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4
25화 – 3년 후, 새로운 시작(4) >
– 넌 내가 – 생각하는 최고의 선물 – 언제까지 날 기다리니 –
처음은 역시 이민이 장식했다. 그녀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시작했다. 노란 음표가 MR에서 나오는 음표와 결합 되어 하얀빛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내 가슴이 타네– Please tell me —
김세솔이 소리를 더해가니 빛이 일렁였다. 그녀에게선 초록빛 음표가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음표가 더해지니 하얀빛이 힘을 더해갔다. 조금 전, 회색빛이 일렁여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 사랑에 빠진 그 느낌 아니까 — 설레는 그 느낌 아니까 —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진세아의 목소리가 다음을 장식했다.
‘힘이 약하네.’
하얀빛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목소리도 맑고 좋았다. 그런데 힘이 약하니 좀 더 강했으면 했다. 여기에 강윤은 부스트를 해주었다. 그러자 힘을 받으며 빛이 좀 더 강해졌다.
노래는 계속 진행되었다. 소리가 세팅되었기 때문일까, 회색빛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반신반의했던 티앤티 멤버들도 신을 내며 노래를 불렀다.
– Don’t tell me why —-
모두가 한목소리로 절정에 이르니 계기가 노란색을 찍었다. 하얀빛이 절정을 이루었다. 강윤은 헤드셋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만족했다. 녹음을 위한 세팅은 더 세세히 들어가야겠지만 이만하면 곡 선정에는 문제가 없을 게 분명했다.
곡이 마무리되고, 티앤티 멤버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부스 안에서 나왔다.
“좋아좋아. 이거 완전 대박.”
“내가 꼭 해야 한다고 했잖아.”
동갑내기 주정현과 이민은 이미 꼭 해야 한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거기에 진세아도 공감하고 있었다. 조용한 편인 김세솔과 리더 김효린만이 표정에 변화가 없을 뿐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이우성 사장이 다가왔다.
“이 곡으로 할까?”
“네에!!”
그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답이 터져 나왔다. 사실 그도 마음으로는 이미 수긍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들었는데 수긍이 안 된다면 말이 안 됐다.
“…그래. 이걸로 하자.”
“앗싸!!”
“작곡가님. 그럼 잘 부탁합니다.”
신나서 만세를 부르는 티앤티 멤버들 사이로, 이우성 사장은 강윤과 악수를 했다. 강윤은 엷게 웃으며 그와 손을 맞잡았다.
‘이제 시작이네.’
기어코 노래로 모두를 설득했다. 그 점이 뿌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이 노래로 한 그룹의 생활이 결정된다는 무게감에 한쪽 가슴이 묵직해졌다.
——————————-
강윤이 사무실에 출근하니 이현지 사장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어제 방송사 사람들과 함께 밤새도록 술을 마신 탓에 조금 늦어진다는 말을 해왔다.
“하여간 그 사람들 지독해요. 새벽 6시까지 술이라니….”
정혜진은 방송가 사람들의 지독한 음주에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강윤에게 커피를 내주며 술은 나쁘다는 이야기를 설파했다.
“혜진 씨는 술을 잘 안 마시나 봅니다.”
“네, 못 마셔요. 이쪽 사람들은 왜 술을 원수 다루듯이 마시는지…. 무섭네요.”
“사람마다 다르죠. 아무튼, 이 이사님도 고생이군요. 방송가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주당일 텐데. 하여간 여장부군요.”
강윤은 영업에 고생하는 이현지를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영업을 맡은 그녀의 비애이기도 했다. 물론 그녀가 말 술이기는 했지만….
아침 10시 정도 되니 이현지가 말끔한 모습으로 출근했다. 6시가 넘도록 술을 마신 사람답지 않게 그녀는 티 하나 나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 정도로 아직 무너지진 않아요. 아직은 한창이니까요.”
“대단하십니다.”
강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현지는 진짜 여장부였다.
이현지는 강윤과 함께 아침회의를 시작했다. 어제 방송가 사람들을 만나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왔다.
“방송에 한번 출연해 보는 게 어때요?”
“제가 말입니까?”
“네.”
강윤은 의아했다. 방송이라니. 연예인도 아니고 뜬금없었다.
“코리아 ONE STAR라는 프로그램 아나요?”
“네. 오디션 프로그램 아닙니까?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거로 기억합니다.”
“섭외가 들어왔어요. 심사위원으로. 지역 예선에 게스트 심사위원으로 한번 출연하는 거지만…. 그래도 홍보하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강윤은 귀를 의심했다. 방송출연이라니. 게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이란다. 강윤이 설명을 더 요구하니 그녀는 더 이야기를 해주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사장님이 3년 전에 쌓아두었던 공덕이죠. 그때 MG에서 해둔 게 많잖아요. 공연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지역 예선에 심사위원으로 서게 될 거에요.”
“어제 그것 때문에 늦도록 술자리에….”
“덕분에 고생하긴 했죠. 늙다리들 술 좀 따르면서?”
그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다. 그 노고에 강윤은 미안해졌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니요. 이제 우리 일이잖아요. 설마 술자리라고 이상한 거 생각하는 건 아니죠? 어린애도 아니고?”
“풋. 설마 그러겠습니까?”
이현지가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밤새도록 과음해서 얻은 자리다. 강윤은 잘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졌다.
이후 곡에 대해 확정 지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이현지는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우성 사장 똥고집을 확 꺾어버렸다니…. 속이 후련하네요.”
“노래가 좋으면 다 필요 없는 거죠….”
“사장님은 참…. 하긴. 본 내용이 최곤데 다른 데서 트집잡혀도 뭐라 하겠어요.”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한다. 그게 강윤의 스타일이었다. 이현지는 이런 강윤의 일 스타일이 좋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두 사람은 아침회의를 마쳤다. 이현지는 할 일이 있다며 사무실을 나섰고 강윤도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강윤이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희윤의 전화였다. 강윤은 반가움에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간단한 안부가 오가고, 강윤은 이번에 희윤이 작곡한 노래가 정식으로 팔린 이야기를 해주었다.
– 우와…. 뭔가 신기하다.
“신기하긴. 이젠 어엿한 작곡가라고.”
– 아직도 안 믿겨. 내가 만든 곡을 가수가 부른다니.
희윤은 얼떨떨했다. 오히려 강윤이 더 기뻐하고 있었다. 그는 뮤즈라는 이름으로 희윤과 자신의 이름이 작곡가로 올라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잘 되길 빌어달라고 이야기했다.
– 알았어. 그런데 소속사에서 데뷔할 가수는 구했어?
“아직. 이번 일 끝내고 구해봐야지.”
– 빨리 구해줘. 나 줄 곡 많단 말야.
“알았어, 알았어.”
희윤의 의욕 넘치는 말에 강윤은 알았다며 답해주었다. 차 조심하라는 등의 간단한 안부와 함께 남매의 통화는 끝이 났다.
.
.
.
‘오디션이라.’
강윤은 코리아 ONE STAR라는 프로그램을 검색해보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오디션으로 나이, 성별, 출신 등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친다는 오디션이었다.
‘서울 지역 오디션이라. 사람은 많이 만나겠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다. 그만큼 인재도 많을 게 분명했다. 방송 출연도 중요했지만 그중 필요한 인재가 있으면 찾아보라는 뜻도 있었다. 작은 소속사라도 키우는 가수가 있어야 미래가 있는 법이었다.
‘우리 회사 사정에 여러 명은 무리일 테고, 솔로로 가야 하나? 걸그룹이 대세라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하는 걸 해봐야 실패할 게 뻔하고….’
강윤은 골몰했다. 연습생을 뽑는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월드 엔터테인먼트같이 작은 회사에서 연습생이란 소중한 존재였다. 큰 회사들처럼 필요하면 바꿔 낄 수 있는 스페어타이어 같은 존재가 절대 아니었다.
‘시간이 됐군.’
일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좋은 느낌’을 녹음하는 날이었다. 작곡가로서 가봐야겠다며 사전에 다 이야기를 해놓았다. 강윤은 바로 라우렐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라우렐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하니 그곳의 직원이 강윤을 스튜디오로 안내해주었다. 이미 부스 안에는 티앤티 멤버들이 들어가 있었고 믹서에는 이우성 사장이 앉아 기계를 조작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강윤은 인사를 하고는 그의 뒤에 섰다. 티앤티 멤버들도 강윤에게 손을 흔들었다. 부스 안에는 녹음을 준비하는 진세아가 들어가 있었다.
“파트는 나눴나요?”
“네. 이제 녹음만 하면 됩니다.”
이미 필요한 건 다 준비되었다는 듯, 이우성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강윤은 알겠다며 뒤로 물러났다. 곧 녹음이 시작되었다.
– 넌 내가 – 생각하는 최고의 선물 – 언제까지 날 기다리니 –
진세아가 처음 파트를 열었다. 직설적인 성격에 맞게 목소리도 여자치고 굵직하고 강인했다.
‘초반부터 너무 치고 나가는 거 아닌가?’
강윤은 의아했다.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나갈 성격의 노래가 아닌데 말이다.
“세아야. 소리가 조금 약하네. 약간만 세게 해볼까?”
그런데 강윤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우성 사장은 좀 더 강한 소리를 요구했다.
– 네.
그리고 다시 녹음이 재개되었다. 티앤티의 목소리는 더 세지며 힘을 더해갔지만, 강윤의 눈에 비치는 하얀빛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말 그대로 에너지 낭비였다.
‘이건 아냐.’
강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곡 해석이 잘못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비슷했다. 강윤은 이번 노래에서 사람들이 쉽게 입에 붙일 수 있는 가벼움을 추구했다. 그런데 자꾸 이우성 사장은 에코 등의 효과를 넣으며 좋은 노래를 추구하고 있었다.
‘왜 망했는지 알겠네.’
저 사람은 감각이 없었다. 강윤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얀빛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곡 자체가 어그러질 게 뻔했다.
조용히 지켜보던 강윤은 결국 조용히 나섰다.
“그 느낌에서 힘을 조금 빼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강윤의 말에 이우성 사장이 돌아보았다. 그의 눈은 그리 탐탁지 않았다.
“…그래요?”
강윤이 그 시선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모르는 척하고 의견을 이어갔다.
“사장님이 말하는 대로 그 느낌을 강조해도 느낌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힘을 빼보면 좀 더 발랄함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이우성 사장은 누군가가 끼어드는 게 싫었는지 반응이 뚱했다. 그러나 작곡가의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알겠다며 마이크로 몸을 돌렸다.
“세솔아. 그 느낌 부분에서 힘을 약간 빼볼까?”
– 네.
답이 오고, 이우성 사장은 다시 MR을 재생시켰다.
– 사랑에 빠진 그 느낌 아니까 — 설레는 그 느낌 아니까 —
김세솔이 약간 기운을 뺐다. 그러자 좀 더 부드럽게 음이 빠져나갔다. 그녀의 음표가 빛에 합쳐지자 빛도 좀 더 강해졌다.
“…허.”
뭔가를 느꼈는지, 이우성 사장은 헛웃음을 냈다. 강윤의 말이 큰 사항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차이를 냈다. 하지만 인정하기는 싫었는지 티를 내지는 못했다.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하는군.’
강윤은 혀를 찼다.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확실히 그의 감각은 엉망이었다. 강윤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가볍게 조언을 했다. 그의 자존심을 심하게 긁지 않을 만큼. 그 나름의 존중이기도 했다.
강윤의 조언 때문인지 녹음에 탄력이 붙었다. 이우성 사장은 강윤의 말을 듣기 싫은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흘리지도 않았다. 불만 어린 표정은 숨기지 못했지만 녹음에 강윤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원곡자의 힘이었다.
그렇게 1절 녹음이 끝나고 휴식시간.
이우성 사장이 담배를 태우겠다며 나가고, 강윤은 잠시 자리에 앉았다. 녹음하는 내내 뒤에서 서 있느라 몸이 노곤했다.
그런데 그에게 한 여인이 다가왔다. 김세솔이었다.
“저, 작곡가님.”
“무슨 일인가요?”
아직 친해지지 않아 말을 놓지는 못했다. 김세솔은 조심스럽게 강윤에게 용건을 이야기했다.
“질문이 있는데요. 제가 2절에 후렴을 하거든요. 거기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요.”
“아, 그래요? 세솔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저요? 음….”
김세솔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했다.
“일단, 복고이면서 발랄하고 1절하고도 달라야 하니까…. 그런데 1절에서 정현이가 힘을 줬잖아요. 2절이 그래서 걱정이에요. 제가 정현이보다 성량이 모자라거든요.”
김세솔이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세솔과 주정현은 티앤티의 메인보컬들이었다. 그런데 목소리의 힘, 성량은 주정현이 좀 더 강했다.
강윤은 연습장과 펜을 들더니 기록을 하며 이야기를 풀었다.
“내 생각엔 정현 씨부터 녹음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장님의 고유 권한이니 어쩔 수 없겠네요. 그렇다면 조금은 차이가 있는 거로 승부를 보는 게 어떨까요?”
“다른 거로?”
“처음엔 강했다면 두 번째는 특색 있는 거로 가는 거죠. 목소리에 효과를 입혀서 차별성을 두는 거에요. 세솔 씨 목소리가 정현 씨 목소리보다 소리를 입히기가 좀 더 좋은 톤이라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아, 알겠습니다!!”
강윤의 말에 김세솔은 걱정이 풀렸는지 웃으며 자리를 떠나갔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녹음시간이 되었다. 이우성 사장은 장비를 조작하며 다시 녹음을 시작했다.
강윤의 조언 덕인지 녹음은 순조로웠다. 이우성 사장이 피곤해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강윤은 조언을 멈추지 않았다. 노래에서 나오는 빛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 싶으면 강윤은 서슴없이 이야기했다.
“세솔아. 네 차례야.”
그렇게 녹음이 진행되다 보니 어느새 김세솔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는 부스에 들어가 마이크를 잡았다.
– 내 맘 알고 있다면 – 말을 해줘요 – 후루루 –
김세솔의 노래가 끝나고, 이우성 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세솔아. 좀 약한데?”
– 좀 더 강하게 갈까요?
그때, 강윤이 이야기했다.
“1절도 강한데 2절도 강하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톤도 좋은데 그냥 믹싱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크흠. 그렇습니까?”
“네. 세솔 씨가 정현 씨보다 성량이 모자란 것 같지만, 톤은 맑고 좋네요. 믹싱을 잘해서 편곡만 조금 하면 더 좋은 멜로디가 나올 것 같네요.”
“…그렇다면야.”
이우성 사장은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강윤의 말대로 간단하게 효과 몇 개를 합쳐 소리를 만들어보았다. 그리고 재생시켰다.
– 내 맘 알고 있다면 –
“!!!!”
이우성 사장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강윤의 말대로 몇 가지 섞지도 않았는데 1절과 느낌이 판이하게 달랐다. 입에 착 감기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멜로디, 그런 느낌이 확 와 닿았다.
“허….”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이건 진짜였다. 그는 말할 것도 없이 부스 안과 스튜디오 전체에 방금 믹싱한 음악을 재생해 주었다.
“우와….”
음악을 들은 티앤티 멤버 전체가 눈을 크게 떴다. 목소리의 주인인 김세솔마저 자신의 목소리가 맞는지 의심할 지경이었다. 뭔가가 착 감기는 느낌이 계속 듣고 싶게 만들었다.
“작곡가님. 감사합니다!!”
이우성 사장은 진심으로 강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강윤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12시.
모처럼 방송국에서 데뷔 방송을 마치고 귀가한 티앤티 멤버들은 모두 컴퓨터 앞에 몰려와 앉았다.
“야야. 아직이야?”
진세아가 묻자 김효린이 시계 좀 보라며 타박했다. 성질이 급한 건 어쩔 수 없다며 진세아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어어? 나온다!!”
12시가 넘어 5분 즈음 지났을 때, 저 밑에 ‘좋은 느낌’이라는 음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위는 98위. 밑이었다.
“야야!! 틀어, 틀어!!”
순위를 올리기 위해 멤버들 모두가 휴대전화 스트리밍에 컴퓨터까지 자신들의 음악 전부를 재생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컴퓨터를 더 샀어야 했어.”
“우리가 돈이 어딨냐.”
주정현의 말에 이민이 일침을 놓고, 다른 멤버들은 순위가 오른다 내린다,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새벽 1시, 2시……. 4시.
아무도 잠 못 드는 새벽.
“이씨. 밤이라 그런가. 안 오르네.”
김세솔이 투덜거렸다. 순위를 보니 91위였다.
“에이. 새벽에 괜히 설레발쳤나. 내일 스케줄도 있으니까 일단 자자….”
결국, 리더 김효린의 말과 함께 모두가 각자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일어나서 보면 순위가 꽤 올라가 있겠지,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다음 날.
“…뭐야.”
이민이 일어나자마자 눈을 비비며 확인해 보니 88위였다.
“다른 가수들은 음원 내기만 하면 1등 막 하던데.”
“우리가 그런 가수냐?”
“그냥…. 그렇다고요.”
주정현이 아쉬움을 드러내자 진세아가 한마디 했다. 모두가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며칠 후.
활동을 다니며 간간이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음원 순위는 80위, 70위, 60위 권이었다. 멤버들 모두가 이전보다 좋은 성과에 약간은 기뻐했다. 그러나 40위권은 진입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낮은 순위에 실망도 했다.
“하아. 이번은 평범한가.”
밴 안에서 행사를 나가며 휴대전화로 댓글 여부를 확인하던 김세솔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른 멤버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와 심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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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이 출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김효린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세수를 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켜고 음원 순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평소 리더로 차분하기 그지없는 그녀가 컴퓨터 화면을 보며 온 숙소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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