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51
99화 – 음악의 본질(3) >
Day– Day- Move– Ooo—-
쿵,광. 두둥. 하나,둘. 세 번째 박자에서,강한 비트음이 터져 나왔다. 8명의 연습생들이 동시에 점프를 뛰며,오른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 Heat the show R
2년 전 발매된 영국 여가수의 밀리언 셀러. 강한비트만큼이나 격렬한 안무로 특히나 사랑받은 곡이었다. 포인트는 힘,힘이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디오네는 이 안무를 위해 근력 운동까지 따로 했다는 후일담까지 있었다.
“학,학!! 모,못하겠어요!!”
양채영은 다리를 팔자로 벌리며 굴렀다.
“약해!!”
이내 안무가 이혁찬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불호령에 반응할 여유 따윈 없었다. 허리를 흔들며,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는 동작도 버거웠다.
옆의 양채영은 답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도 힘이 없긴 마찬가지. 입술이 하얘지도록 꾹 다문 채,박자나 맞추는 게 고작이었다. 뒷열의 중국 멤버,차오와 루리도 숨을 몰아쉬며 간신이 쫒아가는 중이었고 일본 멤버들은 이미 박자를 놓친 지 오래였다.
“… 한심해.”
맨 앞,센터에 선 선정유리는 뒷열의 언니들을 고깝게 흘겼다. 그녀의 안무에는 힘이 넘쳤다. 이혁찬 안무가도 그녀만은 지적할게 없었는지,눈짓만 슬쩍 하고는 바로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솔로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다. 노래야 기술로 다 뭉개면 그만이다.
“이시이!! 턴,턴!! 유이한테 맞춰야지!! 채영이,다영이는 앞에 유리 보고!! 차오,카메라에서 눈 떼.”
정유리 앞에서 함께 안무를 추던 이혁찬 트레이너는 성난 소리로 외쳤다. 연습생들 앞에 설치된 카메라는 붉은 빛을 쏘아냈다. 모니터링 겸 AHF의 방송을 위한 촬영 이었다.
카메라 뒤 . 입구에서는 세 남녀가 심각한 얼굴로 의견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 경쟁을 시키자,이 말인가요?”
진혜리는 안색을 굳혔다.
팀 엔티엔 담당자이자 스카우트 2 팀의 책임자로서 듣기 좋은 발언이 아니었다. 경쟁이라는 말을 언급한 맞은편의 남성 , 책임 PD 강영하는 꿋꿋하게 말을 이어 갔다.
“월드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한번 받아들이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원칙에 어긋나는 게 아니에요. 이번에 떨어지면 다음에 데뷔시키면 됩니다.”
“탈락한 연습생들의 이미지 추락은 어떻게 하죠? 첫 인상을 지우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에요. 가혹한 경쟁에서 이기든,지든. 우리는 후폭풍을 감내해야 해요.”
“그러면 대책이라도 있습니까?”
“저회는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진혜리나 강영하 PD나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하, 진짜…”
진혜리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강윤과 함께 중국, 일본,한국. 삼국을 돌아다니며 직접 데려온 아이들이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단순히 방송을 위해 경쟁을 붙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영지 작가가 말했다.
“책임님. 서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예요. 경쟁이 반드시 나쁜 결과만을 불러오지는 않아요. 지금 저 아이들을 보세요. 저 어린 아이 빼면 발전의 기미가 안보이잖아요?”
“경쟁구도를 형성한다면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생존이 걸리면, 사람은 없던 힘도 활용하는 법이니까.”
나긋나긋한 어조에도 진혜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월드의 방향과는… 맞지 않아요.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렇다면 대안을 주세요. 지금 상태로는 좋은 대본을 쓸 수가 없어요.”
이영지 작가가 직구를 날렸다. 진혜리도 난감했다.
프로그램 제작을 엎어 버릴 수도 없고.
머리를 식혔는지,강영하 PD가가 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지금 이대로는 뻔한 방송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연습생들 패턴이 숙소,학교,연습실을 반복하니까요.”
“연습생이라면 어쩔 수 없어요. 연습을 해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까요? 힘든 시간 속에서도 갈등,로맨틱한 일이 일어날 건덕지는 있어야죠. 월드는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아이러니 했다. 연습에 집중하기 위한 시스템 때문에 방송을 제작할 수 없다는 게. 진혜리가 가수들이 동원된다면 어떠냐고 물었지만,단타에 그칠 거라고. 두 사람은 선을 그었다.
진혜리는 생각했다. 그녀도 사실 방송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었다. 팀 엔티엔은 이번에 제작하는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하겠다고 전략을 수립 했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 일단 회장님께 이야기해볼게요.”
진혜리가 한 발 물러 나자 두 사람도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기다리죠. 좋은 답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촬영은 계속 하실 건가요?”
“일단은요. 영상은 많을 수록 좋으니까요.”
강영하 PD는 구슬땀을 흘리는 연습생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안무가의 고성에 맞춰,힘겹게 동작을 맞춰가는 연습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 진짜 연습강도 쎄네. 다른 데도 그래?”
“이 정도는 아닐걸요? 월드는 참유 별나네요.”
이영지 작가도 질렸는지 몸서리를 쳤다. 이미 바닥은 연습생들이 흘린 땀으로 홍건하게 물들어 있었다.
———-
미래산업박람회 주관파티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강윤과 이현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구두에 불과했지만,목소리 사용계약도 체결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두었다. 악연 과도 재회했다. 리처드 트락손. 헤지 펀드에릭튼 캐피탈의 아시아 지부장 과의 만남이었다. 그가 한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늦은 밤,한산한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안. 가로등의 은은한 불빛과 재즈가 분위기를 더해갔다.
분위기가 마음에 안든 탓일까,운전대를 잡은 이현지는 가라앉은 눈빛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 중국의 막강한 자금력이 지예로 흘러 갔다라.”
창틀에 팔을 기댄 강윤의 눈매도 날이 서 있었다.
“…왜 저래들.”
파티도 즐기고,밤의 재즈까지. 최고의 기분이던 정민아는 앞좌석의 두 사람이 아리송했다.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댔다.
이현지쪽으로 시선을 돌린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지예의 단독대표 취임에,자금 유입. 강시명 사장의 수완도 대단합니다.”
“쫌생이겠죠.”
“풉”
이현지의 뜬금없는 발언에 강윤은 실소를 뿜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핸들을 틀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사람을 믿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된 것 같아요.”
“이 사님.”
“틀린 말은 아니죠. 소속 연예인들은 쥐어짜고,연습생들은 마음대로 내 보내고. 그런 사람이 성공한다? 난 인정할 수 없어요.”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정민아가 끼어들었다.
“그 덩치만 무식하게 큰 아저씨 말이죠? 윙클 애들도 엄청 씹고 다녀요. 들어보니까 안 씹는 연 사람이 없데요. 직원들도 장난 아니고…”
“그런 말은 어디에서 들었어?”
“대기실이죠. 윙클애들 입 막 놀리잖아요.”
각종 소문의 온상지가 곳이 대기실이었다.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고,이현지가 말했다.
“하긴. 예랑 시절부터 강시명 그 사람,악명이 높았죠. 신인들은 일주일에 1시간 자는 게 기적이라고 했었죠.”
강윤은 턱에 손을 올렸다.
“씁쓸하군요. 도움이 되는 스케줄과 아닌 스케줄만 구별해도 그렇게까지 무리하진 않을 텐데.”
“돈만 되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니까요.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회장님을 싫어하는 건 당연하겠네요. 그렇게 그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가수들이 원하는 것 다하게 해주면서 회장된 사람이 좋게 보이겠어요?”
“이 이야기는 이 정도만 하지요. 이사님.”
“네. 회장님.”
“혹시 리처드가 거짓 정보를 줬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이현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리처드가 거짓 정보를 줘서 얻을 이익이 있다면,생각을 해봐야겠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지 생각해보면 정보는 진짜일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가 스타타워를 인수한 이후,그는 순순히 건물을 비워줬었죠. 아주 깔끔하게.”
“그랬었죠. 솔직히 놀랐습니다.”
“치사하긴 했지만,승복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굳이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이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강윤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중국과 지예 쪽에 촉을 세워야겠군요.”
“콘서트 마무리되면 바로 오세요. 당분간 이런 장기 스케줄은 잡지 마시고요.”
강윤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면 지예는 언제나 월드와 반대되는 길을 걸었다. AHF 방송국과 협약을 맺은 후,공중파 방송에서 하차하게 되었을 때,월드 연예인들의 빈자리를 메운 것부터 월드와 반대되는 행보들 등등.
속도를 높이며 이현지가 말했다.
“제가 지예라면 우리를 내부부터 갈라놓으려 할 거에요.”
“내부라. 자금을 이용한 스카우트를 말하는 거지요?”
“네. 우리는 위약금이 생각보다 큰 편이 아니니까요. 이제부터는 가수들 단속을 철저히 해야겠어요.그럴 일은 없겠지만,한 명이라도 넘어가면 다른 사람들도 모조리 흔들리게 될 거에요.”
강윤의 얼굴이 굳어갔다. 개인의 의사는 최대한 존중하지만,회사 존립이 흔들린다면…
생각이 복잡해졌다.
“전 안가요.”
“민아야.”
뜬금없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이 돌아보니 정민아가 핸드폰에 눈을 둔 채,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1조원 이상 주면 생각만 해볼게요.”
“너,1조가 얼마나 되는 돈인지는 알고하는 소리니?”
“우리 스튜디오도 살 수 있잖아요. 왜요? 내가 모를까봐?”
빈 말이라도 고마웠다. 강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정민아는 어깨를 피며 ‘엣햄’ 소리를 냈다.
1시간을 달려 일행은 숙소에 도착 했다. 주차를 하고 막 문을 잡으려는데 문이 벌커덩 열렸다.
“한유야.”
문 뒤에 하늘거리는 원피스 차림의 서한유가 있었다. 뭔가에 동요한 기색이 역력한.
“회장님. 소,손님 왔어요.”
“손님?”
강윤은 의아했다. 이미 한밤중이었다. 손님이라니. 서한유를 따라 서둘러 로비로 향했다.
“오오. 그래서,그래서요?”
로비에 들어서니 여자들의 높아진 톤이 들려 왔다. 로비 소파에 에디오스 멤버들이 꺄르르 웃고 있었고,웬 야구모자를 쓴 남자가 다리를 꼬며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이거,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네?”
“아잉. 해주세요. 네?”
대체 왜 그런 걸까.
에일리 정은 애교까지 보이고 있었다. 강윤은 당혹스러웠다.
에일리 정이 팀 내에서는 띨한 걸로 통하지만,팀 밖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회장이 나서기 전,정민아가 튀어나갔다.
“릴리. 뭐하냐?”
“민아야. 어? 우와. 옷!!”
정민아의 드레스가 마음에 들었는 지,에일리 정의 눈이 반짝였다. 가슴 골과 오른쪽 다리라인이 여실히 드러 나는 드레스는 정민아를 한층 돋보이 게 했다. 문제는 다른 멤버였다. 감탄 보다 서로 입어보겠다며 손을 뻗었다.
“내놔. 혼자만 예쁜 옷 입기야?”
“저,저리 가아!!”
마수에 쫓겨 정민아가 방으로 올라 가버렸다.
에디오스 멤버들도 드레스 입어보겠다며, 썰물같이 빠져버렸다. 졸지에 로비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환호하던 관객들이 사라졌지만,남자는 아쉬운 기색이 없었다.
“정말 만나기 힘들군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하긴,회장님인데.”
“실례지만 누구신지?”
“아,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는데…나도 참. 아직 멀었네요. 하경락이라고 합니다.”
“아.”
강윤은 보고서에서 본 얼굴을 떠올렸다. 인문희의 데뷔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하경락 PD였다. 이현지와도 인사를 나눈 후,하경락 PD와 강윤은 로비의 소파에 함께 앉았다.
“먼 곳까지 직접 오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하경락 PD는 지나칠 만큼 솔직했다. 비틀어 쓴 야구모자에서는 ‘나 특이함’이라고 쓰여 있는 듯 했다. 이현지는 말도 섞고 싶지 않은 지,잠시 머물다가 옷이 불편하다며 올라가 버렸다.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커피보다,이 시간엔 술. 술이죠.”
강윤은 로비에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여긴 좀 그러니 제 방으로 가죠. 숙소는 잡으셨습니까?”
“아니오. 신세질 생각으로 왔습니다.”
그는 매우 당당했다. 어처구니없었지만,강윤은 담담했다.
“괜찮으시다면 올라가시죠.”
“오오. 역시. 다른 사장님들처럼 척이 없어서 좋습니다.”
“하하…”
강윤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다양한 괴짜를 만나봤지만,이런 종류의 괴짜는 또 처음이었다. 민폐괴짜랄까.
방에 들어 간 후,룸 서비스가 들어 왔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세팅 한 후,두사람은 캔을 부딪쳤다.
“크으. 그래!! 이 맛이지. 회장님!! 카아!!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좋군요.”
“캬아!!”
경박했다. 개성이랍시고 비틀어 쓴 야구모자는 경박함을 한충 더하는 듯 했다. 목소리조차 가벼웠다. 이야기까지.
“미국에 도착해서 월드에 전화를 했죠. 분명 월드에 전화를 했는데,직원들 누구도 회장님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그랬습니까.”
어느 직원이 회장 소재를 알고있을까. 알고도 함부로 말한다는 것도 웃기는 일. 이 일이 하경락 PD를 짜증나게 한 모양이었다.
“약속이 잡혀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회장님 소재는 절대-에 가르쳐 줄 수 없다며… 가수 유리 때문에 만나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그 누구 죠? 문 비서? 그 사람까지 입을 안여네요. 결국 부사장님께 연락해서 공문 까지 보냈습니다. 무슨 그렇게 꽉 막힌 여자가…”
“저희가 일하는 방식이 그렇습니다. 직원 잘못이 아닙니다.”
“크, 직원의 잘못도 감싸주는 센스!!”
돌려서 네 잘못이라고 지적 했지만, 하경락 PD는 웃음을 연발했다.
‘알 수 없는 사람이군.’
캔맥주를 홀짝이며 강윤은 탐색에 들어 갔다. PD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덕이다. 혼자 똑똑해봐야 그걸 구현하는 사람들을 모을 덕이 없으면 다 소용없다. 알기 힘들 땐,대화가 답이다.
“하 PD님은,섭외는 어떻게 하십니까?”
“섭외요? 섭외 중요하죠.”
강윤이 치고 들어 오자 하경락 PD는 벌게진 눈을 게슴츠레 떴다. 짧은 시간에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사방에 캔들이 널려있었다.
“소문이 자자합니다. 하 PD님은 새로운 기획과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연예인들을 내세워서 항상 성공해왔다고…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너무 거저 먹는 건 아닌지?”
“이거면 될까요?”
강윤은 여유롭게 캔맥주를 흔들었고,하경락 PD는 벌건 눈으로 웃으며 캔맥주를 부딪쳤다. 꿀꺽꿀꺽 소리가 방안을 시원하게 메워갔다. 하경락 PD의 게슴츠레한 눈이 가느다래졌다.
“제작이란 결혼이죠. 기획이라는 집에,예쁜 마누라. 어울리는 섭외가 뒤따라야 하죠. 그 가정을 보며 사람들은 웃고,울며,때로는 화를 내니까요. 새로운 집에는 새로운 여자를 들인다. 이게 제 섭외의 원칙입니다.”
“신선한 기획,뉴페이스. 아쉽네요. 좀 더 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알아가는 건 차차해도 늦지 않아요. 그래서 말인데…”
하경락 PD의 눈매가 올라갔다.
“전 가수 유리 . 인문희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뭔가가 훅 들어 왔다. 당혹감에 강윤은 캔맥주를 내려놓았다.
“…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마른 오징어를 질경이며,하경락 PD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했다.
“시시한 이유입니다. 필이 안와요.”
“가장 심각한 이유군요.”
설명할 수 없는,가장 중요한 결격 사유였다. 마른 오징어 한 조각을 이리저리 꼬며,하경락 PD는 안면을 가볍게 구겼다.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제작을 안 한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재호 형님 때문에라도 그건 힘듭니다.”
“의문이군요.”
“어떤 의문이죠? 졸작에 대한? 내가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한?”
하경락 PD는 불거진 눈으로 호선을 그렸다. 마른 오징어 조각이 기묘하게 꼬여갔다.
“하 PD님이 굳에 제작을 하지 않아도 되잖습니까.’
분위기가 싸해졌다. 네게는 맡기지 않겠다. 강윤이 스크레치를 내버렸으니까. 하경락 PD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고,강윤도 피하지 않았다.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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