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41
11화 – 밖에서, 다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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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의 곡을 녹음하는 날이 되었다.
강윤은 예산 재가와 서류의 검토를 마치고 지하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서는 미리 도착해 목을 풀고 있는 윤혜린과 김진경, 그리고 이현상 이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강윤은 디에스의 책임자, 이현상 이사를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이사였다. 지난번 이사회의에서도 보지 못했던 그였다.
“안녕하십니까.”
“말씀으로만 듣다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뵙는 건 처음인 것 같군요. 반갑습니다.”
이현상 이사는 작은 키에 단단한 체구를 가진 40대 남자였다. 서글서글한 눈매가 그를 인상 좋은 아저씨같이 보이게 만들었다. 강하고 고집 있어 보이는 다른 이사들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목은 다 풀어뒀어?”
“네.”
“그럼 바로 시작하자.”
잠시 이현상 이사와 인사를 나눈 강윤은 곧 일을 시작했다. 윤혜린과 김진경은 바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시각은 오후 5시. 두 사람의 컨디션이 최고로 좋을 시간이라 했다. 사전에 다 이야기하고 맞춘 시간이었다.
미리 장비세팅이 되어있어 녹음에 크게 시간 소요는 되지 않았다. 바로 녹음이 시작되었다.
– 난 따스한 – 봄이 좋아 —
윤혜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스튜디오를 울리기 시작하자 강윤에게도 보라색 음표와 함께 하얀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약하군.’
노래와 윤혜린과의 조합은 괜찮은 것 같았다. 그러나 뭔가가 아쉬웠다. 좀 더 강한 빛이 나왔으면 했다.
“혜린아. 다시 해볼까?”
– 네.
믹서를 만지는 프로듀서도 만족스럽진 않은지 다시 주문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윤혜린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 난 따스한 – 봄이 좋아 — 아름다운 — 네가 — 내게로 —
좀 더 많이 진행된 녹음에 강윤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보라색 음표에서 살짝 다른 색의 음표가 보인 탓이었다.
“다시 해보자. ‘봄이’ 부분에서 음이 이상한데?”
– 네.
프로듀서도 이상한 걸 느꼈는지 재주문을 했다.
– 난 따스한 – 봄이 좋아 — 아름다운 — 네가 — 내게로 —
“앞부분은 괜찮다. ‘아름다운’ 여기에 힘을 빼서 다시 해보자.”
프로듀서는 착착 녹음을 진행됐다.
녹음이 계속되었지만, 강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재즈로 바꿨으면 분명 더 나아져야 할 텐데 이상하게 많이 나아지진 않는 것 같았다. 보라색 음표가 만들어내는 약한 하얀 빛은 강윤을 계속 의아하게 만들었다. 기존 디에스 노래보단 확실히 나은 것 같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조금씩 녹음이 진행되어 반절 정도 작업 된 음악을 들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잠깐 쉬었다 갈게요.”
프로듀서의 선언에 디에스 멤버들이 부스에서 나오고, 이현상 이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강윤은 프로듀서와 함께 녹음된 파일들을 들어보았다.
“이거 쓸 수 있나요?”
강윤이 묻자 프로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습니다. 여기에 편집하면 괜찮은 곡이 나올 것 같습니다.”
“괜찮은 곡이라….”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했지만, 강윤은 탐탁지 않았다. 약한 빛이 체한 것처럼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강윤은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계속 녹음된 파일을 듣고, 또 들었다.
– 난 따스한 – 봄이 좋아 — 아름다운 — 네가 — 내게로 —
– 마법에— 빠진 — 아이같이–
보라색의 일정한 음표, 그리고 약한 하얀 빛. 강윤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다. 어느 부분이 나아지면 빛이 밝아질지, 그는 계속 고민했다.
“진경이 목소리가 약간 다른 느낌이 납니다. 시원하긴 한데 날카로운 것 같군요.”
“지금 쓰는 마이크의 특징입니다. 저 마이크가 중음이 약하고 하이톤이 높습니다. 마이크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에 재즈풍으로 녹음한다 하셔서 저 마이크를 준비했습니다.”
프로듀서의 말에 강윤은 마이크를 주목했다. 혹시, 마이크와 가수의 상성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가수의 목소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는 녹음에서도, 공연에서도 무척 중요한 요소였다.
“마이크를 바꿔보죠.”
“네? 지금 소리도 괜찮다 생각합니다만.”
“한 번만 바꿔보죠. 원래 디에스 애들이 쓰던 마이크 있습니까?”
“디에스는 전용 마이크는 없습니다. 주아 정도나 돼야 있지….”
프로듀서는 자신의 업무에 끼어드는 강윤이 마음에 안 드는지 투덜거렸다. 그러나 강윤에게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책임자의 말에 뭐라 하긴 그랬지만 그는 연신 투덜거렸다. 그걸 알면서도 강윤은 계속 주장을 이어갔다.
“범용 마이크 다른 거로 바꿔주세요. 그걸로 가죠.”
“….알겠습니다.”
결국, 프로듀서는 야심 차게 준비한 장비들이 거부당했다며 시무룩해졌다.
“그냥 실험해보는 거니까, 마음 쓰지 마세요. 열심히 해주신 거 다 압니다. 이거저거 다 해봐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윤은 마지막 한 마디를 덧붙여 주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의 사기를 죽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과 성과를 내는 건 다른 문제다. 두 가지를 다 잡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디에스 멤버들이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가 바뀌었기에 다시 세팅해야 했다. 톤을 맞추고 난 후, 녹음이 시작되었다.
– 기적 같은 – 꿈–
한 소절이었지만 강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빛이 강렬해진 것이다. 보라색 음표는 그대로였지만 음표가 합해져 나오는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마이크가 문제였어.’
프로듀서도 조금 전의 날 선 톤과는 다르게 딱 알맞게 조절된 톤이 신기한지 강윤을 바라보았다. 강윤은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일 뿐이었다. 프로듀서는 멋쩍은 얼굴로 다시 일에 집중했다. 목소리가 딱 알맞게 기계에 들어오니 신이 나서 마음껏 소리를 만질 수 있었다.
– 봄날의- 사랑은 — 깊어만 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알맞게 합쳐져 강한 하얀빛을 내는 후렴까지, 녹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보라색 음표들이 합쳐져 강한 하얀 빛을 내니 강윤도 신이 났다.
“이번 건 괜찮습니까?”
“네. 진작 바꿀 걸 그랬습니다. 제 고집대로 했다간 곡까지 망칠 뻔했네요. 죄송합니다, 팀장님.”
“아닙니다. 좋은 곡 부탁합니다.”
프로듀서의 멋쩍은 말에 강윤은 실수를 길게 잡고 늘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이 프로듀서에게 더 좋게 비쳤는지 그는 눈을 반짝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고의 곡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실수했지만 책하지 않는 모습이 좋게 비쳤는지 그의 사기가 높이 올라갔다. 강윤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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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열 오빠!!”
밴에 막 오르려는데 사인을 받으러 쫓아온 여성 팬에게 사인해준 이준열은 웃으며 공책을 건넸다.
“꺄악—!! 오빠 사랑해요!!”
그런데 팬이 극성이었는지 이준열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당황스러울 만도 했지만, 이준열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여성팬의 넓은 등을 토닥토닥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흑흑…. 오빠, 사랑해요.”
갑작스러운 공세가 기분 나쁠 만도 했지만, 이준열은 끝까지 여유 있는 미소를 잃지 않고 매너를 지켰다. 극성인 여성팬을 잘 진정시키고 밴에 오르니 조바심내며 기다리던 유승철 매니저마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형. 진짜 많이 변했어요. 볼수록 괄목상대(刮目相對)에요.”
“닥쳐. 너 내가 문자 쓰면서 유식한 척하지 말랬지. 저런 팬들 하나 못 막고…. 에이. 아니다. 가자.”
이준열은 더 뭐라 하려다 관뒀다. 이전 같으면 난리를 쳤을 일이었지만 이젠 많이 부드러워졌는지 그는 그냥 해프닝이라 생각하며 넘겨버렸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승철 매니저는 계속 조잘거렸다.
“형, 확실히…. 그때 이후로 많이 변했어요.”
“뭐가?”
“이번 앨범 낸 담부터 팬들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 방송 때도…. 형, 멋있어요. 따봉.”
“닥쳐. 남자 새끼가 징그럽게….”
“하하하.”
자신에게는 거친 이준열이었지만 유승철 매니저는 그게 애정표현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러기에 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라디오 방송으로 데뷔무대를 가진 이후로, 이준열은 모든 면에서 변했다. 노래에 임하는 자세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이나 팬들을 대하는 자세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덕분에 목소리가 변했다는 평을 딛고 기존보다 더 많은 팬을 확보하며 성공적으로 컴백에 성공했다.
“내 말대로 다음 스케줄 안 잡았지?”
“네네. 10번째 물어보고 계십니다.”
“오늘 처음으로 마음에 든다. 스케줄 잡았으면 다 뒤집어지는 거 알지?”
“알다마다요. 강윤 팀장님 만난다면서요.”
이준열이 탄 차는 빠르게 약속장소가 있는 신사역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유승철 매니저는 드문드문 밴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 차를 주차해놓고는 이준열과 함께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카페 앞에서 이준열이 그를 제지했다.
“나 혼자 갈 거야.”
“왜요?”
“내 맘.”
“아, 형.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 알구요. 저도 강윤 팀장님 좋아하지만, 회사끼리 협상이 필요한 이야기가 오갈 때면 제가 있어야 한다고요.”
“닥쳐. 판단은 내가 한다. 따라오면 월급 깎으라고 형한테 사주할 거다.”
결국, 이준열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유승철 매니저는 따라 들어가려다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포기했다.
‘둘이 데이트라고 하고 싶나? 준열이 형 설마…?!’
남들과 다른 취향에 눈을 뜬 건 아닌가 하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다가 유승철 매니저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각해보니 어제도 이준열은 클럽에서 신나게 놀다 왔었다.
.
.
.
카페 안에서 강윤은 서류들과 씨름을 하고 있었다.
가로숫길의 유명 카페답게 안에는 늘씬한 모델들과 간간이 연예인들도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그 안에서 서류들과 씨름을 하는 강윤의 모습은 단연 튀었다.
“형!!”
“왔냐?”
강윤이 일이 잘 안 풀리는지 볼펜을 질겅거릴 때, 이준열이 도착했다. 그가 손을 내밀자 강윤은 바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젠 아주 친해진 두 사람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근황 이야기를 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형,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날 다 보자고 하고?”
“일 이야기로 불렀어.”
“일? 호오. 행사야? 어쩌지? 나 요즘 진짜 바쁜데.”
이준열의 눈에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바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바쁘면 그만두고. 네 유명세를 조금 이용하고 싶은 거니까.”
“오호? 형님이 동생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거지? 좋아좋아. 말해.”
이준열은 신이 났는지 강윤을 재촉했다. 강윤은 변함없이 활발한 이준열에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하여간 변함없구나. 이번에 우리 소속사 가수가 디지털 싱글을 내거든.”
“누군데?”
“디에스라고 알아?”
“아니.”
이준열은 솔직했다. 유명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그는 여전했다.
“…너답다. 아무튼, 우리 소속사에 2집까지 냈는데 잘 안된 듀엣 가수가 있어. 이번에 디지털 싱글을 내는데 피처링 좀 부탁하고 싶어서.”
“피처링?”
피처링이라는 말에 이준열의 눈이 반짝였다.
“우와우. 피처링이라고? 그 디에스라는 애들 어떤 애들이야? 여자야? 예뻐?”
“…없던 거로 하자.”
강윤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준열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에이, 형. 장난이야, 장난. 그런데 어떤 노래인데 피처링까지 필요해?”
“느린 재즈곡이야. 가수는 여자 듀엣 가수. 거기에 알차면서 음역대가 풍부한 남자 목소리가 필요해. 그래서 네 도움을 받으려 했지.”
“제대로 찾아왔네.”
이준열은 ‘나에게 맡기시라.’ 라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계산은 확실히 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에이. 우리 사이에. 나중에 형이 또 내 무대 해주면 되지.”
“…그러면 내가 손해잖아.”
“캬하하하.”
이준열은 유쾌하게 웃었다. 강윤은 노래가 들어있는 USB를 내밀었고 녹음 일정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럼 그 날 가면 되는 거지?”
“어.”
“잘 찾아왔어. 후회하지 않게 해줄게.”
이준열은 스케줄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면서 계산까지 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강윤은 여전히 정신없는 이준열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피처링은 됐고, 이젠 홍보 전략을 구체적으로 짤 때구나.’
예능을 비롯한 방송이 힘들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강윤은 일하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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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학교에 남아 자율학습을 하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일찍 집에 가는 희윤은 교문 앞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오빠!!”
그녀의 오빠, 강윤이었다. 요새 늦은 밤에야 볼 수 있는 강윤을 학교 앞에서 보니 반가움에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어이구, 어이구. 다 큰 여자애가 이래도 돼?”
“뭐, 어때. 아직 주인도 없는데.”
희윤의 마른 몸을 한 번 안아주곤, 강윤은 희윤과 함께 차에 올랐다.
“어? 이건 웬 차야?”
“회사 차. 업무 때문에 타고 나온 거야. 대학가는 김에 희윤이 대학 구경도 시켜주려고.”
“대학?”
희윤이 앞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자 강윤은 천천히 출발했다. 7년의 매니저 생활 동안 강윤은 사고 한번 내지 않은 베테랑 운전자답게 강윤이 모는 차는 흔들림도 적었다.
“오빠가 모는 차는 처음 타보는 것 같아.”
“곧 차도 살 거야. 그땐 자주 놀러 다니자.”
“무리 안 해도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자꾸만 자신에게 뭔가를 해주려는 오빠에게 희윤은 항상 미안했다. 자신도 뭔가 해주고 싶은 데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강윤과 희윤이 향한 곳은 동작구에 있는 한 대학이었다. 대학 주차장에 비싼 주차료를 내고 차를 주차한 강윤은 대학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오빠, 여긴 왜 온 거야?”
강윤이 대학에 올 일이 있을까? 강윤은 일 때문에 왔다고 했는데 천천히 주변만 둘러보고 있으니 희윤은 그 이유가 매우 궁금했다.
“학생들이 어디에 많이 모이나 보려고. 그런데 토요일이라 정확하게 파악하긴 힘드네. 아, 저기다.”
강윤은 학교 내 가게들에서 잘 보이고, 주변에 그늘도 있는 분수를 가리켰다. 분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녔고 그늘에서는 학교 캠퍼스 연인들을 위시한 학생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떠들고 있었다.
“오빠. 저기서 공연 같은 거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
“응.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연인들은 키스를…. 꺅!!”
“…..”
강윤은 산으로 가는 희윤에게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하지만 희윤이 말한 그곳은 공연하기 좋은 곳이었다. 강윤은 카메라를 들어 바로 사진을 찍었다. 이른바 명당체크였다.
“오빠, 저기서 뭐하려고?”
희윤의 물음에 강윤은 웃을 뿐이었다.
“우와…. 저게 도서관이야? 사람 봐. 진짜 공부 엄청나게 하나 봐.”
이내 희윤은 큰 대학시설과 사람들의 모습에 빠져들었다.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희윤을 보며 강윤은 물었다.
“대학 가고 싶지 않아?”
“대학? 당연히 가고 싶지. 그런데 내가 공부를 잘 못 하잖아. 아직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공부해 봐. 물론 건강이 최우선인 건 알지?”
“응.”
건강해지고 있지만, 완치는 아직 멀었다. 희윤은 하루라도 빨리 건강해져 저 학생들처럼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빠의 짐 노릇은 그만하고 오빠의 짐을 나눠서 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가자.”
그런 희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희윤의 손을 잡고 다시 차로 이끌었다. 다음 대학으로 향하는 길 내내, 희윤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대학 캠퍼스에서 꿈을 펼치는 자신의 모습. 그 날을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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