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50
13화 – 통하게 만들다(2) – 유료연재 시작(기존 독자님들은 여기서부터) >
– 繰り返して—-
주아는 반주가 바뀌고, 이펙터가 바뀌는 와중에 같은 소절을 반복했다. 같은 소절이었지만 갈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것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 오빠. 내 소리가 너무 울려.
“에코가 너무 많은가….”
강윤은 바로 슌지 작곡가에게 이펙터의 조절을 요청했다. 강윤과 같은 의견이었느는지 슌지 작곡가도 바로 기계를 조작했다. 조절 후, 다시 같은 소절이 이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아는 마이크를 툭툭 치며 불만을 표했다.
– 이상해. 날카로워.
“멜로디는?”
– 멜로디는 아직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느낌은 별로야.
주아는 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지 불만을 표했다. 계속되는 녹음에 소모되는 체력도 한몫을 차지했다. 강윤도, 슌 작곡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만족할 때까지 누구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음표의 빛이 미묘하게 변한다. 반주에 어떤 효과음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 거야.’
지금 나오는 효과음은 오르간과 피아노를 섞어 놓은 듯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키를 높일 때의 분위기를 확 고조시켜 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주아는 그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변경요청을 해 왔고 슌지 작곡가는 가져온 수많은 소리를 바꿔가며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고 있었다.
[주아 씨, 대단하네요.] “하하하….”슌지 작곡가는 감탄하고 있었다. 이미 5시간이 훌쩍 지났다. 녹음만 하는 게 아니었다. 작곡, 정확히는 편곡이라 할 수 있었다. 슌지 작곡가는 팬심만큼이나 그녀에게 딱 맞는 곡을 주고 싶어 했고, 주아는 제대로 된 노래를 받고 싶어 했다. 두 사람의 시너지는 좋았지만, 강윤은 지금 이대로는 효율이 없다 판단했다.
[안 되겠네요. 잠시 쉬었다 하죠.]결국, 강윤은 휴식을 선언했다. 강윤은 부스 안의 주아도 손짓하며 나오게 했다.
“아…. 힘들어….”
주아는 나오자마자 소파에 드러눕고 말았다. 짧은 티를 입은 탓에 얇은 허리가 훤히 드러났다. 슌지 작곡가가 헉하며 눈이 동그래졌지만 자주 봐온 강윤은 별 감흥이 없는지 평이하게 저녁 메뉴를 물었다.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신가요?] [저녁 시간입니까?] [초밥 좋아하십니까? 아니면 한식?] [한국인데, 한식을 먹어야죠. 낫토, 비슷한 게….]한국식 된장찌개, 슌지 작곡가는 이걸 원했다. 강윤은 바로 배달을 시켰다. 주아가 자기는 왜 안 물어보느냐며 투덜거렸지만, 완전히 무시했다. 이번 일에 말려들게 한 작은 복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된장찌개와 김치찌개, 순두부찌개가 배달되었다. 순두부찌개와 된장찌개는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지 소금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센스는 진짜 알아줘야 한다니까.”
주아는 아주 조금씩 순두부찌개에 소금을 넣으며 강윤을 칭찬했고, 슌지 작곡가도 간을 직접 맞추며 된장찌개를 먹기 시작했다. 한국의 짠 간을 각오했던 그는 강윤의 배려에 놀랐는지 연신 스고이를 외쳤다.
식사를 마치고, 강윤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머리가 아파온 강윤은 옥상으로 향했다. 잘 태우지 않는 담배가 생각났다.
“요즘 들어 담배가 맛있어지는 것 같아….”
강윤은 하늘로 연기를 흩뿌렸다. 하루 1개비 이상은 피우지 않는 담배였다. 2개 이상 태우면 머리가 아파 하루를 망쳐버린다. 그래도 하루 1개의 담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도 잘 몰랐다. 그저, 담배를 태우며 사색에 잠기는 것, 그게 좋았던 것인지도 몰랐다.
‘음표…. 음표라….’
강윤은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 주아에게서 나오는 음표들은 대부분 일정했다. 하지만 음표의 빛이 문제였다. 수많은 소리를 바꿔보고, 믹서에서 주아의 목소리에 효과음을 넣어보고 빼기도 해보았지만 음표들이 합쳐진 후 탁한 회색을 발하는 건 막지 못했다.
‘차라리 키 변동을 빼버릴까?’
하지만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를 전환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기는 너무 아까웠다.
그렇게 옥상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크리스티 안이었다.
“팀장님….”
“어라? 지금 연습 시간 아니었어?”
“오늘 일찍 끝나는 날이에요.”
크리스티 안은 똑 부러지는 어조로 답했다. 일대일 면담을 할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크리스티 안은 한결같았다. 강윤은 그제야 오늘이 단체 연습이 아닌 개인 연습이 있다는 걸 기억했다.
“아, 그렇지. 오늘은 개인 연습이 일찍 끝났구나.”
“네.”
“고생했어. 그럼 나중에 보자.”
담배를 다 태운 강윤이 옥상을 나서려는데 크리스티 안이 그를 잡았다.
“팀장님.”
“에?”
강윤으로선 의외였다. 크리스티 안이 자신을 먼저 부른 건 처음이었다.
“할 말 있니?”
“그게…. 궁금한 게 있어서요.”
그녀는 살짝 망설이는가 싶더니 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혹시 지금 주아 선배님 앨범 일 하러 가시는 건가요?”
“맞아.”
“죄송한데…. 저, 그거 견학해도 괜찮을까요?”
강윤은 의외였다. 지금까지 무언가를 먼저 요구나 부탁을 한 적이 없던 크리스티 안이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
“…..”
강윤의 물음에 크리스티 안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손을 비비 꼬더니 얼굴까지 붉히고 있었다.
“…조…. 좋아….”
“뭐라고?”
“서…. 선배님을…. 조…. 조…. 존경해서…. 요.”
강윤은 황당했다. 존경한다고 견학이라니. 얼토당토않은 이유에 강윤이 벙찐 얼굴이 되자 크리스티 안이 놀라 손을 내저었다.
“그…. 그런 게 아니라, 주…. 주아 선배님이 가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니까…. 자…. 자….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배.. 배울게 있지 않을까.. 해.. 해서….”
당황하는 크리스티 안은 재미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크리스티 안과의 상담 때 주아가 난입했을 때 동요하는 모습을 숨기려 했다. 결국, 강윤은 웃음이 나와 버렸다.
“쿡쿡.”
“…..”
강윤이 결국 킥킥 웃기 시작하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나빠질 게 없다 판단한 강윤은 승낙했다.
“알았어, 결국 작업하는 게 보고 싶은 거지? 네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
“네, 네!!”
강윤은 그녀에게 핑계를 만들어 주었다. 평소에 시크하던 크리스티 안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미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작업 중인데 괜찮겠어? 걔 이땐 까칠한데.”
“네, 괜찮아요!!”
“가자, 그럼. 저녁은 먹었고?”
“저녁 안 먹어도 괜찮아요.”
“그건 아니지.”
강윤은 크리스티 안과 함께 휴게실로 가서 빵과 음료수를 사주었다. 5분도 안 돼 빵을 해치워버린 크리스티 안은 빨리 가자며 강윤을 은근히 보챘다. 강윤은 주아의 작업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눈에 빛을 내는 크리스티 안을 보며 크게 웃었다.
‘내가 주아 선배님 작업하는 걸 보게 된다니!!’
모든 연습생에게 동경, 부러움, 질투이며 배움의 대상인 주아의 작업을 보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크리스티 안은 두근두근했다. 그런 마음을 안고 스튜디오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런데….
‘이거 무슨 냄새야?’
스튜디오 안을 감싼 구수한 음식 향기가 크리스티 안을 반겨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냄새 공격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오빠는 무슨 식후땡을 1시간 동안 하고 오냐?”
“30분도 안 있었어….”
“됐거든. 내가 1시간이라면 1시간이야.”
담배 한 대로 강윤은 주아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안에겐 그런 주아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옅은 화장기 어린 얼굴에 살짝 타이트한 트레이닝 복을 입은 주아의 모습은 빛이 나고 있었는데 된장찌개를 들고 강윤과 투닥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뭔가 저렴해 보였다.
“후배도 있는데 왜 그러냐.”
“어디? 아, 그러네.”
그러나 주아는 크리스티 안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냥 못 본체한 주아에게 크리스티 안은 90도로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어, 그래.”
주아는 간단하게 받아 주었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하곤 크리스티 안에게 믹서 옆자리, 부스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여기 앉아서 봐. 작업 중엔 예민하니까 끼어들면 안 돼.”
“네.”
크리스티 안은 주아의 쌀쌀맞은 행동에 서운해하거나 하진 않았다. 원래 후배들에게 쌀쌀맞은 주아라는걸 잘 알았다. 아니, 오히려 더 눈을 빛내고 있었다.
‘멋있어!!’
오히려, 그녀의 이런 모습이 쿨내가 난다며 좋아하고 있었다.
주아가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가고, 다시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직도 맞춰 볼 수많은 소리가 있었다. 슌지 작곡가가 기계를 만지는 가운데 주아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퍼지기 시작했다.
‘노래 좋다!!’
크리스티 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평소, 무심한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헤드셋을 끼고 노래하는 주아를 보며 빠져들고 있었다.
– 오빠, 어때?
“방금 것보단 나은데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음표들의 작은 변화들을 보느라 강윤도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슌지 작곡가도 계속되는 작업에 지쳐갔지만 좋은 노래를 위한 여정에 계속 함께했다.
결국, 준비해 온 효과들도 동나고 말았다.
수없이 많은 효과를 넣고 빼고 하는 작업 중에 기어이 모든 소리를 다 써보았다는 선언을 들은 강윤은 기찬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주아도 부스에서 나와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주저앉았다.
‘결국, 이건 아니라는 건가?’
강윤은 고민했다.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효과음이 아니라면 결국….
‘멜로디!!’
그때, 강윤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결국 답은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괴로웠다.
[죄송한데 멜로디를 수정할 수 있겠습니까?] [가능하죠. 이렇게, 이렇게….]슌지 작곡가는 컴퓨터로 디지털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었다. 주아가 부를 노래의 음이 바뀐 것이다.
“이거면 될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끈덕진 주아도 지쳐 불안함을 보이고 있었다. 강윤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조금만 해보자. 안되면…. 에이. 갈아엎지 뭐.”
“전엔 안된다며.”
“이 고생을 했는데도 안 된다 하면 문제가 있는 거지. 어떻게든 해볼게.”
“역시!!”
물론, 이건 하얀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강윤의 그 말에 주아는 기운을 얻어 다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멜로디를 따라 수정된 효과음들과 섞인 MR이 흘러나왔고 주아도 박자를 세며 노래를 시작했다.
– 繰り- 返して—-
“!!!!”
강윤은 일정한 크기로 흘러나오는 음표와 음표가 만드는 강한 하얀빛에 쾌재를 불렀다. 슌지 작곡가도 느낌이 확연히 사는 노래에 살포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여성스러운 그만의 스타일이었다.
‘주아 언니 멋지다. 팀장님도….’
오랜 시간, 떠나지 않은 크리스티 안도 이 작업에 졸린 눈을 비비며 동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네요.] [그렇죠?]강윤의 말에 슌지 작곡가도 동감하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가 모래까지 살을 붙여 곡을 가져오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 시간이…. 어이구.]슌지 작곡가는 시계를 보더니 헉소리를 냈다. 이미 새벽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집중하느라 시계 한 번 제대로 보지 않은 게 컸다.
주아도 부스를 나오며 시원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 끝끝끝!! 끄읕!! 수고하셨습니다!!”
힘든 과정을 훌훌 털어버리려는 듯, 주아는 강윤과 슌지 작곡가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수고했어.”
“오빠, 정말 고마워. 내가 이 은혜는 저번에 나 대신 저 애들한테 간 거 잊는 거로 대신할게.”
“…뭐라는 거냐.”
주아가 자신을 밉살맞게 바라보자 크리스티 안은 기겁을 했다. 자신들이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나 싶었다. 그러나 강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할 말을 이어갔다.
“애들한테 말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오늘은 늦었으니까 빨리 가서 쉬어.”
“네네. 수고했어요. 작곡가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소그하셔스므니다.”
어찌 되었든, 작업도 무사히 끝나고 스튜디오에서의 새벽 작업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
.
.
“크리스티.”
“…..”
“크리스티.”
“…..”
“야!! 크리스티!!”
“…츠릅….”
크리스티 안이 눈을 떠보니 영어 선생님이 자신 앞에 서 있었다. 그녀 옆에서는 정민아가 킥킥대고 있었다.
“아무리 연습생이라도 학교에서 잠은 안된다 했지? 차라리 딴짓을 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복도에 나가서 서 있어!!”
“…네.”
크리스티 안은 영어 선생님의 매서운 분노를 맞고 복도로 쫓겨났다.
‘회화도 못 하는 게….’
졸다가 쫓겨났지만, 그녀의 입술은 삐죽거렸다. 선생님을 욕하는 건 덤이었다. 사실, 수업을 들어봐야 남는게 없어서 조는 이유도 있었다. 멍한 눈으로 그녀는 어제 일을 생각했다.
‘주아 선배님. 진짜 멋있었어. 같은 노래를 느낌이 다르다고 불러보고, 또 불러보고 결국 마음에 들 때까지….’
뮤지션의 모습을 보니 눈이 반짝거렸다. 어젠 졸리지도 않았다. 물론, 당사자인 주아는 지겨워 죽을 맛이었지만 콩깍지가 제대로 쓰인 크리스티 안에겐 전혀 그렇게 보일 리 없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내가 녹음한 노래를 사람들이 들어주고, 화려한 조명에 드라이아이스가 깔린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생각만 해도 몸이 절로 떨려왔다.
“아아…. 너무 좋아.”
“남자친구 생각 하냐?”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너냐?”
“그래, 나다.”
동료이자 학교 반 친구, 정민아였다. 그녀도 한창 졸다 나왔는지 이마에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졸았냐?”
“저런 노잼 수업을 어떻게 계속 듣겠어?”
“하긴.”
크리스티 안이 이마 자국을 보며 묻자 정민아가 퉁명스레 답했다. 크리스티 안은 바로 수긍했다. 영어 선생님의 수업은 수면제로 유명했다.
“주아 선배 녹음하는 곳에 있던 거야?”
“어. 새벽 4시까지 작업하더라. 녹음은 아니고 곡 수정이라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
“그렇게 좋은 게 있으면 같이 좀 가지. 혼자만 좋은 거 보고.”
정민아는 아쉬웠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크리스티 안은 관심이 없었는지 퉁명스레 답했다.
“좋은 건 혼자 봐야 재미있는 거야.”
“못 된 것만 배워 가지곤. 앞으로 내 배 베지 마.”
“언젠 허락받고 벴어?”
“호오라?”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할 때, 교실 안에서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것들이!! 복도 밖에서도 떠들어?!”
“…..”
불호령에 두 사람은 잠시 잠잠해지다가, 곧 조용히 소곤거렸다.
‘너 때문이잖아!!’
‘뭐래. 니 목소리가 커서 그런 거거든?’
정민아와 크리스티 안의 티격거림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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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이 끝나고 3일 뒤에 완성된 곡을 가져오기로 했지만, 슌지 작곡가는 바로 다음 날 저녁, 완성된 곡을 들고 MG엔터테인먼트를 찾아왔다.
덕분에 퇴근을 서두르던 강윤이나 숙소에서 쉬고 있던 주아도 회사로 급히 달려와야 했다.
스튜디오에서 미리 세팅하며, 강윤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곧 주아가 도착하자 세 사람은 곡을 들어보았다.
“멜로디는 굿. 불러봐야 더 알겠지만.”
“바로 해보자.”
주아는 바로 부스 안으로 들어가 헤드셋을 섰다. 쓰고 온 비니모자를 벗으니 머리가 엉망이 되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노래가 시작되자 음표가 나오며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좋아졌다.’
이전의 곡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강윤은 음표나 빛이나 긍정적으로 변한 것들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주아랑 잘 맞네요.] [제가 듣기에도 그렇습니다.]슌지 작곡가도 만족스러운지 연신 미소였다.
‘여기부터 문제다.’
강윤은 바짝 긴장했다. 1절이 지나고, 2절의 음이 변하는 부분. 드디어 이 부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곡이 확 살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있을지 강윤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 繰り–返して——
주아의 노래가 스튜디오를 울리며, 그녀의 빛이 요동쳤다. 2절의 키가 올라가는 부분이 부드럽게 변화하면서 빛이 더더욱 강렬해졌다. 음표들이 만들어내는 빛들이 더욱 힘을 받으면서 옆에 있던 크리스티 안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완전 멋있다…”
크리스티 안은 멍하니 입까지 벌렸다. 평소에 감탄사는커녕 작은 감상도 잘 내지 않는 크리스티 안이다. 강한 빛과 함께 확실한 반응을 보니 강윤은 노래가 좋아졌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음에 듭니다.] [고생 많이 했어요. 팬심의 힘이에요.]주아의 노래가 스튜디오에 퍼지는 와중에, 강윤은 슌지 작곡가의 손을 굳게 잡았다.
.
.
.
“오빠, 이번 노래 대박.”
슌지 작곡가가 돌아가고, 주아는 스튜디오의 고급진 소파에 누워 강윤에게 엄지를 척 내밀었다.
“이제 안심이야?”
“원래 이랬어야지. 아, 진짜. 그 미친놈이 자꾸 이상한 곡을 밀어붙이니까….”
“작곡가 보니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작곡가 말고. 기획 PD 말이야. 오빠같이 말도 안 통하고, 자기 말이 옳다며 자기 말만 들으라는 이상한 놈이야. 난 한국사람이라고 여기 잘 모른다면서 자기 말만 들으면 다 통한다고 하는 거 있지?”
주아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났는지 일본 기획자 욕을 한참 해댔다. 쌓인 게 많은지 손까지 파르르 떨며 열변을 토했다. 강윤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만나보기 전까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이제 두 곡을 비교해서 설득하는 일만 남았네.”
“오빠가 이것도 해 주는 거지?”
“아니.”
강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주아는 당연히 발끈했다.
“아, 또 왜!!”
“내 일은 여기까지잖아. 곡 같이 봐줬으면 됐지, 왜 또.”
“오빠!!”
주아가 계속 강윤에게 매달렸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나도 내 일을 해야지. 주아 너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리면 다른 애들 일은 언제 하겠어.”
“윽…”
“이 정도 했으니까 양보해달라고. 곡도 제대로 나왔으니 설득 정도는 네가 할 수 있잖아?”
주아는 할 말이 없었다. 강윤의 말이 맞았다. 사실 일방적으로 매달리다 시피해서 신세를 진 게 미안하기도 했다.
“알았어. 근데 좀 서운하다?”
“이 정도 해줬으면 됐지, 서운하다니. 적반하장이다?”
“…하여간. 무슨 말을 못해요. 뭔 이렇게 사람이 강해.”
“여동생 키워봐. 이렇게 된다.”
“쳇. 이해했다. 거기, 너.”
주아는 강윤의 동생, 희윤을 생각하니 대번에 이해가 되었다. 강윤이 대쪽같은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는 주아의 화살이 크리스티 안에게로 돌아갔다.
“네, 네!!”
“팀장님 말 잘 들어라. 너희 애들한테도 그대로 전해.”
“네!!”
기합이 바짝 든 크리스티 안을 보고 만족했는지 주아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강윤은 헛웃음이 나왔다.
“내 앞에서 군기 잡냐?”
“훗. 애들 말 안 들으면 말해. 내 일도 안 하면서 맡는 애들이 말도 안 듣는다? 그냥 콱….”
“야야.”
“하하하. 그럼 나중에 봐.”
강윤에게 잔소리 폭격을 맞을까, 주아는 서둘러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강윤은 언제나 제멋대로 성격인 주아를 보며 풋소리를 냈다.
“하여튼. 웃긴다니까. 크리스티. 가자.”
“…..”
“크리스티?”
“….네. 가…. 가요.”
크리스티 안은 울상이 되었다가 강윤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왜 내가….’
강윤과 일을 못 하게 해서 주아에게 미움을 받는다니…. 크리스티 안은 억울했다. 한편으론 자신들이 그만큼 대단한 것 같아 마음이 단단해지기도 했지만 당장 주아에게 미움받는 것 같아 가슴이 떨려왔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윤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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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에서, 강윤은 이현지 사장과 공연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거, 기한 절대 못 맞춥니다.”
강윤은 이현지 사장이 들고 온 ‘이민수 25주년 콘서트’라는 제목의 서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리인가요?”
“네. 지금이 아니라 못해도 2주 전에는 뛰어들었어야 했습니다. 저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1만 명 규모의 콘서트라면 여러 업체와 함께 일을 해야 할 텐데, 업체 선정하고 자금확보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무리수가 따를 겁니다. 결국, 무리해서 이 일을 한다 해도 남는 게 없을 겁니다.”
“아까운데…. 1%의 가능성도 없는 건가요?”
중견 가수 이민수의 25주년 콘서트.
이현지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를 가져온 게 진심으로 아까운지 계속 강윤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단호했다.
“네.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발주자인 이상 단가를 후려쳐야 할 겁니다. 그렇게 들어간다면 다른 업체들에 소문도 좋지 않게 날 겁니다. 남는 이익도 없고 소문도 안 좋게 나면 앞으로 공연팀을 꾸리기도 힘들 겁니다. 현재의 이익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 봅니다.”
“아…. 머리 아프군요. 그때 회장님을 어떻게든 설득했어야 하는데….”
이현지 사장은 원진문 회장이 강윤을 주아 일로 투입했을 때, 어떻게든 그를 설득하지 못한 게 후회되었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놓친 게 아쉬워도 너무 아쉬웠다.
그러나 강윤의 생각은 달랐다.
“회장님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신 걸지도 모릅니다. 전 지금 걸그룹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콘서트는 단시간에 뚝딱 해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몇 달간 그것에만 매달려야 하는데, 걸그룹을 끼고는 온전히 해내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일지도 모르죠.”
“이 팀장이라면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저를 높게 봐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때, 사장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회장실의 연락이었다.
– 이 사장. 혹시 이 팀장과 같이 있나?
“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 이 팀장 있으면 회장실로 오라 해줄 수 있겠나? 지금 바로.
“알겠습니다.”
급한 일인지 비서실을 통해서가 아닌, 원진문 회장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 이현지 사장이 일을 방해받아 머리를 쥐고 있을 때, 강윤은 바로 일어났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강윤은 바로 회장실로 향했다. 중요한 요지는 이미 다 설명했다. 이번 일은 시기상조다. 이현지 사장도 결국 안타깝지만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강윤은 생각했다.
회장실로 들어가니 원진문 회장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30대 후반의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이 팀장.”
“부르셨습니까.”
“인사하지. 여긴 일본에서 온….”
그러나 노란 머리의 남자는 강윤을 보자마자 의자에 앉은 채 굳은 얼굴로 올려다봤다.
[아카바시 타오라 합니다.] [이강윤입니다.]앉아서 악수하는 게 심상치 않았다. 원진문 회장도, 강윤도 그를 보는 눈이 살며시 찡그려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강윤 씨, 왜 제 작업에 참견이십니까?]강윤은 대번에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아의 일본 미니앨범 기획자였다.
그는 화가 많이 난 듯했다. 강윤이 아는 일본인들은 직접 화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뒤에 칼을 가는 기질이 있었지만, 그는 앞에서 직접 폭발시키고 있었다. 그가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침착했다.
강윤은 분노하며 열변을 토해내는 아카바시 프로듀서 앞에 냉정하게 자기 생각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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