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5
1화 – 10년전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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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부터 강윤은 본격적으로 팀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원진문 회장이 말 그대로 전권을 주었기에 강윤은 가장 중요한 팀원을 원하는 대로 선발 할 수 있었다.
‘MG는 인물들이 많네, 많아.’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히트앨범을 녹음하고 연출한 현장의 메인 지휘관 오지완 프로듀서부터 홍보 1팀의 에이스로 인터넷, 매체의 흐름을 읽는데 정평이 난 이지연 대리, 주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주아의 제1 매니저 강수민, 그리고 노래를 선별할 MG의 메인작곡가 설린까지. 강윤이 과거에 모두가 다 한 번 이상씩은 들어본 에이스들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이들과 일을 해볼 기회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이들을 지휘하는 총괄기획팀장이 되다니, 강윤은 새로운 삶에 감사함과 동시에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강윤은 팀원들을 선별한 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회의를 소집했다. 팀원들 모두가 모이자 간단한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번 목표는 일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오리콘 차트 5위안에 드는 것입니다.”
강윤이 목표를 이야기하자 모두가 신음을 내뱉었다. 에이스들이지만 일본시장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한국 가수에게 일본시장은 아직 폐쇄적이고 돈만 드는 그런 존재였다.
“현재 일본에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가수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이지연 대리가 첫 이야기를 꺼냈다. 모두가 고개를 젓자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시스카 아이라고 솔로 가수가 뜨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메이라는 가수가 득세했지요. 이들의 공통점은 댄스가 아닌,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가수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럼 우리도 가창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거군요. 주아의 가창력이야 워낙 좋으니까..”
매니저 강수민이 첨언을 붙였다. 그러자 설린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일본 스타일에 맞춰 한국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과연 만족을 시킬 수 있을까요? 이건 상당한 모험이 될 것 같은데요. 가사야 당연히 일본어로 번역해야 하지만, 음악스타일까지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일본에서 데뷔하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그 나라의 정서를 이해해야죠. 현재 어쿠스틱 음악이 뜨고 있다면 대세를 따르는 게 안전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주아만의 스타일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물론 주아가 어쿠스틱 음악에 약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되면 원래 보여주던 퍼포먼스는 전혀 보여줄 수 없게 됩니다.”
설린과 오지완 프로듀서의 이야기가 강하게 맞섰다.
이후 계속되는 회의에서 네 사람은 각자 의견들을 좁히지 못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일본과 주아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 달랐다. 현재 일본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와 주아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이자는 이야기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강윤이 말을 꺼냈다.
“퍼포먼스로 가죠.”
“네? 하지만 지금 일본에서 퍼포먼스는 남자 아이돌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세가 그렇게 나가고 있어요. 저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연 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친숙함을 느끼는 법이다. 게다가 이국인에게 폐쇄적인 일본이다. 그것도 한국인. 조금이라도 친숙하게 느껴지게 해하는데 퍼포먼스라니. 위험했다.
“아뇨. 퍼포먼스가 낫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일본 남자 아이돌보다 주아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들이 훨씬 많습니다. 실력 면에서 주아가 그들을 아득히 능가하니까요. 어차피 우린 이방인입니다. 차라리 아예 새로운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이지연 대리는 침음성을 냈다. 강윤의 말에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사실 실력이 깡패라고, 아득히 뛰어나면 안 볼 수가 없다. 주아는 그런 실력이 있었다.
“그럼 팀장님, 퍼포먼스를 위주로 간다 할 때, 노래 스타일은 댄스가 되는 겁니까?”
“그렇게 되겠죠. 팝핀 위주의 댄스로, 주아의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그루브가 살아있는 노래로 가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오지완 프로듀서의 물음에 강윤이 답했다. 그러자 오지완 프로듀서가 세게 박수를 쳤다.
“그루브라!! 허, 생각지도 못한 거군요. 허, 복고라면 복고일 수도 있고…”
“일본은 우리보다 현대음악에 대한 역사가 깁니다. 가능성이 있다 생각합니다.”
강윤의 말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 낙하산 팀장이라 미덥잖았는데, 회의를 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주아의 특기야 리듬을 타는 거니까, 그루브한 노래를 한다면야 좋아하겠군요.”
강수민 매니저도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해보면 그루브한 댄스곡을 메인으로 한 앨범으로 나가자는 거군요. 강렬한 퍼포먼스를 위주로 한. 앨범의 컨셉은 노래가 나오면 정하면 될 테고요.”
설린 작곡가가 마무리로 정리를 해주었다.
“맞습니다. 오늘 회의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해주시는군요. 홍보 1팀은 지금부터 일본 방송사에 컨펌을 넣을 수 있는 루트를 알아보시고 설린 작곡가님은 곡을 골라주십시오. 먼저 고르시고 후에 저랑 같이 고르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예압.”
이지연 대리와 설린 작곡가가 각자 스타일대로 답을 하고 중요한 내용을 받아적었다.
“오지완 PD님은 곡이 나오면 가이드곡을 만들어 주시고요, 연습생 연습시킨다 생각하고 멋들어진 가이드곡을 만들어 주십시오.”
“다른 사항은 더 없습니까?”
“아직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곡 나오면 가장 바빠질 테니까 지금 쉬어두세요.”
오지완 프로듀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건 강수민 매니저였다.
“주아 몸무게 관리 하고 있죠?”
“물론입니다.”
“몸 관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스트레스 체크입니다. 차라리 살이 조금 찔지언정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주세요. 외출도 허용해주시고요.”
“하지만 그러면 회사 방침에 어긋납니다.”
“회사 방침 지키다가 주아가 비뚤어집니다. 어차피 혼자서도 주아는 잘하잖습니까. 우리가 그 애를 믿는다는 걸 먼저 보여주면 더 잘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세부사항까지 체크가 끝나고, 그 날 회의는 끝이 났다. 모두가 일할 할당량을 받아들고 강윤의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강윤은 그제야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후아… 힘들었다. 아직도 믿기질 않아. 내가 주아의 앨범을 기획하고 있다니.’
마이너스의 손이라고 불리던 자신이 지금, 최고의 가수라는 주아의 앨범을 위해 회의를 주관했다. 그 사실이 강윤은 아직도 얼떨떨했다. 이 모든 게 아직도 꿈만 같았다.
하지만 입가에 느껴지는 달달한 커피향은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반드시, 반드시 성공하겠어!!’
강윤은 창밖을 내다보며 커피를 음미했다. 그리고 단단히 결심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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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강윤은 가수 주아와 단둘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면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요. 나 바빠.”
주아는 직설적이었다. 그리고 강했다. 그러나 강윤은 날 선 최고의 가수를 대하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주아는 원래 성격이 모가 나 있지. 낯도 가리는 편이고. 하지만 한 번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품는 스타일이야. 지금은 내가 같은 편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어야 해.’
하지만 그녀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다. 그것은 능력이었다. 능력 없는 사람은 벌레 보듯 하는 사람이 바로 주아였다. 노래든 무엇이든 능력 없는 이는 옆에 두려고 하지 않았다.
“주아야. 노래 한번 해볼래?”
“노래요? 왜요?”
“내가 이래도 기획팀장이잖아. 네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한 번은 들어봐야 하지 않겠어?”
맞는 말이었다. 이런 말에는 안들을 재간이 없었다. 주아는 결국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번 목을 가다듬은 주아는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잊지 말아요— 나의 이름을— 그대는— 나의–”
주아가 노래를 시작하자 그녀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의 노래하는 이에게 나오는 빛이었다.
‘목소리 좋다.’
노래는 분명히 좋았다. 누가 들어도 나무랄 데 없는 좋은 노래였다. 그러나…
‘회색?’
주아에게서 나오는 빛은 옅지만, 분명히 회색이었다. 아니, 슈퍼스타에게서 나오는 회색이라니. 강윤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주아도 뭔가 걸리는 게 있는지 이내 노래를 중단했다.
“크흠흠. 죄송해요. 다시 해볼게요.”
잠시 기침을 하곤 주아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강윤은 다시 그녀에게서 회색을 보았다. 아니, 조금 전보다 오히려 더욱 짙었다. 회색의 빛은 방안을 감싸고 이내 강윤까지 감싸 안았다.
‘뭐야, 이 칙칙함은?’
강윤은 회색빛이 닿자 마치 진흙을 묻힌 양 온몸에서 찐득한 느낌이 났다. 마치 펄에 빠진 것 같은 찐득함이 그를 묻어갔고 온몸을 죄여왔다.
“….여기까지 할게요.”
강윤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안 것일까.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주아는 노래를 중단했다. 그러자 끈적한 회색빛은 거짓말같이 사라져버렸다.
‘말도 안 돼. 주아에게서 회색빛이라니.’
길거리 가수에게서도 맑은 흰 빛이 났건만, 왜 주아에게서 회색빛이 나는 걸까. 강윤은 의문이 들었다.
“요새 무슨 일 있었어?”
“그런 거 없었는데요.”
“그런데 노래가 왜 그래.”
“제 노래가 어때서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지금 네 노래 최악이잖아. 목소리 하나 믿고 성의 없이 부르는 노래를 지금 노래라고 부르고 있는 거야?”
강윤은 화를 냈다. 주아에게 기대하는 기대치에 따른 실망감이다. 도도함은 좋았지만 지금 이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도도함은 사치였다.
“가볍게 불러보라 했지만, 가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연습할 때도, 무대에 설 때도. 이건 연습생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우는 거 아냐?”
“…..”
“최고라고 항상 추켜세워주니까 네 위치가 끝인 줄 알고 있어? 그럼 넌 거기까지야. 그런 너한테 기대를 걸고 기획을 덜커덕 맡은 내가 바보다. 여기까지 하자.”
강윤은 진심으로 실망했다. 주아의 목소리는 특이했지만, 그 특이한 목소리를 개발해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는 건 그녀의 실력이었다. 강윤도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고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고 항상 노력하는 그녀를 동경했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으로 만나다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시 해볼게요.”
“하지 마. 더 들어볼 것도 없어.”
“제대로, 다시 해볼게요. 이번에 듣고 제대로 평가해주세요.”
주아는 무언가 단단히 결심했는지 자세를 바로 하고 목을 제대로 풀기 시작했다. 강윤이 팔짱을 끼며 무언의 승낙을 하자 그녀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그대는— 이런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대는–”
청량한, 맑은소리가 방안을 울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소리였다. 그리고 강윤의 눈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얗다.’
하얀빛이었다. 회색은 온 데 간대 사라졌다. 탁하지 않은 하얀 빛이 그녀에게서 나와 방안을 은은히 비쳐 강윤을 감쌌다.
‘깃털 같군.’
하얀 깃털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살짝살짝 간질이는 그런 기분이었다. 귀로 들으니 청량하고 눈으로 보니 밝았다. 그제야 강윤은 웃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던데. 바로 아시네요.”
노래가 끝나고, 주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듣기에 거북했거든.”
“맞아요. 처음에 부른 노래는 노래도 아니었죠. 메아리만도 못 한 거지. 감정도 뭣도 없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소리죠.”
“잠깐. 지금 날 시험해본 거야?”
“명색이 내 대장이 되실 분인데, 나에 대해선 잘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주아의 당찬 모습에 강윤은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참 내. 그래, 그래. 그래서 평가해보니까 어때?”
“합격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일루와. 어디서 팀장님을 시험해.”
“악!! 잘못했어요!!”
강윤은 그대로 주아를 쥐어박았고 주아는 이내 아픈 시늉을 하며 낑낑댔다. 처음의 까칠한 모습은 온 데 간대 사라지고, 두 사람은 그렇게 순식간에 친해졌다. 주아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잘 부탁해.”
“저도 잘 부탁해요, 팀장 오빠.”
“나도. 우리 잘해보자.”
“하잇, 하잇.”
강윤의 손을 잡은 주아는 장난스럽게 흔들며 파이팅을 외쳤다. 본격적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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