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378
107화 – 더 큰 세상을 향해 (5) >
이현지는 숨을 고르곤, 말을 이어 갔다.
– 세이스를 통한 인터넷 라이브 시청이 많았어요. 지예 쪽은 17만 명이라고 하네요. 반면 우린 100만 명이 넘었어요. 덕분에 세이스에 서버 유지에 애를 많이 썼다 더군요. 거기에 AHF에서 광고수익이 들어오면,총 수익 차이는 좁혀지겠네요. 그리고…
이야기가 길어지려 하자,민진서는 강윤의 귓가에서 핸드폰을 뺏어들었다.
강윤이 토끼눈을 했지만,민진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죄송해요, 언니. 지금 선생님이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서요. 아,네. 몸이 많이 안 좋으세요. 나중에 꼭 연락드리라고 말씀드릴게요.”
민진서는 종료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방구석으로 밀어버렸다.
강윤은 기가 찼다.
“뭐하는 거야? 중요한 전화였는데…”
“저한텐 선생님이 더 중요해요. 제발 오늘만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세요. 급한 건 다 끝났잖아요.”
따지려던 강윤은 순간 멈칫했다. 민진서의 큰 눈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 질 것 같았다.
결국,강윤은 졌다는 시늉으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썼다.
“햇.”
민진서는 이불째로 강윤을 끌어 안았다. 엄마에서 여자로 표정을 바꾸면서.
————–
월드 스테이지와 더 빅 스테이지가 마무리 됐다.
시작부터 같은 날에 열린다며 경쟁구도를 형성해 화제몰이를 한 후에도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업계의 평가를 대변한다는 공연업계 월간지 ‘라이브’에 월드와 지예의 콘서트 평가가 실렸다.
월드는 괴물 신인연출가의 등장과 TV 방송,팬서비스 등으로 이름값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지예에 대해서는 트러블에도 회사 이름을 내세운 첫 콘서트를 잘 마무리 한 것을 높이 샀다.
언론도 기사를 양산하며 저울질에 나섰다.
– 지예, 더 빅 스테이지로 100억 이상의 수익 거둬… 공연의 새 역사 열다
– 월드 스테이션, 40억의 수익에 방송으로 약 20억 이상 수익 거둬… 순수익은 글쎄…?
수익을 예로 들며 언론은 지예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달랐다.
– 빅스 직관 다녀왔습니다. 빅스좋았어요. 근데 월스 방송으로 보고 내가 호갱이 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출이 미쳐 날 뛰고 있습니다.
– 앵콜 1시간하고 미친놈처럼 놀고 왔어요. 완전 노래방 온 줄. 가수들이 놓아주질 않아요!!
– 12시부터 월스 입장 기다렸던 사람입니다. 이강윤 회장님이 밤새 비 맞지 말라고 직접 텐트까지 쳐줬습니다. 아침엔 도시락까지 주더군요. 여친 따라 왔다가 진짜 팬이 됐습니다. 내년에 또 뵙 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 스테이션의 연출과 서비스를 높이 평가하며 손을 들어 주었다. 두 회사의 영상을 비교해서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거기에 진혜영과 빅텐의 키스 퍼포먼스 까지 더해져 WINCLE와 크렌벅스의 팬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 … 월드 스테이지를 본 대기업들과 해외기업들의 임원들은 공연사업을 위해 가장 투자하고 싶은 기업으로 월드를 꼽았다. 월드 스테이지에 투자한 이후,네이처 이모션은 이미지 쇄신과 함께… (중략)
사무실에서 기사를 읽던 강시명의 입가 엔 경련이 일어났다.
“아오오!!”
결국 또 월드에 밀리고 말았다. 제대로 비교당하며 땅속 깊숙이 박혀버렸다.
수익 규모는 더 컸지만 사람들의 평가까지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월드를 누르고 1위기업으로 을라서기는 커녕, 만년 2위 이미지를 굳히고 만 것이다.
갖은 욕을 먹어가며 월드와 공연 날짜 까지 맞추는 무리수까지 강행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강시명은 비서를 호출하고는 안면 근육을 떨며 사방이 떠나가라 외쳤다.
“앞으로 진혜영 고년 스케줄 다 빼버려.”
“곧 연말이라 헬로틴트 스케줄이…”
비서는 반대 의견을 말하려다 강시명의 불타는 눈빛과 마주하곤 입을 닫았다.
사장이 강짜를 부리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시대로 하겠다며 사장실을 나섰다.
며칠 후.
콘서트 이후,쉬다가 스케줄을 나가려 했던 진혜영은 사장실로 달려왔다. 그녀 입장에선 뜬금없이 스케줄을 빼앗긴 꼴이었다.
진혜영이 이런 법이어딨냐며 소리치자 강시명은 사람 좋은 미소로 그녀를 타일렀다.
“콘서트에서 빅텐하고 키스한 때문에 시끌시끌하잖아. 길지 않아. 잠깐만 쉬자.
응?”
“중국 스케줄 잡으면 되잖아요. 그쪽은 별 말 없던데. 뒤 봐주는 사람들도 많고…”
순간 강시명의 눈에 불이 켜졌다가 꺼졌다. 그는 진혜영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은밀히 말했다.
“너 또… 하아. 나한테 계획이 있으니까 1월까지만 참자.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제발. 알았지?”
“… 얌전히 놀기만 하라는 거죠? 그러죠, 뭐.”
진혜영은 입술을 삐죽대다가 사장실을 나섰다.
“아오, 밑에서 빌빌대던 년을 끌어 올려 놨더니 발랑 까져가지곤…”
문을 보는 강시명 사장에게선 속 끓는 소리가 났다.
콘서트가 끝난 후, 비상체제에 들어 갔던 월드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회장자리에서 물러난 강윤은 그 동안 못한 작곡과,앨범 제작에 나섰다. 이현지는 경영과 지원업무에 힘을 쏟았다. 한편으론 원진표 쪽을 지원하고, 진혜영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원진표가 이사실을 찾았다.
그는 책상 위에 노란 서류봉투를 올려 놓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여기 임대산 씨가 소액 주주들에게서 받은 위임장들입니다. 확실하게 지분 30% 를 확보했습니다.”
눈빛을 래우는 원진표를 향해, 이현지는 차분히 답했다.
“고생하셨어요. 임시총회를 열 권한이 생겼네요. 최소한의 조건은 갖췄어요.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보안 유지하고요. 그 쪽에서도 원 사장님이 소액주주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원진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을 먼저 설득하고, 기관투자자을 끌어들일 방법들을 이야기했다.
이야기풀 마친 후, 이현지는 창밖으로 원진표가 탄 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순조로운 게 이상해. 그때처럼 이용만 당하면 안 되는데…”
같은 시간.
5층 연습실에선 댄스팀 그렘픽의 연말 가요대전 연습이 한창이었다.
가요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김지민의 무대였다.
급하게 턴을 돌다가 다리에 힘이 풀린 김지민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후우, 후우… 미안해. 좀 빨랐나?”
김지민은 리더 신윤혜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신윤혜는 김지민의 손을 잡고 일으키며 지도에 나섰다.
“다시 해보자. 왼발을…”
신윤혜는 뻣뻣한 김지민의 다리를 잡고 움직이며 호홉을 맞춰나갔다.
연습실 뒤편에서 강윤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연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A&R 1 팀 팀장 오지완이 다가왔다.
“회장님. 비행기 시간다 됐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틀 보니 3시였다.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지금쯤 나가야 했다.
강윤은 오지완을 비롯해 몇몇 직원들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수속을 밟고 비행 기에 오르니 어느덧 해가지고 있었다. 강윤은 옆 좌석에 앉은 오지완을 돌아보았다.
“녹음할 때는 주예아가 제일 예민하니까 신경써야 할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가서 따로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경 쓰이지 않게 잘하겠습니다.”
오지완은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윤슬이 다이아틴의 다음 디지털 싱글 작업을 위해 강윤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덕분에 직속팀A&R1팀과 함께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니, 한 여성이 강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윤의 말에 여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연예소식9의 기자, 조희영이었다.
직원들을 먼저 숙소로 보낸 후, 강윤은 조희영과 함께 시내에 있는 한 바로 향했다.
나란히 앉아 칵테일 잔을 부딪치며 작게 깐빠이를 외쳤다.
조희영 기자는 씁쓸히 잔을 털어 넣고는 짧게 신세한탄을 늘어놓았다.
편집장 지위강과 강시명의 관계를 털어 놓은 이후,압박에 시달리다가 회사를 나왔다고 했다.
강윤의 표정에 어둠이 깔리자, 조희영 기자는 피식 웃었다.
조희영 기자는 누런 서류봉투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강윤이 서류를 꺼내니 하얀 종이가 보랏빛으로 번들거렸다.
강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조희영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능력은 있지만, 색을 밝히는 사람이죠. 대본 리딩할 때나 회의할 때 여자 스태프들에게 끈적대기로 소문이 나있어요. 래지같이 배만 튀어나와선… 그래도 이 바닥에 선 나름 거물취급 받는 사람이라… 조만 간 독립한다는 소문도 들었어요.]강윤은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왕콩 PD와의 관계가 의심 가는 사람이 적혀 있는 리스트였다.
조연급 연예인으로 시작해서 밑에서는 주연급까지 있었다. 중국 이름들이 가득 했지만,진혜영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강윤이 이유를 묻자,조희영 기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조희영 기자의 푸념을 들으며 강윤은 그녀의 잔을 채워주었다.
다음날. 강윤은 하야스 백화점으로 향했다. 점심 약속 때문이었다. 이사 류양을 마난 후, 하야스 백화점 사장 리웬타오가 기다리고 있는 중식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긴 테이블에 30개가 넘는 그릇들이 놓였다. 사장과의 점심이라는 긴장 때문인 지류양 이사는 진땀을 흘렸다.
음식과 술잔이 오가며 리 웬타오 사장은 차가운 표정을 풀 강윤을 향해 미소 지었다.
강윤이 주선해 명품관에 입점한 네이처 이모션이 한 달 만에 매출 1위를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강윤은 리웬타오 사장의 빈 잔을 채우며 조심스레 본론을 꺼냈다.
리웬타오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6인조 여 가수들을 말하는 거 군요. 기억은 하지만 좋지는 않네요.]WINCLE가 모델일 때, 다이아틴을 내 세운 시얀 백화점에 완벽하게 밀려버렸다. 그때를 떠올리니 입맛이 썼다.
류양 이사가 서둘러 끼어들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류양 이사는 리웬타오 사장의 눈치를 봤다.
그에게도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한때 강시명 사장과 꽤 가까이 지냈었으니까. 강윤의 말은 계속됐다.
류양 이사는 움츠러 든 얼굴로 강윤의 팔을 덥석 잡았다.
‘저기, 그때 이야기는…’
[류 이사. 괜찮아. 어려운 이야기도 아니고.]리 웬타오 사장은 담담한 얼굴로 술을 단 번에 넘겼다.
술기운에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리 웬타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쪽 사람이라 동사장은 눈치가 빠르군요. 여 가수들 중 하나와… 뭐 , 그것까진 알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 사람 중에 그런 놈이 있다는 게 수치스러울 뿐이 군요.]얼굴까지 붉히는 리 웬타오 사장을 보니 더 물을 수 없었다. 회사의 치부를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모습에선 더 가깝게 지내지는 압박도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후, 강윤은 레스토랑을 나섰다. 다음 행선지는 AFDN 방송국이었다.
운전대를 잡은 강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다이아틴의 중국진출을 돕던 시절엔 WINCLE이 어떻게 뽑혔는지 궁금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다니. 찜찜 했다.
로비에 들어서서 핸드폰을 드는데, 정장무리와 그에 둘러싸여 방송국을 나서는 한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혜영?’
분흥 브라우스와 치마가 한창 때의 여대생 같았다.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른들의 팔짱을 끼곤 웃음을 흘리니 주변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윤은 서둘러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기둥 옆으로 진혜영과 정장 무리가 스쳐 지나갔다.
입구에서 머리 하얀 남자와 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강윤은 입구의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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