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56
100화 – 물질 NO만능주의(4) >
– 팀 엔티엔 막내 정유리가 이제 중 학생입니다. 이혜성이 22살이니까…
“혜성이 외모라면 관리만 잘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 그래서 더 고민됩니다. 지금도 교복만 입혀놓으면 중학생 같으니까요.
이혜성은 동안 이어도 너무 동안이었다. 22살이면 슬슬 성숙미가 풍겨야 하는데,한참 엣됐다.
“엔티엔 말고,새로운 팀은 어떨까요?”
– 회장님. 현재로선 여력이 부족합니다. 유리 한국 데뷔와 김재훈,은하의 중국 진출까지. 지금 전직원이 몇 달째 철야중이라는 거 아시잖습니까.
“중국 작업이 끝나면 여력을 그쪽으로”
– 회장님. 저희 좀 살려주세요.
강윤은 헛기침을 했다. 졸지에 악덕 회장이 될 뻔했다.
‘큭큭.’
옆에서 통화내용을 엿듣던 정민아는 입을 막으며 키득댔다.
“… 알겠습니다. 좀 더 고려해보죠.”
– 네.
통화를 마친 후,정민아는 놀란 눈으로 강윤을 바라보았다.
“아저씨,낙하산 꽂으려고 했어요?”
“낙하산?”
“에이. 낙하산이구만. 잠깐만. 혜성이면,그 쬐끄맣고 여우같던 재수 없던 애 맞… 아얏!!”
마지막 말 때문에 정민아는 또 꿀밤을 얻어 맞아야 했다.
—————-
월드 스튜디오 하얀달빛 전용 연습실에선 평소대로 묵직한 베이스 소리가 울려갔다.
“… 하아.”
6현 베이스를 튕기는 이차희의 표정은 어두웠다. 둥둥 울리는 소리가 메트로놈 소리 와도 이상하게 잘 맞지 않았다.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겠지?’
혼란한 생각 때문일까?
지난 연습 때 있었던 이현아와의 트러블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때 너무 예민했던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쿨하게 넘어갔을 일인데.
‘오늘 사과하자.’
모두 모이면,쿨하게 사과하자고. 이차희는 몇 번 이나 마음먹었다.
손을 풀기 위해 메트로놈 소리에 크로메틱 스케일을 튕겨 가는데,팔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 희야.”
“차희야.”
“… 어?”
눈을 떠보니 이현아였다.
“아… 너구나.”
“너구나라니. 며칠 동안 연락 한 번없더니 첫 마디가 그거야?”
앰프에 걸터앉은 이현아의 목소리엔 날이 서있었다. 오늘,한 소리 하겠다고 작정하고 온 듯. 이차희도 연주를 멈추곤 베이스를 내려놓았다.
“그 동안 뭐했어?”
“… 집에.”
“집에 가봤더니 없던데?”
“잠깐 돌아다녔어.”
“어디 갔었는데?”
이현아는 추궁하고,이차희는 피하고. 대화가 묘하게 돌아갔다. 제자리였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차희,네가 이유없이 연습을 뛰쳐 나갈 애가 아니잖아.”
“그땐 나도 컨디션이 안 좋았어.”
“… 그건 그렇다치자. 그런데 왜 자꾸 피해? 진대 오빠나 찬규 오빠 전화도 안 받고. 회사 전화도…”
“생각할게 있었다니까.”
“자꾸 이상한 변명하지 마. 평소답지 않게 왜 그렇게 피해?”
“… 신경 쓰지 마. 너랑 상관없는 일이니까.”
방아쇠가 당겨졌다. 이현아의 눈에 불길이 타올랐다.
“내,내버려두라고? 그게 지금까지 걱정하던 사람에게 할 소리니?”
“누가 걱정하랬어? 어차피 넌 우리 없어도 잘 나잖아.”
“이차희!!”
사소했던 말다툼이 격화됐다. 둑이 터진 것처럼,이차희의 입에서도 뭔가가 마구 터져 나왔다.
“… 기왕 말이 나온 거 지금하는 게 낫겠네. 팀이라면서,혼자 솔로내고, 혼자 방송 다니고.”
“그,그건. 그래서 물어봤었잖아. 그 때 차희 너는 괜찮다고 했었고.”
“괜찮다는 걸로 들렸어?”
홀로 솔로를 낸 이후,이현아는 내내 하얀달빛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다. 양해를 구할 때,너무 늦게 이야기 했으니까. 하얀달빛과 다른 음악을 해 보고 싶어서 솔로로 음반을 냈을 때 일을 들추다니…
“그때 일은 계속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차희,넌 다른 소속사로 넘어가려고 했던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때,홍대에서 만난 빨간 여자.”
이차희의 눈이 가느다래졌다. 생각 할수록 화가 나는지,이현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혹시나 해서 그 여자에 대해 알아 봤어. 진성 오빠한테 물어보니까 바로 알려주더라? 영유희. 중국에서도 아주 유명한 투자회사의 본부장이며?”
“혀,현아 너,지금 날의심하는… 거야?”
“만났어,안 만났어?”
이차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이었으니까.
끼익.
“이야, 역시 여자들은 먼저 와있… 뭐야. 분위기가 왜 이렇게 무거워.”
최악의 굿타이밍이었다. 김진대와 정찬규가 먹을 것을 한 아름 끌어 안고 연습실에 들어섰다. 이현아는 남자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차희를 노려보았다.
“오빠들도 왔으니,잘 됐네. 이참에 확실히 말해봐. 이차희. 만났어,안 만났어?
“너 정말…”
김진대와 정찬규는 서로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뭔가가 심상치 않았다. 김진대가 가운데 서서 중재에 나섰다.
“어이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희 너무 흥분했어. 진정하고…”
“… 오늘부로 하얀달빛 탈퇴하겠어.”
김진대와 정찬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차희!!
두 남자가 놀라 소리 쳤지만,이 차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습실을 나가 버렸다. 김진대가 이차희를 쫓아나갔고, 정찬규는 남아 이현아를 돌봤다.
“현아야. 갑자기 이게 무슨…”
“터질 일이 터진 것뿐이야.”
이현아는 천장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둑이 터진 것 마냥,한꺼번에 뭔가가 터지고 있었다.
—————-
“이츠피인은 다른 곳보다 검토하기 편안해서 좋아요.”
이제는 상무가 된 전형택을 향해 이현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류를 건넸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맞습니다. 순위조작 박멸 프로젝트라니. 이걸 확실하게 잡을 방법을 고안했을 줄은 몰랐어요.”
“이츠파인이 성장한 이유는 고품질의 음원을 저렴하게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덜가져간 만큼,듣는 사람과 가수들이 더 이익을 봤죠. 여기에 이츠파인이 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면 이츠파인은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얻을 겁니다.’
말은 쉽지만,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순위조작단도 있었지만, 팬클럽이 조작하는 순위 조작의 경우, 고객 이탈도 각오해야 했다.
“그럼 다음 보고 때 봐요.”
전형 택 상무가 나간후,이현지는 소파에 몸을 묻었다.
“휴우. 이제 얼마나 남았죠?”
원래는 강윤의 비서인 문 비서가 스케줄 표를 보며 답했다.
“이츠파인 검토가 마지막입니다, 이사님.”
“후우.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
따르르릉.
야속하게도 이사실의 전화가 울렸다. 이현지는 눈을 감았다. 퇴근 직전에 오는 전화치고 멀쩡한 법이 없었다. 문 비서가 통화를 이어가는 중에도 묘한 느낌은 계속되었다.
“이사님. 아무래도 하얀달빛 연습실에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이차희가 탈퇴하겠다며 연습실을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 X 됐네.”
이현지의 진심을 담은 한 마디에 문 비서는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정말, 무시무시했다.
—————
이한서는 월드 스튜디오의 숨은 공신이었다.
MG의 고급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 부터 에디오스나 민진서,주아를 보호 하고,간접 적으로 월드로 이끈 인물이었다. 후에는 찻집을 운영하면서 업계에서는 완전히 손을 땠지만…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강윤의 눈앞에 있었다.
“… 원 사장을 한 번만 만나 달라니요. 이렇게 갑자기.”
이미 늦은 밤이었다. 손님 이 왔다는 말에 내려가 봤더니 이한서 이사였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려고 했더니, 다짜고짜 원진표를 만나달란다.
“이사님이 이유없이 이러실 분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난데없는 상황이었지만,강윤은 침착했다.
따로 댓글부대까지 운영하며 언론 조작으로 찍힌 원진표 사장이다. 그런 사람을 위해 이 한서가 고개를 숙이다니. 납득하기 어려웠다.
… 사장님이 원 회장님의 아들이기 단순한 이유였다. 아니,뻔한 이유였다. 강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이한서는 한 걸음성큼 다가왔다.
“제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원 회장님껜 부끄러운 아들이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니까요.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 이 늦었으니…”
“회장님께서 가끔 원 회장님을 만나러 가신다는 걸 들었습니다.”
업계의 기밀 아닌 기밀을 논하며,이한서는 말을 이어갔다.
“아버지에게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던 원 사장님 이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 다만… 그보다 원 회장님을 위해서입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폐인이 됐다면 아버지 마음이 얼마나 찢어지겠습니까.”
강윤은 기억했다. 원진문 회장이 몇 번이나 아들 이야기를 하려다 참던 모습을. 강윤도 일부러라도 아픈 손가락은 건들지 않았다.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이 한서는 강윤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강윤이 놀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부탁드립니다. 한 번만,딱 한 번 만만나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사님 부탁을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한국에 돌아 가면…”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놀랄 만한 추진력이었다. 강윤은 헛웃음을 흘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우리가 이런 걸로 감사할 사이 입니까. 이러지 말고 일어나세요.”
강윤은 이한서를 일으켰다. 얼마 있지 않아, 초췌한 안색에 머리카락에 기름을 흘리며 원진표가 들어섰다.
“원 사장님.”
“… 오랜만입니다.”
이한서는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원진표는 강윤 과제대로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몸에선 고리고리한 냄새까지 올라왔다.
‘경영권까지 뺏겼으니. 그럴 만 하네.’
갑작스러운 방문객. 그가 거지꼴을 하고 있었지만 강윤은 내색하지 않았다.
“뭐 좀 드시겠습니까?”
“됐습니다.죄인이 먹어서 뭐하겠습니까.”
수그러드는 말투. 이미 모든 걸 잃어버린 절망이 느껴졌다.
‘저런 사람 때문에 원 회장님이…’
쳐진 어깨와 자신 없는 얼굴의 원진표를 보니 항상 어깨를 펴며 호탕하게 웃던 원진문 회장이 겹쳐보였다. 원 회장을 병원으로 밀어냈으면,경영이라도 잘할 일이지… 인정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연습생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회사도 남에게 넘어갔다.
“죄인. 맞네요.”
강윤은 눈매를 좁히며 담담히 쏘아 붙였다.
“대체 왜 그랬습니다. 연습생들은 왜 거리로 내몰았습니까.”
“… 투자를 받기 위한 조건. 그들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원하니까…”
“투자가 아무리 중요해도,회사를 믿고 자신을 던진 연습생을 중간에 내칩니까?”
“연습생은 소모품… 소모품은 나중에 또…”
꽉. 강윤은 원진표의 멱살을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말이 면 단 줄 알아? 소모품? 당신 눈엔 사람이 물건으로 보여?”
“… 하!!”
원진표를 노려보던 강윤은 그를 거칠게 소파로 내동댕이쳤다. 그는 생기 없는 눈을 옆으로 돌려버렸다.
“소모품? 소모품?! 당신 아버지가 그렇게 이야기했나?”
“아버진 내게 가르쳐 준 게 없어.”
강윤이 목소리를 높였지만,생기 없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버진 내게 기회조차주지 않았지. 넌,그저 그림만 그리고 살면 된다. 경영에는 재능이 없다. 난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해도 요지부동이었어. 아버지가 건강이 안좋아졌어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더군. 난 아버지를 위해… 손을 쓴 것뿐이야. 아들 노릇을 한 것 뿐이라고. 그게,잘못 인가?”
“당신…”
“… 이게 다 주변 쭉정이들 때문이야. 하이에나 같은 놈들. 그래,그들 눈엔 내가 기름진 고깃덩이로 보였겠지. 원진문 회장의 아들이라는 기름이 떨어지는 고깃덩이!! 난 고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을 뿐이야.”
당연히 그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강윤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그래서 어땠지?”
“결과야,아는 대로. 빌어먹을 하이에나 새끼들… 덕분에 아버지의 인정도 받고,회사도 갖는다는 계획은 물건너갔지. 고집불통,아버지… 왜 난 아니지? 너는 되고?”
원진표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눈을 가린 손바닥 사이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대체,아버지는 왜!! 넌 인정하고 난… 너와 내가 차이가 있다는 건가?! 경험치인가? 아니,환경!! 그래. 나에게도 너 같은 환경 만…”
“못난 사람.”
“… 뭐?”
강윤은 혀를 찼다.
“언제까지 핑계를 댈 건가? 원진표 회장님을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 나게 했을 때, 이사들에게 권한을 넘겨줘서 휘둘릴 여지를 제공한 건 당신 탓 아닌가?”
“… 이익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이사들이 하나로 뭉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스타타워는 또 어떤가? 무리한 중 축으로 빚이 커져서 연예인들로 벌어 들이는 돈에 한계를 느껴 우리에게 넘긴 것 아닌가? 이번에 경영권을 잃은 일도 애초에 댓글부대를 운영하지 않았으면….”
“낮은 이자로 자금을 대출해줬던 애릭튼 캐피탈이 그렇게 입을 씻을 줄은 몰랐지. 댓글부대? 그걸 여론조작으로 매도… 그만해,그만!!”
피할 곳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사람은 없었다. 원진표는 고개가 부러질 듯 도리질 치더니 괴성을 질렀지만,강윤은 사정없이 쏘아붙였다.
“처음에 왜 원진표라는 사람이 이리저리 휘둘렸을까,의문이 들었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렸어.”
“…이강윤.”
“핑계만 대는 사람에게 발전이 있을 리가 없지. 당신 같은 사람이 원진문 회장의 아들이라니… 회장님이 불쌍해지는군.”
퍼억!! 원진표는 강윤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불의의 일격이었지만,강윤의 눈은 도리어 세차게 타올랐다.
“… 최악이야.”
강윤이 경멸스런 눈빛을 쏘아 보내자 원진표가 강윤의 멱살을 잡았다
“너 따위 새끼가 뭘 안다고!!”
“알고 싶지도 않아.”
“이 새끼가!!”
원진표가 주먹을 쥘 때,강윤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주먹을 쥘 힘이 있으면,원 회장님앞에 가서 빌어.”
“뭐,뭐야?!”
강윤은 힘으로 원진표의 손을 풀어 버렸다. 원진표가 재차 달려들었지만, 강윤은 가볍게 그의 두 팔을 잡더니, 바닥에 넘어뜨리곤 등에 올라탔다.
“끄으으윽!! 너어,너어어!!”
“정말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너어 어어어!!”
“이 대로 MG를 끝장낼 생각인가?!”
뚝.
강윤의 외침에 몸부림치던 원진표의 움직임이 멈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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