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3
25화 – 3년 후, 새로운 시작(3) >
정혜진이 내온 커피를 마시며 강윤과 이현지는 아침 회의를 시작했다.
이현지는 여유 있게 커피를 넘기며 기쁘게 이야기했다.
“곡을 팔았어요.”
“그래요? 어디입니까?”
“티앤티라고 라우렐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가수에요. 이번 타이틀곡에 사용하고 싶다는군요.”
강윤은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티앤티라는 가수는 없었다. 걸그룹들이 난립한 시기에 사라져 간 가수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
“처음 듣는 가수군요. 신인인가요?”
“신인은 아니에요. 데뷔 2년 차 가수인데 아직 이렇다 할 히트곡은 없군요. 중고 신인이라 봐야죠.”
“데뷔 2년 차에 히트곡도 없다라…. 좋은 가수는 아니군요.”
강윤은 혀를 찼다. 사실 2년 동안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그건 대중에게 어필이 힘들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이 정도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했다.
“가수보다 거기 사장이 문제에요. 똥고집으로 유명하죠. 이우성이라는 사람인데 타이틀곡만큼은 자기가 만든 곡이 아니면 안 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죠. 그렇게 잘된 가수가 둘 정도 있긴 한데…. 이후 티앤티는 확실히 망했죠. 만들어서 내놓는 곡 스타일이 티앤티와 안 맞나 봐요.”
“여러모로 고집은 피곤하네요. 아무튼, 저희 노래가 타이틀곡으로 쓰인다니 잘된 일입니다. 미팅은 언제인가요?”
“내일로 잡았어요. 괜찮은가요?”
“네. 그럼 준비를….”
“잠깐만요.”
이현지는 일어나서 준비하려는 강윤을 제지했다. 그가 의아해하니 그녀가 주의를 주었다.
“사장님. 상대방이 뭔가를 요청하기 전에는 절대 먼저 나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강윤의 답에 그녀는 부족하다는 듯, 한 번 더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완성도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죠. 가수가 잘돼야 한다는 생각에 리스크까지 당연하게 짊어집니다. 그렇게 해주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린 사업을 하는 겁니다. 먼저 뭔가를 해주겠다는 말을 해버리면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죠. 영악한 사람은 이걸 이용할 수도 있어요. 이제 우리 월드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걸음마를 뗐어요. 처음부터 무작정 퍼주면 앞으로 계속 퍼주게 될지도 몰라요.”
강윤은 확실히 알아들었다. 그녀는 가수에게만 집중하는 강윤의 성향을 정확히 꼬집었다. 강윤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의할게요.”
“사장님은 확실히 유능합니다. 하지만 그걸 제값도 안 치르고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걱정 되서 드린 이야기에요. 기대하고 있어요. 얼마나 소득을 얻어올지 말이에요.”
이현지 사장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강윤도 그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강윤은 라우렐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다. 3층 규모의 건물 하나를 쓰고 있는 적당한 규모의 소속사였다. 들어가니 직원이 그를 이우성 사장에게 안내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장실에서, 이우성 사장은 강윤에게 차를 대접해주었다. 이우성 사장은 3년 전 공연과 음악 각종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강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강윤도 이름만 말했을 뿐, 따로 기획가였던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진 않았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좋은 곡입니다. 익숙한 멜로디에 편안한 음악이 우리 아이들에게 잘 맞을 것 같더군요.”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일단 애들부터 만나보시겠습니까?”
이우성 사장은 강윤과 함께 3층의 연습실로 향했다.
문을 여니 한쪽 벽에 거울이 붙어있는 넓은 공간에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 5명이 대열을 맞춰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자자. 잠깐 모여볼래?”
이우성 사장의 말에 음악이 꺼지고 모두가 모여들었다. 그는 강윤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었다. ‘좋은 느낌’의 작곡가라고 하니 모두에게서 반가운 기색이 풍겼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새로 하게 될 ‘좋은 느낌’을 재생했다. 본격적으로 곡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약간 빠른 비트에 복고풍의 멜로디가 연습실을 메웠다.
– 예뻐 보이려고 화장도 하고 — 가장 예쁜 옷을 입고 나왔죠 —
“완전 좋아, 완전.”
“들을수록 맘에 든다.”
주정현과 이민이 곡이 좋다며 난리였다. 그 모습을 이우성 사장은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두 소녀는 눈치가 없는지 계속 곡에 대한 칭찬을 연발했고 이우성 사장의 눈매는 조금씩 일그러져 갔다.
‘뭐야?’
곡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이우성 사장을 돌아보는데, 그의 눈초리가 이상했다. 강윤은 의아했다. 작곡가를 불러놓고 곡이 좋다 하는 가수를 노려보는 꼴이 가히 좋게 느껴질 리 없었다. 다른 티앤티 멤버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곡이 좋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이우성 사장이 물었다.
“노래 어떠니? 괜찮아?”
“네.”
이민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자 이우성 사장의 눈매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 그래?”
“멜로디에 중독성이 있어요. 안무만 잘 짜면 잘 될 것 같아요.”
주정현이 말을 더했다.
“그…. 그렇구나. 세솔이도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괜찮아요.”
이우성 사장이 자기 뜻에 잘 따르는 김세솔에게 물었지만, 그녀도 다른 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 깎으려는 건가?’
이우성 사장을 지켜보는 강윤은 뭔가 꺼림칙했다. 이우성 사장이 곡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일부러 돈을 깎으려는 건지 의도가 있어 보였다.
‘마음에 안 드네. 예의도 없고. 어떻게 할까?’
신인이라지만, 강윤은 곡에 자신 있었다. 단순한 노력에서 오는 확신이 아니었다. 남들에게 없는 특이한 능력과 노력 등으로 다진 곡이었다.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는 곡의 위력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강윤이 고민하는 사이 이우성 사장의 뚱한 반응과 티앤티 멤버들의 곡이 좋다며 벌이는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강윤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직접 불러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요?”
“에?”
강윤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집중했다.
“아무리 노래가 좋아도 가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불러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보니까 스튜디오도 있던데, 그곳에서 직접 불러보고 판단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강윤의 말에 줄다리기하던 이우성 사장과 티앤티 멤버들 모두가 서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럼 직접 해보고 결정하기로 하지요. 얘들아, 괜찮지?”
“네.”
이우성 사장은 스튜디오를 연다며 먼저 연습실을 나갔다. 그러자 진세아가 기다렸다는 듯 역정을 냈다.
“하여간, 자기 노래로 하고 싶어서 별별…. 이번 노래 좋던데 그냥 하면 안 되나.”
“세아야. 쉿.”
“아….”
김효린이 말리자 그제야 진세아는 강윤을 의식하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며 강윤은 대강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사장을 믿지 않네. 하도 실패만 해서 그렇겠지만, 안타깝기도 하네.’
강윤은 씁쓸했다. 이우성 사장에게서 항상 실패만 해왔던 자신의 옛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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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학생은 목소리도 좋고, 기타 솜씨도 좋네요. 아티스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해요.”
심사위원의 긍정적인 말에 김지민의 안색이 확 펴졌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아티스트를 구하지 않아요. 미안해요. 지금 회사에서 원하는 건 걸그룹을 위한 연습생이지 아티스트가 될 재목은 아니니까요.”
“그래요…….”
“우리가 여유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으면 좋겠네요.”
남자 심사위원의 부드러운 말을 듣고 김지민은 꾸벅 인사하곤 물러났다.
‘그놈의 걸그룹, 걸그룹….’
소속사를 나서는 김지민의 어깨가 추욱 늘어졌다.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노래에만 매달린 세월이 벌써 4년째였다. 그러나 그녀의 열정과 노래를 알아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많은 회사가 걸그룹을 원한다며 작은 키에 춤과는 거리가 먼 그녀를 알아봐 주지 않았다.
연습생이 되기 위해서 재능 없는 춤도 열심히 연습했다. 그러나 타고는 뻣뻣한 몸은 다른 지망생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아….”
기타를 털레털레 흔들며 교복 소녀는 길을 걸었다. 오디션도 떨어져 기운이 없었다. 불어오는 찬바람이 짜증 날 뿐이었다. 그런데 휴대전화에서 딩동 소리가 들려왔다.
– 코리아 ONE STAR 서울지역 오디션 일정안내입니다. 2011년…
요즘 한창 유행 중인 TV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에 접수한 결과에 대한 안내였다. 김지민의 쳐졌던 어깨가 확 들렸다.
‘그래. 100번 안 돼도 101번째 해보면 되는 거야.’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기타 가방을 고쳐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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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렐 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는 작고 아담했다. MG엔터테인먼트의 초거대 믹서와 비교하면 믹서의 채널 수도 적었고 스피커 수도 적었다. 그러나 유리 벽을 비롯한 습음제 등 스튜디오에 필요한 것들은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럼 준비하자.”
이우성 사장은 믹서에 앉아 헤드셋을 끼었다. 티앤티 멤버들도 부스 안으로 들어가 악보를 들고는 자리에 섰다. 각자 목을 풀며 준비를 하니 곧 이우성 사장도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시작할까?”
이우성 사장의 신호에 맞춰 곧 노래가 시작되었다. 아직 정식으로 파트를 나누지 않았기에 티앤티 멤버들은 임의로 조절했다. 첫 시작은 서브 보컬인 이민이었다.
– 넌 내가 – 생각하는 최고의 선물 – 언제까지 날 기다리니 –
이민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가벼운 시작에 맞게 그녀의 소리도 가벼우면서 발랄했다.
– 내 가슴이 타네– Please tell me —
김세솔이 다음을 장식했다. 가벼운 시작에 좀 더 힘을 더했다.
이후 노래가 착착 진행되어갔다. 메인보컬들이 음을 받자 노래가 점점 힘을 더해갔다. 반복되는 음과 함께 귀에 감기는 멜로디가 착착 진행되어갔다. 포인트 소리에 멤버 모두가 목소리를 높였다. 포인트에서 함께 소리를 높이는 센스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티앤티 멤버들에 반해 이우성 사장은 고개를 젓고 있었다. 노래가 영 아니라는 듯, 그는 믹서를 조절하면서도 불퉁했다.
그의 뒤에서 강윤도 한숨지었다.
‘왜 회색이지?’
저들의 음표들이 합쳐질 때 회색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윤은 온몸에 느껴지는 저릿함을 간신히 견뎌냈다. 분명 곡을 만들 때만 해도 하얀빛이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티앤티 멤버들이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오자 이우성 사장은 녹음된 파일을 틀어주었다. 그녀들은 노래를 듣더니 가이드곡 보다 느낌이 살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느낌 좋았는데…. 우리한테 안 맞나?”
주정현의 말에 김세솔이 의견을 더했다.
“그럴 수도 있어. 이게 우리한테 안 맞는 건지도 몰라.”
“그런가….”
다른 멤버들도 그럴 수도 있다며 의견이 기우니 이우성 사장은 그제야 입가를 들어 올렸다.
그때, 강윤이 나섰다.
“한 번만 더 해봐도 되겠습니까?”
“네?”
강윤의 말에 이우성 사장이 물었다.
“조금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제 생각엔 잘 맞는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해보는 게 어떨까 하네요.”
“뭐…. 알겠습니다.”
이우성 사장은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곧 알겠다며 다시 믹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강윤이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제가 좀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이우성 사장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 알았다며 물러났다. 강윤은 헤드셋을 쓰고 잠시 믹서를 조작하며 음역대 조작의 감을 익혔다. 부스 안에서 대화하고 있던 김효린이 화들짝 놀랐지만, 강윤은 미안하다며 바로 넘겼다.
“마이크 세팅부터 해볼게요.”
1대밖에 없는 무지향성 마이크였기에 수음이 중요했다. 아무리 전체 방향에서 소리를 받아들인다지만 5명이나 되는 소리를 골고루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다. 이럴 때는 믹서를 잘 조절해야 했다.
강윤은 모두에게 노래를 해보라 하고는 볼륨을 조절했다. 그런데 티앤티 멤버들이 노래를 하는데 게이지가 너무 올라오고 있었다. 헤드셋에는 바람 소리가 휙휙 마구 들어오고 있었다.
‘들어오는 목소리는 고른데, 잡음이 크네.’
강윤은 기계를 조작해 쓸데없는 소리가 들어오지 않도록 조작했다. 하이톤을 줄이고 저음을 약간 올리는 등의 톤 조절도 했다. 그리고 부스 안에 들어가 마이크에 망도 씌웠다. 쓸데없이 소리가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우와….”
티앤티 멤버들이 그 준비성에 놀랐다. 정식 녹음도 아닌데 철저함을 보이는 데 대한 놀라움이었다.
헤드셋으로 사운드를 들어 본 강윤은 잡음이 들려오지 않자 그제야 시작 신호를 보내려 했다. 그런데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저 사람, 일부러 세팅도 안 한 건가?’
이런 기본 세팅도 안 된 상태에서 노래하게 만들다니. 회색이 될 만했다. 강윤이 이우성 사장을 보니 그는 무덤덤한 눈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강윤은 거기에서 확신했다.
‘일부러 그랬군.’
사장이 자기 곡에 대한 고집이 세다더니. 텃세가 분명했다. 강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티를 내지는 않았다. 작곡가는 노래로 말을 하는 것이다. 이걸로 눌러버리면 될 뿐이다.
“시작할게요.”
강윤은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티앤티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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