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78
24화 – 계기(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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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24화 –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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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아 개런티가 아쉽기는 하군. 그래도 전체적인 공연은 만족스러우니 괜찮네.”
원진문 회장은 강윤의 보고에 만족하는지 보고완료란에 사인을 했다. 특히 규모가 점점 커져 큰 공연이 되었다는 점과 그로 인해 회사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대로 조금만 가면 대형 콘서트도 문제없겠어. 여름은 무리겠고…. 가을이나 겨울 즈음에 대형 콘서트 하나 추진하는 거로 가지.”
원진문 회장은 강윤의 보고서에 신이 났는지 어깨를 들썩였다.
‘이야기해, 말아?’
강윤은 감사팀과 있었던 트러블에 대해 말할지 말지 망설였다. 자칫 잘못하면 사소한 것도 일러바치는 쪼잔한 놈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말이 턱밑까지 차 올랐지만 천천히 내렸다.
“알겠습니다. 가을은 무리일 것 같고, 겨울이 어떨까 합니다. 연말 콘서트 정도면 괜찮다 생각합니다.”
“연말 콘서트. 좋네. 그때를 기대하지.”
강윤은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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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힘내자고!! 오늘은 야근이야!!”
감사팀 여진형 차장은 직원들 모두를 격려하며 테이블에 쌓인 서류들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에 말에 강동형 과장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감사 다 끝나서 해방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날아든 엄청난 양의 자료들은 감사팀 직원들을 한숨 짙게 했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의 한숨에도 여진형 차장은 파이팅이 넘쳤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종합음악팀 건이다. 이거 잘하면 특진이라고 이사님이 말씀하셨으니 꼼꼼히 잘들 찾아보자고.”
“예!!”
특진이라는 말에 직장인들의 눈이 확 밝아졌다. 진급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직장인들에겐 꿀처럼 달콤한 유혹이었다. 모두가 눈을 빛내며 업무를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 2시간….
업무시간이 지나고 또 야근 타임.
“뭐 이리 깨끗해!!”
어둑어둑해진 밤.
결국, 팀에서 제일 괄괄한 민두진 과장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이사회의에서 통과된 예산과 강윤이 준 예산자료는 10원 단위, 1원 단위까지 모두 똑같았다. 보통 사소한 오차는 나오게 돼 있는데 당혹스러웠다.
“프로그램 다시 돌려봐.”
여진형 차장이 인상을 썼지만 민두진 과장은 이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돌리면 다섯 번째 돌려본 겁니다. 이 사람 괴물인데요?”
“허. 이러면 이사님한테 할 말이 없는데….”
“네?”
“아냐, 아무것도.”
여진형 차장은 에디오스 관련 건들을 살피고 있었다. 대형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라 건질 게 많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에디오스 선발전부터 들어간 예산들은 지급 받은 예산과 차이가 없었고 남은 금액도 모두가 다 들어맞았다.
“이 사람, 진짜 너무하네.”
여진형 차장은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그 와중에 강동형 과장이 서류들을 보며 한마디 보탰다.
“세디 건도 이상 없습니다. 다 들어맞아요.”
“주아 일본 건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일 먼저 돌려봤잖아요.”
혹여 조작된 건 아닐까, 날짜 등도 살폈지만 파일 작성날짜는 모조리 과거였다. 조작 여부는 의심할 것도 없었다.
“차장님. 더 볼 게 없습니다.”
“…..”
강동형 과장의 말대로 감사할 게 없었다. 모든 직원이 종일 매달려 감사를 진행했지만, 꼬투리를 잡을 게 없었다. 혹시나 영수증 누락된 게 없나 몇 번을 살폈지만, 오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퇴근해.”
“차장님은 안 하십니까?”
“난 조금만 보고 갈게.”
여진형 차장은 결국 강동형 과장을 비롯한 모두를 퇴근시켰다. 그러나 그는 넥타이까지 풀어헤치고는 다시 서류들에 매달렸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그리고 혼자만의 기나긴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신발.”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여진형 차장은 벌게진 눈으로 자료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도무지 이놈의 서류들은 빈틈 하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다.
“이런 젠장!!”
그러나 몇 번이 아니라 몇 십번을 뒤져보아도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기나긴 한숨을 쉬며 책임자, 김진호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하나라도 있겠죠. 반드시 찾아내세요. 반드시.
“전 팀원들이 매달렸어도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쯤 하시는 게…”
여진형 차장은 은근히 포기를 부탁했다. 감사팀 최고 책임자의 지시는 변함 없었다. 이쯤 되면 물러날 법도 한데 그의 태도는 전혀 바뀌는 게 없었다.
– 없으면 만드세요.
“네?”
–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작업을 해보세요.
뚜뚜 소리가 나며 통화는 끝이 났다. 여진형 차장은 암담했다. 이런 철저한 자료들에 대체 무슨 작업을 하라는 건지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상관이 까라면 까야하는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에이씨. 일단 해보자….’
여진형 차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의 눈엔 에디오스 관련 자료들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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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일단 자세한 일정을 잡아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쪽도 오래 기다리지는 못한다 합니다. 장기라는 게 사람을 오래 기다릴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정을 잡아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출근 중에 걸려온 전화는 강윤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며칠 전, 희윤에게 미국에서 편지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준비를 하는 중이었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싱숭생숭했다. 희윤만 보내자니 걱정이 되었고 자신도 따라가자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망설여졌다.
혼란한 마음을 안고 강윤은 출근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손님이 있었다. 이현지 사장이었다.
“사장님?”
“앉아봐요.”
그녀는 강윤을 이끌어 소파에 앉았다.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강윤은 궁금해졌다.
“회사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흉흉한 소문이라니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이 팀장이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소문입니다.”
“네?”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횡령이라니. 그로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제가 횡령을 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렇지요? 지금 소문의 출처를 찾고 있으니까 오늘은 기분 나쁜 시선을 받더라도 이해하세요.”
“허….”
이현지 사장이 나가고 강윤은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횡령이라는 말에 마음이 심란했다. 1원 단위까지 절사하지 않고 모조리 맞춰 감사팀에 넘겼는데 횡령?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
‘뭔가 있어.’
강윤은 다시 자료들을 열어보았다. 감사팀에게 넘겨준 파일들의 복사본들이었다. 그는 이사회의에서 나온 예산 자료들과 하나하나 대조해보았지만 어디서 횡령이 성립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자료의 양이 워낙 많아서 다 살피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모처럼의 칼퇴근이었다. 로비로 나서니 직원들이 그에게 인사를 해왔다. 그러나 이전만큼 친근한 인사는 아니었다.
‘소문이 많이 퍼졌나 보군.’
사람들의 미묘하게 달라진 모습들을 보니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의심받는 건 질색이었다.
다행히 그런 자리는 금방 마련되었다. 이틀 뒤 긴급 이사회의가 소집된 것이다.
강윤이 통보를 받아 회의실로 향하니 이사들 모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이사회의까지 소집하게 되어 안타깝지만,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문광식 이사의 조금은 긴 서론과 함께 이사회의가 시작되었다. 오늘의 안건은 강윤의 횡령문제였다. 원래는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는 말이 많았으나 이현지 사장의 반발과 원진문 회장의 반대에 따라 이사회의로 형식이 변경되었다.
오늘 안건에 따라 강윤은 중앙에 나섰다. 강윤이 준비되자 김진호 이사가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며칠 사이 회사에 이 팀장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소문은 소문이라 생각했지만 몇 가지 이상한 게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질문해도 괜찮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에디오스 일과 관련해서 질문하겠습니다. 이 팀장은 에디오스를 선발할 때 예산을….”
김진호 이사는 회의를 진행하는 비서에게 USB를 넘겨주었다. PPT 자료였다. 비서는 프로젝트에 자료를 띄웠다. 그러자 강윤이 에디오스 선발에 사용했던 총예산과 이사회의를 통과했던 예산이 화면에 떴다.
‘뭐야?’
강윤은 눈을 부릅떴다. 비교된 예산이 그가 준 자료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이 팀장. 우리가 통과시킨 예산에 비해 금액이 좀 적은데 남은 금액은 어디로 갔는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
“좋습니다. 한꺼번에 답을 줘도 되니까 두 번째로 넘어가죠.”
김진호 이사는 에디오스 예산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특히 개인 연습을 위해 썼다는 예산과 회사에서 준 예산의 차이가 다른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거기에 조심스럽게 에디오스의 숙소 문제를 집어넣어 연습생 때부터 숙소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게 예산 유용에서 온 게 아닌지를 따져 물었다.
온 이사들이 술렁였다. 지금까지 감사가 없었던 탓에 예산이 펑크가 났다. 그렇다면 남은 예산은 어디로? 그들의 눈은 강윤을 의심하고 있었다.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화면에 떠 있는 자료는 자신이 준 자료와 완전히 다른 자료였다.
‘내가 이런 취급이나 당하려고 일했었나?’
이 자리에 서 있는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이사들은 수군거리며 강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 안달이 났고, 앞에서 지적하는 이는 날 선 눈매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강윤은 화도 났고 서글퍼졌지만 냉정하게 마음을 추슬렀다.
“먼저 선발 시 들었던 예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윤은 비서에게 손짓해 USB를 넘겨주었다. 역시 PPT 파일이었다. 비서가 열어보니 똑같은 자료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런데 재생된 파일에서 나온 금액은 이전과 완전히 달랐다.
“이건 무언가요?”
“이게 제가 감사팀에 넘겨드린 자료에 있는 예산사용금액입니다.”
“잠깐. 그럼 이중장부를 작성하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김진호 이사의 말에 강윤은 터지려던 머리를 살짝 내리눌렀다.
“…제 자료는 사장님과 회장님께 보고 드리던 자료입니다. 지금 당장 가져와 보셔도 일치할 겁니다.”
원진문 회장은 바로 비서에게 자료를 뽑아오라 했다. 잠시 후. 비서는 USB에 자료를 담아와 화면에 재생시켰다. 과연 강윤의 말대로 그가 준 자료와 똑같았다. 모두가 다시 술렁일 때 강윤이 일침을 놓았다.
“제가 회장님께 보고하던 자료를 조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잘못되었다면 감사하던 쪽에서 장난을 치지 않았겠습니까?”
“뭐라고?! 지금…!!”
“날짜부터 확인해보십시오. 사내 인트라넷으로 도는 모든 파일은 최종 수정일이 기록되니 말입니다.”
강윤의 말대로 비서는 바로 원본 파일을 확인해보았다.
“3일 전입니다.”
거기에 강윤은 힘을 받았다.
“3일 전이라면 제가 저 파일을 소지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감사팀에서 제 파일을 모두 수거해가서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종 수정일이 3일 전입니다. 조작하지도 않았고, 할 필요도 없는 제가 이런 의심을 받아야 합니까?”
“…..”
회의장이 침묵에 빠져들었다. 사실 파일의 수정일까지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확인을 하니 강윤에 대해 누구도 더 말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강윤은 몇 마디를 더 추가했다.
“제가 넘긴 자료가 어디서 저렇게 변경이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사회의에 저런 변경된 파일이 왔다면 그 출처부터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강윤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이건 빼도 박도 못했다.
‘너무 나갔어.’
‘적당히 하지.’
김진호 이사도 이런 시선들을 느꼈다. 감사팀 차장이 뭔가를 발견했다며 가져온 파일을 바로 수용했던 게 화근이었다.
“…김 이사.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건가?”
원진문 회장은 분노했다. 그는 이글이글한 눈으로 김진호 이사를 노려보았다.
“그게…. 이게 그러니까….”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걸세.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더 볼 것도 없군.”
원진문 회장은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남은 이사들은 그 기세에 눌려 꼼짝하지도 못했다.
‘하….’
평소와는 다르게 강윤도 이사들보다 먼저 회의장을 벗어났다. 누명은 벗었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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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담배는 더럽게 맛없네.”
강윤은 담배를 거칠게 비벼껐다. 평소에도 썼지만, 오늘은 그 맛이 더했다.
‘내가 그동안 뭐한 거지….’
강윤이 허탈함을 감추지 못할 때, 그의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돌아보니 이현지 사장이었다.
“사장님.”
“방해했나 보네요.”
“아닙니다.”
이현지 사장은 담배를 태우지는 않았다. 대신 껌을 하나 꺼내 씹기 시작했다. 그녀는 강윤에게 껌 하나를 내밀었고 그는 고맙다며 받아들었다.
“감사팀 차장이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더군요.”
“…..”
“조치가 있을 겁니다. 그 여 차장이라는 사람도, 김진호 이사에게도.”
그러나 강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처벌을 받는다지만 통쾌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군요. 미안합니다.”
“…..”
이현지 사장은 고개까지 숙였다. 평소라면 괜찮다며 넘어갔을 강윤이었지만 이번에는 생각이 달랐는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가세요.”
“네?”
이현지 사장에게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에 강윤이 반응을 보였다.
“회사를 나가라는 말씀입니까?”
“앞으로 나와 이사진들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겁니다. 계속 있다가는 오늘 같은 일들이 반복될 게 뻔해요. 솔직한 마음으론 이 팀장이 있어 주면 좋겠지만… 더 있으면 인재의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자르는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해요.”
“…..”
이현지 사장의 말에 강윤은 더 혼란해졌다.
“이 팀장, 아니 이강윤 씨는 능력이 있어요. 사람을 보는 눈, 곡과 시류를 읽는 시야. 이건 아무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회장님이 이 팀장을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
“이 정도 능력이면 홀로 서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어요. 그때 말했던 것처럼.”
할 말을 마쳤는지 그녀는 머리를 휘날리며 옥상을 내려갔다.
“…홀로서기라.”
어려운 문제였다. 깊어 가는 고민 속에 강윤은 잘 태우지 않던 담배를 다시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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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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