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70
21화 – 그의 첫 곡은 허리케인?(2) >
“아…. 아니 별 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이현아도 자기도 모르게 던진 돌직구에 허둥댔다.
자정이 넘은 새벽. 한적한 도로변. 차들이 달리는 소리만이 두 사람을 스쳐 지나갔다. 수줍은 표정, 붉어진 얼굴. 강윤은 그녀의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난…. 아, 택시 온다.”
강윤이 답을 주려 할 때, 때마침 택시가 다가와 섰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저 먼저 가볼게요.”
이현아는 누구에게 잡힐세라 얼른 택시에 올랐다. 기사에게 얼른 목적지를 말하고는 강윤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해서 가. 앨범 나오면 꼭 보내주고.”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현아의 아무렇지도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 더 어색했다. 저러면서 발로 의자를 차면서 귀가할 테지…. 그런 이현아를 생각하니 강윤은 그녀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강윤도 뒤이어 온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여자친구라. 애인…. 아직은 잘 모르겠네.’
강윤은 잠시 그런 생각들을 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오며 씁쓸해졌다. 이젠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희윤의 일도 해결해야 했고 업무도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생각했다. 애인에 대한 문제는 그에겐 아직이었다.
‘후….’
밤을 흐르는 한강을 지나며 강윤이 탄 택시는 빠르게 집으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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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여기 좀 봐주세요.”
홍보팀에서 차출되어 강윤이 하는 프로젝트들을 전담하게 된 윤민서 대리는 같이 뽑혀 온 오채성 과장을 불렀다. 오채성 과장은 그녀의 부름에 의문에 찬 얼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인데?”
“저번 DRO 건 있잖아요. 그게 블로그에 올라갔어요.”
“어디. 이거 파워 블로그아냐? 하루 10만 명 왔다갔다 한다는?”
“네. 음악이 좋은 신발매장으로 사이트에 게시됐어요.”
블로그에는 특히 매장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노래들에 주목했다. 사장 구영수의 협찬을 받아 1분의 미리듣기까지 지원한다는 블로그는 이미 많은 방문자들이 추천을 누르고 있었다.
“이거 좋은데? 다른 데도 있어?”
“SNS도 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내볼까요?”
“아니. 우리가 나서면 상업성 띈다는 말 들을 수 있으니까 그냥 관망하자고. 대신 이상한 소문 안 나게 관찰 잘하고.”
“네.”
윤민서 대리는 지시를 받고 일들을 처리해갔다.
팀원들이 한창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 강윤이 들어왔다. 그는 양손에 초밥을 잔뜩 싸들고 왔다.
“먹고 합시다.”
시간은 5시. 이미 야근이 확정되었다는 걸 아는 모두는 작게 환호했다. 강윤이 사온 비싼 초밥을 회의실로 가져가 모두가 함께 먹었다.
식사를 하며 강윤이 오채성 과장에게 물었다.
“DRO 마트가 인터넷에 입소문이 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 매장에서만 들을 수 있다는 음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명 블로그에서는 1분 미리듣기를 시작할 정도라 합니다.”
“좋네요. 일단 잘 관리해 주세요. 오늘은 늦어도 8시에는 집에 갑시다.”
“네!!”
간단한 식사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강윤이 한마디 했다.
“이번 달에 특별포상금이 나갈 겁니다. 두둑할 거에요.”
“예에~!!!”
강윤이 내려준 축복에 모두가 만세를 불렀다.
.
.
.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강윤은 사무실에 들렀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을 하려 하니 사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무슨 일이지?’
퇴근 시간에 부르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무슨 일이 있을 거로 생각하며 가보니 이현지 사장이 웬 젊은 여성과 함께 앉아있었다.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서 불렀어요. 효민 씨, 이쪽이 이강윤 씨.”
이현지 사장은 강윤을 젊은 여성에게 소개했다. 캐주얼한 청바지와 티를 입은 20대 후반 여성이었다. 얼굴이 어두운 것을 빼면 크게 특별한 구석이 없어 보였다.
“다음 일이에요, 이 팀장. 계효민 씨의 피아노 독주회를 열겁니다. 원래 독주회를 주관하던 단체가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 일이 틀어졌어요. 그래서 저희가 일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강윤은 이현지 사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청취했다. 피아니스트 계효민의 독주회가 3월 말에 개최될 예정이었다. 원래 열기로 한 기획회사가 있었으나 그 회사의 사장이 돈을 들고 잠적하는 바람에 독주회가 무산되어 버렸다. 결국, 그녀는 사재를 털어 MG엔터테인먼트의 종합음악팀에 의뢰했고 강윤에게까지 일이 전달되었다.
강윤은 그제야 계효민의 어두운 표정이 이해가 갔다. 아무리 공연이라지만 클래식에서 대중음악 회사에 의뢰하다니,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면 그럴 수가 없었다.
“저희는 대중음악에 대한 노하우는 축적이 되어 있지만, 클래식은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물론 음향이나 관객 동원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다른 지원은 힘들 수 있습니다.”
강윤은 솔직히 이야기했다. 탁 터놓고 이야기를 하니 계효민도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독주회만 꼭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녀의 조건은 단순명료했다. 3월 말에 독주회를 무사히 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강윤은 다른 조건이 있냐고 재차 물었지만, 고개를 흔듦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현지 사장은 이 정도면 됐다 판단하고 계약서를 꺼냈다. 계효민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로써 계약이 성립되었다. 서로 계약서를 교환하고, 강윤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는 무덤덤했다. 그는 무안해져 손을 거두었다.
“…그냥 무대만 만들어주면 돼요.”
“알겠습니다.”
처음 사기를 당한 경험이 컸는지 모든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신으로 차있었다.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강윤은 그려려니 하고 넘어갔다.
계약이 끝나자 계효민은 바로 집으로 갔다. 사장실에 둘만 남게 되자 강윤이 조심스레 말했다.
“저희를 믿지 않는군요.”
“그러겠죠. 어지간히 데인 모양이니….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본인이 직접 사비로 계약했어요. 독이 단단히 올랐겠죠.”
“흠…. 신뢰 없이 일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계약을 한 거 보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저쪽도 절박해 보이고. 이 팀장인데 설마 못할까요. 나머진 맡기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요.”
“알겠습니다.”
강윤은 인사를 하고는 사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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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아!!”
희윤은 저 멀리서 달려온 박소영과 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은 반가움을 표시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서로 어떻게 지냈느냐며 이랬느니 저랬느니 서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박소영은 희윤과 함께 과일 빙수를 시켰다. 추울 때 먹는 빙수의 맛은 일품이었다.
“오빠는 언제 온 데?”
“금방 올 거야.”
소녀들이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카페 문이 열리며 강윤이 들어섰다.
“오빠!!”
희윤이 손을 흔들었고 박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소영에게 강윤이란 은인이었다.
“소영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 오빠는 더 멋있어지셨어요?”
“고마워. 소영이도 예뻐졌네.”
간단하게 서로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박소영은 시험을 위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 했다. 한려예술대학을 비롯해 서울 소재의 작곡과에 실기시험 응시를 해서 친척 집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붙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희윤의 물음에 박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시험이란 잘 봐도 불안, 못 봐도 불안한 법이다. 강윤은 우중충한 이야기 대신 다른 화제를 꺼냈다.
“얘들아. 토요일에 시간 있어?”
“토요일이요? 좋은 거 보여 주시려고요?”
박소영은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희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강윤은 그녀들에게 표 2장을 건네주었다. ‘강적들’이라는 웃기는 이름에 희윤이 풋 하며 웃었다.
“오빠, 밴드 이름이 강적들이야?”
“응. 이름은 웃긴 데 노래가 괜찮아. 이번에 홍대에서 공연하거든. 한번 보러 가자.”
“나야 당연히 콜이야. 소영아, 어때?”
박소영은 여러 말 하지 않았다.
“나도 OK. 오빠, 저도 신세 좀 져도 될까요?”
“물론이야. 이번 주니까 기억해둬.”
“네.”
이후 강윤은 자연스럽게 빙수값을 계산했다. 박소영이 자기가 낸다고 했지만, 강윤은 어른도 안 된 것들에게 돈을 내게 하는 건 아니라며 카드를 꺼냈다. 그 후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강윤은 희윤에게 카드를 내주었다.
“오빠. 난 괜찮아.”
“둘이 맛있는 거 사 먹어.”
강윤은 부담스러워 하는 희윤을 뒤로하고 회사로 복귀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박소영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희윤아. 나…. 너네 오빠 갖고 싶어.”
“절대 안 돼.”
“농담인데, 완전 단호박이네.”
카드의 위엄에 박소영은 희윤을 부럽게 바라봤다.
강윤은 회사로 복귀해 다음 일을 시작했다. 계효민의 독주회 관련 업무들이었다.
‘일단 공연장 섭외가 가장 급해.’
3월 말에 독주회를 하길 원했다. 강윤은 고민이었다. 보고서를 보니 2월부터 3월까지 좋은 클래식 전문 공연장들은 예약이 꽉 들어차 있었다. 계효민의 독주회가 취소된 후, 누군가가 바로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린 것도 컸다.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나.’
강윤은 잠시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서울에서 벗어나는 순간 관객 동원력이 뚝 떨어진다. 콘서트장의 시설도 중요하지만, 교통도 또 하나의 복병이었다.
전화를 돌리며, 서류들을 점검하며 공연장 섭외를 알아봤지만, 강윤은 결국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섭외팀도 강윤 못지않게 바쁘게 움직였지만, 퇴근 때까지 적당한 공연장을 찾지 못했다.
“내일은 회관들을 돌아봐야겠네….”
퇴근하며 결국 강윤은 내일 외근을 결정했다. 공연장 밑의 직원들과 대화를 해봐야 한계가 있었다. 직접 예술원장 등의 높은 사람들을 만나봐야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회사 차를 끌고 간 강윤은 아침부터 예술회관을 비롯한 클래식 전문 공연장들을 돌기 시작했다. 사전에 이현지 사장의 힘을 빌려 여러 약속을 잡아놓았다. 아침부터 여러 회관의 장들을 만난 강윤이었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사전에 계약이 되어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만약에 취소된다면 연락 주십시오.”
한 회관을 나오며 강윤은 명함과 함께 마지막 말을 꼭 남겼다.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선물은 필수였다. 힘들었지만 클래식 전문 공연장들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안면을 튼다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늦은 오후 무렵, 강윤은 강동구에 있는 세진 아트센터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사전에 약속이 되어있다 말하니 바로 센터장에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강윤은 센터장실에 들어가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센터장 이라영은 안경을 고쳐 쓰며 강윤을 맞아주었다. 곧 고급스런 잔과 함께 커피가 나오고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이현지 사장에게 말 많이 들었어요. 이강윤 팀장이라 했지요?”
“네. 센터장님.”
“MG에서 클래식 공연도 맡다니, 사업 분야가 많이 넓어졌네요. 음악 색깔이 완전히 달라서 꺼려질 텐데 말이죠.”
이라영 센터장은 커피를 우아하게 넘겼다. 그러나 안경 뒤에 가려진 눈으로 강윤을 매섭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 색깔이라는 말에는 대중음악에 전념하지 왜 이쪽에도 손을 대려 하냐는 숨겨진 비수가 있었다.
강윤은 그 비수를 파악하곤 차분하게 답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와 같이 일을 하게 된 계효민 씨의 음악이 워낙 뛰어났습니다. 기획가로서 욕심이 났습니다.”
“호오, 그래요? 욕심이라.”
강윤이 보기에도 그녀가 대중음악에 호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클래식하는 사람 일부는 대중음악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들었는데, 그녀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강윤은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기획자는 원래 욕심이 많은 존재입니다. 좋은 음악을 접하면 앞뒤 안 가리고 앞에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센터장님의 공연장이 필요합니다.”
“그런가요? 명분은 듣기 좋네요.”
그녀는 강윤에게서 서류를 받아 들었다. 까칠했지만 그녀가 서류를 살피는 손길을 자세했고 세세했다. 서류를 넘기는 그녀에게 강윤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세진 리사이트 홀은 3년 전 지어진 클래식 전문 공연장이라 들었습니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전문 공연장이라 건축 구조가 클래식을 듣기에 적합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옆 천장의 수음재질의 방음벽들이 잡소리들을 잡아주고 적당한 천장 높이는 소리가 멀리 뻗어 나갈 수 있게 해줍니다. 저희에겐 가장 적합한 공연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를 좀 해오셨네요.”
서류를 보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공연장에 대해 세세히 적어놓고 이 공연장을 빌려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적어놓았다.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강윤 씨. 저희가 3월에 다른 팀이 잡혀 있어요.”
“그 팀이 확정적이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겠지요.”
“…계속해보세요.”
더 해보라는 그녀에게 강윤은 설명을 이어갔다. 강윤은 여기서부터가 갈림길이라는 걸 알고 자세를 바로 했다.
“센터장님이 고민하시는 이유는 공연하는 팀의 ‘이름값’ 때문 아닐까 합니다. 저희와 함께 고려하고 있는 첼리스트 김하영의 경우 젊은 첼리스트로 현재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화제성이라면 저희 계효민 씨가 오히려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3년 만에 돌아온 신성의 복귀 무대. 그리고 그 신성이 재등장한 홀. 공연장의 이름을 알리는 데도 더 적합하다 생각합니다. 그것 때문에 센터장님도 고민하시고 말입니다.”
“3년 동안 소식이 없다 이제야 왔다면 위험이 있는 거 아닌가요? 이 바닥은 하루만 연습을 안 해도 티가 확 납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덥석 공연하겠다고 했겠습니까. 3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연습을 쉬진 않았습니다.”
“…..”
강윤의 흔들림 없는 태도에 그녀는 침묵했다.
“…잠시 생각해봐야겠네요.”
강윤은 알겠다며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열변을 토하느라 식어버린 커피는 그의 타는 목을 식혀주었다.
이라영 센터장은 그녀대로 고민이었다. 확실히 강윤의 말이 맞았다. 공연장의 입장에선 어느 공연을 해야 더 이익일지 생각해야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생각을 정리하곤 결과를 이야기했다.
“…좋아요. 계약하죠.”
“감사합니다, 센터장님.”
“계효민 씨의 공연에 더 간절함이 있을 것 같군요. 3년 만의 복귀 무대에 이강윤 씨도 이쪽 분야에서 활동하는 건 처음일 테니 한 번의 성공이 간절할 테죠. 그 간절함을 한번 믿어보죠. 이 바닥은 처음이라 힘들겠지만 한번 잘해봐요.”
이라영 센터장은 도도했다. 그러나 강윤은 그녀가 실익을 얼마나 따져 체크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철저한 준비의 승리였다.
그녀가 일어나 오른손을 내밀자 강윤은 그녀와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강윤은 세진 리사이트홀에서의 공연 계약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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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서는 회사에 들러 원진문 회장을 만났다. 곧 출연하게 될 영화에 대한 컨텍을 위해서였다. 회장실에서 시나리오를 읽어본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용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주연이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거절인가?”
“네. 죄송합니다. 생각해서 골라 주셨는데.”
“아니야. 배우가 못하겠다는데 어쩔 수 있나.”
원진문 회장은 민진서의 말을 바로 받아들였다. 영화 주연이라는 메리트는 참 컸다. 그것도 첫 주연인데 포기할 줄 아는 민진서는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내일이면 다른 시나리오가 올 거야. 그때 더 보지.”
“네.”
첫 컨텍을 마친 민진서는 회장실을 나섰다.
‘들러봐?’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 강윤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컴퓨터 앞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강윤이 있었다.
“선생님.”
“진서?”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아주었다. 그는 바로 사무실 한 켠에 있는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민진서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강윤의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는 참 맛이 좋았다. 아니, 다 똑같은 커피라도 기분이 그랬다. 강윤은 그녀가 앉은 자리에 마주 앉으며 티켓 하나를 내밀었다.
“선생님, 이게 뭔가요?”
“표야. 진서야, 오늘 스케줄 없지?”
“네. 무슨 일 있나요?”
강윤은 오늘 저녁에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던 이현아라는 보컬이 결성한 밴드의 공연 티켓이라 하니 그녀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갈래? 저번에 네가 밴도 태워줬고… 답이라 하긴 그렇지만…. 이 애들 노래 실력도 괜찮아서 볼만 할 거야.”
“그래요? 오늘 시간이…. 괜찮네요. 가요.”
“변장은 확실히 해야 한다.”
강윤은 일이 끝나고 로비에서 만나자며 약속을 잡았다. 민진서는 알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사무실 문가에서….
‘앗싸!!’
뜻밖의 이득에 민진서는 만세를 불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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