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89
27화 – 심폐소생의 신화(2) >
이현지의 일 처리 속도는 무척 빨랐다.
이현아들을 위한 흡음재 구매도 이틀도 안 지나 끝냈고, 매니저 구인도 금방 끝을 냈다.
강윤은 매니저를 구한다고 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현지에게서 1차 면접에서 합격자를 선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빠르네요.”
“1차니까요. 후보는 3명이에요.”
“몇 명 중에서 뽑은 건가요?”
“12명입니다. 우리 회사가 매니저 급여가 좋은 편이라 지원자가 꽤 많았어요. 오늘 다 올 테니까 면접 부탁해요.”
점심시간이 지나 2시가 조금 안 되었을 무렵, 지원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정혜진은 그들에게 커피를 내주었고 강윤과 이현지는 면접을 시작했다.
강윤은 면접을 길게 끌지 않았다. 누구를 담당했었느냐부터 앞으로 연예계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 등 실무적인 것들을 주로 물었다. 편안한 차림으로 오라고 했기에 지원자들은 정장이 아닌 말끔한 복장으로 면접에 임했다.
전 면접자가 인사를 하고 나갔을 때, 강윤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사장님, 왜 그러세요?”
“탐탁지 않네요. 경력은 많은데 다들 휩쓸릴 것 같군요.”
“휩쓸려요?”
이현지가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강윤은 설명을 해주었다.
“연예인을 관리하려면 본인의 주관도 뚜렷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입장, 연예인의 입장을 잘 생각해 본인이 잘 판단을 해서 조율을 해줘야 하죠. 그런데 지금까지의 지원자들은 조율자보다는 앵무새 같은 느낌이 강하네요.”
“선배 매니저님의 말씀인가요?”
“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강윤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마지막 지원자를 들여보내라 이야기하자 정혜진이 밖에서 마지막 지원자를 안내해 면접장으로 들어왔다.
지원자는 큰 키에 제법 덩치가 있었다. 순박하게 생긴 인상에 눈빛이 살아있었다. 강윤은 그와 인사하고는 자기소개서로 눈을 돌렸다.
“김대현 씨. 서른 살이군요. 경력은 2년. 한 연예인을 오래 담당하셨군요. 전효진이라. 일류 배우군요. 이 배우가 까탈스럽기로 소문났는데 2년이나. 대단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왜 여기로 지원하셨나요?”
강윤은 면접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면서 짜증 내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큰 이유는 급여 때문입니다.”
“급여라….”
“전 회사가 2년 동안 있으면서 급여가 동결되었습니다.”
“저런.”
강윤은 혀를 찼다. 모름지기 돈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혹여 능력이 없어 급여가 동결되었을 수도 있었지만 면전에 대고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그게 예의라 생각했다.
“우리 회사가 급여가 높아서 지원하셨군요.”
“그것도 있고, 신생회사라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요? 신생회사는 원래 불안하다고 피하지 않나요?”
“전에 있던 회사는 큰 기업이라 여러 가지 규칙들이 있었습니다. 안정되었고 시스템들이 갖추어져 있죠. 하지만 위로 올라가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면 제가 능력을 발휘함에 따라 더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지원자는 도전적이었다. 말하는 게 괜찮았다.
강윤은 그 외 여러 가지를 물었다. 실무에 대한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연예인이 특정 상황에 부닥쳤을 때의 대처법이라든가 영업방법 등을 묻고 결과를 기록해갔다.
마지막 면접에 강윤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전 면접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에게는 궁금한 게 많았다.
그렇게 모든 궁금증을 해소한 강윤은 면접을 끝냈다. 마지막 지원자를 보내고 나니 모든 면접이 끝이 났다.
“휴우, 끝났네요.”
이현지가 기지개를 켰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도 만만한 게 아니었다. 강윤은 그녀에게서 면접결과를 받아들고는 자신의 결과와 비교해보았다.
“이사님도 마지막 지원자가 마음에 드시는 모양이군요.”
“솔직한 게 마음에 끌리더군요. 사람도 순박해 보이고. 지원동기가 돈이라니. 풉. 그건 좀 웃겼네요.”
“대현 씨였나요? 먼저 그 사람 전 회사에 연락해서 어떻게 근무했었는지부터 알아봐야겠네요.”
“제가 할게요. 사장님은 편곡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요?”
“아, 그렇지.”
강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 스튜디오로 향했다. 어제 마무리 짓지 못한 편곡을 오늘은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하로 내려가는 길에 1층의 연습실 문이 열려 있었다. 강윤은 호기심이 일어 들어가 보았다.
“거기, 좀 더 옆으로, 옆에 붙여!! 아, 진짜!! 삐뚤어졌잖아!!”
이현아의 기합에 찬 소리와 함께 연습실은 방음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진대는 묵직한 차음(음을 차단하는 것)재를 들어 문과 문 옆의 벽에 붙였고 이차희와 정찬규는 방음재를 나머지 벽들에 붙여나갔다. 이현아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방음재를 붙였다.
‘대단하네.’
티셔츠 밑단을 질끈 묶고 복부를 들어낸 이현아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녀는 가는 허리를 드러내며 일에 몰입 중이었다.
“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김진대가 가장 먼저 강윤을 발견하고 인사했다. 그제야 밴드원들 모두가 일을 멈추고 강윤에게 다가왔다. 사다리에 있던 이현아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너도 대단하다. 사다리도 타니?”
“언더 3년 차에 이 정도야 기본이죠.”
처음 봤을 때는 직접 만든 곡을 내놓지도 못하는 소심함을 보였던 이현아가 어느새 이렇게 당당해지다니. 강윤은 대견했다.
“밥은 먹었어?”
“아직….”
이현아는 말끝을 흐렸다. 이건 밥 먹자는 신호였다. 강윤은 별 말없이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짜장면 사 먹어.”
“사장님 만세!!”
강윤은 카드를 주고 바로 돌아섰다. 편곡을 위해 지하로 내려가 봐야 했다.
밴드원들 모두가 기뻐 날뛸 때, 이현아는 그의 뒷모습에 뾰로통해졌다.
‘쳇. 같이 밥 먹자는 거였는데.’
“야야. 현아야!! 뭐 먹을래?”
“쟁반짜장!! 젤 비싼 거로.”
김진대의 주문요청에 이현아가 이렇게 답하긴 했지만 결국 짜장과 짬뽕으로 주문은 통일되었다. 초장부터 사장에게 찍히면 곤란하다는 이차희의 의견이 모두를 설복시켰기 때문이었다. 이현아는 투덜대며 배달온 짜장면을 우걱우걱 집어넣었다.
“너 그러다 돼지 된다.”
“반사.”
이현아는 김진대의 말에 콧방귀를 끼고는 그의 짬뽕 국물마저 반이나 들이켜버리는 위엄을 보여주었다.
.
.
.
“다 됐다!!”
편곡의 마지막, 밸런스 맞추는 작업이 끝나자 강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뒤에서 화성학 공부를 하고 있던 김지민이 다가왔다.
“끝난 거에요?”
“응. 한번 들어볼래?”
“네.”
강윤은 완성된 노래를 재생했다. 목소리는 넣지 않은 순수한 MR이었다. 스튜디오에 설치된 여러 대의 스피커에 다양한 색상의 음표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표들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어 빛을 만들었다. 새하얀, 아주 새하얀 빛이었다. 후렴으로, 절정으로 흘러갈수록 빛은 점점 더 밝게 빛이 났다.
“노래 좋다….”
김지민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강윤과 마찬가지로 오른발을 구르며 박자도 맞춰보았다. 허밍도 하는 게 그를 흉내 내고 있었다.
“노래 괜찮지?”
“네. 완전 좋아요. 느낌 있어요”
“다행이네. 다음에는 표현을 좀 더 풍부하게 해봐. 네 표현력도 함께 늘어날 거야.”
“네.”
김지민은 곧 뒤로 물러나 책을 잡았다. 그녀는 화성학 공부와 함께 기타도 함께 잡으며 공부에 몰입해갔다.
강윤은 강윤대로 노래를 USB에 저장했다. 그리고 제이 한에게 연락했다. 그는 바로 월드 사무실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많이 급했는지 그의 목소리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혜진의 안내를 받은 제이 한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섰다. 강윤은 그에게 인사하곤 바로 곡을 들려주었다. 제이 한은 악보를 받아들고 가사를 곱씹으며 곡을 들었다. 리듬감이 살아있는 R&B 곡은 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마음속에 TOP10 중 가장 먼저 탈락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노래 괜찮네요. 그런데….”
제이 한은 뜸을 들였다. 강윤이 의아해하자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게 제 목소리에 맞는지 모르겠네요. R&B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럼 모니터링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강윤의 말을 제이 한은 바로 받아들였다. 강윤은 제이 한에게 노래를 익힐 시간을 주고는 녹음을 준비했다. 제이 한은 김지민에게 기타를 빌려 연주를 하며 편곡된 노래를 익혔다. 김지민은 이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30분 정도가 지나가 제이 한이 노래를 다 익혔다며 알려왔다. 강윤은 그를 부스에 들어가게 했고 곧 장비들을 켰다. 마이크를 간단하게 그의 목소리에 맞춰 세팅한 후 본격적으로 모니터링을 위한 녹음을 시작했다.
– 감은 두 눈 – 나만 바라보며-
드럼 비트와 베이스라인이 어우러지며 제이 한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스튜디오를 울리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나오는 파란 음표들이 MR에서 나오는 음표들과 합쳐져 하얀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우러진다.’
아직 완벽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노래에서 강한 하얀빛이 비치고 있었다. 최대한 어렵지 않은 가사를 선택한 게 주효했다. 아직 발음의 세기와 목소리의 억양에 문제가 있는 게 보였지만, 이건 연습을 통해 보완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1절을 마치고 제이 한은 부스를 나섰다. 서둘러 자신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오….”
MR에 어우러지는 자신의 목소리에 그는 감격해 눈을 감았다. 마치 잘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는 기뻐했다. 하지만 강윤은 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발음 연습을 좀 더 해야 합니다. 쉬운 곡을 골랐지만 아직은 부족하네요.”
“네. 연습 많이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이 한의 목소리에는 감사의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외모발이라며 발음이 문제라며 시달리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라면 그런 말들을 단번에 물리쳐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강윤에게서 악보와 USB를 받아들고 제이 한은 월드 엔터테인먼트를 나섰다. 그는 가면서도 계속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강윤은 괜찮다며 본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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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의 휴일이었다.
휴일이었지만 이현지는 집에서 쉬지 못했다. 그녀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서울에서 가장 크다는 S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상층부에 있는 특실로 향했다. 정장 입은 사람들과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 여럿을 지나니 넓은 상층부에 문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소파, 벽걸이 TV 등 화려하게 꾸며진 병실이 있었다. 병실 침대가 없었다면 일반 특실이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니, 이게 누군가? 현지 양 아닌가?”
“오랜만입니다, 회장님.”
그리고 그 침대 위에 오늘 그녀가 만나고자 하는 이가 있었다. MG엔터테인먼트의 원진문 회장이었다.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핏기 없는 얼굴로 그녀를 맞았다. 반갑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전만큼의 힘은 없었다. 인중에 붙어있는 고무관이 그의 병색이 더 완연히 보이게 만들었다.
“허허…. 이게 얼마만 인가? 1년은 더 된 것 같은데.”
“1년 안 됐습니다. 제가 회사를 나가고도 자주 뵀던 걸요.”
“그랬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그는 씁쓸히 웃었다.
“그때가 좋았어. 강윤이가 있고, 자네가 있던 때 말이야. 무슨 일을 해도 승승장구하던 그때가 그립구만. 그놈의 세력균형이 뭔지. 내가 욕심이 과했지. 두 쪽 다 성장시켜보려는 욕심에 그리 했던건데… 에휴. 차라리 한쪽에 확 힘을 실어줬으면 강윤이도 남아 지금쯤 이사 정도는 거뜬히 하고 있었을 것 아닌가. 자네도 이인자로 확실히 자리 잡았을 테고. 그랬으면 지금 같은 사단은 안 났을 텐데.”
“회장님….”
이현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원진문 회장은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힘없는 미소였다.
“아아. 괜찮아, 괜찮아. 지금 그림이 워낙 거지 같아서 하는 푸념이야. 진표 녀석이 날 대리하고 있지만, 이사들 등살이 만만치 않을 테니… 에잉. 멍청한 인간들. 에디오스는 미국으로 보내버리고, 진서는 중국에서 활동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유도 거창해. 에디오스는 국내 기반이 탄탄하다, 언제 돌아와도 괜찮다. 진서도 미래를 위해서는 좀 더 큰 시장에서 놀아봐야 한다. 결국, 지들 성과싸움에 희생시키는거 아닌가? 허… 지금 국내에서 계속 신인들이 나온다는 건 생각도 안하는 게지. 왜 자꾸 무리수를 두냔 말이지.”
원진문 회장은 이현지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녀는 사과를 깎으며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었다.
“미국에 중국이라. 애들이 고생이 많겠네요.”
“어렵지, 어려워. 현지 양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라면 쌍수를 들고 반대하겠죠. 주아도 미국에서 실패했잖습니까.”
“후. 저것들이 주아도 말아먹었지.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렸어. 얼마나 더 손해를 봐야 정신을…. 콜록콜록..”
감정이 넘쳐 흥분했는지 원진문 회장은 약한 기침을 했다. 이현지가 놀라 벨을 누르려 했지만 원진문 회장은 괜찮다며 그녀를 제지했다. 다행히 원진문 회장은 금방 진정되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괜찮아. 내 몸만 예전 같았어도 뭐라도 해보는데. 자네도 조심해. 나처럼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어.”
“회장님도 참.”
“다음에는 강윤이도 같이 왔으면 싶네. 쉬는 날도 없이 일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한번 보고 싶군.”
“알겠습니다.”
이현지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그녀는 과일도 깎고, 휠체어를 끌고 산책하러 나가는 등 종일 그의 병수발을 들어주었다. 한때는 엔터테인먼트계의 대부였던 그의 이런 모습을 보니 그녀의 마음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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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코리아 ONE STAR의 사회를 맡은….”
금요일 밤.
코리아 ONE STAR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TOP10이 TOP8으로 줄어들게 된다. 시청자들과 심사위원, 방청객들은 방송이 시작되자 기대감과 긴장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가장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TOP10의 일원들이었다.
“후우, 후우…”
그 중 한 명인 양지원은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어내고 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긴장을 풀어냈다.
“어? 오빠 뭐해요?”
그런데 강영주가 제이 한의 모습을 보며 신기한 듯 물었다.
“여으하고 이어(연습하고 있어).”
“입에 볼펜 빼고 말해도 되는데….”
제이 한은 막바지 발음 연습에 한창이었다. 강윤의 말대로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서 연기자들이나 성우들이 연습한다는 발음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강영주는 제이 한이 신기한지 계속 보다가 별 반응이 없자 곧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이 한은 계속 연습에 집중했다.
대기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숙소생활의 편집본이 나가고 TOP10들이 한 명 한 명, 무대로 불려나갔다.
“화이팅!!”
“언니, 잘해요!!”
“오빠도 파이팅!!”
TOP10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분위기를 다졌다. 그러나 속으로는 자기는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대기실은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 널– 사랑해 — 내 모든 걸 —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을 선보이며, 제이 한의 전 순서인 남자 참가자의 무대가 펼쳐졌다. 심사위원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점수를 채점했고 그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은 문자를 넣으며 그를 지원했다.
노래가 끝나고, 지원자는 심사위원 앞에 섰다. 가장 왼쪽에 있던 여자 심사위원, 작곡가 홍세연이 가장 먼저 평을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노래 잘 들었습니다. 자칫하면 쳐질 수 있는 곡인데 느낌을 잘 살렸어요. 그런데 뒷부분하고 밸런스가 안 맞았던 게 아쉬움으로 남네요. 살짝 힘조절을 해줬으면 노래를 더 맛깔나게 해 줄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좋은 노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점수는요.”
홍세연 작곡가의 앞에 있던 점수판이 주욱 올라가기 시작했다. 점수는 92점이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점수였다.
이어지는 문상재의 경우는 94점을 주었다. 문제는 이재혁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앞에 있던 분들하고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인연이라는 노래는 힘 조절이 생명입니다. 게다가 편곡에서도 강약 조절에 포인트를 주고 있었네요. 여기가 부족해서 전체적으로 노래가 힘을 받지 못했어요. 아쉽네요. 처음에 이 곡을 부른다 했을 때 말렸던 이유가 들을 때와 부를 때의 느낌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수고하셨습니다. 제 점수는요.”
이재혁 앞의 점수판이 주욱 올라갔다. 그가 준 점수는 86점이었다. 오늘따라 이재혁이 주는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는 TOP10의 실력에 실망했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92, 94, 86. 지원자가 받은 점수였다.
“감사합니다.”
그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무대 뒤로 들어갔다.
“제이 한 씨!! 준비 되셨나요?”
“네.”
FD가 부르는 소리에 제이 한은 물고 있던 볼펜을 놓았다. 이젠 진짜로 보여줘야 할 때가 되었다. 그는 FD를 따라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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