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44
11화 – 밖에서, 다시!!(5)
정기 이사회의에 앞서 원진문 회장은 각 연예인을 담당하는 이사들에게 보고를 받는다. 성과는 어떤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등을 보고받고 결재를 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다.
오늘도 그는 1분기에 큰 성과 없이 보고하는 이사에게 호통을 쳐 내보내고는 다음 보고자를 들어오게 했다.
“음? 이 사장이군. 기분 전환이 되겠어.”
방금 한바탕 한 여파로 원진문 회장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이현지 사장은 행동을 조심해야겠다 생각하며 들고 온 보고서를 내밀었다.
“민진서? 그래, 민진서라면 기대할 만 하지.”
민진서는 결국 원진문 회장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서로 민진서를 차지하려고 난리인 이사들에게 민진서를 맡기는 건 시기상조였다. 강윤은 민진서에 대한 업무를 인수인계하려 했으나 결국 쉽게 넘기지 못하다 결국 회장단에서 직접 관리하게 되었다. 이현지 사장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좋아. 보고하게. 곧 드라마가 끝나간다지?”
“네. 현재까지 평균 시청률은 34.2%로 집계되었습니다. 드라마가 선 순항을 하면서 민진서의 연기도 주목을 받았고 그 영향탓에 섭외팀에 연락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대박 스타 탄생이군. 좀 더 기다리는 거로 하지. CF는 들어온 게 있나?”
“여러 가지가 들어오고 있는데, 경찰청에서 제작하는 청소년 홍보영상부터 시작해 볼 생각입니다.”
“알겠네. 그래도 화장품 CF들은 들어오면 진행하도록 하게. 내 생각에는 조만간 바로 들어올 것 같으니까.”
민진서에 대해 보고하니 원진문 회장은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스타답게 원진문 회장은 그녀 이야기만 나오면 즐거워했다. 회사 주식에도 선 영향이요, 오래오래 갈만한 어린 스타요, 민진서는 그야말로 복덩어리였다.
“정식 계약서는 작성했나?”
“네. 이 팀장이 신신당부하더군요. 임시계약이 되어 있지 않아 복잡한 과정은 필요 없었습니다. 재계약 때도 여기를 쉽게 떠날 생각을 못 할 정도로 좋은 조건에 계약을 했습니다.”
“잘했네. 줄 때는 팍팍 줘야지.
원진문 회장은 계약서 복사본을 보며 만족했다.
그 외 몇 가지 보고를 마치니 이현지 사장의 보고도 끝이 났다.
“그럼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수고했어. 아, 자네 요즘 트위서 하나?”
“네?”
원진문 회장의 말에 이현지 사장은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원진문 회장이 피식 웃었다.
“으이구. 벽창호 기질은 여전하구먼. 시간나면 트위서 깔고 디에스라고 검색해보게.”
이현지 사장은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섰다. 강윤에게 트위서로 디에스의 거리공연을 홍보하고 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자신의 계정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그녀는 SNS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원진문 회장의 말까지 듣고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었다. 바로 사장실의 컴퓨터를 키고 트위서에 접속했다. 가입한 이후, 검색어에 ‘디에스’라고 입력했다.
‘헉…!!’
이현지 사장은 수많은 사람이 날린 트윗의 압박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모두가 디에스의 거리공연을 향한 말들이었다.
– D 대학 공연 어땠음? 완전 대박. 재즈풍 노래 ㅎㄷㄷ….
– I 대학 2인조 뜸. 존예포스작살. 여신임.
– Y 대학에도 왔습니다. 수업에 방해된다고 교수님이 항의하러 나오셨다가 노래 같이 부르셨습니다.
– 노래 완전 좋아요. 앨범 사고 싶은데 앨범이 없데요ㅜㅜ
이 사람들 모두가 디에스의 대학 거리공연들을 보고 한마디씩 남긴 사람들이었다. 물론, 악성 댓글들도 있었다.
– 디에스 얘네 앨범 내고 망한 애들 아님? 웬 거리공연? 코스프레 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소속사 돈 안 줌? MG 미친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얘네 때문에 남친이랑 싸웠어요. 나쁜 년들. 오늘부터 안티할거임!!
– 이상한 춤 안 춤? 짤방 만들어 풀었었는데 아깝.
이현지 사장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디에스가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적이 있던가? 2집까지 내고, 기사 등을 동원한 언론플레이에 예능 출연까지 했어도 그들의 기사에는 악성 댓글은 고사하고 점하나 달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니 그녀는 신기했다.
‘풋. 디에스 보려고 여친이랑 헤어졌다고? 미친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트위서를 보며 이현지 사장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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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김진경은 마이크를 들고 가는 길에 자신을 보려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번보다 늘어난 것 같지 않아?”
윤혜린이 자신들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속삭이자 김진경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아.”
세팅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소리치며, 언제 하느냐며 보채기도 했다.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반응은 폭발적이 되어갔다. 3주 만에 찾아온 엄청난 변화였다.
“라인 줘.”
“아, 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음에도 강윤은 변함없었다. 무심히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어 선을 받아가며 자기 일을 할 뿐이었다. 세션들마저 분위기에 이끌려 연주에 힘이 실리는 통에 자신마저 흥분하면 공연이 산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그로선 항상 냉정해야 했다.
S 대학의 광장은 동상이 서 있는 넓직한 공터였다. 대부분 단과대학으로 연결되어 있는 길목인 탓에 수많은 사람이 디에스, 그녀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제 시작해요?”
“빨리 보고 싶어요!!”
소리를 맞추는 와중에도 성질 급한 관객들은 마구 보채고 있었다. 그녀들은 웃으며 관객들을 달래며 세팅을 해나갔다. 처음 그런 반응이 나왔을 때, 김진경이나 윤혜린이나 당황했지만, 지금은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양해를 웃으며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간혹, 관객이 난입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때는 강윤이 나섰다. 그는 흥분한 관객을 잘 유도했다. 덕분에 디에스나 세션들이나 강윤을 믿고 공연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
이미 이 거리공연 팀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아—-!!”
강윤의 신호가 떨어지자, 윤혜린이 활기차게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세팅하는 중에 모인 사람들로 광장은 이미 가득 차있었다.
‘소리가 작겠어.’
강윤은 스피커 성능이 따라줄지 걱정이 되었다. 분명 뒤에선 소리가 작게 들리고 앞에선 크게 들릴 터였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모인 광장이다. 강윤은 세심하게 벨런스 조절에 힘을 기울였다.
디에스 멤버들은 멘트를 많이 하지 않았다. 1분도 되지 않아 바로 노래에 들어가니, 이것도 그녀들의 특징이라고 트위서에 엄청나게 올라왔다. 공연의 진국이라며 말이다.
– 겨울이 소리 없이 찾아 왔지만 — 난 봄이 오길 —
김진경과 윤혜린의 공연이 농익을수록, 강윤에게 비치는 빛도 더더욱 밝아졌다. 그녀들의 음표와 악기들에서 나오는 음표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뒤쪽으로 뻗어 가질 못해.’
강윤이 보니 빛이 뒤쪽 관객석으로 뻗어 가질 못하고 있었다. 이미 스피커의 출력은 한계였다. 이 이상 올리면 하울링이 발생해 사람들이 귀를 막는 소리가 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디에스를 볼 수도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아 뒤쪽의 관객들이 자꾸 떠나려 했다.
강윤은 그들을 잡고 싶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중음을 줄이고…’
우선 전체적인 중음을 줄였다. 그러자 모두에게서 음표의 빛이 약간 약해졌다. 그때, 강윤은 전체 볼륨을 더 크게 키웠다.
‘좋아.’
그러자 빛이 더 멀리 뻗어 가기 시작했다. 빛이 더 힘을 받은 것이다. 떠나가려는 사람들도 소리가 제대로 들리기 시작하자 하나둘 앞쪽으로 시선을 두며 핸드폰을 들었다. 사진을 찍거나 트위서를 하거나, 공연을 즐기거나 각자의 방법으로 이 시간을 즐기려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들의 노래가 끝이 났다.
“감사합니다.”
“꺄아아아—”
주변이 떠나갈 만큼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김진경과 윤혜린의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다른 세션들도 기분이 업 됐는지 서로의 주먹을 맞대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럼 다음 곡…”
윤혜린이 강윤에게 신호하려는 그때, 관객석을 해치며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힘겹게 걸어 나왔다.
“공연 중에 죄송합니다. 잠시, 잠시만요.”
“무슨 일이세요?”
윤혜린이 일단 침착하게 말을 건넸다. 사람들의 야유가 쏟아짐에도 그는 침착하게 앞으로 나섰다. 일반적인 난입관객은 아닌 듯했다. 강윤도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S 대학 학생회장, 정관석이라 합니다. 저녁에 오기로 한 가수가 펑크를 내서 급히 초대가수가 필요해서 왔습니다.”
“와아!!!”
난입관객인 줄 알고 야유를 보내려던 관객들이 반전을 보여준 남자에게 엄청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축제!! 축제!! 축제!!”
디에스 멤버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실, 강윤에게 듣기는 했지만, 막상 이 순간이 오자 얼떨떨해졌다.
그녀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강윤을 보자 그는 손가락 한 개를 들었다. 한번 튕기라는 말이었다. 대번에 눈치를 챈 그녀들은 바로 마이크를 들었다.
“아… 저희같이 부족한 사람들이 S 대학 축제에 설 자격이 있나 모르겠어요.”
김진경의 말에 관객들이 난리가 났다.
“무슨 말이야!! 자격이라니!!”
“충분하다!!”
“충분해!! 충분해!!”
오히려 관객들이 더 흥분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윤혜린은 김진경과 마주 보고 이야기했다. 아니, 정확히는 이야기하는 ‘척’을 했다.
‘이 정도면 될까?’
‘더 튕기면 안 될 듯.’
서로 합의를 보고, 윤혜린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럼. 부족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와아아아아———-!!”
주변이 떠나가라,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 분위기에 맞춰 김진경이 이야기했다.
“그럼 이따 봬야 하니까 여기까지 해야 하지만.”
“우우… 아쉽다.”
“딱 한 곡만 더 할게요.”
“와아아아—-”
어느새, 그녀들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었다.
.
.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학생회장 정관석은 책임자인 강윤과 저녁 축제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곤 그 자리를 떠나갔다.
“팀장님. 어떻게 됐어요?”
김진경이 궁금해서 묻자 강윤이 답해주었다.
“4곡을 부르기로 했어. 하지만 1곡은 더 불러줘야 할 거야. 아니, 6곡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알겠지?”
“네. 목 관리해놔야겠다.”
윤혜린이 기특한 말을 하며 봉고차 안에 장비들을 집어넣었다. 오늘, 이 장비들은 더 쓸 일이 없었다. 잼배와 신시사이저는 이미 축제공연장에 가져다 놓았으니 장비에 관련된 일은 더 이상 없었다.
공연 리허설까지 잠시 짬이 남아 모두가 차 안에서 쉬고 있는데, 강윤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홍보팀 한 과장의 전화였다.
“네, 한 과장님. 무슨 일입니까?”
– 오늘 S 대학 축제에 디에스가 참여한다고 트위서에 올라왔습니다.
“맞습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 그런데 행사비에 대해 이상한 말이 나오고 있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디에스가 대학 행사비를 어떻게 쓸지 트위서에 화제가 되고 있어서 말입니다.
“행사비요? 별별 말들이 다 도는 트위서긴 하죠. 어차피 장학금으로 돌릴 돈이었습니다. 바로 트위서에 소문내고 조치를 취해 주세요.”
– 그럼 회사에 소득은 없는 겁니까? 실적이 없다는 말이 나올 텐데요.
“어차피 당분간 적자운영입니다. 흑자로 돌아서는 건 디에스가 방송에 나가고, 행사들이 들어오는 시점이 될 테니까 괜찮습니다.”
강윤은 지시를 내리고 전화를 끊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사람이라더니. 행사비 얼마나 된다고…’
100만 원도 안 되는 행사비를 가지고 왈가왈부한 사람들을 보면 참…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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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대학은 전국 순위에 드는 대학답게 축제에 출연하는 가수진도 화려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첫날하고 마지막 날에 쏠려있네?’
무대 뒤편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강윤은 콘티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은 3일째. 무슨 문제인지는 몰라도 한 연예인을 불렀다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결국 그 빈자리를 디에스가 대신하게 되었다.
“아, 떨려. 대학에도 와보네.”
윤혜린은 두근거리는 가슴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방송무대보다 지금 무대가 더 떨리는 기분이었다. 거리 공연에서의 가벼운 복장은 이제 없었다. 완벽한 무대 의상으로 완전히 환복했다. 섹시한 미를 보일 타이트한 짧은 원피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만 했다.
“팀장님…”
김진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전화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트위서로 달래고 있는 모양이었다. 트위서에는 기대한다며, 꼭 가겠다는 응원의 말들로 빼곡히 도배되어 있었다.
강윤은 떨고 있는 두 여인에게 차분히 말했다.
“어차피 아까 관객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아. 다만 무대가 더 큰 거지.”
“…..”
“너희는 잘할 거야.”
강윤의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의 말은 그녀들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대번에 안정시켰다. 그 힘은 평소, 말없이 그녀들을 지원하고 든든히 지켜주었던 모습에서 나온 신뢰에서 나온 것이었다. 윤혜린이나 김진경이나 강윤의 이런 모습이 든든하고, 고마웠다.
“시간 됐다.”
강윤의 말과 함께, 그녀들은 대기실을 나서 무대 뒤편으로 갔다. 무대 위에서는 학교 동아리 밴드의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음표들이 완전히 합쳐지진 않는구나.’
강윤은 관중석에 마련된 자신의 좌석에 앉았다. 밴드를 보니, 하얀빛 안에 음표들이 떠다니는 모습들이 비쳤다. 빛의 밝기는 약했다. 회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동안 프로들의 무대들에서 보인 화합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관객들도 앞좌석의 관객들만 손을 들고 환호할 뿐, 뒤로 갈수록 반응은 미약했다. 아예 대놓고 딴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빛이 닿지 않기에 오는 영향이었다. 막바지였지만 강윤도 사실, 매우 지루했다.
“감사합니다.”
동아리 밴드가 인사를 하고 들어갔지만, 강윤은 박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아니, 억지로 치기는 했다. 그는 이런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게 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어지는 무대입니다. 아, 오늘 어렵게 모셨습니다.”
앞에 간략한 멘트가 이어지고, 드디어 그녀들이 나설 차례가 되었다.
“소개합니다. 요새 트위서에선 여신으로 통하는 그녀들입니다. 디에스!!”
“와아아아아—-!! 디에스!! 디에스!!”
사회자의 굵직한 소개와 함께, 디에스가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공연에서 항상 청바지만 입어온 그녀들이었기에, 이런 색다른 모습은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하였다.
– 누구보다 — 넌- 내 소중한— 행복인걸 —
간단한 인사와 함께, 디에스의 노래가 시작되자 관객들의 손이 일제히 하늘로 솟았다. 느린 템포의 재즈곡이 공연장 전체를 울리자 강윤의 눈에도 보라색 음표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리가 날카롭군.’
강윤은 바로 엔지니어 석으로 달려갔다.
“죄송한데 아리스의 마이크에서 하이톤을 줄여주시겠습니까?”
“이 정도면 될까요?”
엔지니어는 강윤의 요구에 믹서를 조작했다. 사전 리허설을 하지 못해 가수에게 맞는 세팅을 하지 못했다. 노래를 부르며 직접 맞추는 세팅은 쉽지 않은 법이다.
“혜린이는 저음을 조금만 추가해주세요. 조금만 더. 너무 들어갔네요. 조금만..”
두 사람의 음표가 선명해지자 강윤은 오케이를 했다. 엔지니어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에 만족했는지 놀라는 표정이었다.
“소리 좋네요. 듣는 귀가 열리셨네요. 혹시 엔지니어 십니까?”
엔지니어는 활기찬 성격인지 강윤에게 활기차게 말을 걸어왔다. 강윤은 편안하게 그를 받아주었다.
“아니요. 그냥 회사 직원입니다.”
“현장에서 이렇게 바로 맞추기 쉽지 않은데…. 음향회사 직원분인 줄 알았습니다.”
엔지니어는 무대의 가수가 편안하게 노래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세팅이 최적이라는 걸 말이다. 새삼 강윤이 다르게 보였다.
자리로 돌아온 강윤은 무대에 디에서의 무대에 집중했다. 거리 공연을 하며 점점 나아지더니 지금은 완벽히 무대 장악을 하고 있었다.
– 너의 — 마음은 — 나의 —
공연장의 빛이 더더욱 강렬해졌다. 강윤을 넘어 관객석 끝까지, 빛이 다다르고 있었다. 그녀들의 화음이 어우러질수록 빛은 힘을 얻었고 음표들도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절정에서.
– 아아— 사랑해— 영원히 — 영원히 —
빛이 절정에 달했다. 눈을 감은 김진경의 소리를 높이고, 윤혜린이 음을 낮춰 만든 화음이 멋들어진 음을 만들었다. 느리지만 감각적인 리듬감으로 곡을 살리는 잼배와 재즈의 분위기를 더하는 피아노 소리가 곡을 멋들어지게 꾸며 주었다.
“야야… 콘서트야, 콘서트.”
“흑흑… 나 오늘부터 팬 할래.”
관객석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맨 앞에서 긴장하며 관객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강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한고비는 넘겼군.’
강윤은 한숨을 돌렸다.
새하얀 빛이 사람들에게 스며들며 관객의 환호와 함께 디에스의 노래가 끝을 맺었다.
“감사합니다.”
“우와아아아아———–”
디에스의 인사와 함께 지금까지 거리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함성이 S대학을 쩌렁쩌렁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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