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59
101화 – 월드 클래스(1) >
음악의 신
101화 – 월드 클래스
채로 걸러진 듯한 하얀 모래가 쭉 펼쳐진 해안,코파카바나는 1년 내내 북적이는 관광명소였다.
석양이 질 무렵에도 선탠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선탠하는 여성들을 가리키며 넉넉한 꽃무늬 남방을 입은 중년 남성은 웃었다. 구두를 발로 쿡쿡 누르는 동양인 남성은 헛기침을 했다.
[뭐… 하하.] [하하하. 왜요? 쑥스러운가요?]꽃무늬 남방을 입은 남성은 한바탕 웃으며 함께 걷던 남자를 돌아보았다. 꽃무늬 남방을 입은 남자는 브라질의 국민음료,과라나지의 대표 파울로였다. 셰무얼 콘서트의 가장 큰 후원자 이기도 했다. 함께 걷는 정장의 동양인 남성은 콘서트의 총 책임자,강윤이었다.
[뭐… 아. 저곳은 공연장인가요?] [하하하. 이 팀장 눈에는 여자보다 공연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이거, 여자들이 실망하겠어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그냥 저 무대에서 우리 가수들이 서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습니다.]해변을 걸으며,두 사람은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나이도, 국적도 달랐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일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로도 두 사람은 잘 통했다.
어둠이 밀려오며 주변의 소음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불이 켜지는 고급호텔을 둥지며 파울로 대표는 강윤을 돌아보았다.
파울로 대표는 강윤과 손을 맞잡았다. 셰무얼을 보지는 못했지만,이 동양인 남자만으로도 충분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다만,걸리는 게 있었다. 그것도 불가항력으로.
[이번에 우기가 일찍 시작 될 거라 더군요.]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가지로 대비를 해야겠군요.] [마라까낭 경기장이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는 건 압니다. 문제는 사람들이죠. 대책이 필요할겁니다.] [알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한번 쏟아지면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리우였다.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파울로 대표는 돌아갔다. 강윤도 차에 올라 리허설이 한창인 마라까낭 경기장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강윤은 노트북을 꺼냈다. 모니터에 콘티와 함께 관객 안내 계획 등이 떴다.
“안전요원 수가 부족할 것 같은데…”
강윤의 이마가 일그러졌다. 아예 비가 온다고 확신하고 안전요원 수를 늘렸지만,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이 너무 많았다. 몇 번이나 마우스를 움직여 배치를 바꿔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예산 안을 열어 안전에 관한 예산을 확인한 강윤은 한숨 지었다.
“… 좀 더 뽑아야겠네. 아니,업체를 더 수배하는게 빠르겠어. 콘티는… 아, 민아.”
문서에 ‘모집’이라고 쓴 강윤은 콘티를 열었다. 한 눈에 빨간색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Mi-Na ‘Hot Smile’]몇 번이나 체크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2부 오프닝이 지…”
강윤은 이마를 움켜 쥐었다.
1부와 2부 사이,쉬는 시간 무대. 원래는 게스트 무대와 2부 무대 사이에 2분이라는 간격이 있었다. 셰무얼은 그 시간을 지워버렸다. 정민아의 무대 분위기를 그대로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줬으면 좋겠는데…”
덕분에 정민아도,강윤도 부담이 몇 배가 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되었다. 회장이 자사 연예인을 디스하는 모양새였다. 그 속도 모르고 팀원들은 회사 사람들에게도 객관적이라며 강윤을 우러러봤다. 킥킥대면서.
업무들을 점검하다보니 마라까낭 경기장에 도착했다. 밖에서 봐도 경기장 내부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경기장안으로 들어가니 셰무얼을 중심으로 모든 출연진들이 자신의 동선들을 체크하고 있었다. 강윤은 무대 앞으로 향했다.
조언을 들은 코러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퍼져갔다. 조언한 셰무얼은 이어 세션들과도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 었다.
모두가 주저하지 않고 셰무얼에게 물었고,들었다. 무대는 활기찼다.
한참 집중하는데 무대로 다가오는 강윤이 눈에 들어왔다.
셰무얼이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자 사람들은 몸에서 힘을 뺐다. 강윤이 왔으니 곧 휴식시간이 올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잠깐 쉬었다 할까요?]무대 위에 있던 사람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고,셰무얼은 강윤 옆에 앉았다. 온 몸에 김을 뿜어내는 셰무얼에게 강윤은 수건을 건넸다.
[고마워요. 이틀 동안 스폰서들 만났다고 했죠? 어땠나요?] [다들 긍정적 이었습니다. 걱정거리가 있었지만,셰무얼에 관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비 때문이죠?]셰무얼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컨트롤할 수 없는 문제라며 강윤이 언급했던 이야기였다.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공연취소입니다.] [취소?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셰무얼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공연취소라니.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강윤도 그 마음을 잘 안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우리 뜻은 분명히 전했습니다. 셰무얼에게 공연 취소란 있을 수 없다고.] [잘 했어요,강윤. 공연취소라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요.]셰무얼의 강박이 또 나오고 말았다. 강윤은 손을 들어 그를 달랬다.
[셰무얼 마음은 잘 전했으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하아.]셰무얼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여기사람들은 자기를 믿지 못하는 건가? 한숨이 나왔다.
강윤은 팔짱을 끼었다.
사실상 선언하고 왔다는 발언에 셰무얼은 그제야 웃으며 강윤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 뭐,비 많이 오면 더 빌려서 며칠 더 하죠 뭐.] [하하하. 적자 나도 전 모릅니다.] [어어? 강윤도 당연히 있어야하는 거 알죠?]강윤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자!! 모입시다!! 연습해야죠!!]모두를 소집한 셰무얼의 목소리에 선 이전보다 한충 힘이 들어 갔다.
필을 제대로 받았는지,셰무얼의 연습은 새벽 3시가 다되도록 계속되었다.
직원들은 모두 숙소로 돌아갔지만, 강윤은 연습하는 이들과 함께 했다. 정확히 그만을 위해 마련된 연습실 옆 사무실에서.
지잉지잉–
지잉 – – 지이잉
책상 위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의 손이 책상 위를 휘저었다. 책상위의 서류들이 엉망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으음… 여보… 세요?”
비몽사몽. 힘겹게 전화를 받았다.
– 뭐에요. 아직도 자요?
“… 뭐야, 끊는… 다.”
괄괄대며 툴툴대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아였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한 강윤은 그대로 종료버튼을 눌러버렸다. 당연히 다시 진동이 거세게 울렸다.
– 무슨 똥매너 임? 내 전화라고 무시하는 거예요?
“… 무슨 일인데?”
전화를 끊어버렸다며 정민아는 한참동안 잔소리 폭격을 늘어 놓았다. 강윤은 한쪽 귀를 긁으며 기지개를 폈다. 피로가 쌓였는지 쉽게 눈이 떠지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니 조금은 잠기운이 달아났다.
“… 민아구나. 무슨 일이야?”
– 민아구나? 아, 진짜!! 아,아. 혈압….
“할 말 없으면 끊는…”
– 알았다고요!! 자기 여친한테도 이럴라나?
정민아는 한껏 심통 내다가 용건을 이야기했다.
– 저 이제 가요. 밤 비행기에요.
“준비 다 된 거야?”
– 네. 나와요?
“바쁘다.”
정민아는 발끈했다.
– 아,왜요?! 나 거기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데!!
“대현 팀장 붙여줬잖아.”
– 대현 오빠도 스페인 어 모르거든요?
“나도 여기 말 몰라.”
– 아씨…
정민아의 마지막 말이 질질 끌렸다. 어지간히도 강윤의 마중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강윤은 달력과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오늘 밤 비행기면 내일 오전이겠구나. 잠깐이면 괜찮겠네.”
– 뭐에요. 내가 꼭 빌어서 나오는 것 같잖아. 내가 얼마나 쇠 빠지게…
“끊는다.”
– 쪼옴!! 자꾸 이러기야? 아저…
뚝. 강윤은 전화를 끊었다. 땡깡과 투정,저것도 버릇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화는 더 걸려오지 않았다.
“자,오늘 하루도 시작해볼까?”
온 몸을 쭉 핀 강윤은 졸음도 쫓을 겸 샤워실로 향했다.
——————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하경락 PD는 기획안을 올렸다.
“이걸 하겠다고? 이거 콘셉트가 뭔데? 시청층은?”
“다 볼겁니다. 콘셉트라고 하면,이도저도 아니다?”
“미쳤냐,너?”
기획안을 본 김재호 부사장은 기가 찼다. 뚜렷한 시청층도 없고,콘셉트도 없고. 이런 프로그램을 누가 본다고… 다른 PD였다면 당장 기각했겠지만,하경락 PD였기에 끙끙 앓기만 했다. 하여간 돌아이들이란…
“월드에서는?”
“이강윤 회장이 하자고 한 겁니다.”
“뭐어?”
사실상 월드에서도 승낙한 셈. 김재호 부사장은 머리를 감싸 쥐며 도장을 찍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획안은 제작진과 월드 측 사람들 앞에 놓였다.
“밥 버스?”
기획 안을 보던 이현지는 팔짱을 끼었다.
캠핑이 될 수도,요리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람들과 만나 노래를 할 수도 있다. 배우가 있으면 팬미팅이 된다. 버스 안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밥 버스.’라니.
“중요한 게 빠진 느낌 이네요.”
이현지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하다못해 음악 예능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강윤과 이야기가 됐다기에 기대도 했지만 결과는 한숨이 나왔다. 옆에 앉은 인문희가 말했다.
“… 노래만을 위한 예능은 아니네요.”
통역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츠카사 프로듀서의 입매에도 힘이 들었다.
[이 방송은…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앨범홍보가 될 지도 모르겠고…]월드 측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AD가 통역 한 말을 듣고 하경락 PD는 차분히 답했다.
“이도 저도 아니라는 말은 맞는데요,그게 사람들을 모을 겁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제작비가 엄청 올라갈 테니까 잘 들으세요. 주 작가.”
버스 한 대 대여하는데 제작비가 많이 들까?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말없이 앉아 있던 주민경 작가가 화이트 보드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 이명석,채영하,현용진,김성진…
출연진 명단이었다. 모두가 최고의 배우,작가,박사 등 모두가 한 분야에서 내놓으라하는 사람들이었다.
“자, 잠깐만요!! 이 사람들 다 쓰려면 제작비가 얼마인 줄…”
주민경 작가는 계속 명단을 적어나갔고,하경락 PD는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헤헤햇.”
차에 오른 정민아의 얼굴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자신을 마중나온 강윤을 마주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했던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고,기쁨은 배가 되었다.
“우와,완전 커!! 저게 예수상이에요?”
마라까낭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정민아는멀찍이 보이는거대한 동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응.”
“대박!! 저런 걸 어떻게 만들었지?”
일에 여념 없던 강윤은 답도 건성이었다. 아무래도 괜찮았는지,정민아의 목소리는 한껏 들떴다. 세계 곳곳을 누비는 그녀였지만,이렇게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본 적은 손에 꼽았다. 힐끔 옆을 본 강윤은 웃으며 앞좌석으로 눈을 돌렸다.
“다른 애들은 태국으로 갔다고 했죠?”
스페인어 회화를 보던 김대현 매니저는 고개를 들었다.
“네. 도착한 후,바로 팬미팅이 있고 방송 촬영이 있습니다.”
“민아도 빡빡하겠군요.”
강윤의 말에 정민아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비행기 타느라 죽겠어요. 기다리는 시간도 지치고… 사람들이 막 쳐다 볼 때도 있고.”
강윤은 한숨짓는 정민아를 다독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조금만 참아. 앞으로는 좀 더 편해 질 거니까.”
“어떻게요?”
“있어.”
정민아가 계속 물었지만,강윤은 웃기만 할 뿐 답해주지 않았다. 심통이 난 정민아는 투덜대며 다시 창쪽으로 눈을 돌렸다.
시끌시끌하게 떠들다보니 차는 어느새 마라까낭 경기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경기장이 정민아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와아… 완전 크다. 찔어.”
차에서 내린 정민아는 거대한 마라까낭 경기장의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밖에서 보니 공연장의 끝이 보이 질 않았다. 강윤은 그녀를 이끌어 공연장 안으로 향했다.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한참을 걸어야 했다.
“우와아…”
그녀 눈앞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무대였다. 중국에서 합동 콘서트를 했던 그녀 였지만, 이건 그보다 펼 씬 거대했다. 무대는 리허설 중이었는 지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춤을 추고 있었다. 한쪽에선 세션들이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했다. 숫자만큼이나 하모니도 압권이었다.
중앙에 선 남자,셰무얼은 여유로운 톤으로 목소리를 높여 갔다. 그의 노래에 맞춰 댄서들은 움직였고,악기들도 물결같이 요동쳤다.
정민아는 양 손으로 입을 막았다. 리허설만으로도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 왔다. 중앙의 저 흑인 가수는 여유롭게 무대를 주무르고 있었다. 부드럽고,자연스럽게. 침을 꼴깍 심킨 그녀는 강윤의 옆구리를 조심스럽게 찔렀다.
“…나, 나. 지, 진짜… 저기에서는… 거죠?”
강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민아의 온 몸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기쁨,환희,긴장,걱정 등 수많은 감정이 요동쳤다.
치이익— 무대에 거대한 불꽃 기둥이 솟구쳤다. 정민아는 너무 놀라 강윤을 끌어안았다.
“꺄아아아아아악!!”
평소의 당차고 괄괄하던 정민아는 온데간데없었다. 강윤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
“왜? 놀랐어?”
“아,아니거든요? 노,놀라긴요.”
“하하하.”
평소라면 바로 떼어 놨겠지만,강윤은 정민아를 떼어놓지 않았다. 정민아의 목소리와몸에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런 무대를 보면 어지간한가 수들도 압박을 느끼기 마련일 것이다.
불꽃이 사그라지자 음악도 멈췄다. 모자를 벗으며 손으로 땀을 훔친 셰무얼은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윤도 가볍게 손을 들어 답했다. 셰무얼은 한 달음에 달려와 강윤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불꽃은 어때요? 보기 괜찮아요?] [좋습니 다만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의 4개는 치워보는 게 어떨까요?] [저게 빠지면 비어보이지 않을까요?] [불꽃들이 크니까 간격 조절을 해 보는 게 어떨까요?]정민아와 이야기하면서도 강윤의 눈은 무대를 향해 있었다. 무대는 은빛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불꽃이 일면서 금빛이 일렁이다가,양 끝의 불꽃이 거하게 터져버려 은빛이 바래지고 말았다. 피부에는 닿던 부드러운 감각은 날카로워졌다.
[에릭손. 무대를…]셰무얼은 마이크를 잡고 불꽃장치의 간격 조절을 요청했다. 무대 뒤에 있던 지원팀이 뛰어와 철거를 시작했다. 불꽃 장치를 식히고,철거하는 동안 잠깐 쉬는 시간이 생겼다.
[아아,이 아가씨군요. 잠깐. 강윤 여자친구?]여전히 강윤을 끌어안고 있는 정민아의 모습에 셰무얼은 장난기 어린 눈짓을 보냈다. ‘Girlfriend’라는 말이 들려오자 정민아는 순간 움찔했다. 반면,강윤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정민아를 떼어놓았다.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하하하. 이쪽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셰무얼은 여전히 정민아를 장난스럽게 바라보았지만,강윤에겐 부담이었다. 그의 어색함에 속이 쓰렸지만, 정민아는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정민아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예쁜 아가씨. 셰무얼 존슨입니다.]셰무얼은 정민아와 손을 맞잡았다. 그와 손을 잡으면서도 정민아는 이게 현실인지,꿈인지 당혹스러웠다. 가수로 데뷔한 이래,가장 꿈같은 순간이었다. 어색하게 웃는 그녀에게 셰무얼은 여러 가지 말을 걸어왔다. 정민아는 손짓과 발짓을 동원해 그와 대화를 시도했다.
강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기분도 오랜만이겠지.’
이게 정민아에겐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강윤은 흐뭇해졌다. 강윤은 조용히 두 사람에게 멀어졌다. 무대 뒤쪽으로 걸어가는데 무대감독 이강윤에게 다가왔다.
[강윤. 저 좀 도와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HEAL 말입니다. 이 곡에 어떤 연출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 싫다고 하니…]무대감독의 얼굴은 심각했다. 셰무얼이 고집을 부리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HEAL’은 콘서트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곡이니까.
[홀로그램을 쓰자고 했잖아요. 숲에서 바람을 맞는 느낌을 연출하기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느낌이 안 난다네요. 사람들에게 확 파고들 수 있는 효과여야 한다고…]무대감독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윤은 그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했다. 느낌이 안 온다. 그놈의 느낌이 뭔지, 설명할 수도 없는 거니까.
‘파고들 수 있는 효과라…’
손짓과 발짓으로 정민아와 대화하는 셰무얼을 바라보며,강윤은 고심하기 시작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