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59
16화 – 첫선을 보이다(完) >
점잖은 사람들의 박수와 함께 6명의 소녀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브이자형으로 소녀들이 대열을 맞추고 준비를 끝내자 AR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MR 무대보다 AR 무대를 보이는 게 낫겠다는 강윤의 판단에 의해서였다.
정민아를 센터로 해서 힐을 신은 소녀들의 활기찬 춤이 시작되었다. 셔터가 연신 터지고 업계 관계자들도 휴대전화로 몰래몰래 촬영하며 관계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무대에 집중했다.
크리스탈룸의 입구 쪽에서 강윤은 이현지 사장과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많은 준비를 했군요.”
이현지 사장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걸그룹의 격렬함에 놀랐는지 놀라움을 표했다. 칼군무는 말할 것도 없었다. 힐을 신고도 격렬한 움직임도 수월하게 소화하는 소녀들은 놀라움의 극치였다. 강윤이 지독하게 연습을 시킨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강윤은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AR입니다. 지금 보여주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저런 안무를 라이브로 소화하겠다는 말인가요? 쉽지 않을 텐데…. 주아 정도 되면 가능하겠군요. 그렇다면 주아 6명이 한 그룹에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군요.”
이현지 사장은 그 말에 씨익 웃는 강윤이 무섭다 느껴졌다. 그의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싶을 정도였다. 저런 강도 높은 안무는 ‘포스트 주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윤이 아직 멀었다는 듯 고개를 살며시 젓는 모습을 보니 저 애들도 많이 피곤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쓰럽기까지 했다.
“허이고, 현지야.”
강윤과 이현지 사장이 걸그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추만지 사장이 천천히 다가왔다. 강윤의 목례를 가볍게 받은 그는 이현지 사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에요, 추 사장님.”
“사장님 소리는. 그냥 옛날처럼 오빠라 불러.”
“여긴 공적인 자리입니다, 추만지 사장님.”
“재미없게. 그래그래, 이. 사장님. 잘 지냈어?”
그제야 이현지 사장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았다. 소녀들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계속되는 가운데 추만지 사장이 감탄사를 이어갔다.
“대단해. 저 정도 애들이면 못해도 5년 이상은 준비했겠는데? 애들 잘 묶었네. 그림 나온다.”
“칭찬 고마워요.”
“이야, 볼수록 그림 나오네. 세레니를 잇는 계보구만.”
추만지 사장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연중에 이현지 사장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현지 사장은 아는지 모르는지 별말을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말을 흘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어느새 소녀들의 노래가 끝이 났다.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이어 다음 곡이 이어졌다. 역시 AR 무대였다. 무대를 지켜보며 추만지 사장이 아쉽다며 한마디 했다.
“잘하는데, 라이브를 못 듣는 게 아쉽군. 목소리도 들어보고 싶은데.”
“저런 안무를 소화하면서 라이브는 무리니까요. 힐을 신고 저런 퍼포먼스를 추면서 라이브까지 하는 건 무리죠.”
“하긴.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관계자 쇼케이스를 크게 하는 걸 보니 곧 데뷔하겠네?”
추만지 사장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강윤은 그가 이현지 사장을 떠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추만지. 윤슬 엔터테인먼트 사장이다. 한국의 4대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를 이끄는 수완이 대단한 사람이야.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
강윤은 의문이었다. 원래 대범하며 모험 정신이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무대포에 밀어붙이기만 하는 줄 안다. 그러나 그는 철저하게 계산하며 행동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분명히 지금 그의 질문에도 이유가 있을 거라 강윤은 생각했다.
“데뷔라. 오빠는 회사 기밀을 다른 곳에 이야기 하나요?”
“후. 그러네. 미안. 내 생각이 짧았네.”
이현지 사장이 정색하며 나오자 그제야 그가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러나 강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가 잠깐 웃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곧 데뷔한다는 확신을 얻었겠군. 무엇을 노리는지는 모르…. 잠깐.’
윤슬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걸그룹이 있었다. 에디오스와 같은 시기에 데뷔하는 4인조 걸그룹 다이아틴이었다. 강윤의 과거에 에디오스 데뷔 초기, 처참하게 실패하게 되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다이아틴과 자꾸 비교당한 데 있었다.
‘다이아틴은 에디오스와 아예 같은 무대에서 데뷔했지 아마? 처음에는 인기도 더 엄청났어. 중간에 각종 스캔들과 공백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에디오스에 자리를 내줬지만 말이야. 이거 경계해야겠는데?’
과거를 생각한 강윤은 추만지 사장을 경계했다. 강윤으로 인해 미래가 틀어지고 있었지만, 아직 영향을 받지 않은 일들은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얽혀 예상치 못한 일들도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강윤은 차분히 나섰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강윤이 나서자 추만지 사장은 날 선 눈을 감추지 않았다.
“이 사장. 저 직원은 낄 자리 못 낄 자리 구분을 못 하는 것 같은데?”
매우 무례한 말에 이현지 사장은 강하게 반응했다.
“그래요? 후회할 텐데.”
“이 사장. 공적인 자리에서는 같은 급이 이야기해야지, 이건 아니지.”
강윤은 처음부터 생무시를 당했지만, 조용히 기다렸다. 원래 추만지 사장이 강한데 약하고 약한데 더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강윤은 이 자리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현지 사장이 조소를 머금었다.
“추만지 사장님. 이강윤이라는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이강윤? 잘 알지. 최근에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이름이잖아. 주아부터 세디, 시즌스에 디에스까지….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안 왔나? 사실은 제일 보고 싶었는데.”
“눈앞에 있잖아요.”
추만지 사장은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이 단번에 드러나 버렸다.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툭 한마디 내뱉는 이현지 사장의 모습에 강윤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녀에게 이런 해학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건 잠시.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장단을 맞췄다.
“안녕하십니까. 이강윤입니다. MG엔터테인먼트에서 총괄기획팀장을 맞고 있습니다.”
“…..”
추만지 사장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최근 가장 핫한 인물에게 제대로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그는 민망해졌다.
‘아씨….’
그는 결국 연신 헛기침을 하더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워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이현지 사장과 강윤은 풋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쿡쿡. 이 팀장하고 있으니 이런 재미도 느끼게 되는군요.”
“저도 이런 즐거움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추만지 사장이 저런 사람일 줄은 몰랐습니다.”
“위치에 맞는 사람은 확실히 대우를 해주는 사람이긴 하죠. 향간에는 대인으로 알려졌는데 실상은 그닥…”
이현지 사장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강윤은 대번에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느덧, 소녀들의 공연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소녀들의 격렬한 안무가 천천히 사그라지면서 강윤에게만 보이던 하얀빛도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소녀들의 무대가 끝나고 박수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거친 숨을 내는 소녀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강윤도 대기실로 향하는 소녀들에게 힘찬 박수를 쳤다.
“이제 인사하러 다녀볼까요? 따라와요.”
“네.”
강윤은 이현지 사장과 함께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기 위해 크리스탈룸을 돌기 시작했다.
.
.
.
호텔 안에 있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마친 소녀들은 바로 크리스탈룸으로 달려왔다. 룸에는 이미 그녀들을 위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우와아아~!!!”
생전 처음 보는 스테이크부터 각종 고급 음식들에 모두가 침을 흘렸다. 그녀들은 식탁에 달려들다시피 하며 앉았고 칼질을 가장한 뜯기를 시작했다.
정민아는 정신없이 고기를 입에 넣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윤을 발견했다. 그는 이현지 사장과 높은 분들에게 인사를 다니고 있었다.
‘으….’
아무리 강윤바라기인 정민아라도 저런 철옹성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다시 고기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기회는 금방 왔다.
‘어라?’
강윤이 이현지 사장에게서 멀어져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기회를 포착한 정민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어디가?”
“똥 싸러.”
“밥 먹는데 더럽게.”
정민아가 크리스티 안에게 혀를 내밀며 한번 놀려주곤 강윤을 따라 복도로 향했다.
강윤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아저….”
그런데 강윤은 혼자가 아니었다. 웬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덩치 큰 남자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민아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조용히 접근했다.
“오늘 준비하신 것들, 즐겁게 잘 봤습니다. 에디오스였나요? 멋진 아이들이더군요.”
“칭찬 감사합니다.”
덩치 큰 남자는 예랑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강시명이었다. 그는 강윤에게 명함을 건네며 호의를 보내고 있었다.
“오랜 기간 준비하신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와는 확실히 색깔은 다르지만 좋은 가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자꾸 칭찬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아니에요. 솔직히 전 놀랐습니다. 강윤 씨, 아. 이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괜찮습니다.”
“강윤 씨가 준비한 것들에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파티 형식으로 관계자 쇼케이스를 준비한 것 하며, 내용하며 모든 것들이 새롭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저희 기죽이려고 부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하하하.”
강윤은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계속 칭찬을 하는지 경계했다. 대부분의 칭찬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명함을 건네며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 명함입니다.”
“이건 왜….”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연락해주십시오. 언제라도 열어놓겠습니다.”
많은 말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확실했다. 의도를 안 강윤도 자신의 의사를 표했다.
“죄송합니다만 전….”
“압니다. 지금 자리에 만족하신다는 걸 말입니다.”
“…..”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언젠가 제가 필요해질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니까요. 그때를 위해 넣어두십시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받은 명함을 바로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강윤은 명함을 지갑 안에 넣었다. 호의를 보여주는 사람에게 악의로 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 앞으로 에디오스의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그는 용건을 마치고 복도를 걸어갔다. 큰 덩치만큼이나 존재감도 거대했다. 강윤이 잠시 명함을 꺼내 보고 있을 때 정민아가 우왁하며 등장했다. 강윤이 깜짝 놀라 얼른 명함을 감추었다.
“아, 깜짝이야!! 민아, 너구나.”
“네. 접니다. 아저씨 그거….”
“봤냐?”
“…네. 우연히.”
정민아는 이미 다 봤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다 봤다는데 강윤도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비밀로 해줘.”
“맨입으로요?”
“…장난하지 말고.”
“쳇. 알았어요.”
강윤이 정색하자 정민아는 툴툴대며 바로 알았다고 답했다. 그녀가 삐죽거리자 강윤은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밥 사줄게.”
“…정무문 탕수육.”
“양장피도 줄게.”
“앗싸!!”
강윤은 한번 쏠 때 매우 후한 남자였다. 정민아는 그런 강윤에게 만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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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가 끝나고, 오랜만에 시간이 났다.
강윤은 한려예술대학으로 향했다. 학생회관 지하의 연습실에 도착하니 밴드 리커버리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 나 이렇게 그대 곁에- 있어– 지난날을 지나 희망의 돛을 펼쳐가–
강윤이 문을 여니 이현아의 목소리가 강하게 강윤의 귀를 자극했다. 이전의 의욕 없는 목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이 있었다. 베이스의 저음이 둥둥 울리며 드럼의 리듬과 어우러지며 강윤의 가슴도 함께 뛰게 하였다.
강윤은 사온 간식들을 의자 위에 놓고 최찬양 교수 옆에 앉았다.
– 거친 바람에- 내 눈물 흐르지만– 이내 멈춘 것은 그대를 만난 순간 —
이현아의 노래에 최찬양 교수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본선에 진출했다니 그도 신이 났는지 분위기를 타고 있었다. 아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연습은 힘들었지만 모두 기운이 넘쳤다.
노래가 끝나고 모두가 악기를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강윤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들은 이현아의 악보가 강윤이 준 악보로 알고 있었다. 대학가요제라는 기회를 준 강윤은 그들에겐 큰 은인이었다.
“아하하….”
“형님!! 저희 잘해보겠습니다.”
구형석은 강윤에게 힘을 주고 인사했다. 문미영이나 김희진도 강윤의 말이면 물도 떠주고 잔심부름이든 뭐든 다 해주겠다며 나섰다. 물론 강윤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다. 그는 이현아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남의 공을 가로챈 기분이 들어 강윤은 난감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작곡과였지만 이번에 공연하는 곡만은 전문밴드의 뺨을 후려치는 수준을 보여주었다. 가장 두드러진 건 이현아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특이하다는 것을 넘어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갖춰가고 있었다.
모두에게서 나오는 음표들을 보며 강윤은 이현아를 주목했다.
‘이현아의 음표가 섞일 때 빛이 요동친다.’
강윤은 누구보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미 밴드 리커버리의 빛은 굉장히 강력했다. 대학가요제의 밴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지만, 이 정도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 강윤은 생각했다.
리커버리의 연습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강윤도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출근으로 인해 일찍 나와야 했다. 최찬양 교수도 수업준비가 있다 하니 강윤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함께 역으로 향했다.
“애들이 이젠 잘하는군요.”
“강윤 씨 덕이에요. 현지가 강윤 씨와 일을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말했는데, 그 이유를 저도 알 것 같네요.”
“하하….”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강윤은 민망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찬양 교수의 말은 계속되었다.
“저 사실 다 압니다.”
“네?”
“강윤 씨가 애들한테 준 악보, 현아가 작곡한 거죠?”
강윤은 조용히 웃었다. 긍정의 표시였다.
“악보의 글씨체를 보니 바로 알 수 있었어요. 강윤 씨가 애 악보를 가로챌 리는 없고…. 이유가 궁금해 나중에 현아한테 물어봤어요. 자기가 나서지 못해 강윤 씨가 대신 나선 거라 하더군요.”
“현아가 작곡을 잘했습니다. 그 덕입니다.”
“그래도 그걸 모두에게 선 보인 건 강윤 씨잖아요. 짧지만 기획자의 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간접적으로 모두에게 의도한 것을 하게 만든다. 기획자란 그런 멋진 존재였네요.”
최찬양 교수의 칭찬에 강윤은 멋쩍어졌다. 그는 가는 길에 음료수를 뽑아주며 강윤에게 작곡과 친구들과 잘 지내달라 부탁했다.
역에 도착한 두 사람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보일 때 즈음 최찬양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대학가요제입니다. 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가능하면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부탁할게요. 그럼….”
최찬양 교수와 헤어지고, 강윤도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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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관계자 쇼케이스 이후, 데뷔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소녀들의 연습은 더더욱 강도를 더해서 회사는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강윤의 귀가시간도 점점 늦어갔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냅시다.”
홍보팀을 넘어 가장 바쁜 팀으로 부상한 기획팀과의 회의를 마친 강윤은 서둘러 사무실로 향했다.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쏜살같이 회사를 벗어난 그는 택시를 타고 대학가요제가 열리는 D 대학 대운동장으로 향했다.
– 야이야이—-
강윤이 D 대학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노래가 한창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내가 너무 늦었나.”
다행히 택시가 가까운 곳에 내려줘 강윤은 그리 많이 걷지 않아도 되었다. 걸으며 최찬양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는지 물은 그는 바로 리커버리가 있는 대기실로 향했다.
“어? 형님!!”
“오빠!!”
헐레벌떡 대기실로 들어가니 모두가 강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정장을 입은 강윤의 모습에 놀라는 눈치였다.
“이야, 신수가 훤하네?”
무대 화장을 하고 준비하고 있는 모두를 보며 강윤이 한마디 했다. 특히 평소의 수수한 모습과 달리 화려하게 눈화장까지 한 이현아에게 강윤은 시선을 집중했다.
“눈화장이 잘 됐는데? 직접 한 거야?”
“아뇨. 미영 언니가 해주셨어요.”
문미영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막내의 화장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녀였다.
강윤은 특별히 할 일이 없어 모두와 간단하게 대화를 하곤 밖으로 나섰다. 빈 객석을 찾아 이동하려는데 그의 소매를 누군가가 붙잡았다. 돌아보니 이현아였다.
“현아야. 무슨 일이야?”
“그게…. 고맙다고 인사 하려고요.”
“이렇게 붙잡고 감사하다고?”
“…..”
강윤의 가벼운 농담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다. 강윤은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웃어버렸다.
“하하하. 장난이야. 어때? 긴장했어?”
“…안된다면 거짓말이죠.”
“긴장된다면…. 어쩐다. 아, 이렇게 할래?”
강윤은 잠시 생각하곤 이야기했다.
“나, 저기 앞에 있을 거거든. 나만 보고 부르는 거야. 어때?”
“푸웁!!”
그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애인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인지. 강윤은 그녀가 웃자 함께 웃었다.
“어때? 긴장 좀 풀렸어?”
“그건 모르겠는데, 애인도 아니고…. 뭐에요, 그게. 저 꼬시는 거에요?”
“수갑 찰라. 아무튼, 무대라는 거 생각보다 별거 아냐. 마음에 지지마. 알았지?”
강윤은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주곤 객석으로 향했다.
‘마음에 지지 말라고?’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녀는 강윤의 말을 마음에 새겨 넣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말이 지금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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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씨. 김밥을 먹는데 찢어지지가 않아요. 왜 그런지 아세요?”
“돌김이라서요?”
“…..”
MC들이 썰렁한 멘트로 시간을 끄는 동안 무대 위는 한창 다음 가수의 무대가 준비되고 있었다. 앰프에 악기가 연결되고 드럼을 원하는 위치에 세팅하며 신디사이저의 높이를 맞추는 등 착착 세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럼 이것도 맞춰 볼래요? 왕이 넘어지면 뭐라 하는지 알아요?”
“킹콩.”
“…..”
“크흠흠흠.”
사회자 양현진과 주민국은 썰렁한 개그를 하며 시간을 끌다가 무대가 준비되었다는 신호를 받았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네요. 힘들었습니다.”
주민국이 가벼운 말로 투덜거렸다. 그러자 양현진이 가볍게 받았다.
“제가 더 힘들었죠. 자, 이제 그만하고 소개해주시겠어요, 민국 씨?”
“네. 다음 가수입니다. 전원 작곡을 위해 모인 분들입니다. 한려예술대학 소모임 밴드, 리커버리입니다!!”
카메라가 일제히 무대를 비췄다. 조명이 켜지며 드럼이 스틱으로 네 박자를 세며 리커버리의 무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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