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0
24화 – 계기(完) >
빠른 인수인계를 위해 주말에도 출근한 강윤은 오전 중에 일을 마무리했다. 음악 코디네이터와 같이 분야가 특이한 경우는 따로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작성해놓았고 공연 관련 업무들은 담당 부서에 업무들을 이관시켰다.
“휴우. 이제 조금만 하면 되겠네.”
강윤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햇살은 따뜻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였다.
“퇴근할까.”
조금만 있으면 인수인계도 마무리되겠다, 이제 부담도 없었다. 강윤은 짐들을 챙겨 계단을 내려왔다.
강윤이 3층을 지나는데 웬 교복을 입은 소녀가 커다란 기타를 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정기 오디션 날이구나. 오디션 보러 왔나?’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오디션 날이었다. 교복 소녀는 번호가 호출되니 안으로 들어갔다. 강윤은 MG엔터테인먼트에 기타로 오디션을 보러온 게 신기해 강윤은 조용히 오디션이 있는 3층의 큰 연습실로 향했다.
– 감싸주고 싶어– 보고 싶은 너의 작은 어깨에 — 내가 기대고–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녀의 노래는 수준급이었다. 기타를 치는 솜씨도 나쁘지 않았다. 아르페지오로 기타 스트링을 뜯으며 노래하는 모습은 어린 소녀에게서 흔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괜찮은데?’
소녀에게선 하얀빛이 넘실거렸다. 순백의 하얀빛은 연습실을 감싸 안았다. 강윤은 저 정도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결과는 차후에 알려드릴게요.”
가운데 남자 프로듀서의 말에 교복 입은 소녀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강윤은 얼른 문에서 비켜났다. 소녀는 강윤을 지나쳐 로비로 내려갔다.
‘뭐지?’
강윤은 의아했다. 저 정도 노래라면 충분히 합격이라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통과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해주는 게 MG엔터테인먼트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불합격이라니.
강윤은 궁금해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강윤을 보며 인사부터 건넸다. 강윤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바로 이유를 물었다.
“보셨군요. 괜찮은 노래였지만…. 회사와 색깔이 맞지 않네요.”
“색깔이라. 하긴, MG엔터테인먼트는 선발 기준이 있으니까요.”
“네. 좋은 노래, 악기까지 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저 소녀는 외모에서 스타로 띄울만한 특이성이 없다 판단했습니다.”
강윤은 알았다며 말하고는 로비로 향했다. 그들은 회사의 기준으로 최적의 판단을 했다. 거기에 더 뭐라 할 말은 없었다.
‘나라면 합격을 줬을 거야.’
하지만 강윤의 기준으로는 수긍하기 힘들었다. 혹시 회사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선발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로비를 지나니 아까 그 소녀가 있었다.
‘평범하네.’
소녀는 단발머리에 적당한 키, 옅은 화장 등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학생이었다. 처음 선발을 할 때 아예 특이하거나 외모에 특색이 있거나 인형 같거나 등을 보는 MG엔터테인먼트에서 선발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나마 특이하다는 이삼순의 경우도 보이시했지만 꾸며놓으면 미인이었다.
‘인연이 되면 보겠지.’
안타까웠지만 여기서 강윤이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연락처라도 줄까 생각했지만, 미국으로 가는 이상 무한정 연락을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윤은 그냥 소녀를 지나 로비를 나섰다.
“하아…. 그만 포기할까.”
소녀는 짙은 한숨을 지으며 테이블에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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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은 에디오스를 만나기 위해 연습실에 들렀다. 오늘은 단체 연습이 있다는 스케줄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습실에 가니 에디오스는 없고….
“야!!”
“뭐야?”
거센소리를 외치는 주아가 있었다. 그녀는 강윤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오빠 미쳤냐? 회사를 왜 때려쳐?”
“…이걸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야.”
“뭐뭐뭐?”
백번이라도 설명하라는 기세인 주아에게 강윤은 “”또”” 동생 일과 앞으로의 준비 등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고 말해야 했다. 요새 설명하는 일에 도가 튼 것 같아 머리까지 아파 왔다.
“…아, 진짜!! 이희윤 얘는 말도 안 해주고.”
“오빠 일이니까 내가 말할 때까지 조용히 있던 거겠지.”
“아무튼!! 아, 진짜….”
주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 싶었더니 또 간단다. 이 바닥이 만남과 이별이 흔하다고 하지만 이런 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 담당했던 게 주아 너였는데.”
“진짜? 난 완전 베테랑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보였어? 다행이네.”
“처음엔 못 미덥긴 했지.”
“야.”
역시, 마지막은 태클로 마무리였다. 그러나 주아는 섭섭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미국이라고? 뭐…. 좀 멀긴 해도 만날 순 있겠네. 어디야? LA야?”
“응.”
“뭐야, 지사 근처잖아. 난 또 얼마나 멀다고. 나 놀러 가면 밥은 줄 거지?”
“…..”
주아는 쿨했다. 섭섭함과 시원시원함이 동시에 묻어나오니 강윤은 피식 웃어버렸다.
“너답다. 그래, 와라. 흰 쌀밥만 왕창 줄 테니까.”
“인간이 뭐 그러냐. 하여간 사람이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지.”
“소개나 해 주고 말하던가.”
강윤이나 주아나 서로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화기애애했지만, 서로 헤어지는 서운함은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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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인수인계가 끝나고 강윤은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화성학 스승인 최찬양 교수를 비롯해 이준열, 디에스 등 같이 작업을 했던 사람들을 만나 나중을 기약했다.
일은 착착 진행되어갔다. 여권을 비롯해 항공권, 미국에서 머무를 집 등 모든 것을 준비해갔다.
그리고 출근 마지막 날.
“오늘까지인가.”
원진문 회장이 직접 마지막 짐을 정리하는 강윤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네. 끝나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아냐. 내가 왔으니 됐네. 그거 아나? 후임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
원진문 회장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강윤만한 센스있는 기획자는 쉽게 구해지는 게 아니었다. 젊지, 유능하지…. 여러 가지로 아쉬웠다.
“비록 마지막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길 바라네.”
“회장님이 해주신 일들은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못난 놈들….”
원진문 회장은 이사들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 왔다. 실적도 적당히 챙겨야지 이런 사단이 안 날 게 아닌가. 상대를 깎아내리며 만드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 하는데, 저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젠 괜찮습니다.”
“그래. 나중에 또 볼 날이 있겠지. 조심해서 가게나.”
원진문 회장은 손을 내밀었다. 크고 투박한 손이었다. 강윤은 손을 맞잡았다. 그는 강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곤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
강윤은 짐을 챙겨 로비로 향했다. 여기를 나서면 정말로 끝이었다.
‘아쉽네.’
로비를 걸으며 강윤은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음악을 보는 힘과 경험에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총동원해 하나하나 넘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적과도 같았다.
잠시 과거에 젖어들어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에 짐을 실을 때, 타다닥하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하며 돌아보니 급하게 뛰어오는 민진서였다.
“진서?”
“선생님!!”
민진서는 별말도 없었다. 그녀는 달려오자마자 강윤 앞에 서더니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선생님 가지 마세요. 네?”
“그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정민아 때와 똑같았다.
민진서로서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해외 촬영으로 주욱 밖에 있었는데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강윤이 나간다는 무시무시한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왜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선생님 아무 잘못도 없다면서요? 그런데 왜 나가시려는 거에요? 뭐가 잘못된 건데요? 누구예요? 누가….”
“…하나씩 하자, 하나씩. 일단 진정부터 하고….”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평소답지 않게 민진서는 소리까지 빽 질렀다. 강윤이 놀라 뒤로 조금 물러날 정도였다. 민진서의 매니저가 이건 아니다 싶어 말리려고 했지만, 강윤이 괜찮다며 제지했다.
“대충 듣고 왔어요. 가요.”
“어딜 가려고.”
“선생님 이렇게 만든 사람들 다 잘라버리게!!”
강윤은 웃음이 나왔다. 진짜로 따지러 쳐들어갈 기세였다. 평소에는 어른스러웠지만 이럴 때의 민진서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였다. 철없어 보이긴 했지만, 강윤은 자신의 편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진서야. 괜찮아. 다 해결됐어. 그리고….”
강윤은 동생 문제로 미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차분히 해주었다. 씩씩대던 민진서는 그제야 들썩이던 어깨를 추슬렀다. 거친 숨소리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래. 나도 더 공부해야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거 아니냐. 계속 거기 있는 게 아니라고.”
“…..”
불타던 민진서의 눈에 기어이 방울이 졌다. 그녀는 강윤의 손을 놓고 돌아섰다.
“진서야.”
“…..”
강윤은 그녀를 달랬다. 그러나 민진서는 강윤을 손으로 제지하며 마다했다. 그래도 그는 계속 민진서를 달랬다.
“주변 애들이 왜 이렇게 다 울보야.”
강윤은 어깨를 으쓱해야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민진서가 진정되었다. 그녀는 벌게진 눈으로 강윤을 올려다보았다.
“…얼마나 있다가 오실 건가요?”
“1년?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예정은 그 정도야. 생각하고 있어.”
“기네요.”
“그래도 나 올 때 즈음엔 진서 너는 대배우가 되어 있겠지?”
강윤의 말에 민진서는 자신 있다는 듯 눈을 빛냈다.
“물론이죠.”
“그때는 이렇게 보고 싶어도 못 보겠구나.”
“선생님이라면…. 뭐….”
민진서는 말을 흐렸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제스처였다. 그러나 강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미래의 대배우님. 난 이만 갈게. 정리할 게 많아서 말야.”
강윤은 차 문을 열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선생님….”
“진서야. 그럼 나중에….”
그때, 민진서가 강윤에게 안겨들었다. 강윤은 놀라 그녀를 떼어내려 했지만, 깍지까지 낀 그녀를 쉽게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진서야. 이게 뭐 하는….”
“잠깐만, 잠깐만요.”
강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다행히 누가 있나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매니저도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민진서가 강윤에게서 벗어났다.
“너 이게 뭐 하는….”
“…나머지는 나중에 할게요….”
“뭐라고?”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민진서는 강윤이 떠나는 걸 보지도 않고 돌아섰다. 강윤은 당혹스러워 민진서를 계속 불렀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허…. 참…. 요즘 애들은 무서워.”
강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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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직도 민진서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다. 원래 이렇게까지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가 떠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나중에는 꼭….’
민진서는 강윤이 떠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후에는 다를 것이다.
사무실로 향하며 민진서는 그렇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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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아직이야?!”
“지금 나가!!”
현관 밖에서 희윤이 외치자 강윤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며 밖으로 나섰다.
드디어 오늘, 강윤과 희윤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밖에서는 빵빵대는 차 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은 이현지 사장의 차에 짐을 싣고 동생과 함께 차에 올랐다.
“저희 때문에 이렇게까지…. 감사합니다.”
“이 정도야 별거 아니죠.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 텐데.”
차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도로는 뻥 뚫렸다. 차에 속력이 붙기 시작하자 희윤이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시골 같아. 저긴 철도야? 우와….”
마치 어린아이처럼 여러 가지에 놀라는 희윤을 보며 강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에게 이현지 사장이 물었다.
“얼마나 있을 생각인가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 1년인데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강윤 씨가 귀국할 때면 많은 게 변해있겠네요.”
“그렇겠죠? 거기에 대응하려면 저도 준비를 많이 해와야겠네요.”
“강윤 씨야 워낙 감각이 있는 사람이니 잘할 겁니다. 그래야 나도 투자하는 가치가 있죠.”
이젠 투자라는 게 기정사실이 돼버렸다. 강윤은 어깨를 으쓱해버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세 사람은 출국장으로 향했다.
출국 수속을 밟기 전, 이현지 사장이 강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한국에서 뵙죠. 나중에 볼 때는 사장과 직원이 아닌 파트너인가요?”
강윤은 피식 웃었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진 못했다. 그러나 이현지 사장은 진심으로 투자할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투자는 받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신중해야 하는 법. 강윤은 즉답을 피했다.
“그때가 된다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비행기 시간 늦겠네요. 가세요.”
강윤은 희윤과 함께 수속을 밟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현지 사장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남매는 미국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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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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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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