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57
15화 – 소모임에서 친 사고(完) >
민진서는 최찬양 교수에겐 멋들어진 사인과 함께 사진촬영까지 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최찬양 교수는 뜻밖의 행복에 감사에 감사를 거듭했다. 강윤이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냐며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못했다. 혼자살면 다 그런가하며 넘길 따름이었다.
최찬양 교수와 헤어지고 두 사람은 한산한 거리로 나섰다.
“하하하. 선생님이 음악을 배우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강윤은 평소와 다르게 민진서의 밴을 탔다. 혹시라도 무슨 말이 나올까 거듭 사양했지만, 민진서가 이번만, 이번만 하는 통에 결국 뿌리치지 못했다. 물론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와 편안하게 가고 싶다는 이유도 함께했다.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는 거야. 혹시 알아? 내가 작곡도 하게 될지?”
“선생님이 노래 만들면 저도 주시는 거에요?”
“노래엔 관심도 없는 애가 무슨 말이래?”
민진서가 노래 쪽엔 크게 관심이 없다는 건 강윤이 가장 잘 알았다. 그런데 민진서는 농담이 아니었는지 거듭 말했다.
“선생님이 만든 곡이라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저 가수로 데뷔하라고 권유받았었잖아요. 재능은 인정받은 몸이에요.”
“이 바닥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
강윤은 농담일 줄 알고 가볍게 웃어넘기려 했다. 그런데 오기라도 생겼는지 민진서는 거듭 말했다.
“농담 아닌데. 선생님이 주신 곡이라면 노래 해보고 싶은데요?”
“나원. 그러면 작곡하게 되면 줄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약속하셨어요?”
“알았어, 알았어. 아직 음표인지 콩나물인지 구별도 안 되는데 언제 작곡을 하겠어. 하하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지만 강윤은 가볍게 승낙했다. 아직 작곡은 먼 이야기였다. 애초에 화성학을 배우는 이유가 음악을 더 체계적으로 알게 되면 이 보는 능력이 더 개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화성학을 넘어선 작곡은 지금으로선 무리라는 생각이
었다.
하지만 뭔가가 쓰였는지 민진서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선생님은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꼭.”
“처음에는 뭘 보고 자길 믿느냐면서 화내놓고선.”
“그…. 그건 그때고요. 지금하고 같나요.”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민진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강윤은 홍당무라고 놀려댔다. 화기애애하게 폭력과 사랑이 난무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밴은 이내 강윤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고마워.”
“선생님은 이런 곳에 사시는구나.”
민진서는 차 안에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내려서 배웅을 해주려 했지만, 강윤이 그러지 못하게 했다. 민진서에게 언뜻 서운함이 내비쳤지만, 강윤은 이런 면에서 철저했다. 민진서는 아쉬웠지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
“그럼, 선생님. 나중에 봬요.”
“잘 가고.”
밴의 문이 닫히자 강윤은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해 강윤은 장을 보고 오는 희윤과 마주쳤다.
“오빠?”
“희윤아.”
거리에서 마주치니 동생이 더 반가웠다. 강윤은 희윤의 양손에 가득 든 봉지를 대신 들었다. 희윤이 만류했지만, 강윤은 무시하며 걷기 시작했다. 희윤이 이내 따라오자 천천히 남매는 밤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빠, 밴이다.”
희윤이 그들을 지나쳐가는 밴을 가리켰다. 방금 강윤이 타고 온 민진서의 밴이었다.
“그러게.”
“난 밴 보면 오빠 생각나. 옛날엔 맨날 타고 다녔었잖아.”
“옛날이야기지.”
동생과 대화를 나누며, 강윤은 집으로 향했다.
.
.
.
공연팀 업무는 없었다. 그러나 걸그룹 업무가 늘어나면서 강윤의 책상 위는 서류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책상 위에서만 업무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회의는 기본, 현장도 가봐야 했고 그 외 여러 가지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강윤은 몸이 3개라도 모자랐다.
“아저…. 팀장님. 아아. 너무 어려워요….”
연습실에 들른 강윤을 보자마자 정민아는 투덜거렸다. 언제나 한결같은 그 모습에 강윤은 그녀의 이마를 사랑을 담아 밀어주었다. 정민아가 발끈하며 난리였지만 강윤은 쉬이 넘어갔다.
“투덜이. 오늘은 또 뭔데?”
“투덜이라뇨!! 정민아라는 예쁜 이름이 있건만!! 암튼 댄스 대회라뇨. 그것도 한 달 전에 주시면 어떡해요. 연습시간 부족할 텐데….”
“민아 너라면 한 달도 길어.”
“그…. 그건 그렇지만.”
통보를 늦게 받아 연습 기간이 부족했다며 정민아는 툴툴댔다. 그러나 강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태연했다.
“이 정도 대회에서 우승 못 하면 망신이야, 망신.”
“쳇. 부담도 어지간히 주시네요. 뭐…. 믿어 주신다니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런데요….”
정민아는 잘 나간다 싶더니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리고는 불만이 있는지 다시 투덜거렸다.
“팀장님. 저도 TV에 나가고, 광고도 찍고 싶다고요. 그런데 왜 저만 이런 코딱지만한 대회에 나가야 하느냐고요~ 오…. 흐잉. 네에?”
“뭐야. 결국, 그게 불만이었냐?”
“뽀대가 안 나잖아요. 뽀대가아. 뭐…. 삼순이처럼 시골에서 할머니들한테 애교 부리는 방송에는 나가기 싫지만….”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정민아는 쭈뼛댔다. 한주연의 방송을 시작으로 크리스티 안의 CF, 서한유는 뮤직비디오, 에일리 정의 교육방송 출연 등 그녀는 부러운 것투성이였다.
“하여간, 넌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탈이야.”
“제가 원래 좀 그래요. 후훗.”
“그렇다고 비보이 대회를 나갈 순 없잖아? 헤드스핀이라도 해볼래?”
“못 할 건 없죠. 배우면 되지.”
“그래, 한번 돌자, 돌아. 나도 돌겠다. 일루와.”
“으악!! 이 악덕 팀장!!”
정민아는 강윤에게 계속 툴툴거렸다. 하지만 툴툴거리면서도 강윤의 말에 반발하거나 게으름을 부린 적은 절대 없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정민아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잠깐의 살풀이(?)가 끝나고 정민아가 차분해진 어조로 물었다.
“저도 당연히 같이 가 주시는 거죠?”
“뭐가 당연해? 바빠.”
“뭐에요. 한주연 같은 애들은 같이 갔으면서?”
“넌 잘하잖아.”
“아, 몰라. 나 안 해.”
말은 그렇게 해도 정민아는 강윤이 정말로 바쁘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존재는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윤의 표정을 보며 진짜로 곤란하다는 걸 눈치챘는지 정민아는 투덜거리며 말을 돌렸다.
정민아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른 소녀들도 함께 본 강윤은 이후 회의를 위해 2층으로 향했다. 사원들에게 현황을 보고받은 후 본격적으로 쇼케이스에 대한 지시를 내리니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다음 날, 강윤이 사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MG엔터테인먼트 전속 작곡가 로인이었다. 그녀는 눈을 찌르는 머리를 한번 넘기고는 강윤에게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어서 오십시오.”
그녀는 들고 온 USB와 서류파일을 강윤에게 넘겨주었다. 강윤이 서류파일을 넘겨보니 악보였다.
“곡이 나왔군요.”
“네. 일정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들었어요. 그래서 힘을 내봤죠.”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들어볼까요.”
강윤은 컴퓨터에 USB를 꽂고 재생시켰다. 가볍지만, 리듬감 있는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이드를 부른 연습생의 목소리도 괜….
‘주아 목소리잖아?’
강윤은 당황스러웠다. 그의 당황스러움을 알았는지 로인 작곡가가 설명을 해주었다.
“주아가 자청했어요. 중요한 후배들의 첫 곡인데 선배가 나서줘야 한다네요.”
“하여간 애들 기죽이는데 뭐 있다니까.”
가이드송이 더 좋으면 어쩌라는 건지. 선배는 무슨. 분명히 강윤 때문에 시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게 뻔했다. 이 가이드를 들으면 소녀들의 부담이 엄청나질게 뻔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강윤은 골머리를 앓았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이 노래…. 그러고 보니 옛날 그 노래잖아?’
강윤은 원래 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우리 이야기’는 그의 과거에 에디오스가 유일하게 실패한 곡이었다. 과거의 실패를 생각하니 강윤은 이 곡을 거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다른 생각도 들었다.
‘우린 지금 멤버도, 인원도 다르잖아?’
과거의 에디오스와 지금의 소녀들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이 정도론 부족하다 생각했다. 강윤은 노래를 듣는 내내 표정이 심각해졌다.
노래가 끝나고, 로인 작곡가가 강윤을 보며 물었다.
“노래 별로였나요?”
“아, 아닙니다. 생각할 게 있어서.”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로인 작곡가는 긴장했다. 작곡가 입장에서 곡을 거부당하는 기분은 자식이 버림당하는 기분과 같았다. 강윤이 혹시 그러는 것은 아닐까, 그녀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다른 곡은 없습니까?”
“다른…. 곡이요?”
아니나다를까.
로인은 눈을 감아버렸다.
“비교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른 곡도 있나요?”
“네, 물론…. 하지만 가이드도 없고 멜로디랑 악보만 있어요.”
로인 작곡가는 이 곡에 더 무게를 두고 준비해왔다는 걸 어필했다. 그러나 강윤은 요지부동이었다. 기어이 USB 안에서 곡을 찾아 재생하고는 그녀의 휴대전화에 있는 악보도 크게 확대해 보기 시작했다.
가이드송이 없어 느낌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가벼우면서 신나는 느낌은 전의 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강윤은 알았다는 듯, 서류에 체크를 했다.
“일단 이 두 개를 다 해봐야겠군요. 그 이후에 이야기해봅시다.”
“알겠습니다. 내일까지 완료해오죠.”
로인 작곡가와 의견을 조금 더 조율하고, 강윤은 곡과 관련된 업무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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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
강윤은 학생밴드가 한창 연습에 한창인 한려 예술대학에 있었다.
“아, 그게 아니고, 여긴 이렇게….”
“어? 난 이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문미진과 구형석이 이게 맞네, 저건 아니네 하며 악보로 알력다툼에 한창이었다. 강윤은 최찬양 교수 옆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쟤는 악보도 보내줬건만.’
강윤은 이현아에게 계속 눈치를 줬다. 그러나 이현아는 말이 없었다. 간간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만 할 뿐, 실질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진 않았다. 힘들게 오지완 프로듀서에게까지 부탁해 그녀에게 말해줬건만, 강윤은 답답했다.
“밥 먹고 할까요?”
2시가 훌쩍 지나, 최찬양 교수가 모두에게 식사를 권하자 간신히 연습을 가장한 곡 토론이 끝이 났다. 그는 중식을 주문했고 모두가 신나 열심히 식사했다.
간짜장을 먹은 강윤은 양치도 할 겸 잠시 밖으로 나왔다. 양치한 후 학생회관 밖을 나오니 이현아가 혼자 멍하니 벤치에 앉아 있었다.
“뭐해?”
“아, 오빠.”
이현아는 살짝 움직여 강윤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오늘도 곡에 대해 말을 못하네.”
“…..”
“먼저 나서보라니까.”
강윤이 아무리 북돋워 주어도 그녀는 말이 없었다. 선뜻 선후배 사이의 룰을 깨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놈의 하극상. 줘봐.”
결국, 답답함에 못 이긴 강윤이 그녀에게서 악보를 빼앗아 들었다.
“오빠.”
“답답해서 원….”
“…..”
자신이 노력한 게 아까워서라도, 강윤은 꼭 이 악보의 결과가 보고 싶었다. 이현아가 우물쭈물했지만, 강윤은 휙 돌아서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연습시간이 돌아왔다. 강윤은 최찬양 교수 옆에서 나와 리더 민찬민에게로 왔다.
“형님, 할 말 있으십니까?”
“내가 교수님 도움을 받아서 약간 곡을 손봤는데 한 번만 봐줄래?”
뒤에서 듣고 있던 최찬양 교수가 무슨 말인가 하며 강윤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강윤과 눈빛을 마주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민찬민은 강윤에게서 받아든 악보를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신시사이저로 멜로디를 연주해보더니 곧 모두를 불러모았다.
“형석아. 이 부분 괜찮지 않냐?”
“어어. 여기가 맨날 이상했잖아. 이야, 여기 좋다.”
“늘어졌던 부분도 타이트하게 교정됐네요. 이거 맘에 든다.”
김희진까지 강윤이 준 악보가 마음에 드는지 칭찬이 줄을 이었다. 김희진이 이어 문미영에게도 악보를 보여주니 문미영도 천천히 악보를 보고는 괜찮다며 바로 해보자며 드럼에 앉았다.
“형. 작곡해본 적 없으시다면서요? 우리도 이거 많이 막혔던 부분인데…”
“교수님 도움을 받았잖아.”
강윤은 구형석의 칭찬을 가볍게 넘겼다. 모두가 마찬가지로 강윤이 준 악보에 호의적이었다.
그때, 밖에 있던 이현아가 들어왔다.
“현아야. 이 악보 볼래? 강윤 오빠가 가져온 건데 완전 괜찮다?”
“네?”
김희진의 말에 이현아는 악보를 받아들었다. 강윤이 빼앗다시피 가져간 자신의 악보였다. 그녀는 강윤과 악보를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어때? 좋지?”
“아, 네. 좋네요.”
“그럼 연습해보자. 아, 오랜만에 시원한 연주 할 수 있겠는데?”
김희진이 이현아를 보컬의 자리로 잡아끌고, 자신은 베이스를 꺼내 맸다.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자 힘 있는 연주가 시작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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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이 끝나고, 강윤은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노래 좋네.’
연습 때 보았던 강렬한 하얀빛은 아직도 강윤의 앞에 아른거렸다. 모두가 그 효과에 매료되었는지 연신 강윤에게 대단하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물론, 강윤은 자신의 곡도 아니었기에 무심히 넘어갔지만….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데 익숙한 얼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현아야.”
악보의 주인, 이현아였다. 이미 몇 대의 지하철을 보냈는지 역에는 그녀 혼자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먼저 가지 않고선.”
강윤은 최찬양 교수와 커피 타임을 갖느라 다른 사람보다 늦게 귀가 중이었다.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제 노래를 쓸 수 있게 해 주셔서….”
이현아는 꾸벅 강윤에게 인사했다. 그러나 강윤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인사 받고 싶지 않아. 난 네가 직접 말하길 바랬어.”
“…죄송해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을 텐데, 같은 일이 생기면 계속 이럴 거 아냐. 나한테 죄송한 게 문제가 아니지.”
강윤의 말은 따가웠다. 이현아는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푸욱 숙였다.
“난 내가 살펴본 노래가 묻히는 게 싫어서 말한 것뿐이야. 엄밀히 말하면 고마워할 이유는 없어. 다만 한마디 하자면 앞으로는 이렇게 피하지 않으면 한다.”
“…네. 그래도 제 곡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게 네 곡이라는 건 네가 직접 말하도록 해.”
강윤이 독하게 말을 하긴 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했다. 강윤이 아니었으면 계속 마음으로 괴로워했을 것이다. 곡이 어떤지 봐주고, 행동까지 해준 강윤의 호의는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그래. 휴, 잔소리도 이 정도면 되겠지. 내 가수도 아니고.”
강윤은 ‘이만하면 됐다.’ 생각하곤 지하철에 올랐다. 이현아도 그를 따라 옆에 앉았다.
지난주와는 다르게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현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강윤은 조용히 눈을 붙였다. 아무도 없는 지하철 안은 두 사람에게 휴식을 제공했다.
그런데 강윤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진동을 울렸다. 최찬양 교수의 전화였다. 강윤이 간단하게 인사를 하니 곧 상대방이 용건을 이야기했다.
– 오늘 주신 곡이 워낙 좋아서 우리만 듣기 아깝더군요. 그래서 이 곡으로 대회라도 나가 보려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대회요? 대회라. 재미있겠네요. 괜찮습니다.”
강윤은 이현아 본인이 이야기할 때까지 곡이 그녀의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법이었다. 강윤은 ‘어디까지 가나 보자.’라는 생각에 승낙했다.
– 감사합니다. 방금 신청서 넣었어요.
“이야, 응원 가야겠네요. 무슨 대회인가요?”
강윤은 부담없이 가볍게 물었다. 그런데, 그의 예상과는 달리 휴대전화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엄청난 말이 들려왔다.
– 대학가요제에요.
“…네에? 잠깐만요. 죄송한데 한 번만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 대학가요제요.
갑자기 불어닥친 전국구 대회의 위엄에 강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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