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74
23화 – 커져가는 무대에서!!(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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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23화 – 커져가는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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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효민의 독주회 성공 기념으로 강윤과 이현지 사장은 조촐하게 회식을 열었다. 아니, 장소가 값비싼 술집이었기에 조촐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2차 회식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현지 사장이 부른 최찬양 교수도 합류했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술집 룸에서 그들은 잔을 부딪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축하해요, 강윤 팀장.”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허허, 좋네요.”
호박색 양주는 쓰디썼다. 그러나 성공의 맛과 함께하니 달디 달았다. 성취와 함께 즐기는 술은 언제 즐겨도 신나는 법이었다.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 때 최찬양 교수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꺼냈다.
“강윤 씨. 강윤 씨는 꿈이 있나요?”
“꿈 말입니까?”
강윤도 술기운이 달아오른 모습으로 반문했다. 재미있는 답이 나올 것 같아 이현지 사장은 그윽한 얼굴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
“꿈이라…. 그냥, 잘 먹고 잘사는 거?”
“에이. 강윤 씨 같은 사람이 겨우? 좀 더 써봐요.”
이현지 사장이 강윤을 놀려댔다. 강윤의 능력에 겨우 그 정도 소박함이라니. 그녀의 생각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하하. 정말입니다. 사람이 잘 먹고 잘사는 거 하나면 족하지요.”
“뭐야, 재미없게.”
그러나 김이 새버렸다. 그러자 최찬양 교수가 이현지 사장과 강윤 사이를 중재했다.
“아무래도 사장과 직원 사이니까 갭이 있나 본 데?”
“그러게. 실망인데? 우리가 그 정도 말도 못하는 사이라니. 아무래도 나부터 꺼내야겠네.”
강윤의 진짜 속을 알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그녀는 투덜대며 먼저 진짜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장난스럽게 웃는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진지해진 표정이 ‘이건 진짜다.’라는걸 말해주고 있었다.
“MG엔터테인먼트 사장 이현지. 참 멋진 말이죠. 하지만 난 임명된 사람이고 그 때문에 한계가 명확해요. 게다가 내가 원하는 회사와 지금의 회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죠.”
“어떤 차이 말씀입니까?”
“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원해요. 지금 우리가 하는 종합음악업무와 같이 음악에 관련된 총체적인 업무. 그래서 강윤 팀장과 내가 서로 코드가 잘 맞는 거죠. 원 회장님도 그걸 알고 우리 둘을 붙여놓은 거고 말이죠.”
“그럼 꿈을 이루신 거 아닙니까?”
강윤이 반문했다. 그러나 이현지 사장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부정의 신호였다.
“후후. 그럴까요? 좀 더 들어봐요. 난 영업에는 자신 있어요.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난 영업맨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회장님이 날 좋아하죠. 적극적이고 오더도 잘 따오고 관리도 잘하니까. 하지만 난 지금의 회사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MG엔터테인먼트는 회사가 지향하는 색깔이 있죠. 회사의 색에 사람이 맞춰야 하는 모습들을 보면 가끔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그건 사장님이 바꾸면 되지 않습니까?”
“이건 회장님과 이사진, 두 진영이 이건 모두 동의하는 바에요. 왜냐하면, 그게 가장 안전하니까. 매뉴얼에 따라 연예인을 만들면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롱런하는 연예인은 만들기 힘들어요. 난 이걸 바꾸고 싶어서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후. 혼자선 어림없네요. 요즘 생각하기로는 차라리 내가 나가서 따로 회사를 세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이건 매우 위험한 발언 같습니다만….”
강윤은 당황했다. 룸이었지만 혹시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릴 정도였다. 강윤의 그런 모습에 그녀는 씨익 웃었다.
“맞아요. 위험하죠. 내가 강윤 팀장을 믿지 않는다면 절대 말하지 않을 말이죠. 나도 생각만 했지 입밖에는 꺼내지 않을 말들이에요. 그냥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회장님 뜻대로 이사들 견제하면서 주어진 연예인들 열심히 감당하며 살 생각이었죠. 그런데….”
이현지 사장은 손가락으로 강윤을 가리켰다. 강윤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당신이 나타나면서 생각이 변했어요. 이강윤 팀장.”
“…..”
“회사의 색깔에 연예인이 맞추는 건 안전하지만, 개인 고유의 개성이 없어요. 개인 고유의 개성이 없으면 롱런하는 연예인을 만들기 힘들죠. 지금 이대로 가면 MG엔터테인먼트는 위기가 올 겁니다. 하지만 당장 이익이 크니 롱런하는 연예인보다 대체하는 방향으로 갈 게 분명해요.”
“제가 들어올 때 해체됐던 가수들 이야기군요.”
“정확해요. 하지만 강윤 팀장이라면 다른 모델을 보여줄 거라 확신해요. 에디오스나 민진서, 주아까지. 사실 지금까지의 회사가 보여주던 모델들하고는 완전히 달랐죠. 에디오스라는 6인조 걸그룹은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 개성까지 중시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민진서는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배우라는 걸 육성해냈죠. 주아는 우리 가수가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주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줬어요. 회사의 틀에 맞췄다면 누가 이게 가능했을까요?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분명히 한계가 올 겁니다.”
“…..”
“회장님과 이사들은 궁극적으로 회사라는 틀이 매우 강해요. 난 회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개성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요. 이건 타협의 여지가 없어요. 아마…. 후에 난 회사와 갈라서게 될 겁니다.”
이현지 사장은 열변을 토하며 본심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진짜 속내였다. 강윤도, 옆에 있던 최찬양 교수도 진심으로 놀랐다.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었다.
이현지 사장은 목이 탔는지 술이 아닌 물을 단번에 마셨다. 꿀꺽꿀꺽 하는 소리가 룸 안을 울렸다. 소리가 무척 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무거운 분위기는 민망함도 알지 못하게 했다.
강윤은 침묵했다. 예상치 못한 일격과 같았다. 이젠 가만히 있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런 강윤의 심정을 알았는지 먼저 최찬양 교수가 먼저 운을 뗐다.
“10년도 넘게 현지를 알았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네요.”
“그렇습니까.”
“사실, 저도 애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강윤의 시선이 최찬양 교수에게로 향했다. 이현지 사장도 귀를 기울였다.
“전 성격이 소심해서 현장은 두려워요. 하지만 마음은 항상 현장에 있네요. 언젠간 꼭 노래를 만들어 사람들을 웃고 울리고 싶네요. 트레이너로서 아이들도 가르치고요.”
“보컬 트레이너도 하십니까?”
“음대 시절에 아르바이트로 했습니다.”
“아아. 잠깐. 사장님과 선후배 사이 아니십니까?”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에요. 졸업 이후 현지는 유학을 가서 오랫동안 못 봤죠.”
최찬양 교수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젠 강윤의 차례였다. 그는 고민했다.
‘꿈이라….’
이미 두 사람은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꿈.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가치관. 생각하다 보니 목이 탔다. 강윤은 독한 양주를 단번에 들이마셨다.
“천천히 마셔요.”
이현지 사장이 제지했지만, 강윤은 기어이 잔을 비웠다. 술 한잔을 더 따라 다시 비워냈다. 목에 넘어가는 알싸한 기운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기분이었다. 이현지 사장이 놀라 막으려 했지만, 강윤은 손을 저었다. 술기운이 확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강윤은 진짜 속에 있는 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제 손으로 셰무얼 존슨과 같은 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셰무얼 존슨? 허…. 꿈이 크네요.”
이현지 사장은 순간 눈을 껌뻑였다. 강윤의 남다른 스케일에 놀라며 웃었다. 셰무얼 존슨이라면 20세기가 낳은 세계 최고의 가수였다. 그가 공연하면 5만 명은 기본이요, 앨범은 백만 장은 팔려나간다. 기부천사로 이름 높은 인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 가수를 만들어 보겠다니….
“한국에서는 쉽지 않겠어요. 미국에서 성공해야겠네요.”
최찬양 교수가 첨언을 달았다. 그러나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상관없습니다. 장소에 구애받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노래하고 싶은 가수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주고 듣고 싶은 이들에게 들려주는 것. 이게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셰무얼 존슨 같은 이도 나오지 않을까요?”
“…강윤 팀장은 정도를 좋아하는군요.”
이현지 사장은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답을 듣지 못했는지 만족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녀는 한 발 더 나가서 직접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회사에 계속 남아있을 건가요?”
“…..”
강윤은 말을 아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지금까지 가치관에 대한 답을 들었으니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듣겠다는 말이었다. 이건 떠보는 수준이 아니었다. 나도 말했으니 너도 말해라. 이것과 같았다. 최찬양 교수도 재미있는지 특유의 여유로운 모습으로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지 사장이 자신의 많은 걸 보였기에 강윤도 속내를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 남아있을 순 없겠죠.”
“사업도 생각이 있는 건가요?”
드디어 듣고 싶은 답이 나왔는지 이현지 사장은 만족했다.
“…저도 언제까지 MG의 틀에 갇혀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사장님 말씀대로 MG는 회사에 연예인을 맞추는 회사니까요. 회사 스스로 한계를 맞을 겁니다. 분명히 저도 일하는 데 한계를 맞게 되겠죠. 제 발전을 위해서 언젠가는 나오게 되겠죠.”
“사업 하나 차리는 건가요?”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강윤은 잔을 들었다. 그는 확실히 생각을 전달했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답을 들었다 생각한 이현지 사장은 웃으며 그의 잔에 맞부딪쳤다.
“나중에 강윤 팀장이 사업할 때 첫 투자는 내가 하죠.”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돈도 부족한데….”
“요즘 돈도 잘 벌면서 돈이 없다니요. 대신 자리 하나는 주겠죠?”
“하하하. 물론입니다.”
둘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니 최찬양 교수도 조용히 끼었다.
“저도 한 자리 끼어도 될까요?”
“하하하. 오시지요. 교수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강윤은 사양하지 않았다. 최찬양 교수는 건배하곤 단번에 잔을 비워버렸다.
“전 육성과 작곡에는 자신 있어요. 나중에 불러주시면 바로 달려갈게요.”
“하하하하하. 좋습니다. 건배!!”
모두 술기운에서 시작된 말들이었다. 그러나 모두의 바람이 깃든 대화였다. 서로가 생각들을 교환했고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통하는 사람들의 대화는 즐거웠고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의 회식은 훗날 엄청난 빅뱅의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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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머리야.”
술기운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강윤은 정신없이 거실로 나갔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향하니 보글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를 간질였다.
“어제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부엌에선 앞치마를 한 희윤이 북엇국을 끓이고 있었다.
“어제 사장님이랑 회식했어. 술이 좀 과했나 봐.”
“앞으로 술 적당히 해. 어제 오빠 많이 취해서 왔다고.”
“미안.”
주사라도 부렸는지 강윤은 사과부터 했다. 그러나 희윤은 별다른 말 없이 바로 아침을 내주었다.
희윤과 식사를 마친 강윤은 바로 출근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간단하게 회의를 한 이후 강윤은 비보이팀 ‘배틀몬스터’의 연습실이 있는 온수동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들의 연습실이 있었다.
11시쯤 되니 팀원들이 하나둘씩 연습실로 출근했다. 모두가 하나같이 말랐지만 그들의 팔과 다리는 탄탄한 근육들이 넘실거렸다. 강윤이 뒤편에서 이들의 몸 푸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방산혁과 김도민이 강윤을 맞으러 왔다. 세 사람은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사무실로 향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홍보활동입니다.”
강윤의 첫마디에 두 사람은 강하게 공감했다. 배틀몬스터가 세계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실력 있는 팀이라지만 일반인에게 그저 멋있는 댄스에 지나지 않았다. 현실은 가혹했다.
“공연까지 두 달이 조금 안 남았습니다. 이젠….”
“저희가 홍보에 나서야 할 일이 있습니까?”
방산혁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는 강윤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직설적으로 물었다.
“네.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계약할 때는 알아서 다 해주신다 하지 않으셨나요?”
방산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옆에 있는 김도민이 당황스러워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강윤의 말이 더 빨랐다. 김도민의 걱정과 달리 강윤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차분했다.
“공연장은 부천 아트센터 소공연을 대관했습니다. 비보이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문화입니다. 주 타겟을 그들로 삼을 겁니다. 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간단하게 거리 공연을 펼칠 생각입니다.”
“부천 아트센터 소공연장? 200명은 거뜬히 소화하겠군요. 알겠습니다. 거리공연이라….”
그 말에 김도민이 의아했는지 반론을 던졌다.
“거리 공연을 한다 하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구청에 신고도 해야 하고 장비도 빌려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3명만 갈 겁니다. 공연 시간은 30분. 오디오 한 대만 가져가고 말 그대로 잠깐 보여주고 휙 도망치듯 나올 생각입니다.”
“흠…. 그래도 공연이라는 게 간단하게 보여주면 안 되는 건데….”
방산혁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딴지를 걸었다. 그러나 김도민은 달랐다.
“형. 괜찮은데 왜 그래? 잠깐이잖아.”
“애들 연습할 시간도 없어. 그런데 30분이라지만 왔다 갔다 하면 2시간은 날아가는 거야.”
그 말에 강윤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이었다.
“팀원은 15명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원은 3명입니다. 제가 알아본 바로 3명이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여러 개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걸 돌아가며 하는 겁니다. 삼일에 한번 단위로 돌아갑니다. 두 달 조금 안 남았으니 한 사람당 1번에서 2번 정도 하면 된다 보고 있습니다.”
“나나 도민이는 연습시켜야 하니까 힘들다 치고, 13명이니까…. 2번 정도라…. 그 정도면 괜찮겠군요. 알겠습니다. 애들한테 말해놓지요. 오늘부터 나가면 됩니까?”
강윤의 말에 틀린 말은 없었다. 방산혁은 잠시 생각하다 수긍했다. 리더는 리더였다. 강윤은 미리 봐둔 포인트를 찍어주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일러주었다. 두 사람은 알겠다며 수긍했다.
필요한 것들을 모두 전달한 강윤은 멤버들을 보겠다며 사무실을 나섰다.
“도도한 것 같긴 한데, 믿어볼 만은 한 것 같네. 공연장도 빨리 구했고.”
방산혁은 연습하고 있는 멤버들을 체크 하는 강윤을 보며 중얼거렸다.
“돈이 좋긴 좋아. 저런 사람도 쓰고.”
김도민은 방산혁보다 더 나아갔다. 두 사람은 오후에 누굴 보낼지 논의한 후 연습을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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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어 강윤은 배틀몬스터 팀원 3명과 함께 강윤은 부천에서 학생들이 많이 모인다는 백화점 근교로 향했다.
“사람 많네요….”
팀원 전승진은 교복 입은 남녀들로 뒤덮인 거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와 동감하는지 지석현과 한우중도 동감하고 있었다.
“시간 없습니다. 저기 자리 잡고 준비해보죠.”
“네.”
강윤은 여고생의 교복에 넋을 놓으려는 세 남자를 붙잡고 거리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 장비는 오디오 하나였다. 오디오는 강윤이 들고 세 남자는 사람들이 바로 자리를 잡고 섰다.
“여기서 사람들이 못 넘어오게 지켜줘요.”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 회사에 사람들을 요청했다. 덕분에 덩치 큰 보안업체 직원들과도 함께 왔다.
무언가 매력 있어 보이는 남자 3명이 대열을 갖추고 서니 교복을 입은 남녀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강윤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미가 보이자 바로 음악을 재생시켰다.
처음 그루브한 비트에 맞춰 전승진이 팔로 웨이브를 타며 가볍게 시작했다. 가벼운 시작이 천천히 커지더니 한 손으로 몸을 버티며 도는 기예 같은 춤을 비롯해 공중돌기 등 갖가지 춤의 향연이 펼쳐졌다.
“와아아아!!”
낙엽만 굴러가도 소리치는 여학생들이다. 이런 춤의 향연이 펼쳐지니 난리가 날 게 뻔했다. 이미 주변은 삽시간에 구름같이 몰려든 교복 인파로 난리가 났다. 모두가 휴대전화를 들고 동영상과 사진의 향연을 펼쳤다.
– 올라왔습니다.
– 알겠습니다. 수고해주세요.
홍보팀에서 문자로 연락이 왔다. 지금 사진과 영상들이 SNS로 퍼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강윤은 홍보팀에 바람을 잘 불어넣어 달라며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짧은 공연은 금방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하이라이트는 전승진의 헤드스핀이었다. 빨간 헬멧을 쓴 그는 머리로 몸을 수도 없이 돌리며 전 관객의 찬사를 받아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바닥에 있는 플래카드를 꺼내 들었다.
– 5월 16일 5시 부천 시민회관에서 만나요~
“꺄아아아악!!”
엄청난 여학생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짧은 거리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앙코르 요청이 쇄도해 뭔가를 더 보여주려는 멤버들을 제지하며 강윤은 바로 철수를 지시했다. 사람들의 아쉬움 속에 팀원들은 썰물같이 관객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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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공연의 성공으로 마케팅은 급물살을 탔다. SNS와 유튜브에 배틀몬스터의 거리공연 영상들이 올라가고 각종 사이트에도 소개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한방이 부족해.’
찬양 일색의 인터넷 사이들을 보면서도 강윤은 부족함을 느꼈다. 멋있는 퍼포먼스, 화려한 남자들의 춤. 당연히 돈이 아깝지 않은 공연들이다. 하지만 뭔가가 빠져 있었다.
‘스타? 민아 스케줄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강윤이 사무실에서 고심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강윤이 답하니 문이 벌커덕 열리며 한 여인이 난입했다.
“내가 왔다네!!”
큰 소리와 함께 당당히 등장한 그녀, 주아였다.
“연주아?”
“후후후!! 오랜만!!”
강윤은 오랜만에 보는 주아를 반겼다. 그녀는 가져온 일본과자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소파에 앉았다. 강윤은 커피를 내며 마주앉았다.
주아는 긴 일본활동이 끝나 드디어 휴식기에 들어갔다 했다. 부모님을 뵙고 회사에 인사차 들렀다가 가장 먼저 여기부터 들렀다 말했다.
“제일 먼저 들른 거니까 좀 더 반가워해.”
“그래그래. 요즘은 아카바시 PD님이랑은 안 싸우고?”
“당연하지. 일본에선 우리만큼 좋은 콤비도 없다고.”
주아는 이젠 걱정할 거 없다며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강윤은 좋아진 주아의 얼굴을 보며 만족했다.
“요새 종합음악? 새로운 팀 맡아서 한다며?”
“아아. 그렇지. 정신없다.”
“들어보니까 신발가게 음악 선곡해주고 그랬다며? 에이. 공연에 집중하지. 오빠는 그게 딱인데. 아, 맞다. 이번에 비보잉? 그거하고 있다면서?”
“소식 빠르네. 배틀몬스터라는 팀이야.”
“진짜? 그 팀 완전 짱인데. 나 그 팀 완전 좋아해. 팬이야.”
“그래?”
“저기 오빠. 혹시 나… 비걸로는 출연 안 될까? 잘할 자신 있는데….”
주아는 관심이 가는지 눈을 반짝였다. 강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부정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쁠건 없는데 주아 너는 너무 쎄서 안 되겠다.”
“에에?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 사람들이랑 못 맞출까 봐? 내가 춤으론 이 바닥에서 원탑인 거 몰라?”
“그런 것보다, 에이. 아니다.”
주아와 티격대다 강윤은 멈칫했다.
“뭐야. 말을 하다 말아?”
“…..”
“아 진짜. 뭔데!!”
주아는 강윤이 말을 할 듯 말 듯하니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평소의 강윤이라면 거의 없는 일이었다. 성질 급한 그녀는 강윤을 계속 닦달했다. 결국, 그 닦달에 못 이겼는지 강윤은 속에 있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뭐? 진짜 비걸을 구한다고?”
“…그래도 넌 안 돼. 쉴 땐 쉬어야….”
“나 할래!!”
“…..”
강윤은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뻐끔거렸다.
“나 할 거야, 할 거라고!!”
“휴식 기간이라며.”
“그러니까 시간 많다고.”
주아는 비걸을 하겠다고 난리였다. 사실, 비걸이 필요한 건 강윤이었는데 거절하고, 안 해도 되는 주아가 하겠다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다 주아는 정색을 했다.
“오빠. 생각해봐. 솔직히 내가 그 팀에 참여하면 더 나으면 나았지 안되는 이유라도 있어?”
“회사 허락은 받았어?”
“내가 하겠다는데 뭐 어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강윤은 주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왜 때려.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대체 왜 하려는 건데?”
“미래에 도움이 되잖아. 비보잉 댄스도 배울 수 있고, 나한텐 큰 기회라고. 이게 당장은 돈이 안 돼도 나중에 크게 쓸 날이 올걸?”
주아는 계속해서 강윤을 설득했다. 강윤은 그래도 주아를 재보려는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초리를 받아넘기며 주아는 강윤을 졸라댔다.
“한번 하게 해주라. 응? 오빠 그 정도 힘 있잖아? 응? 응?”
주아는 애교까지 부리며 강윤에게 매달렸다. 그의 팔을 마구 흔들며 귀여운 표정으로 부탁해왔지만, 강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아라면 나야 땡큐지.’
그런데 강윤은 주아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냉정하게 공연에 주아가 이번 공연에 출연해 준다면 방점을 아주 화려하게 찍는 것이다. 강윤의 요청을 ‘받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아 본인이 요청을 ‘해서’ 갔다면 태도에 분명히 차이가 있을 터.
이 정도면 되겠다 생각한 강윤은 그제야 말을 꺼냈다.
“…알았어. 한번 말은 해볼게.”
“진짜지? 무르기 없기야?”
강윤의 속셈을 모르는 주아는 만세를 불렀다.
“회장님 허락도 받아야 하고…. 너 한번 외부로 나가는데 처리할 게 한둘이 아닌 데…. 아, 머리야. 너 진짜 올 때마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도 나 하나면 팬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데. 그거 생각하면 오빠한테도 좋잖아.”
“에라이. 나 일해야 하니 가봐. 회장님하고 거기 리더한테도 말해봐야 하니까.”
“훗. 그럼 수고해. 난 오빠만 믿고 간다.”
목적을 이뤘다 생각한 주아는 생글생글 웃으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강윤은 책상 위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배틀몬스터 찬조 요청건 – 주아 -’ 라고 쓰인 서류였다.
“조금 찔리긴 하네.”
강윤은 정민아 서류는 폐기하고 주아 관련 서류를 챙겼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르며 회장실로 향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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