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98
29화 – 꺾인 날개를 펴다(4) >
[김재훈, 소속사 이동 – 월드 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 스포츠맛세이 : 오연참(스포츠맛세이 =오연참 기자) 가수 김재훈(31)이 월드 엔터테인먼트와 5년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10일 월드 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김재훈이 월드 엔터테인먼트와 5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재훈은 오는 2016년까지 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로서 활동하게 된다.
이전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김재훈이 마음고생이 심했던 만큼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관계자는 밝혔다.
가수 김재훈은….
.
.
“…허허.”
강시명 사장은 인터넷 신문기사를 보며 허탈한 감정을 내비쳤다.
“김재훈을 받아들였단 말이야? 이 사람도 참 알 수가 없네.”
김재훈이 소속사를 찾아다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15억의 위약금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가야 할 돈 등을 생각해보면 과연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간에 치고 빠지려는 건가? 그렇다면 5년이나 계약할 이유가 없는데. 허…. 이유를 모르겠네, 이유를….”
그는 알쏭달쏭했다. 김재훈은 받아들이게는 불안요소가 곳곳에 가득했다. 4년이라는 공백, 전 소속사와의 갈등, 노래 외에는 그야말로 볼 게 없었다. 그래서 그가 처음에 왔을 때, 하루 동안 생각해보다 거절을 했다. 다른 대형 소속사들도 모두 마찬가지라 들었다.
강시명 사장이 한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비서실에서 보고를 위해 들어간다는 보고가 왔다. 곧 여자 한 명이 들어왔다. 민한나였다.
“어떻게 됐나요?”
“그게….”
민한나는 조심스럽게 이차희에 대한 섭외가 실패했다는 걸 이야기했다. 그러자 강시명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쉽진 않았겠죠. 그 애들도 머리가 있으면 여기 오는 순간 이용가치가 없었다는 걸 알았을 테니. 수고했어요.”
“죄송합니다.”
민한나는 뜻밖에 사장이 별말이 없자 안면에 화색을 띠었다. 그러나 곧 그의 질책이 이어졌다.
“그래도 아쉽네요. 민 부장이라면 다를 거라 봤는데. 오히려 더 강하게 결속시킨 꼴이 됐어요. 이거 내가 민 부장 믿고 일을 하겠어요?”
“…..”
그 뒤로 한참이나 민한나는 조근조근한 강시명 사장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실례했습니다.”
잔뜩 풀이 죽은 민한나가 밖으로 나가자 강시명 사장은 가볍게 얼굴을 구겼다.
“하나같이 무능해서야. 에이. 이강윤 같은 사람 하나만 있어도 좋으련만.”
문 쪽을 향해 그는 진하게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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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은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강윤의 조치였다. 그는 전국을 돌다 오겠다며 지방 투어에 나섰다.
김재훈이 없는 동안 강윤은 그에 관련된 일들을 착착 진행해 나갔다. 희윤으로부터 곡을 받았고 본격적으로 김재훈의 스케줄을 잡아나갔다. 매니저를 고용해 스케줄을 수행해야 했지만 당분간 그가 직접 관리할 생각이었다.
새벽 2시.
집에서 강윤은 희윤과 통화 중이었다.
“키가 너무 높은 것 같은데?”
– 그래? 목소리가 조금 변했다 해서 높여봤는데. 하긴, 그래도 김재훈이니까.
강윤은 집에서 희윤이 보낸 음원 파일을 들으며 의문을 표했다. 강윤의 눈에는 사방에서 보이는 음표들이 하얀빛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강윤은 김재훈의 톤과 음높이를 생각했다. 좀 더 낮은 게 좋을 것 같았다.
희윤은 1시간 후에 연락을 주겠다며 통화를 마쳤다. 전체 음을 내리고 편집을 마친 후 보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강윤도 대략 느낌을 알았으니 어떻게 편곡을 할 건지에 대해 생각했다.
강윤이 곡에 대해 만지고 있을 때 희윤에게서 전화가 왔다.
– 오빠. 파일 보냈어.
강윤은 파일을 열어 재생했다. 이전 파일보다 한 키가 낮아져 있었다. 멜로디를 끝까지 들어본 강윤은 만족했다.
“괜찮은 것 같다.”
– 하여간 까다로워. 5번이나 뺀찌를 주고.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 그래그래. 오빠 똥 굵다.
희윤은 작업이 힘들었는지 투덜거렸다. 강윤은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 그럼 고생해, 오빠. 뒷일은 맡길게.
“그래. 나중에 또 부탁해.”
통화가 끝나고, 강윤은 두 팔을 걷어붙였다.
“그럼 한번 해볼까?”
강윤은 기합을 잔뜩 넣고 작업에 매진했다.
밤샘작업을 거쳤지만, 편곡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결국, 새벽 5시에 잠이 들어 7시에 기상했다. 강윤은 부스스한 얼굴로 세수하고 빵 하나를 문 후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사무실에 들어서니 정혜진이 강윤을 맞아주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커피를 내주었다.
“고마워요. 혜진 씨. 재훈이 스케줄 잡고 있나요?”
“네. 말씀하신 대로 KTS에 신청서 넣었습니다. 메일 왔는데, 오후에 작가가 연락 준다 했어요.”
“고생했어요.”
정혜진은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곧 이현지도 출근했다. 그녀는 정혜진에게 인사를 건네곤 강윤의 자리로 왔다.
“심야음악 훌라? 컴백 앨범도 안 내고 방송에 바로 나가나요?”
이현지는 방송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 말에 강윤은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김재훈은 4년의 공백이 있습니다. 앨범으로 나서도 괜찮겠지만 지금 무엇보다도 노래하고 싶은 열정이 강할 겁니다. 내 생각엔 생각을 정리하고 돌아올 시기. 그때가 적기라 봤습니다.”
“그래도 앨범을 준비해서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새 앨범도 당연히 준비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나가는 건 앞으로 있을 행사들을 위한 겁니다.”
“행사요?”
“15억, 뽑아야죠. 우리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설마, 그걸 진짜로? 그럼 방송에 나가는 건 홍보? 허….”
이현지는 강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방송에서 4년의 공백에도 김재훈이 끄떡없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최정상에 있던 가수다. 그러나 4년의 공백에 의심하는 팬도, 기다렸던 팬도 있을 게 분명했다. 새 앨범을 출시하면 여러 가지 말을 들을 위험이 있었지만, 기존 노래라면 그런 위험이 적었다.
이현지는 잠시 생각하다 신이 났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훌라는 일반 무대가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잖아요. 그러면 더 좋은 목소리를 낼 수도 있을 거고…. 아, 훌라에 밴드도 출연하지 않나요?”
“그러잖아도 하얀달빛을 세션으로 함께 출연시킬 생각이었습니다.”
“이현아와 듀엣인가요? 현아 계 타겠는데요?”
그 말에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안됩니다. 출연은 밴드로 한정 지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러면 밴드만 공중파 데뷔? 이런 경우도 있네요. 사장님 현아한테 시달리겠네요.”
“일인데 어쩌겠어요. 그러잖아도 밴드 애들이 현아보다 섭섭한 대우를 받는 게 아닐까, 눈치가 보였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줄 기회이기도 하죠.”
이현지는 강윤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여러 가지를 한 번에 잡을 기회였다. 아예 한발 더 나서서 그녀는 자신이 방송사 관계자를 만나면 안 되겠냐는 이야기까지 꺼냈다. 심야 방송인 만큼 더 많은 시간을 할애받겠다며 자신감도 내보였다.
“알겠습니다. 이사님만 믿죠.”
“믿음에 답해올게요.”
이현지는 싱글대며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가 되어 이현지가 작가에게 연락을 받고 KTS 방송국으로 향하고, 강윤은 지하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에는 김지민이 목소리를 풀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강윤을 보며 인사를 하곤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이제 기본 발성은 어느 정도 익혔구나.”
“네. 그런데 다른 발성들하고 너무 달라요. 처음엔 쉬운데 뒤로 갈수록 신경 쓸 게 많네요.”
김지민은 연습을 하면 할수록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래도 연습하고 싶다며 이야기했지만, 강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교수님이 적당한 때가 되면 말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마음대로 노래 연습하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네. 버릇 때문이죠?”
“맞아. 괜히 이상한 버릇 생기면 고치기 힘드니까. 그리고….”
강윤은 김지민이 얼마나 연습이 되었는가를 검토했다. 목소리, 기타, 음악 이론 등 여러 가지를 살폈다. 그때, 그녀가 물었다.
“저…. 춤은 안 배우나요?”
“춤? 왜? 배우고 싶어?”
“아뇨, 그게…. 제 또래 연습생들은 다 배우는데 저는 그런 게 없으니까요.”
그 말에 강윤은 김지민을 토닥이며 답했다.
“나중에 춤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봐. 지금은 하나에 집중할 때야.”
“그러면 하기는…. 해야 하는 거죠?”
“왜? 춤은 별로니?”
“…..”
침묵으로 하는 긍정이었다. 강윤은 피식 웃어버렸다.
“하긴, 지민이가 어지간히 몸치이긴 하지. 당분간 춤 걱정은 하지만. 지금 하는 것 중 어느 것 하나가 궤도에 올라야 다른 것도 하니까.”
“네.”
강윤이 김지민과 이야기를 끝낼 때 즈음, 최찬양 교수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강윤은 그에게 김지민의 노래에 대한 것들을 물었다.
“타고난 목소리도 좋지만, 연습을 무척 많이 해요. 제대로 집중하면 반년이면 또래에서는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거에요.”
강윤은 적잖이 놀랐다. 최찬양 교수는 겉은 부드러워도 평가는 냉정한 사람이었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정도라면 생각보다 김지민의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이다.
‘어쩌면 1년보다 더 빠를 수도 있겠어.’
연습생 준비에 많은 돈이 드는 만큼, 이런 성과는 기쁘게 다가왔다.
이후 강윤은 연습실에 올라가 하얀달빛의 연습을 본 후 외근으로 일과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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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이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빚 등 모든 무게를 내려놓고 즐기고 왔는지 회사로 복귀한 그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사무실에서 강윤은 그를 맞아주며 가볍게 포옹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일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심야방송 훌라요? 잘됐네요. 한번 나가보고 싶었는데.”
강윤에게 첫 방송 스케줄을 듣자 그는 안면에 화색을 띠었다. 혹시 예능이나 토크쇼 같은 전혀 소질 없는 방송을 하게 될지 걱정을 하고 왔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우리 밴드 애들이랑 같이 나갈 거야.”
“그래요? 잘됐네요. 맞춰보고 갈 수 있으니까. 그 여자애랑 듀엣도 하게 되나요?”
“아니. 시선이 너한테 집중돼야 하니까 밴드원만 출연할 거야. 현아가 나가게 되면 아무래도 시선이 쏠리겠지.”
“아쉽네요. 여자랑 듀엣도 해보고 싶은데.”
“그건 다음에 다른 방송에서 해보자.”
강윤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의 사항이나 이 방송으로 보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김재훈은 강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첫 방송은 예능일 줄 알았는데….”
“앞으로도 예능 같은 방송은 안 나갈 거야. 통편집될 거 다 아는데 내보내겠어?”
“하하하하.”
김재훈은 멋쩍게 웃었다.
강윤과 김재훈은 함께 하얀달빛이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두 사람이 들어서자 한창 시끄럽게 울리던 음악 소리가 멈췄다.
이미 안면은 익혔지만, 김재훈과 하얀달빛은 아직 서로 어색했다. 강윤은 일단 서로를 붙여놓았다. 방송에 함께 나가는 걸 떠나서 이제는 같은 식구였다. 다행히 김진대나 정찬규는 김재훈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이차희도 싫어하진 않는 눈치였다.
다만,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는 걸 미리 들은 이현아는 입술을 삐죽대고 있었지만….
“그럼 연습…. 해 볼까요?”
김재훈이 마이크를 잡자 모두가 다시 악기를 들었다. 이미 악보는 다 준비해놓았다. 연주가 시작되고 김재훈이 눈을 감았다.
“바람결에 날리는 — 아련한 –”
낮으면서도 가는 그만의 목소리가 연습실에 흐르기 시작했다. 그의 음표가 연주의 음표와 합쳐지며 강렬한 하얀빛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잠깐만요. 저 저음이 너무 높네요. 조금만 낮춰 주세요. 하이는 약간만 높여주시고요.”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지 김재훈은 음악을 멈추고 목소리 세팅을 했다. 김대현 매니저는 믹서를 조작하며 세팅을 해주었다. 그리고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바람결에 날리는 — 아련한 –”
하얀빛이 더더욱 빛났다. 조금 전보다 더 강한 빛이었다. 하지만 김재훈은 다시 손을 들었다.
“죄송해요. 에코 들어갔나요?”
“네.”
“그냥 다 빼주세요. 딜레이도 빼주시고 게인은 낮춰주세요.”
한참 동안 김재훈은 여러 가지를 요구했다. 김대현은 김재훈의 요구에 애를 먹어야 했다.
‘빡세다….’
김대현은 실제 공연에서 보컬세팅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주 작은 세팅에도 김재훈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가 결국 하다 못해서 강윤 쪽을 돌아보았지만, 강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해보라는 의미였다.
‘에이씨.’
그렇게 30분에 또 10분.
“흠…. 마이크가 제 목소리에 안 맞네요. 지금은 연습이니까….”
김재훈은 아쉬운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뒤에서 강윤이 말했다.
“어떤 거 썼었어?”
“SNR 건데, 그게 묵직한 느낌이 나서 좋았거든요.”
“전용 마이크도 사야겠구나.”
“그거 우리나라에서는 안 팔 거에요.”
“어떻게 해서든 구해줄게.”
강윤의 말을 들으니 김재훈은 마음이 든든해졌다. 아직은 초반이라 많은 확신은 하지 못했지만 이런 사장이라면 잘 해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해 볼까요?”
김재훈이 신호를 주자 김진대가 평소와 다르게 잔뜩 긴장하며 드럼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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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연습하던 밴드원들을 놔두고, 이현아는 연습실을 나섰다.
‘기분이 조금 이상한데?’
자신만 빼놓고 모두가 연습이라니. 소외된 기분이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 때문에 다 여기로 온건….
“현아야.”
생각에 빠지려 할 때,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강윤이었다.
“아, 네. 사장님.”
“잠깐 나갈까?”
“어디…. 가는데요?”
평소라면 좋아서 뛰기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녀의 물음에 강윤이 편안한 어조로 답했다.
“공연장 보러.”
“네?”
“준비하고 나와. 입구에서 기다릴게.”
강윤은 한마디 하곤 사무실로 돌아갔다.
‘앗싸.’
갑자기 닥친 데이트(?) 신청에 가라앉았던 기분은 로켓처럼 하늘로 날아올랐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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