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72
105화 – 파이널 스테이지 , 그 시작⑷>
화가 난다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같은 수준이라는 걸 인증하는 것 밖에 안 된다. 1인자는 1인자의 싸움법이 있는 법.
강윤은 우선 집안 단속에 나섰다. 사내 모든 직원들에게 공지문을 돌렸다.
– 날짜가 겹친 것 때문에 동요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길만 가면 됩니다.
이후,오디션 장을 가볼 생각에 일어났는데 문 비서가 벨을 울렸다.
그녀는 협찬이야기가 오갔던 대기업 한신그룹 마케팅 이사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알렸다. 강윤은 버튼을 눌렀다.
– … 유감스럽게 됐습니다. 이번 협찬 건이 이사회에서 부결이 났네요.
강윤은 눈을 감았다.
로고를 넣어달라는 걸 기껏 다른 조건으로 바꿔서 이야기가 잘 되나 싶었는데…
“… 어쩔 수 없죠.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민 상무님.”
– 아닙니다. 그나저나… 찔려서 말은 해야겠어요. 이번 협찬 건 말입니다. 지예와… 체결하게 됐습니다. 조건이 너무 좋았어요. 한신그룹 로고도 넣고, 중간에 광고도 넣어 준다 하니.
에잉.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 왔다. 너무 박하게 굴었다는 질책이었다.
할 말은 많았지만, 강윤은 속 안에 눌러 담았다.
주관사가 아닌 일개 협찬사가 로고를 넣어달라는 건 확실히 무리한 요구였다. 무리한 중간 광고는 공연에 대한 몰입도에 영향을 준다.
.
“… 아닙니다. 다음에 더 좋은 인연으로 뵙죠.”
통화를 마친 후,강윤은 천장을 올려다 봤다.
‘… 그래. 이런 식으로 성사돼도, 질질 끌려 다닐 뿐이야.’
쓰린 속을 달래며, 강윤은 다시 협찬사 리스트를 열었다. 붉은색으로 X자로 표시 된 기업들이 절반 이상을 채운 것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다음날.
기획회의가 열렸다.
직원들에게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월드와 지예에 관한 여론이었다.
“월드 스테이지와 더 빅 스테이션을 비교하는 기사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12시간째 ‘월드 지예 콘서트’라는 말이 순위권에 있습니다.”
직원들의 브리핑을 듣던 이현지는 쿠키를 입안에 거칠게 털어 넣었다.
“월드 대 지예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는 말이군요. 억지로 깨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겠어요.”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시간이 가면 관심에서 멀어질 테니까요.”
최경호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 했다.
상대방에 짜놓은 프레임에 놀아날 이유가 없었다.
이후, 월드의 결정은 스타들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화보 촬영을 하던 중,쉬고 있던 김재훈에게 잡지사 기자가 접근했다.
“지예와 월드가 같은 날 콘서트를 연다면서요? 사전에 이야기가 된 건가요?”
“날짜로는 최고잖아요. 막 수능도 끝날 때고. 우연하게 겹친 것 아닐까요?”
중국에서 광고 촬영을 하던 에디오스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다.
에디오스 멤버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며 답했다.
월드 스튜디오 소속 연예인들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으로 일관했다.
지예 소속 연예인들도 여러 방법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뮤직비디오 촬영 중이던 소속 가수 이태준은 엄지와 검지로 간격을 만들어 카메라 가까이에 들이 댔다.
“그쪽보다 요~만큼. 만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저 이태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지예의 간판 아이돌 가수, 헬로틴트도 모공 없는 피부를 강조하듯,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날,꼭 보러 와주세용? 오실 거죠? 딴 데 가면 미오 할 거양?”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지나가듯 언급하는 것이 차이였다.
두 소속사 가수들의 인터뷰는 각종 매체를 타고 쭉쭉 퍼져나갔다.
– 월드 스테이지는 진리입니다. 아듀, 아리에스,에디오스!!
– 빅 스테이지 짱!!! 지예가 이번엔 큰일 냅니다. 유린다미러비러비있있.
– 월드 쪽 갔다가 지예로 가면 안 됨? 날짜 바꾸면 안됨요?ㅠㅠ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지만,관심도는 매우 높았다.
국내 최고의 가수 기획사 두 곳이 직접 부딪혔으니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예 쪽에서 흥보기사를 냈다.
– 더 빅 스테이션, 일본 최고의 공연연출가 류마 카이토와 계약. 계약금만…
지예는 더 빅 스테이션 연출을 위해 류마 카이토(43)와 계약을 맺었다. 류마 카이토는 도쿄돔을 비롯. 대형공연 경력만 10년이 넘은 일본에서는 최고라고 불리는 연줄가다.
이미 일본 출신의 이토 료타(51)를 공연기획자로 영입한 지예는 이번 콘서트에서 제대로 된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중략) … 류마 카이토는 같은 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같은 날 공연하는 월드 스테이지의 공연연출가가 신인이라는 걸 듣고는 대형 공연 연출은 가벼운 경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혹평을… (중략)
공연연출가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문제는 비방을 하면서 생겨났다. 지예 측 연출가가 월드측 연출가에게 혹평을 하면서,사람들의 관심도가 한순간에 솟구쳤다.
– 잘난 척 오지네. 거장은 처음부터 거장이었나? 쪽바리 기질 어디 안 간다.
– 너 나 잘 하세요. 경력보다 실력이지.
– 낙하산을 꼬집은 거 아닐까요? 월드가 은근히 낙하산이 있긴 했음.
– 기다리셈. 곧 이강윤이 자기 식구 책임진다며 감정팔이 할 거임.
– 신인연출가가 잘할 수 있을까? 궁금 하긴 하다.
논란과 나쁜 소문은 빠르게 퍼지는 법이다.
“당분간 인터넷 끊어야겠네요.”
소문을 알려준 스태프를 향해 공호진 연출가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였다.
욕 좀 먹었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믿고, 맡겨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어 진다.
이 사안은 당연히 강윤에게도 들어 갔다.
“아무래도 내가…”
함께 보고를 듣던 이현지가 강윤을 만류했다.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게 나아요. 가뜩이나 제 식구 감싸기, 월드 공무원이라는 말 까지 듣고 있는데. 또나서면 여론만 더 악화될 거예요.”
“신인이라도 연출은 연출이에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강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답답해서 한 행동이었다.
애꿎은 커피잔만 돌려대던 강윤에게 이현지가 물었다.
“우리스타일 협찬 건은 어떻게 됐나요?”
“좀 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사님 쪽은 어땠습니까?”
“레오민 쪽은 연락 준다고는하는데,말이 없네요. 지예 쪽을 기웃거린다는 소문 만들려오더군요.”
강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협찬은 좋은 소식이 없었다.
협찬의사를 타진하는 곳이 없는 건 아니었다. 광고를 무리하게 요구하거나,티겟에 광고면을 크게 실어줄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엎어질 뿐이었다.
이현지는 천장을 보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정말 이런 쭉정이 같은 곳밖에 없는 건 가요? 성과가 없으니 참… 스트레스네요.”
강윤도 쓰게 웃으며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달이 중천에 떠 있었다.
강윤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됐네요.”
“아,벌써 그렇게 됐나요.”
이현지는 강윤의 뒤를 따라 회장실을 나섰다.
달이 중천에 떠오른 밤 11시.
월드 스테이션의 7층 스튜디오는 시계 소리만이 퍼져가고 있었다.
끼익-
조용하던 스튜디오에 문이 열리며 입구에 여성의 실루엣이 비쳤다.
“아무도 안 왔나?”
발목까지 덮이는 긴 원피스를 입은 김지민이었다.
불을 켜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한 쪽에 세워져 있는 기타를 발견하곤 눈을 번쩍였다.
“It’s sunny–!!”
기타를 치며 팝송을 흥얼거리는데 닫혀 있던 스튜디오 문이 열렸다. 작은 키에 얇은 허리,자주 보이는 인영은 아니었다.
“안녕.”
“주아 선배님. 오셨어요?”
놀란 김지민은 연주를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아는 까칠하기로 소문난 어려운 선배였다.
아쉬움에 기타줄만만지 작대다가 스탠드에 걸어놓았다.
“지민이었지?”
“네,선배님. 하실 말씀 있으세요?”
공손히 답하는 후배를 향해 주아는 기타를 보며 눈짓했다.
김지민은 화색을 띠며 얼른 기타를 집어 들었다.
“하고 싶은 거 해 봐.”
독특한 두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덮었다. 두 번째 곡이 후렴에 접어들었을 무렵, 이 번에는 한 남자가 스튜디오에 들어 섰다. 김재훈이었다.
“주아씨. 안녕하…”
인사도 하기 전, 주아는 김재훈을 향해 옆에 서라고 손짓했다. 눈치 첸 김재훈은 바로 주아 옆에 섰다. 김지민은 허밍과 함께 기타를 쳤고, 김재훈이 테너,주아가 소프라노 음을 냈다. 목소리가 늘어나니 잼 이 풍성해졌다.
문이 열릴 때마다 목소리, 악기가 하나 하나 늘었다. 지시하지 않아도 가는 발걸음이 자연스러웠다.
“못다 전한– 나의 마음– 넌– 언제–”
대화도 거의 없었다.
누군가가 첫 소절을 부르면 악기가 따라갔다. 악기가 먼저 익숙한 반주를 넣으면 목소리가 그 뒤를 받쳐 주었다.
“어라? 재밌는 거 하고 있네요?”
이현지와 공호진 연출가가 들어섰을 즈음,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있었다.
‘여긴 참,천국이야.’
뒤이어 들어온 최경호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마지막으로 강윤과 희윤이 문을 열었다. 악기들과 가수들에게서 나온 음표들이 하얀 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빛은 심장이 뛰듯 일렁이며 은빛을 머금고 있었다.
강윤이 들어온 후, 음악이 천천히 느려졌다. 곧 회의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현아의 손가락이 건반에서 멀어지자 이현지가 손백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우우.”
이현아와 인문희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김지민도 아쉬워하며 기타를 내려놓았다. 다른 가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많은 가수들이 모여 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지.
그때, 강윤이 말했다.
“20분이면 되겠지?”
“회장님.”
“만세!!”
이현지가 강윤을 향해 눈을 흘겼다. 가수들은 모두 손을 들며 환호했다.
희윤도 말없이 얼른 이현아 옆,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손가락을 풀며 건반을 오르락내리락하자 가수들은 다시 홍을 끌어 올렸다.
가수들이 한창 노래하는데, 강윤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갔다.
‘이거,그림 되겠는데?’
강윤은 멀찍이 세워진 보면대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스튜디오 전체가 들어오도록 앵글을 맞춘 후, 뒤로 물러나 있던 이현지와 최경호,공호진 연출가까지 앵글 안으로 끌어 들였다.
“전 노래 못하는데…”
이현지가 특히 거부했지만, 강윤은 그녀를 이준열 옆에 세웠다. 이준열은 이현지를 보며 피식 웃고는 손짓으로 그녀와 호흡을 맞췄다.
“가끔은 사람에 웃고 — 어떤 날은 사람에 울지만– 그대와 함께 난 언제나 페스티발–”
경영진의 목소리가 들어갔어도 전체적인 퀄리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가 잔뜩 올라,이준열은 춤까지 추며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20분 다 됐…”
시계를 보던 이현지가 20분을 외쳤지만,누구하나 멈출 생각은 없어보였다.
‘… 그래. 이따 하지 뭐.’
이현지는 마지막으로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20분이 2시간이 되는 기적이 벌어졌다.
“열심히 놀았으니까, 이제 회의를 시작 해 볼까요?”
가수든 경영진이든 기진맥진한 건 매한가지였지만,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모두가 이현지의 지독함에 다시 한 번 혀를 내둘렀다.
가수들이 기진맥진하며 회의를 하던 때, 강윤은 핸드폰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월드 스튜디오 홍보팀에 회장실에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 편집해서 세이스 TV에 올려주십시오.
첨부파일 : 필받은거.avi
회장실에서 보내 온 거니 모든 직원이 영상 확인에 들어 갔다.
은하,에디오스 등 월드의 가수들과 주아,디에스 등의 가수들이 함께 스튜디오에서 자유롭게 함을 맞추는 영상이었다.
“이거 엄청나네요. 돈 주고도 못 볼 영상이에요.”
방송에 익숙해진 직원들조차도 즉흥 연주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출연진도 좋았지만,무엇보다 누구도 찍는다는 걸 모르는 것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으뜸 이었다.
작업 후, 흥보팀은 세이스 TV에 업로드했다.
튠과 같은 동영상 전문 사이트 세이스 TV는 월드와의 협상으로 광고 시간을 줄 인 후, 조금씩 사람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반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 세이스 TV에 가보세요. 미친 영상 하나 올라왔어요.
– 이거 찍은 카메라 뒤에 관객들 있습니다. 제가 봤어요. 꿈에서요.
– 전 이걸 퇴근 시간에만 듣습니다. 왜냐고요? 시집 못 간 대리님의 히스테리를 정화해 주거든요.
긍정적인 반응이 있으면, 부정적인 반응도 있기 마련이다.
-1시간짜리 광고 잘 봤습니다.
– 생각보다 별로였음. 연출한 느낌이 강함.
– 콘서트도 이 수준이라면 절대 보러 가고 싶지 않네요. 목소리는 째지고,연주는 절고…
소수는 다수에 의해 구박받기도 했다.
– 핸드폰으로 찍었잖아요. 사회에 불만 많아요?
– 어디가 째진다는 거?님 귀가째진 거 아님? 화음 장난 아니고,박자도 딱딱 맞았음. 나 음대 2학년 절대 음감임.
– 지예에서 알바 나왔나 봄.
영상은 SNS와 기사 등 여러 방면으로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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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손꼽히는 화장품 회사 네이처 이모션 본사 이사실.
한기 영 이사는 테블릿 PC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좋네. 사람들 반응도 좋고. 월드가 확실히 뭘 만들 줄 아네.”
한기영 이사는 직원에게 테블릿 PC를 돌려주었다. 반응이 왔다고 생각했는지 직원은 말하는 톤을 높였다.
“이 정도라면,저희가 찾는 조건에 가장 부합하지 않습니까? 주요 타겟인 중국에서도 인기 많은 연예인들이 많기도 하고…”
“그건 지예도 마찬가지지.”
한기영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팔짱을 끼었다.
“영상 하나 만으로 손을 델지 말지를 결정할 수는 없어. 월드가 하는 공연은 규모 가 너무 작아. 2만 5천명이 될까 말까한 수준인데,지예는 적게 쳐줘도 …만 명이 넘어.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는 뻔하잖아.”
직원은 한기영 이사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에게 확실히 우리 화장품을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10만 명에게 기억도 못할 광고를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흠… ”
한기영 이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팔짱을 풀었다.
“좋아. 다리를 놔봐. 일단 월드 쪽 사람들과 만나보고 결정 하겠어.”
< 105화 – 파이널 스테이지,그 시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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