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67
105화 – 뿌린 대로(1) >
음악의 신
105화 – 뿌린 대로
투자를 유치하면 회사의 분위기는 한층 고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세연 사장의 얼굴은 이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 두 배가 늘었다는 거죠? 작년에 비해서?”
분기 별 보고서를 내려 놓으며, 하세 연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채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두드러지게 높이 솟아 있었다.
보고서를 제출한 임원의 표정도 어두웠다.
“…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유 이사님 잘못이 아니에요.”
하세연 사장은 한숨을 쉬며 보고서 롤 덮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힘겹게 운을 쨌 다.
“그, 그래도 투자받은 자금도 들어왔으니 곧 사정이 나아질 겁니다.”
“그래야죠. 사실상 이츠파인을 내주고 받은 투자니까요. 하아. 진짜… 그런 물건을 들여온다는 조건을 수락하는 건 아닌데.”
“사장님.”
임원은 눈올 질끈 감았다. 하세연 사장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유 이사님. 다시 물어볼게요. 정말,이 방법밖에 없던 건가요?”
“……”
“아무리 이강윤을 흔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예요. 이건 견제가 아니에요. 망치는 거지.”
임원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세연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돌아섰다. 창가의 햇살이 그녀를 통과해 그림자들 만들었다.
“이 회장이 어떻게 나올 것 같나요?”
“…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겁니다.”
“… 그러겠죠?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을 걸 수도 있으니, 준비해야겠네요.”
창밖을 바라보는 하세연 사장의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햇살이 오늘따라 더욱 무심하게 느껴졌다.
—————
자전거 일주가 끝났다.
엔티엔 연습생들과 이현지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강윤은 그들에게 하루의 휴식 올 주었다. 한국인은 집으로,외국인 연습 생들은 호텔에서 하루동안 휴식을 취했다.
스케줄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 단체 보컬연습과 안무, 연기를 위한 발성 등 대부분이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따로 있었다.
“자, 따라 해봐. 저기 높은 곳 — 아무도 없는 –”
“저어기 노프 곤– 아무도 어는–”
“잠깐. 이시. 발음이 불안하잖아. 느려도 되니까 또박또박.”
개인 보컬 연습시간이었다. 윤다영은 이시이 아키나의 발음을 체크해주었다.
“다영, 음 떨어진다.”
“알았어.”
이시이 아키나는 윤다영의 불안한 음정을 체크해주었다.
이전과 달라진 모습에 트레이너 안시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뻘짓이 효과가 있긴 있었네?’
강윤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갔건만,효과는 탁월했으니… 안시진은 고개룹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연습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그게 아니야. 왼발이 먼저 나가야지.”
“왼발,왼발. 이렇게?”
“아니아니. 너무 짧잖아. 좀더…”
이시하라 유이와 감효민은 신 차오에게 안무를 가르치느라 열을 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잔소리듣기 싫다며 뒤엎었을 신 차오였지만,무슨 일인지 땀까지 흘려가며 열심을 내고 있었다.
같은 방에 있던 다른 그룹도 연습에 열을 내고 있었다.
후우,후…
이혜성은 숨을 헐떡이며 막내 정유리의 안무를 흉내 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언니를 힐끔 쳐다보더니, 정유리는 안무의 템포룰 낮췄다.
“… 갑자기 무리하면 무릎 다쳐요.”
첫째와 막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안무를 맞춰 갔다.
양채영과 신 루리는 휴게실에서 앉아 땀을 식히며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중국어로 소통을 하며,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다.
엔티엔 연습생들의 분위기는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 모든 사항은 트레이너들의 보고서를 통해 강윤에게도 보고되었다.
“부산까지는 안가도 되겠군요.”
강윤은 보고서를 덮으며 한숨을 쉬었다. 회장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이현지는 몸서리를 쳤다.
“부산이라면 전 빠질게요. 이번엔 회장님이 다녀오세요. 아니,앞으론 연습생보다 외부 가수를 섭외하는 게 어떨까요?”
“하하하. 그럴까요?”
강윤도 이현지 앞에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엔티엔 연습생에 대한 담화를 나누다가,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흘러 갔다.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놓고 이현지가 물었다.
“정말 세이스와 접촉하실 생각이신가요?”
“당장 파트너를 저버릴 수는 없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강윤은 씁쓸한 얼굴로 커피를 들었다. 이현지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아직 저쪽에서 움직이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명분만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어요.”
“잠깐, 기다려야 한다. 그 말이군요.”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틀 끝내고 이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강윤의 자리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 회장님. 이준열 씨의 방문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준열이가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기다릴 세도 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이준열이 들어서며 요란스럽게 외쳤다.
“혀엉!! 회장니임!!”
“적당히 들어와. 요란해.”
이준열은 달려오자마자 강윤을 끌어 안았다. 이현지에겐 뚱하게 손올 흔들곤 눈동자를 굴려 회장실 곳곳에 눈을 돌렸다. 책상 위에 잔뜩 쌓여있는 서류를 보며 기겁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쇼핑몰을 보며 눈동자를 키웠다.
거한 리액션을 마치자 차가 나왔다. 이 준열이 자리에 앉자 강윤이 물었다.
“무슨 일로 왔어?”
“형도 참,성질 급해. 동생이 형 보고 싶어서 온 거지.”
“한가하게 잡담 나눌 시간 없잖아. 스케줄 빡빡한 거 다 알아. 말해봐.”
이준열은 곧 머쓱한 옷음을 흘렸다. 이 준열은 가방에서 서류 하나틀 꺼내들었다.
“하여 간. 형은 감이 좋다니까. 오늘은 가수로서 온 거야.”
강윤은 이준열에게서 서류들 받아들었다.
– 월드 가수,세디, 디에스 합동 콘서트 (가제) 기획안
함께 서류를 보는 이현지의 눈이 동그래지는 가운데 강윤은 서류를 넘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기획안을 왜 나한테 가져왔어? 클래식에 연락해야지.”
“그 최 뭐하는 아저씨보다 형이랑 더 친하잖아. 사소한 건 됐고,여기 봐. 여기.”
이준열은 기획안올 넘겼다. 목차를 넘어 출연진을 보자 강윤과 이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에디오스에 유리,은하, 하얀달빛, 김재훈? 우리 가수들 전부잖아?”
“디에스와 준열 씨도 있네요.”
이현지도 고개를 갸웃했다. 월드소속. 하얀달빛을 제외하곤 스케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가수들이었다. 강윤은 짧게 한숨을 쉬고는 기획안을 덮어버렸다.
“스케줄 다 맞추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지?”
“뭐야. 형 답지 않게. 일 키우는 거 좋아 하잖아.”
“풋”
이현지가 입을 가리고 웃는 가운데, 강윤의 얼굴이 기괴해졌다. 이준열은 진지한 눈으로 강윤올 바라보았다.
“형. 나 농담하는 거 아니야. 형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고도 남잖아?사실, 이 나라에서 형만큼 콘서트에 빠삭한 사람도 없고.”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항상 형은 그렇게 말했지. 월드 가수들도 형이 하자고 하면,당장 스케줄 다 뺄 걸? 형이 떠는 내숭은 귀엽지 않아.”
이현지는 계속 키득키득 웃었고, 강윤의 눈매는 일그러졌다. 이준열은 기죽지 않고 그를 쏘아보았다. 그녀는 팔에 턱을 핀 채,두 남자룰 흥미로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재미있겠네. 그나저나 예산이 될 라나? 콘서트라면 6개월은 걸릴 테니까. 여름에서 가을정도?’
이현지가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이준열은 열변을 토해냈다.
“생각해 봐. 브라질에서 20만명이었다며? 여긴 홈그라운든데 30만 명은 거뜬하지 않겠어?”
강윤은 기찬 웃음을 내뱉었다.
“야. 30만 명이 장난인 줄 알아? 우리 나라에서 30만 명이 모일 장소가 있는 줄 알아?”
“아, 형.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응?”
이준열은 계속 강윤울 설득했지만, 단 번에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한참동안 티격대던 이준열은 기획안을 책상 위에 놓고 일어났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 줘. 기대하고 있을게!!”
이준열은 손을 흔든 후 돌아갔다.
강윤은 기획안을 살피다가 다시 올려놓고는 창가에 섰다. 유로스 쇼핑몰의 북적 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현지가 그 의 곁에 다가와 섰다. 두 사람은 한 방향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잠시 시간을 홀려보내다가,이현지가 말했다.
“얼토당토한 기획안은 아닌 것 같네요. 세디와 디에스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소속사의 모든 가수들이 총출동한다라… 예전의 MG스테이지가 생각나네요.”
강윤은 팔짱을 끼었다.
“제 생각에도 MG 스테이지와 비슷한것 같습니다. 메리트는 있지만,문제는 비용 입니다. 만약에 한다면,여력이 있올까요?”
“중국 진출에 이츠파인 문제도 있어서… 장담할 수는 없어요.”
부정적인 답이 들려오자 강윤은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사님이 어렵다면,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이현지는 옷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모르겠다는 거지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투자금을 받거나 펀드룰 유치한다거나. 자금을 마련할 방법들은 많으니까요. 바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아이템인 것 같네요.”
잠시 생각하던 강윤은 강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알겠습니다. 일단 가수들 이야기도 들어 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게 좋겠어요. 지금까지 중 가장 큰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올 테니까요.”
이현지는 편안하게 고민하라며 회장실을 나섰다.
자리에 앉아 강윤은 메모지에 이것저것을 적으며 생각들올 정리해갔다. 이츠파인 문제에 새로운 과제까지. 쉽사리 결론은 나지 않았다.
‘희윤이한테 가볼까?’
고민하던 강윤은 서류를 덮어 버리곤,희윤이 있는 작업실로 향했다. 작업실 문을 조심스럽게 여니 방안에 음표들이 떠돌고 있었다.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던 희윤은 인기척올 느끼곤 강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오빠.”
“방해한 건 아니지?”
“에이. 아냐.”
강윤이 희윤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다시 분주해졌다. 신디사이저에서 흐르던 음표들이 검은빛을 만들다가 회색 빛을 띄어갔다. 강윤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강윤이 불편해하는 걸 느낀 희윤은 연주를 멈추곤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 좀,이상하지?”
“박자를 일부러 엇갈리게 한 건가?”
“응. 멜로디는 괜찮았거든? 그런데 느낌이 안 살아. 발라드 곡인데, 좀 더 격한 느낌올 주고 싶다고 하거든?”
“어디,한 번 볼까?”
희윤이 다시 연주를 시작하자 강윤도 신디사이저에 손을 얹었다. 연주가 진행되면서 조금씩,회색빛이 열어졌다. 희윤의 얼굴도 화색을 띄었다. 이어 피아노는 전자 바이올린 소리로 변신했고,거기에 스트링 소리가 얹혔다.
작업이 진행되면서 희윤의 얼굴도 한껏 밝아져갔다. 막혀있던 연주가 물 흐르듯 흘러 가기 시작했다. 강윤은 신디사이저에서 손을 땠다.
악보에 기록까지 마친 희윤은 강윤을 돌아보았다.
“휴우. 한 시름 돌렸네. 고마워,오빠.”
희윤은 강윤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실눈을 떴다.
“오빠, 고민 있지?”
“고민은. 그런 거 없어.”
“에이. 오빠를 내가 아는데? 말해봐. 누나가 다 들어줄게.”
강윤이 피식 웃었지만,희윤은 어깨동무를 하며 다독이는 시늉을 했다. 웃음을 홀리던 강윤은 짧게 숨을 내뱉곤, 이준열과 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희윤은 강윤의 어깨에서 손을 내리곤, 자신의 턱에 손올 올렸다.
“… 그러니까, 회사 모든 가수들이 모여서하는 콘서트라는 거지?”
희윤은 잠시 뜸올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
“어렵다. 하고는 싶은데,오빠를 보면 반대하고 싶고.”
“무슨 말이야?”
“콘서트를 하면, 곡 작업할 것도 많아지니까 좋지.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을 거 아냐. 그건 좋아. 근데 오빠가 또 집에 안 들어 올 거잖아.”
“하하…”
의외의 일격이었다. 강윤은 어색하게 웃음올 홀렸다. 희윤은 실눈을 뜬 채, 강윤을 바라보았다.
“쉬엄쉬엄 한다고 약속하면,반대하진 않을게.”
“찬성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다 하자고 말할 것 같아서. 난 중립을 지킬게.”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작업실을 나섰다. 가수들에게 찬반 여부를 묻기 위해서였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