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74
106화 – 커밍아웃
월드가 세이스와 제휴를 맺은 바다 런칭 건 이후로 연예계에는 큰 사건이 없었다.
심지어 간간히 터져 나오는도박이나 음주운전 같은 사건도 없었다. 기자들 사이에선 그 동안 모아두던 찌라시들까지 터뜨려 보자는 말도 있을 정도로 가뭄이었다. 그 중에서도 10월은 유독 조용했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이 같은 시기에 터져 나온 민진서의 열애소식은 기자들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것도 승승장구하던 소속사 회장과의 열애소식이라니.
중국의 유명 연예 월간지,’연예소식 9’에서 시작된 기사는 인터넷을 타고 여기 저기로 퍼져나갔다. 게다가 한국의 유명 대학교에서 강윤과 민진서가 손을 잡고 걷는 사진까지 실려 있어 부정 할 수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드릴 말씀이 없어요. 네? 사진에 나온 남자가 회장님 아니냐고요? 김 기자님. 저회도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요. 나중에,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기사가 터지자마자, 월드 스튜디오는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었다. 기자는 물론이요,성난 팬들까지… 전화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츠파인 서버대란이 있던 때와도 비교 조차 힘들 정도였다. 4개 회사 모두 흥보 팀은 물론이고 예산팀이나 회계팀까지. 전화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전화도 문제였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설마 했었죠. 진서 행동이 이상하긴 했지만 회장님은 ….하아.”
소파에 앉은 이현지는 커피가 식도록 머리만 부여잡았다.
인문히 일로 일본에 갔다가 열애설 기사를 접한 이현지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회사로 달려 왔다.
강윤은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미안합니다. 이사님에게만은 말하려고 했는데…”
“언제요?”
이번만큼은 할 말이 없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으니까 이현지는 식어버린 커피를 탁자 끝으로 밀어버리곤,고개를 떨궜다.
“진서는… 이해할 수 있어요. 어리기도 하고,연습생 때부터 유독 회장님을 따랐으니. 감정이 발전할 수도 있죠. 하지만 회장님은 어른이잖아요? 게다가 연예인이 상품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실망감 때문일까.
이현지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기분이었다.
이현아가 끈질기게 따라다녀도 밀어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예인과 명확히 선을 긋는 프로 의식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는데…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감도 큰 법이다.
“… 당분간 콘서트는 제가 맡죠.”
알아서 수습하라는 말이었다.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지는 평소와 달리, 인사도 없이 나가버렸다. 그녀의 자리엔 식어버린 커피 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그래.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거지.”
강윤은 기지개를 폈다. 언젠가는 밝혀야 할 이야기가 빨리 알려진 거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먼저 민진서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직접 걸 수도 있었지만, 현장 직원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으니.
– …….일단 강사장님이 지시하신 대로 했습니다. 진서 핸드폰은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못하게 조치했고요. 뻘 수 있는 스케줄은 다 했지만……. 네이처 이모션과의 CF는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매니저는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 했다. 이미 강기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 해놓았다. 강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수고했습니다. 진서 잘 다독여 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 말입니다. 정말…사실입니까?
뜻밖의 폭탄이 날아들었다.
강윤은 잠시 머뭇대다가 답했다.
“… 조만간 공개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럼.”
통화를 마친 후, 강윤은 강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상사태인데도 강기준은 침착했다.
– … 일단 C&C 직원들은 잘 다독여 놨습니다. 일단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니까요. 그나저나 회장님. 저…
하지 못한 뒷말에서 열애설이 사실이냐고 묻고 있었다.
“당장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조만간 알려드리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뭔가 있다는 걸 느꼈는지,강기준은 굳은 목소리로 통화를 마쳤다.
이후 강윤은 각 부서장들과 통화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직원들은 하나같이 민진서와의 연애설이 진짜냐고 물어 왔지만, 강윤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힘들군.’
오늘만큼은 월드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고역이었다.
그날 저녁.
강윤은 선약이 잡혀있던 네이처이모션의 한기영 이사와 만났다.
“갑자기 이런 기사가 터지다니… 유감 입니다.”
한기영 이사는 인상을 구기며 고개틀 저었다.
강윤은 잔을 채워주며 답했다.
“사업에는 영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잘 수습 됐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회장님도 당사자던데…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죠. 힘드시겠습니다.”
강윤은 씁쓸히 웃었다. 광고주에게 위로를 받는 꼴이라니.
“… 심려틀 끼쳐서 죄송할 뿐입니다.”
11시쯤 돼서야 두 사람은 헤어졌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기사 노릇을 한 문 비서를 보낸 후, 대문 앞에 섰다.
‘다들 자나보네.’
다행히 집의 불은 꺼져있었다. 유독 힘든 하루였다. 오늘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 저기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돌리 니 대문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정민아?”
강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드를 깊이 놓러쓴 여성,정민아였다. 지금 시간이면 중국 귀양시의 호텔에 있어야 할 녀석인데.
“왜 그렇게 봐요?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서?”
“내일 귀양시에서 스케줄 있잖아. 설마 스케줄을 핑크 낼 생각이야?”
귀양시는 중국 남서부 내륙에 위치한 비행기로도 4시간 이상 걸리는 먼 곳이었다.
강윤의 눈빛이 예리해졌지만,정민아는 코웃음을 쳤다.
“알아서 잘 갈 거니까 걱정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줘요.”
“……”
“이전에, 내가 취향이 아니라고 했던 거… 진서 때문이었어요?”
강윤은 눈을 감았다. 사실이었으니까. 금세 정민아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진짜 너무하잖아. 내가 진서… 걔보다 못할게 뭐 있다고.”
“민아야.”
“… 차라리 말이라도 해주지. 나쁜 놈.”
계속 흐느끼는 정민아를 보고도 강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렇게하는 것이 미련을 저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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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스 실시간 급상승
1. 민진서
2. 민진서 이강윤
3. 민진서 사내연애
NEW. 더 빅 스테이지 티케팅
5. 노예 서른 살
이틀 째,민진서의 열애설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지예가 주관하는 콘서트, 더 빅 스테이지의 티케팅이 시작됐다.
국내 최대 규모의 콘서트라는 마케팅에 이끌렸는지 수많은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고, 이는 실시간 검색어로 나타났다. 순식 간에 4위에서 3위, 1위까지 치솟으며 열애설을 밑으로 끌어내렸다.
티켓도 1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게 타이밍이지!! 하하하하하!!”
모니터의 백떡한 붉은 좌석들을 보는 강시명 사장의 얼굴엔 웃음이 연신 피어났다.
한창 기분 좋게 일을 하던 중,노크와 함께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연예소식9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지위강이라고 하면 알 거라고…”
강시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통화버튼을 누르니 , 거친 목소리가 사 장실을 울렸다.
– 하하하. 사장님. 잘 지내셨습니까?
[아이고,편집 장님. 보내주신 선물 아주 잘 받았습니다.]전화기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시명은 눈살을 찌푸리다가, 원래의 미소를 되찾았다. 한참동안 자랑 섞인 시업 잖은 이야기 들이 오가다가 상대방은 본론을 말했다.
– 계좌는 문자로 보내 겠습니다.
[뭐, 그렇게 하시죠.]화장실을 들어 갔다가 나오면 달라지는 법.
강시명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상대방의 정신없는 톤은 변화가 없었다.
통화를 마친 후, 강시명의 눈빛이 가라 앉았다.
“찌라시 주제에,돈독만 올라가지곤.”
사람 심리는 묘한 구석이 있다.
열 가지를 못 해도 한 가지만 잘 하면 칭찬을 받고, 열 가지를 잘 하다가 한 가지를 못하면 욕을 먹는다.
강윤이 딱 그런 경우였다.
민진서의 열애설이 터진 지 3일이 지났지만,월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항상 명확한 입장을 취해 왔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반응이 없으니,갖가지 추측들이 난무 했다. 강윤이 민진서를 가지고 놀았다는 말부터 임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런 루머에는 월드 직원들이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당사자들에게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아 힘이 없었다.
직원들도 진실을 알지 못해 답답했다. 항상 중심축이 되어주었던 강윤이 흔들리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콘서트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사님. 어제 말씀하셨던 허락받은 영상 저작권 리스트입니다.”
공연장에서 사무실. 다른 말로 쪽방.
기획팀 직원은 이현지에게 서류를 올렸다. 물론 강윤 대신이었다.
그녀는 사인을 하고는,서류를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직원이 물었다.
“저, 이사님,회장님은… 괜찮으십니까?”
이현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민망할 정도로 똑 부러진 답에 직원은 민망해했다.
그가 나간 후, 이현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는데. 아무리 강윤 씨라도 이번 건… 쉽지 않겠지?”
공사가 끝난 무대는 갖가지 조명들이 반짝였다.
관객석 중앙,무대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선 공호진 연출가는 콘티와 무대를 번 갈아봤다.
무대 위에선 이준열이 댄서팀과 함께 드라이 리허설을 진행 중이었다.
이준열의 요청에 맞춰 조명감독은 스포트라이트를 비롯한 조명들을 조절했다.
무대 뒤편의 대기실에선 디에스와 김지민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민아. 그, 팀 장님하고 진서는 정말 사귀는 거 맞니?”
김진경이 천진하게 묻자 김지민은 난감한 표정으로 웃기만 했다.
윤혜린이 김진경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 곤란하다잖아. 그리고. 설마 회장님이 그랬겠어? 진서야 모르지만.”
“그런가? 근데 궁금하긴 하다. 그치?”
말은 그렇게 했지만,윤혜린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이현지가 공연장 분위기를 잡고 있어 동요는 적었지만,공연장도 강윤과 민진서에 대한 말이 돌고 있었다.
“거기, 고만고만들. 안 들어가냐?”
“아, 진짜.”
이준열이 대기실에 들어서며 외치자, 디에스 멤버들은 인상을 썼다.
“이준열. 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오빠라고 해라.”
“너부터 잘해. 오빠답게 굴어야 오빠라 부르지.”
김진경은 궁시렁대며 무대로 나갔고, 윤혜린도 이준열을 째려보곤 뒤를 따랐다.
디에스 멤버들이 나간 후,이준열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너.”
“…네,선배님.”
김지민은 바짝 기합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 났다.
이준열은 피식대곤,말을 이어갔다.
“강윤이 형이 그여자애랑 사겼든,안 사겼든 너네들은 형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어.”
“… 선배님 말씀이 맞네요.”
평소 껄렁대는 선배의 말이 오늘따라 깊숙하게 박혀들었다.
이준열은 주변을 두리번대다가 김지민을 향해 손짓했다.
“거기 리모컨이나 줘봐.”
“네!!”
김지민은 기합이 잔뜩 들어선 리모컨을 두 손으로 건넸다.
이준열은 피식 웃곤TV를 켰다. 동선을 맞추는 디에스의 모습이 비쳤다.
“벌써부터 고만고만들을 보고 싶진 않아.”
이준열은 채널을 돌렸다. 김지민의 눈이 동그래졌다.
대기실 모니터를 TV보는데 쓰다니. 그녀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이준열은 열심히 리모컨을 눌렀다.
– 하루, 연예가 소식을 종합해보는 시간, 오늘의 연예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채널 AHF의 방송 ‘오늘의 연예’가 흘러 나오자,이준열은 리모컨을 한쪽으로 던졌다.
– 오늘은 놀라운 소식을 들고 왔는데요. 지예가 개최하는 더 빅 스테이지 티켓팅이 열렸습니다. 오픈 1시간 만에 모든 티겟이 매진 됐다는데요. 이 소식을…
“눈들이 똥구멍에 달렸나.”
저렴한 표현에 김지민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계속해서 호평이 이어지자, 이준열의 표정은 계속 일그러졌다.
“에이씨.”
참지 못하고,채널을 돌리려는데 익숙한 단어가 들려 왔다.
– … 조금 전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식 이네요. 월드스튜디오에서 공식발표가 있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영상이 을라왔는데 짧게 보실까요?
월드와 제휴틀 맺은 AHF 답게 홈페이지 영상의 일부까지 보여주었다.
TV에는 강윤이 깔끔한 정장을 입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앉은 모습이 송출됐다.
-… 전 월드 스튜디오를 책임지는 회장임과 동시에 민진서라는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건 사실대로 밝히지 못한 건 명백한 제 불찰입니다. 직원 분들과 팬 분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 입니다.
영상의 강윤은 눈을 감았다.
– 늦었지만,그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저 이강윤은 월드 스튜디오 회장직에서 물러 나겠습니다.
“뭐어?!”
TV를 보던 이준열의 목소리가 높이 치솟았고,기타를 만지작대던 김지민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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