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49
13화 – 통하게 만들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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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13화 – 통하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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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믹서에서 ‘주아’라고 세팅된 것을 불러내 빠르게 소리를 맞춘 강윤은 바로 주아를 부스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 바로 시작할까?
“목은 괜찮아?”
– 다 풀었어. 지금 최상이야.
주아는 벌써부터 몸이 근질근질한지 목에 힘이 가득 실리고 있었다. 강윤은 힘이 넘치는 주아의 모습에 바로 세부 세팅을 마치곤 MR을 재생시켰다. 멜로디를 타고 주아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하자 노란색 음표가 흘러나와 하얀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나쁘지 않은데…. 뭐가 문제지?’
강윤은 의아해했다. 지금 듣는 노래는 그녀가 이상하다 말한 타이틀곡이었다. 가볍지만 리듬감이 살아있는 타이틀곡은 요즘 유행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음표의 색들도 일정하니 적절했다.
그러나 2절의 후렴부터 문제가 생겼다.
– 繰り返して—
‘어라?’
가사 내용의 변화와 함께, 코드가 한 코드 높아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노란 음표의 모양이 미묘하게 뒤틀려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음표가 빛에 들어가니 하얀빛이 약간 탁해졌다. 작은 변화였다.
‘이래서 이상하다 한 거네.’
강윤은 더더욱 집중했다. 원래 음악이란 미묘한 법이다. 그 미묘함이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작은 것이라도 놓칠까, 강윤은 주아의 노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잠시 후.
주아는 타이틀곡 ‘파랑새의 노래’를 다 부르고 부스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여전히 이번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강윤에게 물었다.
“노래 어땠어?”
“미묘한데?”
“미묘해? 어디가?”
‘너도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해’를 원한 주아였지만 강윤의 답은 그녀가 원한 답과 조금 달랐다. 주아의 눈이 조금 찡그려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큰 스튜디오 믹서에 앉으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노래네. 그런데 2절에서 한 음 변할 때, 그쪽은 이상한 것 같다.”
“오빠가 듣기엔 그랬어? 그럼 그 부분을 빼달라고 할까?”
“그럼 곡 느낌이 안 살잖아. 분위기가 확 전환되는 부분이 하이라이트 같은데. 흠….”
주아의 노래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강윤이 듣기에 주아의 노래 실력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다만, 이번 타이틀곡과 미묘하게 핀트가 맞지 않았다. 음이 변할 때와 점점 치고 올라갈 때, 느낌이 살지 않았고 빛도 탁해지는 게 그걸 증명했다.
‘사람들이 음이 높아질수록 기대치도 높아질 텐데, 이러면 오히려 실망감이 커지겠지. 멜로디가 문제인가? 아니면 뭐가 문제인가?’
느낌은 알지만, 실질적인 음악이론을 모르니 강윤도 답답했다. 이럴 때 딱딱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강윤은 이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강윤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주아가 의자를 끌고 와 강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래서, 이거 오빠가 해 주는 거지?”
“아니.”
“아, 왜!!”
강윤의 단호함에 주아가 역정을 냈다. 은근히 자신을 끌어들이려는 것을 안 강윤은 단호했다.
“내 일이 아니잖아.”
“아 진짜!! 우리 사이에 튕기기냐?”
“일은 일이지. 내게 할당된 일도 아닌데, 내가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어린애같이 왜 그래.”
“아, 몰라!! 좀 도와주라, 응?”
주아는 막가파식이었다. 회사에서는 자신이 우기면 통하지 않는 게 거의 없었지만, 강윤에겐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아까 말했잖아. 네 기획자는 일본에 있다며. 나한테 뭔가 도움을 청한다면 정식으로 그 사람한테 허락을 구해와야지. 지금 이 정도도 굉장히 실례한 거야. 그리고 나도 내가 담당할 일이 있어.”
“그건 내가 해결할게. 나 여기선 짱 먹잖아.”
“니가 일진이냐?”
“일진이든 뭐든. 난 오빠만 있으면 돼. 응?”
“…..”
강윤은 자신의 손까지 잡고 부탁하는 주아에게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디에스 일도 끝나 다시 공연팀 업무도 시작해야 했고 슬슬 걸그룹의 데뷔에 대한 기획도 시작해야 했다. 주아에게만 잡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아가 손을 놔주지 않는 그때, 문이 조용히 열렸다. 그런데 스튜디오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 들어왔다.
“주아 언니?”
“진서야.”
주아는 민진서를 보고도 부끄러움이 없는지 강윤의 손을 전혀 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습이 민진서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둘만 있었던 거에요?”
“아아. 노래 듣느라고. 진서는 웬일?”
“…안녕하세요, 선생님.”
민진서의 눈이 묘했다. 그녀는 주아를 무시하고 바로 강윤에게로 눈을 돌렸다. 강윤은 주아의 손을 가볍게 놓게 하고는 민진서에게 인사를 했다.
“진서야. 잘 지냈어?”
“네. 잘 지냈어요. 조금 바쁘긴 하지만 괜찮아요.”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네. 볼일 있어서 온 거니?”
“그냥….”
강윤의 질문에 민진서는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주아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저거저거… 큭큭.’
민진서가 강윤 앞에서 쩔쩔매니, 눈치 빠른 주아는 대번에 민진서의 마음을 눈치챘다. 딱 봐도 첫사랑에 울고 웃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기자 자신을 무시한 것도 용서될 정도였다. 아니, 계속 웃음이 나와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
“오빠, 나 잠깐 쉬었다 올게.”
“여기까지 하자.”
“안돼. 못 끝내줘. 여기 있어.”
“난 사무실 간다.”
“아, 1시간만. 응?”
주아는 강윤을 조르고 졸라 기어이 약간의 시간을 얻고는 민진서와 어깨동무를 하곤 스튜디오를 나섰다.
“쟤들이 언제부터 저렇게 친해졌지?”
까칠한 주아가 착한 민진서를 괴롭히지나 않을지, 강윤은 은근히 걱정되었다. 그러나 이내 기계를 조작하며 주아의 녹음된 소리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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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야. 너 강윤 오빠 좋아해?”
“…..”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주아는 장난스럽게 킥킥거렸다. 불퉁한 얼굴의 민진서는 그 말에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볍게 떠보려고 이야기한 주아는 그녀의 반응에 표정이 묘해졌다.
“얼레? 얘 진짜였네?”
“…..”
“아서라, 아서. 뭐, 강윤 오빠 멋있긴 하지. 키 크지, 다리도 길고, 어깨도 떡 벌어졌고, 능력도 좋고. 나이가 문제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미 들킨 이상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의 마음을 장난삼아 이야기하는데 뿔이 난 민진서는 진지한 얼굴로 주아를 노려보았다.
“야, 무섭게. 난 선배야, 선배.”
“…..”
그러나 민진서는 전혀 수그러들 줄 몰랐다. 마음을 들킨 여파는 컸다. 가벼운 장난이 묵직하게 돌아오자 주아도 어이가 없었는지 코웃음을 치며 같이 노려보았다.
“너, 건방지네?”
“…..”
민진서는 대선배의 말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잠시 눈싸움을 했다. 그러다가…
“하하하하!!”
갑자기 주아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민진서가 이해를 못 하겠는지 고개를 갸웃할 때, 주아는 민진서에게 한 걸음 성큼 다가왔다.
“그래, 그래. 탑이 되려면 이 정도 성깔은 있어야지. 난 또 순댕인 줄 알았네. 좋아좋아. 역시 강윤 오빠 눈이 매섭긴 하네. 그냥 순댕이를 고른 건 아니구나. 이 회사에서 나한테 정면으로 대드는 애가 있을 줄은 몰랐네.”
“…..”
“뭐, 무례했다면 미안. 가볍게 떠보려는 거였는데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거든. 뭐, 어릴 때 잠깐 그러는 거니까.”
….주아와 민진서는 3살 차이다.
“…저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이해해. 나 혼자만 알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그래도 조심해. 여기도 말 많은 동네니까. 알고 있지?”
“네. 충고 감사해요.”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스타가 스캔들의 요소를 품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큰 폭탄이 될 것이다. 주아도 그런 건 바라지 않았다. 물론 동경이라고 포장할 순 있겠지만 작은 게 부풀려지는 게 여론이고, 사람의 말이다.
“언니는 녹음하러 갈게. 그리고 걱정하지 마. 언니는 강윤 오빠보다 더 멋진 사람이 좋으니까.”
“…..”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야.”
주아는 말하고 싶은 핵심을 이야기하곤 휴게실을 나섰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되겠죠.”
주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민진서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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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크리스티 안과의 개인면담 일이었다. 연습 전, 강윤은 크리스티 안을 사무실로 호출했다. 그녀에게 커피를 내준 강윤은 트레이너들이 보내준 서류들을 보며 면담을 시작했다.
“최근 댄스는 좋구나.”
“…..”
“노래도 좋아지고 있고….”
“…..”
“다른 문제는 없니?”
“…없어요.”
크리스티 안은 딱딱했다. 아니, 필요한 말만 했다. 강윤은 이 재미없는 소녀와 면담하는 게 쉽지 않게 느껴졌다. 올라올 때마다 풀이 죽어있는 에일리와 더불어 그녀는 면담이 쉽지 않은 투톱에 속했다.
“한유하고는 잘 지내고 있니?”
“네.”
“하긴, 한유는 까탈스럽진 않지.”
“청소를 자주 하는 것만 빼면 괜찮아요.”
오늘 면담도 별다를 게 없었다. 특별한 전달사항도 없어 강윤은 필요한 것들만 체크하고는 면담을 끝냈다.
“그럼 가봐도 되나요?”
“그렇게 해.”
“그럼….”
면담을 끝내고 크리스티 안이 일어나려 할 때, 갑자기 문이 벌커덕 열렸다. 주아였다.
“너, 내가 노크하고 들어오라 했….”
“오빠!!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런데 주아는 다른 말은 다 잘라먹고 다짜고짜 용건부터 들이댔다.
“뭔데?”
“나 허락받았어, 허락!!”
“무슨 허락?”
“노래말야, 노래!! 오빠가 저번에 타이틀곡 이상하다 했잖아. 그거!!”
“아, 그래?”
강윤은 심드렁했다. 원래 2곡이 이상하다 했지만 타이틀곡만 들어보고 다른 곡은 들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가볍게 봐주기만 했던 거였는데 주아는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 잘됐지. 이제 오빠도 가야 해.”
“내가 왜?”
“좀 있다가 작곡가도 올 거거든. 오빠가 그쪽 프로듀서한테 양해도 구해야 하고 작곡가한테도 말해야 한다 했지? 내가 다 했지롱~”
“…..”
강윤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건 무슨 경우인지. 강윤은 믿기 힘들어져 주아의 담당인 원진문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주아 말이 맞네. 미안하지만 잘 부탁하네.
“회장님.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 …미안하네. 대신 이번에는 돈으로 때우도록 하지.
“…..”
강윤은 할 말이 없었다. 돈, 특별 포상금을 준다는 원진문 회장의 말에 강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특별 포상금을 위한 평가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니 강윤이 이 업무를 정식으로 담당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후후. 잘 부탁해.”
“…..”
강윤은 기어이 자신을 엮어가는 주아에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본 크리스티 안도 주아의 막가파식 밀어붙임을 보고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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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사장은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본격적으로 공연팀 업무를 시작하려면 강윤이 꼭 필요한데 그 강윤을 주아가 갑자기 휙 채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현지 사장은 씩씩대며 회장실을 찾아갔다.
“하아…. 미안하네.”
그런데 원진문 회장은 그답지 않게 순순히 사과부터 했다. 평소에 사과와는 거리가 먼 원진문 회장의 반응에 이현지 사장은 의아했다.
“주아의 이번 미니앨범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잘 나가는 일본 기획자에게 일을 맡겼는데 주아의 신뢰하나 얻지 못하니…. 좋지 않아.”
“그렇다고 이 팀장을 갑자기 빼가시면 저는 어떡합니까. 가뜩이나 공연팀이 3달 가까이 업무가 중단돼서 그동안 쌓아왔던 실적들이 무용지물이 될 판입니다.”
“그래도 당장 캐시카우는 지켜야 할 게 아닌가. 이번엔 자네가 양보해주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회장님.”
이현지 사장은 단호하게 나오는 원진문 사장에게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회장의 발언에 결국 공연팀 업무는 잠시 미뤄지고 말았다.
그녀는 들고 온 서류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회장실을 나서야 했다.
‘이러다 이거 다른 회사한테 뺏기겠네. 이거 큰일이라 경쟁이 만만치 않은데…’
그녀의 손에는 ‘이민수 25주년 콘서트’라는 서류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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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강윤은 이런 식으로 끌려가는 게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직장인이라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절대 사양이었다.
“주아야.”
“왜애?”
강윤과 다시 같이 일을 한다는 게 신났는지, 스튜디오로 향하는 주아는 신이 났다. 그러나 그런 주아에게 강윤은 쓴소리를 했다.
“이번에는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안돼.”
“….쳇. 비싸게 굴긴. 알았어. 미안하다고.”
주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MG엔터테인먼트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원진문 회장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 강윤과의 시너지가 좋은 그녀로서는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잔소리 끝. 그럼 가자.”
“좋아좋아. 내가 이래서 오빠가 좋다니까.”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강윤이 마음에 드는지 주아는 그와 팔짱까지 끼며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서는 덥수룩한 머리를 한 남자와 직원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타.. 기타와 슈…. 슌지. 이므니다.”
“한국말 하실 줄 아십니까?”
작곡가라 했다. 강윤은 어눌한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덥수룩한 촌티 나는 남자에게 놀랐다. 그는 순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나, 주아 팬이므니다. 트레이해쓰므니다.”
“…일본어로 하셔도 됩니다.”
[일본말도 하실 줄 아십니까?] [의사소통할 정도는 됩니다. 이강윤입니다.]강윤에게 놀랐는지, 남자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강윤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강윤 옆의 주아를 보며 헤실거렸다.
[슌지 씨!!] [주아 씨!!]두 사람은 함께 작업하며 많이 친해졌는지 서로 손도 맞잡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손가락만 물고 있던 슌지 작곡가였기에 직원들 모두가 매우 놀랐다.
간단한 티타임 겸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곡 이야기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2절 부분을 바꿨으면 한다는 거군요.] [네.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뭔가 어긋난 느낌이에요.] [흑..]주아에게 직격탄을 맞은 슌지 작곡가는 바로 우울모드로 들어갔다. 강윤은 그런 그에게 순화해서 말해주었다.
[싫다는 게 아니라 다르게 바꿔 달라는 겁니다. 코드가 변하는 부분에서 다른 악기 소리를 넣어달라던가 다른 변화를 달라는 거죠.] [싫은 게 아닌…. 거죠?] [….네.]강윤은 ‘일본 작곡가들은 이런가’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피식피식했다. 마치 어린애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 슌지 작곡가는 강윤이 힘겹게 다루는 48채널 믹서를 자기 것인 마냥 익숙하게 만져 선들을 꺼내더니 가져온 노트북과 연결해 작곡 세팅을 완료했다. 강윤이 놀라 눈을 껌뻑거릴 때, 슌지 작곡가는 부드럽게 말했다.
[알겠어요. 해봅시다.]그의 어설픈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작곡가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사람이 변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모습에 강윤도, 주아도 직원들도 눈만 깜빡였다.
‘일본 애들은 다 저렇게 독특한가?’
모두가 공통된 생각이었다.
주아가 부스 안으로 들어가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강윤에게도 음표와 함께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1절은 괜찮은 것 같아.’
강한 빛이 비치던 1절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2절이었다. 코드가 변하는 2절의 후렴, 곧 문제가 시작되었다.
‘탁해진다.’
음표의 모양이 이상해지며 빛도 탁해졌다. 새하얀 빛이 탁해져 가끔 회색까지 띠었다. 강윤은 이건 아니라 생각하며 슌지 작곡가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두꺼운 안경 뒤로 작은 눈이 매섭게 떠졌다.
노래가 끝나고, 주아가 부스 안에서 나왔다.
[어때요?]주아는 바로 물었다.
[이거, 이상해요?]그런데 작곡가는 전혀 의외의 말이 나와 버렸다. 주아는 당황스러웠다.
[2절 키 바뀌는데요. 느낌이 너무 변해요. 뜬금없어서 뒤까지 망가지는 것 같아요.] [이상하네. 난 괜찮은데….] [에에?]주아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녀는 계속 자기 생각을 어필했지만 슌지 작곡가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하긴, 작곡가가 100% 됐다 생각했으니 곡을 주었겠지.’
강윤은 작곡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저들도 어설픈 곡을 줄 리는 없었다. 주아와 슌지 작곡가가 불통대전을 하는 모습을 보며, 강윤은 해결책을 생각했다.
‘일단 다 때려 박아보면서 해봐야지.’
[일단, 오리지널은 보관해주시고 수정을 부탁드립니다. 부르는 가수의 느낌도 중요하니까요.] [그렇죠, 그렇죠. 주아의 느낌은 특히 중요하죠.] […..]주아는 이 슌지라는 캐릭터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티를 내진 않았다. 여긴 프로들이 일하는 현장이었다.
[여기 몇 번 소리가 들어가나요?] [소리가….]컴퓨터에 삽입된 소리를 하나하나 다 대입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반주를 바꾸고, 멜로디도 바꿔보며 그것도 안 되면 다 갈아엎을 작정이었다. 회색이 들어간 노래를 내보내는 건 말도 안 되는 노릇이었다.
슌지 작곡가가 작업을 끝내고, 주아는 다시 부스로 들어갔다.
[시작할게.]강윤의 말과 함께, 수정된 곡으로 다시 한 번 노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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