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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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103화 – 때로는 수단,방법 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떨고 있을 때, 막내 정유리가 손을 들었다.
“짐을 싸라고요? 저 가수 만들어 준다면서요?”
정유리는 머리 두 개는 큰 강윤을 올려 다보며 씩씩댔다. 위아래 없이 대드는 막 내의 모습을 보고, 엔티엔 멤버들은 눈을 감았다.
‘저게 미쳤나?’
이번만큼은 모두의 생각이 같았다. 강윤이 말했다.
“계약 깨겠다고 한 적 없어.”
“그런데 왜 짐을 싸라는 건데요? 그냥 테스트에서 못한 사람만 잘라버리면 되잖아요.”
정유리는 상기된 얼굴로 어깨를 들썩였다.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유리. 회장님한테 그게…”
이현지가 나섰지만,강윤은 손을 들어 제지하며 정유리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못한 사람만 자르면 된다? 그렇게 보면 여기 모두가 미달이야.”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저 언니처럼 박자를 전 것도 아니고, 저기, 저 언니처럼 반 박자 빨리 스텝을 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왜요?”
정유리는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언니들은 안절부절못했다. 강윤도 분함과 억울함을 느꼈지만,그는 담담했다.
“엔티엔은 그룹이야. 정유리와 댄스팀이 아니라. 그래서…”
“전 저 떨어지는 언니들하고 도저히 같은 팀을 못하겠어요. 정말로!!”
당돌함을 넘어 하극상으로 치달았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연습생은 물론 진혜리 팀장,이현지마저 할 말을 잃었다. 강윤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하나만 물어보자.지금 네가 솔로로 데뷔한다면, 가수로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당연히 안 되죠. 하지만 몇 년 연습하면 주아 선배님처럼 될 자신이 있어요.”
“아니.”
강윤은 정면으로 부정 했다. 정유리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주아는 댄스 실력도 있었지만,보컬 실력도 갖추고 있어. 두 가지 모두 소홀히 하지 않았지. 너는?”
보컬 실력의 부재. 정유리의 콤플렉스였다.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분한 마음에 눈물만 났다.
하나를 정리하고, 강윤은 다른 멤버들에게 눈을 돌렸다.
“너희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 막내에게 무시나 당하고.”
“으으 ”
모든 멤버들이 정유리를 쏘아보았다. 아무리 군기 문화가 없는 월드였지만,이런 하극상은 참기 힘들었다.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유리가 한 말 중 너희에 대한 건 틀린 게 없어. 체중문제도 짚어볼까? 유리 빼면 모두가 올랐지?”
강윤의 말하나하나가 아프게 다가왔다. 책임자인 진혜리 팀장이나 이현지도 고개 를 들지 못했다.
“… 저녁에 공지가 나갈 거야. 부모님들께 연락해. 회장실에서 공문 보내니까 확인 부탁한다고. 너끼들은 짐 싸서 내일 6 시에 이 곳에 모인다.”
“회, 회장님!!”
이시이 아키나가 어눌한 한국어로 외쳤다.
“우, 우리 조,조껴나는 거예요?”
“… 자세한 건 공문 확인해보고,진 팀장과 이사님은 저 좀 보시죠.”
강윤은 두 어른에게 손짓하고 연습실을 나갔다.
남은 엔티엔 멤버들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잘리는 거야?”
양채영이 묻자 감효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라잖아. 공문 보낸다는 말 못 들었어? 아 진짜… 재 꿈떠서 이 꼴 났잖아.”
감효민은 신 차오를 쏘아보았다. 당사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굼뜨다고? 지는 잘한 줄 아나?]“저 짱개가 뭐라는… 아니다.”
[까오리 빵즈가…]“뭐라고?”
국제적으로 욕은 통용되는 법. 둘 사이는 시끌시끌해졌다. 이혜성을 비롯해 몇 몇 연습생들이 진화에 나서 육탄전까지가 지는 않았지만,말싸움은 한참이나 계속 되었다.
회장실에 올라간 강윤은 진혜리 팀장, 이현지와 마주 앉았다.
진혜리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현지도 마찬가지였다.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곤 이야기를 꺼냈다.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지난 번 테스트보다 너무 떨어졌습니다, 진 팀장.”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어떻게든 책임 지겠습니다.”
강윤은 그 동안의 보고서도 함께 들췄다. 오른쪽 위로 올라갔어야 할 데이터 그래프들이 오른쪽 아래로 심하게 꺾였다. 그녀의 고개만큼이나.
“책임이라. 어떻게 말입니까?”
“다음 테스트 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오겠습니다.”
진혜리의 목소리에 기합이 가득 찼다. 강윤이 물었다.
“진 팀장은 엔티엔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 호흡을 맞출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대답하면서도 진혜리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군무 중 엔티엔 멤버 누구도 다른 멤버를 보는 이가 없었다. 관계가 원인이라는 걸, 잘 알았다.
강윤은 질문을 이어 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을 할 생각인가요?”
“…죄송함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10일 드리겠습니다.”
진혜리 팀장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회장실을 나섰다. 이현지는 바짝 긴장했다.
“이사님. 이걸 보십시오.”
강윤은 몸무게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이시이 아키나부터 윤다영,신 차오 등 절반 이 넘는 멤버들의 그래프가 오른쪽 위로 올라갔다. 이현지는 민망해져 고개를 숙였다.
“유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겁니다. 숙소에서도 혼자 지내지 않았습니까?”
“네. 말을 걸어 봐도 거의 단답형이었고… 보고서에서 그게 보이나요?”
“아까하는 말과 그래프들을 보니 짐작이 갑니다. 유리 같은 애들은 단순히 나이가 많다고 선배로 인정하는 애가 아니잖습니까.”
이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생각해보니 다 제 잘못이네요. 벌써부터 꽉 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풀어준게 이런 결과를 불러왔네요. 책임질게요.”
“책임이라. 이건 어떻습니까?”
강윤은 씨익 웃었다. 이현지는 싸한 기류를 느꼈다. 그가 노트북을 열어 문서 하나를 보여주자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만요. 그 말은 애들은 둘째 쳐도,회사를 일주일 이상 비우라는 말이잖아요?”
“이사님 일은 제가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 쉽지 않을 텐데. 뭐, 알겠어요. 겨울 휴가라고 생각하죠.”
이현지는 입꼬리를 올렸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
다음날, 해도 뜨지 않은 아침이었다. 엔티엔 멤버들은 졸린 눈을 비비고 연습실에 도착했다.
이시이 아키나는 이시하라 유이의 어깨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았다. 뒤쪽에 있던 양채영과 윤다영, 감효민은 가방을 팽개친 채 투덜댔다. 중국 쌍둥이는 주저앉아 서로에게 기대 눈을 붙였다.
맨 뒤에 선 이혜성과 정유리는 말없이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엔티엔 멤버들의 등에는 큰 가방이 들려 있었다.
연습실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섰다. 졸고 있던 연습생들은 깨어나 자리에 앉았다.
짝. 강윤은 박수를 쳤다. 연습생들이 몸을 세웠다.
“공문은 다 확인했지?”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뭘 본 건지 표정이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
“회사 입구로 나가면 자전거가 있을 거야. 일정표는 이사님께 드렸으니까 달리기만 하면 돼. 시간은 일주일. 해남 땅끝 마을 찍고 와.”
연습생들 모두가 하얗게 질려버렸다. 외국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감효민이 외쳤다.
“지, 지금은 1월이에요. 게다가 저희 모두 여자라고요. 이 정도면 성차별에 청소년 학대 아닌가요?”
“무대에 올라갈 때도 여자라고 사정 봐 달라고 할 거야?”
“그거랑 이거랑은 완전 다르잖아요.”
연습생들 모두가 뭉쳐 쏘아보았지만,강윤은 코웃음을 쳤다.
“겨울에도 자전거를 즐기는 여자 분들도 많아. 그렇다면 그 분들 모두가 학대를 받는 건가?”
“그게, 그게…”
강윤의 눈빛이 거세졌다.
“분명히 말할게. 이건 회장으로서하는 명령이야. 전원, 완주하고 와. 한명 이라도 탈락하면 너희를 대신 할 새 팀을 뽑겠어.”
“계약위반이에요.”
정유리가 외쳤다. 강윤은 말을 이어갔다.
“위약금은 챙겨줄 거야. 대신 낙인이 찍히겠지. 무조건 데뷔한다는 월드에서 쫓겨난 연습생. 누가 받아줄까?”
“이이…”
연습생들이 분노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강윤은 손을 내저었다.
“할 말 끝났어. 가봐.”
강윤을 향해 이를 갈아대며 연습생들은 회사를 나섰다.
————–
김재훈의 본격적인 중국 진출이 시작됐다.
월드 스튜디오 홍보팀은 중국의 륜, 요우켄에 라이브 영상을 올렸다. 중국의 SNS 세이첸도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중국의 유명 가요들을 부르는 김재훈의 영상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반응은 좋았다. 요우켄에 올라간 영상은 하루만에 2천만 뷰롤 돌파했고, 셰이첸 계정에 팔로워도 백만을 넘어 이백만을 향해갔다.
사전 홍보로 밑밥을 깔고 일주일이 지났다. 메인 무대는 AFDN 방송국에서 펼쳐졌다.
메인 음악방송 가왕 TOP 5의 담당 PD, 장수영은 김재훈을 만나기 위해 직접 대기실로 찾아왔다. 메이크업을 받고 있던 김재훈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장수영 PD는 그를 제지 했다.
김재훈은 고개를 숙였다. 장수영 PD는 미소와 함께 손을 건넸다.
[앞으로 좋은 인연 기대해도 되겠지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장수영 PD는 돌아섰다. 문 앞에서 뭔가롤 떠올리곤 다시 돌아섰다.
[아, 혹시 무대에서 필요한 것 있으면, 오른쪽 방향으로 신호를 보내십시오. 바로 조치해드리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장수영 PD가 돌아간 후,김재훈은 메이크 업을 서둘렀다.
리허설도 끝나고, 본 무대에 오를 시간이 되었다. 김재훈은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이거 크렌벅스 노래잖아.’
많이 듣던 노래였다. 경쾌한 멜로디와 발음하기 쉬운 한국어 가사까지. 김재훈은 고개를 살짝 무대로 내밀었다. 과연 세 남자가 있었다. 검은 조끼와 바지를 입고, 랩을 쏟아내고 있었다.
‘신기하네. 지예 대표 그룹을 여기서 보다니.’
김재훈의 눈이 빛났다. 월드와 좋지 않은 소속사의 가수지만, 타국에서 만난 고국 사람은 반가웠다.
노래가 끝나고,김재훈이 무대에 나설 준비롤하는데 그를 향해 세 남자가 다가왔다. 조금 전 무대를 마친 크렌벅스 멤버들이었다.
“크크큭. 하여간 헬조센이나 짱개나… 아.”
멤버 중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한 남자는 김재훈을 보고 멈칫했다. 옆에 있던 남자가 동료의 어깨를 툭 쳤다.
“야,뭐하냐? 선배 타령 듣고 싶어?”
반가움에 아는 척을 하려던 김재훈은 멍해졌다. 가만히 있다가 가마니 된 심정이었다. 한 마디 하려고 두 사람을 잡으려는데,마지막 한 사람이 김재훈에게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선배님. 죄송합니다. 애들이 오늘 무대가 잘 안 풀려서 예민해가지고 말입니다.”
쫓아가서 한 소리 하려던 마음이 허탈 해졌다. 대신 사과한 이 후배가 불쌍했다.
“여전히 고생하네.”
“아닙니다, 선배님. 아, 선배님 무대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말 안 해도 돼.”
“아닙니다, 선배님. 기대하고 있습니다. 꼭 듣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스케줄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애들한테는 사과하라고 꼭 말해 놓겠습니다.”
마지막 멤버는 급히 복도로 뛰어갔다.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김재훈은 중얼 거렸다.
“참 힘들게 산다. 사고 따로, 수습 따로.”
김재훈은 어깨를 으쓱이곤 무대에 올랐다. 사방이 밝아지며 관객들의 환호성이 자신을 감싸자 조금 전의 일은 삽시간에 잊혀져 갔다.
[공문 – 팀 엔티엔 땅끝 마을 자전거 일주관련 동의서]강윤은 팀 엔티엔 연습생 부모님들에게 받은 동의서들을 확인했다. 모두 18장이었다. 확인을 마친 강윤은 문 비서에게 동의서를 넘겨주었다.
“문 비서. 이거 모두 스캔해주고, 디지털 자료로 정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회장님.”
문 비서가 나간 후,강윤은 창가로 향했다. 어둑한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9를 가리키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전화들 걸었다. 남자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지금 평택입니다. 조금 전에 모두 숙소에 입실했습니다.
강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무탈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별 일은 없었습니까?”
– 낙오할 뻔 한 멤버들이 있었습니다. 직접 싸우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세세하게 보고했다. 강윤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 동안 쌓였던 게 터졌는지 감효민과 신 루리는 머리 채를 잡았다고 했다. 얼마가지 않아 이현지에게 진압됐지만…
“… 고생하셨습니다. 일 있으면 바로 보고 주십시오.”
전화를 끊은 후,강윤은 서류톨 열었다. 이현지가 없으니 그녀의 일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어렵군.”
이현지롤 괜히 보낸 건 아닐까, 강윤은 후회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이현지의 일까지 마무리됐다.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후우. 개운하…”
과앙. 기지개를 펴는데, 문 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등장했다. 기지개를 피다 만 자세로 강윤은 굳어 버렸다.
“주아?”
“오빠아.”
난데없이 등장한 그녀, 주아는 다짜고 짜 다가와 소파에 앉았다.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밝을 때 오지,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우리가 시간을 따질 사이는 아니 잖아. 암튼, 원 사장님이 스카웃 제의를 해왔거든. 근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주아는 강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오빠가 뒤에서 뭐한 거, 아니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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