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1
25화 – 3년 후, 새로운 시작(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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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25화 – 3년 후,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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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서 도착하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인천공항은 언제나 분주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바삐 수속을 진행했고 직원증을 맨 사람들은 자신들이 맡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방송이 흘러나오자 바삐 뛰는 사람들까지, 공항은 활기가 넘쳤다.
“올 때가 됐는데….”
이현지는 수많은 인파 안에 있었다. 안내판을 보니 이미 비행기는 도착했다 한다. 출국장에 사람들이 계속 내려오고 있었지만, 그녀가 찾는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전화도 없고, 답답한 상황이었다.
“내가 대표인지 비서인지 구별이 안 가네.”
이현지는 괜히 투덜거렸다. 입국 수속이 길어지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없는 동안 한국에서 한 고생들을 생각하면 절로 그런 말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저 멀리서 그녀가 찾는 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긴 다리에 넓은 어깨가 돋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여행용 가방을 끌며 조금은 그을린 얼굴에 여유 있는 모습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강윤 씨. 여기에요.”
이현지는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는 곧 알아보았는지 반가워하는 기색으로 달려왔다.
“오래 기다리셨나 봅니다.”
“아니에요. 오랜만이네요, 강윤 씨. 아니, 이젠 사장님인가요? 반년 만에 뵙네요.”
“오글오글하군요.”
악수를 한 두 사람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 짐을 싣고 공항을 나와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많이 탔네요. 좋은데 다녀왔나 봐요?”
“오기 전에 희윤이와 플로리다에 다녀왔거든요.”
“어머? 희윤이가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
“이젠 정상이죠.”
강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있었다. 근 1년간은 희윤 옆에 붙어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2년이 조금 넘어서야 강윤 자신의 일에 손을 댈 수 있었으니 말이다.
3년간 미국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한 이현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번에 희윤이가 만든 노래들 몇 개를 들어봤는데 괜찮은 게 많더군요. 감각도 있고, 강윤 씨 동생다웠어요.”
“아직 멀었죠.”
말은 그렇게 했어도 누군가 혈육을 인정해 주는 건 좋은 일이었다. 강윤은 엷게 웃었다.
“미국에서도 한국 소식 계속 접했겠지만, 시장이 많이 변했어요.”
“전 원 회장님 소식이 제일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쓰러지시다니….”
“그러니까요. 세상일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그 덕에 내가 여기 있는 거 아니겠어요?”
“병문안부터 가봐야겠습니다.”
강윤은 씁쓸했다. 원진문 회장은 강한 힘으로 이사진과 사장단을 조절하며 연예계 최고의 연장자임을 과시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심근경색이란 병은 무서웠다. 한순간에 원진문 회장이 그렇게 돼버리니 MG엔터테인먼트는 이사진의 결정에 좌지우지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사장단은 밀려났고, 그 결과 이현지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래요. 그래도, 이젠 머리 빠지면서까지 스트레스받을 일은 없어서 좋네요.”
“머리까지 빠졌었습니까? 지금 사장님 나이에 그러시면….”
“거기까지.”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니 이현지의 인상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젠 이사죠. 이강윤 사장님.”
“하하하. 사장이라는 말은 듣기 좋으면서 오글오글합니다. 특히 사장님께 들으니 더 그러네요.”
“이제 호칭에 익숙해지세요. 앞으로 회사 규모를 확장해 나가면 더더욱 그래야 해요.”
두 사람은 그 외 연예계 이야기와 MG엔터테인먼트에서 강윤이 키워왔던 연예인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나누었다. 3년간 급변한 한국 연예계 바닥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은 용산에 있었다. 2층 규모의 조금 허름한 건물에 ‘WORLD 엔터테인먼트’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임대료를 생각하면 강남까지는 무리더군요. 강윤 씨가 말한 대로 2층 건물을 임대했어요. 지하까지 3층. 겉은 허름해도 내부는 시설도 들여놓고 쓸만해요.”
강윤과 이현지는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강윤 씨는 사장님이에요. 제대로 대우를 해드리죠.”
“알겠습니다, 이사님.”
“기분 이상하네요.”
두 사람은 2층에 마련된 사무실로 들어가니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긴 머리를 묶은 정장 차림의 여성이었다. 긴 목선에 긴 다리가 두드러진 20대 여자였다.
“이사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혜진 씨. 사장님. 이쪽은 정혜진 씨. 회사 사무와 예산을 담당하는 직원입니다.”
“사장님이세요?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사장이라는 말에 정혜진이라는 여인은 기합이 단단히 들어 90도로 인사를 했다. 강윤은 그렇게까지 할 것 없다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강윤은 그녀에게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는지를 묻고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정혜진이 커피를 내오고, 사무실에는 강윤과 이현지가 마주 앉았다. 조금 전과는 달리 분위기가 약간 가라앉았다. 이젠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걸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사장님?”
운은 이현지가 뗐다. 강윤은 여행용 가방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현지가 열어보니 악보였다.
“악보네요? 아, 이거 저번에 들었던….”
“네. 희윤이가 작곡한 곡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강윤은 휴대전화에서 바로 노래를 재생시켰다. 피아노로 전해지는 발랄한 멜로디가 이현지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멜로디가 밝으면서 느낌이 있네요. 편곡만 잘하면 좋은 곡이 나오겠군요. 편곡분도 있나요?”
“시간이 없어서 편곡은 아직 못했습니다.”
“잠깐.”
이현지 사장은 강윤의 말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못했다니, 이건 직접 한다는 소리 아닌가?
“사장님이 편곡을…?”
“네. 직접 손을 대 볼 생각입니다.”
“하….”
이현지는 크게 놀라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편곡이라니, 어느새 강윤의 음악적 수준이 그렇게 높아졌는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편곡은 만만치 않아요. 3년 만에 편곡이라니.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몰라도 사장님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 누가 그 곡을 사려 하겠어요.”
이현지는 회의적이었다. ‘말은 돌려서 했지만 네가 그만한 실력이 있느냐?’ 그 말이었다. 그러나 강윤은 자신 있는지 흔들림 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일단 완성되면 곡을 드리겠습니다. 듣고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죠.”
“…사장님이 이상한 말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그동안 강윤이 열심히 음악을 공부했다는 건 잘 알았다. 그러나 공과 사는 다른 법이다. 이현지는 신중했다. 일단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승낙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시차 적응이 안 돼서 피곤하네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태워다 드릴까요?”
“아니에요. 이사님도 일이 있을 텐데.”
“풋. 이젠 이사님이네요? 확실히 어색하네요.”
이현지는 괜찮다며 강윤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기어이 강윤을 차에 태우곤 그의 새로운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이제 시작이다. 잘 해보자.’
집 앞에서, 돌아가는 이현지에게 손을 흔들며 강윤은 그녀를 놀라게 할 만한 노래를 만들겠다 다짐했다.
강윤이 안으로 들어가니 집은 예전 그대로였다. 약간 무성하게 솟은 잡초들이 거슬렸지만 다른 건 크게 변한 게 없었다. 물론 빈 희윤의 방이 허전하게 다가왔다. 강윤은 희윤의 방을 닫고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좋아. 다 왔군.’
방안에는 신디사이저 2대, 스피커 7대와 우퍼 1대, 그리고 새로 주문한 컴퓨터가 박스 포장에 싸여 있었다. 강윤의 부탁에 이현지가 직접 구해 준 것이다.
‘고맙네.’
투자자와 투자를 받은 사람의 입장이라지만 이 정도 배려라면 강윤은 할 말이 없었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스피커들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신디사이저도 스탠드에 올려 세팅을 했다. 컴퓨터를 중심으로 신시사이저들을 세팅하고 잘 “볼 수” 있도록 스피커들도 높이 걸어놓았다. 음표를 잘 보기 위한 세팅이었다.
시차 때문에 피곤했지만, 강윤은 세팅을 서둘렀다. 3시간이 넘도록 세팅과 테스트를 거치니 강윤의 방에 어엿한 개인 작업실이 완성되었다.
‘한번 해볼까?’
강윤은 악보를 보며 신디사이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피커 하나에서 푸른 음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음표는 일정한 자리에서 빛을 만들어냈다. 약한 하얀빛이었다.
‘드럼을 입혀보자.’
이어 강윤은 신디사이저 위에 드럼을 세팅해놓고 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컴퓨터로 방금 연주한 소리에 합성했다. 각각 스피커에 따로 나오도록 설정하고 재생하니 푸른 음표와 검은 음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곧 두 음표는 합쳐지며 약간 더 강한 하얀빛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면 됐네.’
음표도 잘 보이고, 소리도 잘 들렸다. 만족스러웠다.
세팅을 완료하니 피로가 몰려들었다. 짐도 풀지 못했지만, 세팅을 완료했다는 성취감에 강윤은 그대로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그리고 깊은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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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전성시대. 2011년 가요계를 일컫는 말이었다.
데뷔 이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에디오스와 그 뒤를 바짝 뒤쫓는 다이아틴의 경쟁은 수많은 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래, 춤, 예능까지. 모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못 하는 게 없는 소녀들의 활약은 가요계 시장에서 살짝 밀려있었던 2030 남자들을 강력한 소비층으로 부각시켰다. 강력한 캐시카우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이후. 두 그룹에서 시작된 걸그룹의 인기는 수많은 형태의 걸그룹을 양산했다. 지금은 이른바 걸그룹 전성시대였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막상 빛나는 그룹은 몇 되지 않았다.
“오늘도 노는 거야? 지겨워, 지겨워!!”
걸그룹 티앤티는 빛나지 않는 그룹이었다. 그 멤버 진세아는 연습실에서 투덜대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녀의 말에 동감하는지 같은 멤버 이민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일주일째 놀고 있어요. 어디 작은 행사라도 없나.”
“있었으면 이러고 있겠니. 저번 앨범이 콩가루같이 폭삭 망해서 그러지….”
주정현이 투덜거렸다. 그녀는 지난번 앨범에 대한 서러움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지 귀여운 얼굴을 잔뜩 구겼다.
멤버들 모두가 투덜댔지만, 리더 김효린도 별달리 할 말이 없었다. 지난번 싱글앨범에 있던 곡이 어찌나 형편없던지 지금 생각만 해도 화가 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저 지나간 건 잊으라며 모두를 달랬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힘없이 추욱 늘어져 있을 때, 건장한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매니저 민상철이었다.
“뭐야? 분위기가 왜 이래?”
“요즘 우리 백수잖아요.”
김세솔이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지 여자들 모두가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말을 이어갔다.
“곧 새 노래를 녹음할 거야.”
“아, 네. 한 달만이네요.”
진세아가 직접적으로 치고 나오자 민상철 매니저는 헛기침을 했다. 참담한 결과에 그로서도 사실 민망했다.
“그….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을 거야.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구할 거니까.”
“…그나마 다행이네요. 사장님 노래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이민이 조근조근 말하니 민상철 매니저는 진땀을 흘렸다. 첫 번째, 두 번째 곡에 이어 세 번째까지 이 모양이니 사장의 곡에 대한 신뢰가 없을 만도 했다.
“아무튼!! 너희는 조금만 기다리면 돼. 알았지? 이젠 녹음도 하고 행사도 죽도록 뛰게 해줄 테니까.”
“아, 네.”
민상철 매니저가 기합을 넣어주려 했지만, 모두의 답에는 바람이 잔뜩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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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 일어난 강윤은 여독이 조금은 풀렸다 느끼고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희윤이 준 곡은 발랄하면서 리듬감이 살아있었다. 강윤은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거기에 최근 유행하는 후크적 요소, 듣기 좋은 편곡을 약간 가미해 볼 생각이었다.
‘처음엔 음이 낮으니까 조금 여유 있게 가보자.’
강윤은 신디사이저에서 오르간 소리의 변형을 찾았다. 수많은 오르간 소리 중 적합한 소리를 찾는 건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느낌을 생각하며 하나하나 대입을 해보니 곧 찾아낼 수 있었다.
건반을 누르니 베이지색 음표가 흘러나왔다. 이어 제일 먼저 작업했던 드럼 소리에 입혀 보았다. 그러자 회색빛이 보였다. 뭔가가 틀어진 것이다.
‘이건 아니네.’
홀로 연주할 땐 괜찮지만, 합주에선 아니었다. 강윤은 다시 소리를 찾아 재생, 합성 작업을 반복했다. 비슷한 오르간 소리였지만 울림이 조금 있는 게 느낌이 달랐다. 괜찮다 생각한 강윤은 드럼 소리에 입혀보았다. 그러나 역시 회색이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드럼의 쿵 소리와 울림이 겹치면서 회색빛이 더더욱 짙어 보였다.
‘윽….’
회색 특유의 칙칙한 기분에 강윤은 연주를 멈춰야 했다. 이전보다 영향력이 더더욱 커졌는지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기분이었다.
‘다시….’
다시 심기일전해서 오르간 소리를 찾아 합성했다. 음의 세기를 나타내는 LED 계기판도 적당히 올라가고 느낌도 괜찮았다. 그러나 연주가 진행될수록 빛이 점차 검게 물들었다.
“으읔!!”
강윤은 얼른 소리를 꺼버렸다. 온몸에 짜르르한 전기가 흐르는 기분이었다. 이전처럼 단순히 칙칙한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오르간은 확실히 아니군.’
그 덕에 강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오르간 메뉴를 넘겨 스트링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깔림음과 함께 발랄한 느낌을 살려주는 스트링을 깔았다. 그리고 드럼 소리와 합성을 했다. 그러자 쿵 짝 하는 비트와 함께 스트링이 유유히 흐르며 음표들이 하얀빛을 이루기 시작했다. 검은색의 음표와 하얀 음표가 만나 새하얀 공연의 빛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거네.’
소리 하나를 찾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작업한 지 3시간째였다. 3분이 조금 넘는 곡을 위한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온종일, 강윤은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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