생의 화려한 조명들이 그를 비춰도 마찬가지였다.
셰무얼의 춤을 감상하며,강윤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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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내가 왜 프로듀서를 때려쳤냐,이거야?”
오지완이 짓궂게 실눈을 뜨자,박소영은 화등잔만하게 눈을 뜨며 손을 마구 휘저었다.
“그,그, 그럴 리 가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 말이 그거지. 왜 잘나가던 MG에서 여기로 왔는지 묻는 거잖아. 그것도 프로듀서까지 때려 치고.”
“그게요…”
박소영은 당황해서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했다. 묻고 싶던 걸 계속 이리 저리 돌리고 있었다. 지예의 전신인 MG에서도 알아주던 프로듀서 였던 오지완이 프로듀서 밑에서 일하는 A&R 팀장이라니. 사실,누구도 묻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 외로 오지완은 쿨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여기에선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 껏 할 수 있거든.”
“권한은 프로듀서가 제일 크지 않아요?”
“A&R팀장도 비슷해.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획도 할 수 있고, 작곡가나 가수들과도 마음껏 상대 할 수 있으니까.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 프로듀서가 아니라서 이름이 알려지거나 하는 일은 적겠지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철문이 열렸다. 츠카사 프로듀서와 인문희였다. 뒤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AHF 방송국의 민경세 국장이었다.
“민 국장님? 오늘 기획회의 날은 아닌 걸로 압니다만…”
오지완이 묻자 민경세 국장은 양 손에 든 봉지를 들었다.
“근처를 지나다가 들렀지요. 제가 실례한 걸까요?”
“오.”
박소영의 눈이 기쁨으로 물들었다. 봉지 안에는 과일을 비롯한 간단한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민경세 국장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다과를 먹으며,츠카사 프로듀서가 말했다.
“정규 애버르 내스므 조케스므니다.(정규 앨범을 냈으면 좋겠어요.)”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한국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그녀는 열심을 냈다. 회의 중에는 일본어를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요지부동이었다. 몇 번이나 다시 들은 후에야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지완이 말했다.
“처음부터 정규앨범을 내자,이 말씀인가요?”
“하이.”
“저도 그러고 싶지만… 한국에선 그게 쉽지 않습니다. 일본이라면 가능했겠네요.
에디오스도 바로 정규 앨범을 내지는 못했어요.”
현재 월드 내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 가수가 에디오스였다.
싱글앨범을 모아 미니앨범을 만들고,여기에 몇몇 곡들을 추가해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온라인 위주로 시장이 바뀌면서 모든 가수들이 이런 식으로 앨범을 냈다. 예외는 없었다. 앨범 판매량이 높은 일본과 한국은 달랐다.
오지완은 그 점을 들었다.
츠카사 프로듀서는 고개를 흔들었다.
“방송에 나가르 데스. 이거로 이지도르 오리다네 정규 앨버르 가능네 생가해데스.
(방송에 나갈 거잖아요. 이걸로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면 정규 앨범은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몇 번이나 다시 묻고서야,말을 알아들은 오지완은 고개를 저었다. 만약 시청률이 안 나온다면? 월드가 앨범 하나 망한다고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실패가 뻔한 계획을 세우고 싶지는 않았다.
[시도부터 해보고 안 된다고 해야죠.]“처음엔 싱글부터 내야 합니다.”
급기야 일본어로 외치는 프로듀서, 고개를 젓는 A&R 팀장. 둘의 대립은 팽팽했다. 박소영과 인문희는 멀뚱멀뚱 서로만 바라보았다.
‘오 팀장님 한 고집하는데.’
‘츠카사 언니 고집 장난 아닌데…’
오지완과 츠카사 프로듀서를 지켜 보는 민경세 국장도 바빠졌다.
‘일본인 프로듀서와 한국인 팀장. 사이가 좋진 않아 보이는군.’
생산적인 싸움은 아닌 것 같다. 타협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상성도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 처음 부터 삐걱대고 있었다.
‘좋아하겠어.’
그에게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아주 아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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