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5
25화 – 3년 후, 새로운 시작(完) >
“언니, 왜 그래요?!”
거실에서 난 소리에 진세아가 놀라 뛰어나왔다. 다른 멤버들도 평소 무게감 있는 리더의 외침에 모든 멤버들이 뛰쳐나왔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수…. 수…. 수….”
“수?”
김효린이 컴퓨터를 가리키며 손을 바르르 떨기만 하니 모두는 알 길이 없었다.
진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컴퓨터를 들여다봤다.
– 07 ↑47 좋은 느낌 / T&T
“헉!!!!!!”
모두에게서 헉소리가 나왔다. 단번에 47계단이 뛰어올라 10위권 내에 들어버렸다. 이건 뭐….
“이, 이게 뭐야!!”
평소에 놀라는 일이 거의 없는 이민마저 입을 쩌억 벌렸다. 다른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빨리 사장님한테 연락해!!”
모두의 호들갑 속에서 민효린은 휴대전화를 들고 이우성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10위권 내에 들다니, 높이 올라갔네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던 이현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습니까.”
강윤은 정혜진이 타준 커피를 마시며 엷게 웃었다.
“사장님 반응을 보니 당연하다는 생각인가 보네요.”
“그런가요.”
강윤은 어깨를 으쓱였다. 커피 향을 음미하며 그는 말을 이어갔다.
“라우렐 쪽의 프로듀싱이 아쉬웠습니다. 프로듀싱만 괜찮았어도 더 반응이 좋았을 텐데.”
“그 사람 실력이 그 모양인 걸 어쩌겠어요. 그나마 사장님이 몇 마디 해준 게 컸네요. 그래도 안무는 잘 짰나 보네요. 포인트 준 것도 제법이었고.”
“리더가 센스가 있습니다. 경험도 많더군요. 아쉬운 친구죠.”
처음 나온 뮤직비디오를 보고 강윤은 김효린의 춤에 많이 놀랐다. 그녀가 다른 멤버들에게 많이 맞춰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원이 10위 안에 들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이제 가수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전국의 수많은 사람이 그 곡을 찾고 있다는 말과도 같으니 말이다.
“이제 다음 일을 할 차례군요.”
“그렇죠. 이젠 받을 일만 남았네요.”
강윤에게 나오기 힘든 말에 이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가만 보면 사장님도 실리파예요. 이우성 그 사람 눈치 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이런 결과를 알고 그랬던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우리 곡이 얼마나 잘될지 모르고 그런 계약을 했을 겁니다. 아마 처음에 그 사람은 핑계를 대고 곡을 쳐내려 했으니 그런 계약을 했겠죠.”
“바보네요.”
강윤은 계약 내용을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10위권 진입부터는 음원 수익을 비롯해 이 노래로 인해 생기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작곡가에게 지불해야 한다. 대신 곡 사용료를 매우 낮게 잡았다. 그 덕에 이현지 사장이 쉽게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우성 사장은 핑계를 대서 이 곡을 버리려 했지만, 도무지 버릴 핑계가 없었고 결국 이 사단이 났다.
“풉. 그럼 난 수금하러 가요.”
“수금이라니요.”
사채업자처럼 이야기하는 이현지에게 강윤은 가볍게 타박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은근히 참아왔던 것들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에 강윤도 마음이 풀려왔다.
‘그 오디션 프로그램 촬영이 이번 주라 했나?’
강윤은 이현지에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PD가 받더니 강윤에게 방송 일정을 안내해 주었다. 준비할 것이 있냐 물으니 편안하게 몸만 오면 된다 했다. 대신 사람이 무척 많으니 체력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며 주의를 주었다.
“…알겠습니다.”
–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저희 작가와 인터뷰를 할 겁니다. 더 필요한 사항 있으신가요?
강윤은 회사 대표라는 말을 넣어달라 부탁했다. 회사 홍보를 위해 나가는 일이다. PD는 알았다며 긍정의 답을 보내왔다.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인터넷에서 그동안 했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다운 받아 모니터링을 했다.
‘여러 가지 스타일이 있네?’
버럭 하며 오디션 보는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심사위원부터, 칭찬하며 떨어뜨리는 사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점수만 채점하는 사람 등 여러 스타일이 있었다. 단연 화제는 버럭 하며 오디션 보는 사람을 바닥까지 모는 심사위원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겐 반전의 매력도 함께했다. 그들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들의 이런 모습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냈고, 기사들도 만들어냈다.
‘결국은 방송이네.’
오디션은 오디션이지만 방송은 방송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심사위원도 여러 가지로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강윤 자신도 저렇게 해야지,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고민을 할 때 전화가 왔다. 이현지의 전화였다. 그녀는 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 계약서대로 다 끝냈어요. 오늘 내로 입금될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네요.”
– 아니에요. 아, 이우성 사장이 통화를 원하는데 바꿔드릴까요?
강윤이 알았다 하자 상대가 바뀌었다.
– 작곡가님, 저 이우성입니다.
“네, 사장님. 축하합니다.”
– 감사합니다. 작곡가님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 인사가 오갔다. 이우성 사장에게선 이전만큼의 불퉁한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아닙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아닙니다, 아니에요. 다 작곡가님 덕이죠.
저자세. 분명 바라는 게 있을 터였다. 분명 계약 조건의 완화일터. 강윤은 그걸 잘 알았다. 물론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통화가 들어오고 있네요.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 작곡가님, 작곡….
강윤은 통화를 마쳤다. 다시 전화가 오는가 봤지만, 전화는 걸리지 않았다.
“쌤통이다.”
갑과 을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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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일 것 같아요.”
이현아는 예랑 엔터테인먼트의 스카우터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랬는데… 알겠습니다. 다음에 연이 되면 만나기로 해요.”
예랑 엔터테인먼트의 스카우터는 아쉽다며 이현아에게 명함을 주고 갔다. 이현아도 그에게 받은 명함을 고이 받아들고는 가방에 잘 넣어두었다.
“에이. 그 오빠 말 따르다 괜한 기회 놓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카페에 혼자 남은 이현아는 남은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마셔버리며 툴툴거렸다. 그러나 표정에는 시원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아. 바쁜 일도 끝났고, 명치나 한 방 먹여주러 가볼까나.”
아메리카노를 단번에 다 마신 이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려 했다. 그런데….
“손님. 저….”
“네? 무슨 일 있나요?”
“계산을 안 하셨어요.”
“네? 아까 여자 분이 계산하시지 않았나요?”
“아까 그분이 한 명분만 계산하셨거든요.”
“…..”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걸 말해주는 철저한 더치페이에 이현아는 어이가 없어 기찬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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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오빠, 이 돈 다 뭐야?
희윤은 갑자기 통장에 들어온 많은 돈에 놀라 바로 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긴. 이번 곡 수익이지. 음원 사용료는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기타 계약에서 두둑하게 받아냈어.”
– 오빠 능력자네.
“좋은 곡에 제값은 받아야지.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고.”
– 응.
희윤에게 용돈도 두둑하게 주고, 강윤은 신이 났다. 정확하게 희윤에게 작사, 작곡료까지 넣어주려 했지만, 희윤은 회사 운영비로 쓰라며 강윤에게 돈을 맡겼다. 몇 년 만에 동생이 이렇게 성장한게 강윤은 대견했다.
희윤에게 남자친구 조심하라며 신파같이 통화를 마치고 강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ONE STAR’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강윤은 녹화가 있는 서울의 SBB 방송국으로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강윤은 안내를 위해 나온 AD와 함께 방송국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강윤을 분장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머리를 만지고 옅게 화장을 했다.
‘어색하군.’
방송국을 수도 없이 오갔지만 직접 출연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특별 출연이라지만 감회가 새로웠다.
30분 정도 걸려 세팅이 완료되었다. 강윤은 출연자 대기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오늘 심사를 위해 나온 중견 가수 이재혁과 작곡가 문상재가 있었다. 강윤은 그들과 안면을 트고 준비를 했다.
곧 작가가 와서 한 명씩 인터뷰를 시작했다. 간단히 오늘 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가수를 지향하는지 등을 물어왔다. 강윤에게도 마지막으로 인터뷰했다.
“어떤 지원자를 선발하실 생각이신가요?”
작가의 물음에 강윤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실력과 자신만의 특징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고 싶습니다.”
“혹시 오시면서 눈여겨본 지원자가 있었나요?”
“음….”
특별히 그런 사람은 없었다. 강윤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볍게 인터뷰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2차 오디션이었지만 지원자는 줄을 이었다. 1명당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원자가 끝이 없어 심사위원들도 지쳐갔다.
“저 하늘에– 내 마음을–”
“잠깐잠깐. 아침 안 먹었나요? 너무 힘이 없는데요.”
“죄…. 죄송합니다.”
“이건 오디션이에요. 다시 해보세요.”
가수 이재혁은 지원자들에게 호랑이 같았다. 가운데 앉은 그는 선글라스 뒤로 지원자들을 매섭게 바라보았다. 문상재는 간간이 그의 말에 힘을 보태며 지원자들을 잘라냈다.
강윤도 줄을 잇는 지원자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었다. 그도 적당히 말을 더하며 지원자들에게서 나오는 빛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들 왜 이렇게 칙칙해?’
회색빛이 태반이었다. 이전보다 빛의 영향에 묶여버린 강윤이었다. 회색들이 넘실대는 오디션장이 견디기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견뎌볼 요량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댔다. 그러나 칙칙한 기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밥도 먹지 못하고 오디션을 볼 때였다.
“701번 들어갑니다.”
AD의 안내와 함께 기타를 맨 한 교복을 입은 소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김지민입니다. 17살이고요, XX여고에 재학 중입니다. 잘 부탁해요.”
심사위원들 모두가 김지민이라는 소녀의 등에 멘 기타에 주목했다. 먼저 질문을 던진 건 이재혁이었다.
“기타를 치나 봐요.”
“네. 어릴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그래요? 호오.”
그는 흥미가 동했는지 기타 연주를 권했다. 그러자 소녀는 준비된 의자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그때, 이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
“잠깐. 튜닝은 안 하나요?”
“아, 맞다. 튜닝…. 튜닝…”
긴장이 가장 중요한 걸 잊게 만들었다. 김지민은 그제야 가방에서 튜닝기를 꺼내 들었지만, 심사위원들이 그런 걸 기다려 줄 리 만무했다.
“…기타는 됐고, 노래는 뭘 준비해왔나요?”
“‘낭만’이라는 곡을 준비했습니다.”
“호오. 그거 어려운 곡인데. 해보세요.”
중견 여가수의 음역대가 높은 노래였다. 이재혁은 흥미가 동했는지 눈에 이채를 띄었다. 강윤도 마찬가지였다. 김지민은 목을 간단히 풀곤 노래를 시작했다.
“내가 꿈꾸는 낭만은 –”
조용하면서 부드럽게, 김지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재혁과 문상재는 눈을 감고 그녀의 노래를 음미했다.
‘강하다.’
강윤은 놀랐다. 보라색 음표들이 만들어낸 하얀빛은 노래가 진행될수록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그 영향력에 빠져들었는지 이재혁과 문상재도 허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천천히 — 가길 — 낭마…”
너무 긴장한 탓일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삐져나왔다. 음이탈이었다. 그 바람에 노래에 젖어들었던 이재혁과 문상재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반응에 놀랐는지 김지민은 노래를 멈춰버렸다.
“아….”
“흠.”
이재혁과 문상재는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무척 좋았다. 그러나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재혁이 평을 시작했다.
“목소리는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네. 먼저 긴장을 푸는 법부터 익혀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은 목소리만 좋은 단계네요. 좀 더 익히고 오는 것으로 합시다. 저는….”
그는 X표를 눌렀다. 불합격이었다.
“아….”
김지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남은 건 2표였다.
“저도 이재혁 씨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좋은 목소리긴 하지만 연습을 더 해서 봤으면 좋겠어요.”
문상재도 연이어 X를 눌러버렸다. 3명 중 2명이 X였다. 이렇게 되면 그냥 탈락이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이 자리에서 뵈었으면 좋겠어요.”
강윤의 결과는 보지도 않고, 김지민은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갔다.
“많이 상심했나 보네요.”
“아쉽네요. 목소리는 진짜 괜찮았는데.”
이재혁과 문상재는 김지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리는 좋다, 하지만 통과하기엔 아직 아니다. 그들의 의견은 그랬다.
하지만 강윤은 달랐다.
‘긴장만 풀어주면 진짜 좋은 재목인데. 한번 다시 봐야겠어.’
목소리만 좋다? 강윤이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강윤이 지금까지 봐온 연습생 중 이렇게까지 선명한 하얀빛을 낼 수 있는 연습생은 드물었다. 뭔가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쉬었다 해도 될까요?”
“흠…. 그럴까요? 마침 배도 고픈데.”
강윤의 휴식요청에 이재혁이 동의하자 휴식이 선언되었다. 강윤은 바로 밖으로 나가 김지민을 찾아 나섰다.
‘어디 있는 거야?’
그러나 로비에는 없었다. 로비를 지키는 직원에게 물으니 기타를 맨 소녀가 조금 전 로비를 나섰다는 말을 듣고 곧 달려나갔다.
다행히 로비에서 멀지 않은 오솔길에서 터덜터덜 걷고 있는 교복 입은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강윤은 달렸다.
“잠깐만!!”
“에?”
강윤의 부름에 소녀가 돌아보았다.
“심사위원님?”
“헉헉….”
소녀의 의아한 얼굴을 보며 강윤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후우. 찾아다녔어.”
“저를요?”
소녀, 김지민은 의아한 눈으로 강윤과 눈을 마주쳤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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