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6
10화 – 키스를 부르는 소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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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10화 – 키스를 부르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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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친 강윤은 모처럼 일찍 퇴근했다. 공연이 끝나고 난 이후, 모처럼 만의 칼퇴근이었다.
지옥철을 뚫고 집에 가니 희연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오빠님, 다녀오셨어요?”
“응. 병원은 잘 다녀왔고?”
“당연하지.”
강윤은 도착하자마자 희윤에게 병원부터 물었다. 그녀는 당연히 잘 다녀왔다며 강윤의 등을 한번 딱 치곤 안으로 이끌었다. 이젠 동생의 얼굴도 밝고 잘 지내는 것 같아 강윤도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강윤은 희윤에게 하루라도 빨리 신장 이식을 받게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하며 살게 해주고 싶었다. 항상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는 숙제였다.
저녁을 먹은 후, 원래대로라면 신문을 보거나 희윤과 이야기를 할 강윤이었지만 오늘은 일정이 있었다. 잠시 집에서 쉰 강윤은 간단히 머리를 매만지고 바로 현관을 나섰다.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희윤이도 일찍 자. 문 잘 잠그고.”
강윤은 희윤에게 신신당부를 하곤 집을 나섰다. 이미 남들은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이었다. 강윤도 쉬고 싶었지만,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가 있는 서초로 향했다.
‘여기인가?’
강윤이 약도를 보고 도착한 곳은 서초의 한 작은 술집이었다. 작은 건물이었지만 매우 깔끔하며 조명이 화려한 곳이었다.
‘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여자 한 명이 다리 하나가 트인 원피스를 입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문제는 술집 안에 그녀와 바텐더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헤이, 강윤이!!”
여자가 강윤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강윤은 여자의 굵은 손을 마주하자 그녀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또 다 빌린 건가요?”
“방해되는 건 질색이거든.”
“여전하시네요, 누님은.”
“많이 번 사람은 많이 써줘야 하는 거야. 안 그래?”
여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퉁실한 목살이 함께 잡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돌아볼 만한 거대한 그녀였지만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바텐더에게서 술을 받아 그녀와 부딪쳤다.
“오랜만이야, 강윤이. 반가워.”
“저도요. 하여간 태진 누님은 여전하시네요.”
“왜? 여전히 아름다워?”
“그건 아닌 것 같네요.”
“그렇게 솔직하면 강윤이, 결혼하기 힘들 걸?”
대놓고 디스를 하는 강윤이었지만 그녀는 피식 웃을 뿐 크게 뭐라 하지 않았다. 물론, 강윤이 자신의 팔뚝보다 두꺼운 팔뚝을 보며 아름답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무리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송태진,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로 로맨스 드라마의 최고봉으로 이름을 높이는 작가였다. 강윤과는 매니저 시절부터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동생도 낫지 않았는데 결혼이 문제겠습니까.”
“여전하네. 동생 빠돌이 새끼. 요즘에 너 같이 사는 놈이 어딨냐, 찐따같이.”
“여기 있잖습니까.”
“미친놈.”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강윤은 익숙했는지 잘 흘려 넘겼다. 그에겐 익숙한 말들이었다. 그녀의 입은 거칠었지만, 강윤은 잘 넘기며 그녀와의 대화를 잘 끌어나갔다.
사적인 이야기가 한참 계속되었다. 송태진 작가는 강윤을 만난 게 무척 반가웠는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대부분 업계 이야기였다. PD가 시나리오를 받더니 이 장면은 구도가 힘들다며 싸웠다는 이야기부터 이런 장면에 어떻게 PPL을 넣느냐며 기획사와 한바탕 했다는 이야기 등 그녀는 무용담을 열심히 이야기했다.
강윤은 그녀의 잔을 채워주며 업계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그녀의 말에는 연예계의 중요한 이야기들이 주욱 흘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강윤이,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뭐야? 나 애인 만나려고 했는데.”
송태진 작가는 볼이 발그레 졌다. 안타깝게도 그리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윤은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제가 방해한 건가요.”
“그런 건 아닌데… 뭐, 강윤이가 부르면 와야지. 우리 강윤이가 불렀는데. 그치?”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고맙죠. 사실은 사람 좀 꽂아 달라 부탁하러 왔어요.”
“청탁?”
송태진 작가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강윤이 네가?’ 그녀는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잘나가는 작가이긴 했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드라마에 추천하거나 힘을 쓴 역사가 없었다. 청탁을 받은 적은 많았지만 철저하게 자기 생각대로 시나리오를 썼고 어울리는 배우의 이미지까지 마음대로 적어서 주었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기 싫다며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았다.
“별일이네. 뭔가 듣고 온 거야?”
“저희 애들 중에 좋은 애가 있어서요.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러나 강윤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실망했다는 게 표정에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뭐, 강윤이 네 말이니 보기나 하자.”
그녀는 큰 기대는 없는지 심드렁했다. 그런 반응에도 강윤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가방을 뒤적여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준비를 많이 해왔나 보네? 노트북도 들고 오고?”
“당연한 거죠. 마음에 드실 겁니다.”
“뭐, 그래.”
네가 말하니까 한번 봐줄게. 그녀의 모습은 그랬다. 아닌 게 아니라 강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말을 꺼냈으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그녀였다.
강윤은 영상을 재생했다. 곧 한 소녀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일인극을 하는 소녀의 영상이었다.
“얘는 그 애잖아? 인터넷의?”
“맞아요.”
“나 얘 알아. 키… 아, 키스를 부르는 소녀!”
송태진도 최근 화제가 된 영상을 알고 있었다. 작가에게 최근 트렌드를 아는 건 매우 중요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독서에 각종 잡지식은 항상 꿰고 있어야 했다. 난데없이 등장해 각종 인터넷 동영상을 휩쓸고 있는 ‘키스를 부르는 소녀’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허, 강윤이. 지금 이 애를 나한테 꽂겠다는 거야?”
“네.”
“하하하하하하하!!”
그녀는 술집이 떠나가라 웃었다. 사람이 없어 주변이 마구 울렸다. 웃음소리가 메아리쳐 사방을 메우자 강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이 시기에 나올 드라마가 누님이 쓰는 ‘별들의 속삭임’이다. 그 드라마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이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이다. 아역 배우는 많지만, 연기력과 이미지가 문제가 될 터. 사랑스러우면서 어린, 그러면서 지켜주고 싶은 그런 역할을 어떤 사람이 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겠지. 민진서는 거기에 딱 들어맞는다. 이건 무조건 통해.’
물론 과거를 안다고 사전조사를 안 한 건 절대 아니었다. 정보를 수집했고 확신이 있어 이곳으로 왔다.
‘별들의 속삭임’은 과거 시청률 29%를 기록한 좋은 드라마였다. 강윤의 과거에 민진서는 ‘별들의 속삭임’ 오디션에서 떨어진 게 가장 아쉽다며 고백을 했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옥의 티는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이었다. 박하늬라는 배우가 역을 맡았었는데 외모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몰입이 안되는 연기로 혹평이 쏟아져 시청자들로부터 채널 돌림이라는 외면을 받았으니 말이다.
잠시 생각하던 송태진은 차분히 답을 시작했다.
“강윤이, 혹시 나 저격하는 거야?”
“마음에 드셨나요?”
“허… 청탁도 가끔 받을만하네. 혹시 주연 청탁 같은 건 아니지?”
“물론이죠. 어디든 상관없어요.”
“오올. 내가 엑스트라에 넣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에이. 누님이 보석을 돼지에게 던질 사람은 아니잖아요.”
송태진은 까칠하게 말했지만, 속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민진서가 어떤 역을 하면 좋을지 계산을 다 마친 상태였다. 그녀는 캐스팅된 배우들에겐 이의가 없었지만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에게만은 큰 실망감을 안고 있었다. 그런데 강윤이 떡하니 민진서를 데리고 오니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민진서의 외모야 말할 것도 없고 저 사람들을 단번에 끌어들이는 연기력까지 있으니… 저런 배우라면 환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좋아좋아. 일단 오라고 해. 내가 파업을 하는 한이 있어도 꽂아 넣는다. 무조건!!”
“파업은 하지 마시고요. 데이트하시려면 돈 많이 들잖아요.”
“하하하하하!!”
송태진은 턱살이 흔들리도록 신나게 웃었다. 고민하고 있던 부분이 시원하게 해결되고 나니 속이 아주 후련해졌다. 이후 들어가는 술들은 더더욱 단맛이 났다.
“그런데 너 연기자 담당이었어? 원래 가수들만 해왔었잖아. 요즘 날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만이에요. 다음부터는 가수만 해야죠.”
“호오. 그 정도야, 이 애가? 강윤이 한눈을 팔 정도로?”
강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진서의 미래를 아는 강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 민진서가 잘 성장해주면 엄청난 배우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알았어, 알았어. 나도 잘해볼게. 그럼 마시자, 마셔!!”
“…아, 그만.. 저 내일 출근입니다..”
“마셔마셔. 누님이 주는 술이야.”
새벽이 넘은 시간.
강윤은 송태진이 병째로 내주는 술을 마시느라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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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 엔터테인먼트의 정기 이사회의날.
오늘은 특히 핫한 안건이 올라와 이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강윤 팀장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민진서는 배우입니다, 배우. 가수와 배우는 엄연히 육성하는 방법이 다르고 마케팅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이강윤 팀장을 위해서라도 민진서는 다른 곳에서 맡았으면 합니다.”
유경태 이사가 안건을 제시했다. 그는 작은 키에 큰 안경이 돋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자 다른 이사들도 손을 들고 재청을 외쳤다.
‘역시…’
이현지 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안건을 상정합니다. 말씀하세요.”
안건이 상정되자 김진호 이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원래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보고서를 냈다가 원진문 회장에게 리턴당한 이력이 있는 이사였다. 덕분에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강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원래 MG엔터테인먼트는 가수, 연기자 연습생은 나누어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이강윤 팀장이 걸그룹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민진서까지 담당하면서 기존 질서가 퇴색되었습니다. 공연팀, 차기 걸그룹에 이어 공연팀까지 손을 뻗치니 기존 연습생들도 이런 모습에 혼선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기존에 만들어놨던 질서들이 다 무너질 우려가 있습니다.”
김진호 이사는 작은 이유를 큰 붕괴까지 이어갔다. 엄밀히 말하면 실리에 따른 이야기였지만 그들이 보기엔 트집을 잡기 좋은 말이기도 했다. 기존 연습생들과는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고 있는 걸그룹 프로젝트의 연습생들과 민진서는 연습생들에겐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었고 강윤의 눈에만 들면 데뷔까지는 스트레이트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고 있으니 말이다. 질서 운운하는 게 완전한 헛소리는 아니었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지 바로 이한서 이사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예산 사용이 기존 신인 프로젝트들보다 많습니다. 이제 초기를 넘어 중기로 가고 있지만, 예산 사용은 거의 프로젝트를 결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에 버금갑니다. 이강윤 팀장이 능력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예산 사용은 월권이 아닐까요?”
이사들은 신이 났다. 이현지 사장의 힘을 키워주던 강윤이 회사에서 입지를 높여 원진문 회장의 신뢰를 두텁게 쌓는 게 눈꼴 시렸던 그들이다. 혹시라도 지분이라도 생겨 임원이라도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들은 이때다 싶어 싹을 잘라버리려 했다.
이사들이 강윤에 대한 의견들을 계속 올리고 이야기를 이어가자 원진문 회장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모두가 열을 올리다 침묵했다.
“직접 본인에게 듣는 게 어떻겠나?”
이사들은 모두 그렇게 하자며 열을 올렸다. 모래알 같던 그들이 이강윤이라는 적 앞에 하나로 뭉쳤다. 이익을 위한 단합력은 무시무시했다.
원진문 회장의 비서가 강윤에게 연락하고, 이사회의는 잠시 휴정을 했다.
“회장님. 괜찮을까요?”
이현지 사장이 회장실에서 홀로 담배를 태우고 있는 원진문 회장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 강윤에게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고는 들었지만, 걱정이 안될 수는 없었다.
“이 사장.”
“네, 회장님.”
“난 중립이야. 어느 편도 아니네. 알고 있지?”
“알고는 있습니다만, 이건 월권입니다.”
외부의 돌에 내부의 돌이 잡음을 내고 있다. 이현지 사장은 이건 아니라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원진문 회장은 냉정했다.
“이미 이 팀장도 알고 있다 하지 않았나. 사실, 갑자기 그의 위치가 높아지긴 했지. 일본프로젝트에 공연팀도, 신인프로젝트, 이번엔 배우까지. 누가 위협을 느끼지 않겠나. 내가 이사라도 위협을 느끼겠어. 물론, 나라면 같은 편으로 만들겠지만.”
원진문 회장이 생각하는 강윤은 편협하지 않았다. 그가 아는 강윤은 중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중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고 놓을 수도 있었다. 이사들은 그걸 잘 모르는 듯했다.
“이제 올 때가 됐지?”
“네, 회장님.”
“가보세나.”
외근을 나가 있던 강윤이 올 시간이 되자 원진문 회장과 이현지 사장은 다시 회의실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이미 강윤이 도착해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왔는가. 바쁜데 미안하네.”
“아닙니다, 회장님.”
강윤은 원진문 회장을 비롯한 모두에게 인사를 하곤 앞에 섰다. 그걸 기다렸는지 바로 이사들에게서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팀장, 바쁜데 오게 해서 미안하네. 오늘 이곳에 오라고 한 건 몇 가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야.”
“의혹 말입니까? 의혹은 의심한다는 뜻인데 제가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한 게 있습니까?”
정현태 이사의 기를 죽이려는 첫 말에 강윤도 기죽지 않았다. 회사 최고의 의결자들인 이사들 앞이면 겁을 먹을 만도 한데 강윤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했다. 정현태 이사는 입술을 깨물다 결국 헛기침을 했다.
“흠흠.. 그래, 단어 선택에 오류가 있었군. 질문에 답변을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먼저 예산에 대해 질문하겠네. 지금까지 걸그룹 프로젝트에 들어간 예산이…”
정현태 이사는 프로젝트에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들을 보여주며 이전의 가수들에 비해 왜 이렇게 예산들이 많이 들어갔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강윤은 필기까지 하며 차분하게 질문들을 들었다.
‘청문회구만.’
잘 나가는 사람들은 질투를 사기 마련이다. 성공을 거듭하게 되면서 강윤은 조금씩 이런 질투에 대비해왔다. 철저하게 일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윤은 질문들을 모두 듣고 차분히 답을 시작했다.
“예산이 기존 가수들보다 많이 들어간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동기간이라 하셨는데 그때는 2004년입니다. 지금과 물가가 다릅니다. 같은 비용을 투자해도 예산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두 번째는 숫자의 차이입니다. 저희 멤버는 6명입니다. 그때는 3명이었죠.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합니다. 세 번째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때는 예능 같은 분야는 투자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예능, 외국어 등 다양한 방면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윤은 잠시 숨을 고른 후, 차분히 말했다.
“저는 이사님들과 사장님, 회장님의 승인을 항상 받고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여러 분야에 투자해야 하니 이런 예산을 청구한다고 했습니다. 여기 계신 이사님들께서도 사인을 해주셨습니다. 여기 그 증거자료들입니다.”
강윤은 준비해온 서류들을 모두에게 돌렸다. 사장, 회장 사인부터 이사회의가 필요한 안건에서 승인된 서류들까지 예산에 대한 서류들은 모두 있었다. 예산 통과 당시 프로젝트의 성공과 더불어 이후 더 잘해 보라는 분위기가 겹쳐 예산 관련 결제들이 빠르게 통과되었었다.
이사들의 얼굴이 단번에 붉어져 버렸다. 철저한 준비의 승리였다.
정현태 이사는 본전도 못 뽑고 자리에 얼른 앉아 버렸다. 아니, 고개도 들지 못했다. 결국, 자기가 결재 한 거 확인도 않고 부하 직원에게 뭐라 한 꼴이 돼버렸으니 민망했다. 동조했던 이사들도 헛기침하며 민망함을 달랬다.
그러나 이사들은 많았다. 그중 뻔뻔한 사람도 있었다. 문광식 이사였다.
“역시, 이강윤 팀장은 철저하군. 우린 예산이 이렇게 많이 쓰인 게 걱정되어서 다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제대로 집행되고 있다니 다행일세. 확인시켜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뻔뻔스러운 처사였지만 강윤은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다음 질문이었다.
“이번에 묻고 싶은 건 연기팀에 대한 거네. 이 팀장은 공연팀과 가수팀을 담당하고 있네. 그렇지?”
“맞습니다, 이사님.”
“그럼 민진서 연습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 팀장이 공연팀, 가수팀을 전담하는 걸로 알고 있네만 민진서 연습생은 연기팀 소속 아닌가?”
민진서는 네 소속이 아니니 그만 참견하고 내놔라, 이런 말이었다.
‘뜰 것 같으니까 욕심을 부리는군.’
강윤은 문광식 이사에게서 욕심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민진서는 물건이었다. 강윤으로 인해 알게 되었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정도 판단력은 있었다. 민진서의 동영상은 사람들을 계속 끌어모으고 있었고 데뷔 이후 더더욱 많은 사람을 끌어 올 것이란걸 말이다.
“민진서는 현재 제가 담당할 업무이기도 합니다.”
“두 개도 만만치 않은데 세 가지나. 일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이 팀장. 과중 업무는 실수를 불러오기 마련이야.”
문광식 이사는 강윤을 노려보았다. 강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다른 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웅성거렸고 이현지 사장이 나서야 간신히 진정되었다.
이사들이 진정되자 문광식 이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연기팀을 담당해야 하는 이유가 무언가? 회사의 시스템까지 해치면서 말이지.”
“먼저 회사 시스템을 해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회사 시스템을 해쳤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제가 누구를 편애했습니까? 철저하게 회사 시스템 내에서 선발했고 회사의 기준에게 맞게 선발을 했습니다. 제가 선발한 기준은 기존에 보고서로 다 제출했습니다. 바로 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습니다.”
“선발 과정에 잡음이 끼니까 소문들이 돌지 않나. 아래 애들이 선발한 아이들을 시기하니까…”
“그럼 제가 시기하는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겁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인데 제가 사람 마음마저 컨트롤 할 수는 없잖습니까.”
문광식 이사는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강윤은 회사의 시스템을 함부로 여기거나 어긴 적이 없었다. 민진서를 선발했을 때도 검증을 거쳤다. 만약, 민진서가 뜰만 한 재능이 없었다면 인터넷에서 그만한 화재를 불러일으켰을까? 전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강윤은 이런 내용들을 다 정리해서 제출했고 이사들도 봤던 부분이었다.
강윤은 차분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연기팀에 대해 월권 요소가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사전 양해를 다 구해놨고 회장님께도 승인을 받았습니다.”
강윤이 원진문 회장을 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진문 회장이 승인했다니, 그래도 문광식 이사는 필사적으로 할 말을 찾았다.
“그래도, 세 가지 업무를 하면 효율이 떨어지잖나. 그럼 일의 질이 떨어질 테고. 그렇다면…”
“저도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이사님이 절 걱정해 주신 점, 먼저 감사드립니다.”
문광식 이사가 의문을 가지는 가운데, 강윤은 시선을 모두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제가 민진서 연습생을 오래 돌보진 않을 겁니다. 곧 민진서 연습생이 데뷔할 테니 말입니다. 이젠 연습생이 아니라 배우가 되는 겁니다.”
“뭣?!”
“시간은 1달 정도가 소요될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면 인수인계로 다른 분께 넘기는 시간보다 제가 좀 더 고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중요한 시기라 데뷔 후 안정화될 때까지만 제가 담당하고 이후에 인수인계를 할 생각입니다.”
강윤의 말에 모든 사람이 놀라 일제히 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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