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7
10화 – 키스를 부르는 소녀(2)
“데뷔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문광식 이사는 당최 알 수 없는 말이라는 듯 인상을 썼다. 그러나 강윤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갔다.
“어제 아침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민진서는 SBB 방송국의 ‘별들의 속삭임’이라는 드라마에 주인공의 여동생 역할로 정식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강윤의 이야기는 이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가능성이 큰 민진서를 강윤에게서 빼앗은 후 자신들이 데뷔를 시켜 힘들이지 않고 입지를 올릴 생각이었는데 이미 데뷔까지 하게 된다니 생각도 못 한 이야기였다.
“흠흠.. 아니, 벌써 데뷔라고? 아니, 민진서가 보여준 게 있었던가?”
문광식 이사의 말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러나 강윤은 동요 없이 말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가능성이었지만 지금은 오디션을 통과할 정도로 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허….”
문광식 이사는 기가 막혔다. 강윤이 꺼내 든 카드가 데뷔라니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데뷔는 소속사에서 엄청난 일이다. 사장, 회장, 이사진들의 재결이 모두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강윤이 이렇게 빨리 일을 진행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모두가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 방금 굴욕을 당한 유경태 이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팀장!! 이사회를 무시하는 건가?! 데뷔라니, 그런 큰일을 마음대로 혼자 결정하다니!!”
온 회의장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사들 모두가 그와 같은 심정이었다. 제대로 문책사유를 붙잡은 것이다.
“각오해야 할 거야. 어떤 이유로든…”
“잠깐.”
이사들이 으르렁거리는데, 이현지 사장이 그들을 제지했다. 이사들의 눈에 불이 났지만,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 손짓으로 진정하라 신호하곤 입을 열었다.
“이사회의 승인도 없이 오디션을 봤다라… 이 팀장. 이건 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디션 응모가 징계사유라… 그렇다면 이런 큰 기회가 왔을 때 이사회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까?”
강윤은 혀를 찼다. 이사들이 자신에게 웅성댔지만, 그는 당당했다.
이현지 사장이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현지 사장이 자신의 사람이라 인식되는 강윤에게 질책성 발언을 하니 사람들도 함부로 끼어들지 못했다.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는 거군요. 말해보세요. 그 기회라는 걸 말입니다.”
이현지 사장은 으르렁대는 이사들을 막으며 강윤에게 이유를 물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이사들도 어서 강윤에게 말해보라며 재촉해왔다. 이현지 사장이 같은 편인 강윤을 편들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강윤에게서 드디어 이유를 찾으니 이사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강윤은 사방에서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탐욕들을 마주했지만 차분했다.
“오디션이 이틀 전이었습니다. 갑자기 잡힌 오디션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했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민진서에게 이만큼 어울리는 배역은 없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의는 아시다시피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보고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습니다. 오디션이 코앞이었으니 말입니다.”
강윤의 말은 톱니바퀴와 같았다.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톱니바퀴. 뭔가 하나 비틀어지면 다 무너지는데 그런 기색을 찾기가 힘들었다. 유경태 이사는 잠시 생각하다 바로 물었다.
“…백번 양보해서 시간에 대한 건 그렇다 치지. 자네 말대로 오디션 응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데뷔를 하겠다니. 이건 승인이 나야 하는, 완전히 다른 문제야. 그래, 대체 무슨 작품이길래 그렇게 말을 하는겐가? 공중파인건 알겠지만 모든 공중파가 시청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 시청률이 나온다 해도 역할을 맡은 배우가 부각이 되는 건 아니고 말이야. 말해보게.”
대체 얼마나 중요한 배역이었기에 이사들까지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느냐는 이야기였다. 강윤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답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걸.
강윤은 차분히 답을 시작했다.
“이번에 민진서가 출연하는 드라마, 별들의 속삭임은 송태진 작가의 극본에 주성환 PD의 연출작입니다. 둘의 조합은 안정된 시청률 제조기로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허…”
유경태 이사도 송태진 작가와 주성환 PD를 잘 알았다. 특히 송태진 작가의 드라마는 로맨스의 최고봉이라 손꼽힐 정도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였다. 그 드라마에 신인이 출연한다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 그래, 어떤 역할인가?”
“남자 주인공의 여동생 역할입니다. 몸이 약하지만, 의지가 강하고 오빠를 항상 생각하는 여동생이죠. 이사님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 배역이 민진서를 데뷔시키기 위한 최적의 무대라 판단, 서둘러서 행동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윤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아니, 그뿐만 아니라 이사들도 더 이상 시비를 가릴 말이 없었다. 이만한 무대, 배역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사회의를 건너뛰고 오디션에 응모, 데뷔겠다고 말한 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웃겼다. 절차를 무시하고 일을 했다고 하기엔 성과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한 것도 아니고, 이건 뭐라 말을 하기가 모호했다. 이사들은 서로 웅성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강윤에게 화살을 돌리지 못했다.
기존에 MG엔터테인먼트에서 송태진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따오려 했어도 모조리 실패했었건만, 오히려 이런 배역을 따온 강윤에게 칭찬이 돌아가야 마땅한 일이었다. 설사 시청률이 나오지 않더라도 송태진 작가의 드라마에 참여한 경력만으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배우 커리어에도 강하게 남는 일이었다.
“…정리를 하지.”
침묵을 깬 건 원진문 회장이었다.
“강윤 팀장이 서두른 점은 잘한 게 아니야. 앞으로는 주의해주게.”
“알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원진문 회장의 말에 이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의 말은 무게감이 있었다. 강윤의 잘못이라는 판결과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민진서는 당분간 이 팀장이 계속 담당하는 걸로 하지.”
“회장님!!”
유경태 이사가 소리를 질렀지만 원진문 회장이 한번 노려보자 바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여기 이 팀장만 한 결과를 내올 사람이 있나? 아니라면 나서게. 그 사람에게 민진서를 맡기겠네.”
“…..”
이사들 그 누구도 할 말이 없었다. 민진서를 발굴하고, 띄우고 큰 무대에 데뷔까지. 이사 중 누구도 강윤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나서는 이가 없었다. MG엔터테인먼트는 가수라면 최고의 기획사지만 연기자는 초출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데뷔는 배우에게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MG엔터테인먼트로선 매우 큰 성과였다.
“이 팀장. 수고 많았어. 그리고 미안하네. 바쁜 사람을 불러내서.”
“아닙니다, 회장님.”
“앞으로는 필요한 회의가 아니면 가급적 불려 오지 않도록 하겠네. 자네가 올리는 안건은 가능하면 나와 이현지 사장이 직접 승인하는 거로 처리하지. 오늘 보니 시간에 쫓기는 안건들도 제법 되는 모양이던데, 이젠 우리 이사진들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안 그런가 자네들?”
“…..”
이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지금으로선 아무도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망신살에 굴욕까지, 오늘은 이사들에게 제대로 안 풀리는 날이었다.
“그럼 이 팀장은 빨리 가보게. 바쁜 사람을 너무 오래 붙잡았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윤은 원진문 회장과 이사진들에게 인사를 하곤 바로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사들이 부들부들 떨었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다.
강윤이 나가고, 원진문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수트를 벗었다.
“경태, 현태, 광식이. 자네들은 나랑 이야기 좀 하지. 오늘 회의는 이 정도로 끝내겠네.”
“…..”
이름이 불린 세 이사를 제외하고 다른 이사들은 썰물같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야, 이!! XXXX들아!! 내가 그토록 서두르지 말라고 했…. 삐—– 같은.., 삐—— 삐—–”
“…..죄송합니다!!”
원진문 회장의 찰진 한국어가 굳게 닫힌 회의실 문틈을 넘어 복도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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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민진서는 강윤에게서 대본을 전해 받으며 팔을 부르르 떨었다. 대본 표지에는 ‘별들의 속삭임 1, 2화’라는 표지가 크게 쓰여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눈이 의심스러운지 눈을 비비고, 또 비비며 대본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거 꿈 아니죠? 갑자기 잠에서 확 깬다든가.”
“미리 말하지만 꿈 아니다. 다음 주에 촬영이니까 확실히 외워놓도록 해. 알았지?”
“아…”
꿈이 아니라니, 아니라니!!
민진서의 눈이 파르르 떨려왔다. 강윤은 데뷔라는 말에 감동하는 민진서를 보며 씨익 웃었다. 이런 풍부한 감정을 느낄 줄 하는 건 배우로서는 좋은 점이다.
강윤은 그녀가 더 연습할 수 있도록 문을 나서려 했다. 그런데…
“진서야.”
“선생님, 고마워요, 고마워.. 감사합니다. 감사.. 고맙습니다. 흑…”
민진서가 느닷없이 강윤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체온이 등 뒤로 느껴지니 강윤은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그걸 제지할 틈도 없이 강윤의 넓은 등에 민진서는 얼굴을 묻었다.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배우로 만들어준다는 말도, 데뷔라는 말도. 그런데 선생님이 다 이루어주셨어요. 정말… 선생님은 제 은인이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강윤은 자신을 꼬옥 휘감은 민진서의 팔을 풀은 후 뒤돌아섰다. 그리고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만져주었다.
“우리 잘 해보자.”
“네!! 저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 봤어요. 저 꼭…”
“꼭?”
“…말 안 할래요.”
“뭐야, 싱겁게.”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곤 그녀의 어깨를 한번 툭 두드려주곤 연습실을 나섰다. 열심히 연습하라는 의미였다.
‘멋있다… 아, 난 무슨 생각을…’
민진서는 멍하니 강윤의 뒷모습만 보다가 이내 세차게 고개를 젓고는 바로 대본 리딩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더더욱 연습에 열을 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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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오후였다.
이현지 사장은 강윤이 준 결재 서류를 들고 회장실로 향했다.
“…이런 세밀한 데이터라니. 참 대단한 친구야, 그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습생별 데이터를 한눈에 보기 쉽도록 그래프로 정리해놓은 보고서를 보며 원진문 회장은 만족했는지 결재란에 바로 사인을 했다. 첨부된 영상도 있었지만 그건 나중에 보겠다며 한쪽으로 밀어놓았다. 강윤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잠깐, 이 사장. 차 한잔 할 텐가?”
이현지 사장은 멈칫했다. 이 말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는 신호였다. 그녀는 손님들이 앉는 소파에 앉았고 곧 은은한 향을 자랑하는 차가 나왔다.
“공연팀이 생각보다 너무 잘 돌아가고 있어 기쁘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런데 말이야, 성과는 높은데 실속이 없어. 난 그게 아쉽네.”
이현지 사장은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강윤이 일을 월등히 잘해줬지만, 그에 따른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을 돌려 한 것이었다. 그녀가 난감해 하는 사이, 원진문 회장은 말을 계속했다.
“저번 이사회의가 끝난 후, 말이 나왔네. 공연팀이 세디와 시즌스에게 해준 일은 큰데 받은 보상은 너무 적지 않으냐는 말이었지. 여기에 이 팀장의 능력이 그렇게 뛰어날 줄은 몰랐다는 말은 변명일 뿐이라는 건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이현지 사장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나올 거로 생각한 이야기였다. 세디나 시즌스나 한 번의 공연으로 엄청난 발판을 마련했는데 그에 반해 MG엔터테인먼트가 얻은 실질적인 보상은 미미했으니 말이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강윤에 대한 외부의 긍정적 평가 등은 이런 성과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다. 결국, 빛 좋은 개살구였다.
“유경태 이사가 의견을 냈네. 이 팀장의 능력을 자꾸 밖으로만 돌리는 건 안타깝다, 회사에도 빛을 보지 못하는 가수들이 있는데 자꾸 남 좋은 일만 하지 말자면서 말이지. 괜찮은 생각 아닌가?”
“회장님. 강윤 씨, 아니, 이 팀장은 업무가 많습니다. 최근 민진서 업무까지 떠안으면서 업무가…”
“아아, 걱정하지 말게. 공연팀 업무는 잠시 쉴 테니. 소중한 재원을 함부로 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쉬는 동안 이 팀장의 몸값은 자네가 올리면 되는 일 아니겠나. 싼 업무들은 적절히 쳐내면서 비싼 업무들은 잘 조율해서 공연팀의 값을 올려보게.”
“회장님…”
이현지 사장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댈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지금까지 공연팀에 들어온 업무는 돈이 되지 않는 일들뿐이었다.
원진문 회장의 이사회와 이현지 사장의 사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그녀는 무서웠다.
“허허, 걱정하지 말게나. 이 팀장을 뺏어서 누구에게 주거나 하진 않을 테니. 다만 일본 프로젝트에서 보여주었던 이 팀장의 능력이 필요할 뿐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이 팀장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겁니까?”
“디에스 음반.”
“디에스? 혜린과 아리스, 그 아이들 말씀이십니까?”
이현지 사장은 침음성을 냈다. 원진문 회장은 찻잔을 천천히 넘기며 되물었다.
“왜 그런가? 그 애들이 2집이나 냈는데 실패한 게 문제라 그런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팀장 커리어에도…”
“우리가 커리어 쌓으라고 일을 골라서 주는 건 아니지 않은가.”
“…..”
“이미 결정을 했어. 이 팀장도 그 애들을 어떻게 못 한다면 우리 회사 그 누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네. 그 애들에게도, 이 팀장에게도 이건 기회가 될 수 있을 거야. 나쁘게만 생각할 건 아니야.”
이현지 사장은 단호히 말을 자르는 원진문 사장에게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다.
‘어떤 색깔로 기획해야 할지 기획팀 누구도 감을 잡지 못하는 애들인데, 이 팀장이 잘할 수 있을지…’
2년간 아무도 어쩌지 못한 2인조 여성그룹을 생각하며 이현지 사장은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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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은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을 나섰다. 일을 빠르게 끝내 무려 칼퇴근이었다. 강윤은 그동안 일이 바빠 일찍 나서지 못했지만 오늘은 해가 지기 전 회사를 나설 수 있다는 행복감에 젖어 로비로 향했다.
출입증을 찍고 로비를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다급하게 강윤을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선생님!!”
강윤이 돌아보니 민진서였다. 그녀는 다급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달려와 그 앞에 섰다.
“진서야. 급한 일 있어?”
“헉.. 헉. 선생님 오늘은 무지 빨리 가시네요.”
“이런 날도 있어야지.”
민진서가 알기로 강윤은 항상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직원이 퇴근을 다 하고, 연습생들도 거의 끝나고 나서야 퇴근을 하는 게 강윤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해가 지기 전에 퇴근을 하니 이상하게 보일만 했다.
“저… 선생님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왔어요.”
“부탁?”
“네. 실례인 건 아는데… 꼭 좀 들어주셨으면 해서…”
민진서는 말하기를 망설였다. 원체 민폐를 싫어하는 그녀였다. 그래서 항상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서 다 처리하려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무슨 일인데?”
“내일 말인데요…”
“응, 내일. 촬영일이지?”
“네. 알고 계시네요?”
“당연히 알아야지. 네 일인데.”
민진서는 강윤이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볼이 살짝 붉어졌다. 그러나 이내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일이요…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너무 떨려서…”
민진서는 강윤의 답을 기다리며 몸을 비비 꼬았다. 평소와는 다르게 그 나이 대의 소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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