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music RAW novel - Chapter 99
29화 – 꺾인 날개를 펴다(完) >
“이현아. 어디 가?”
“연습들 해.”
이차희의 질문에 이현아는 부리나케 짐을 싸서 연습실을 나섰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늦을세라 입구로 뛰어나갔다.
“가자.”
입구에서는 강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아는 신나는 마음을 가볍게 누르고 그의 옆에 섰다.
“저희 어디로 가요?”
“기다려봐. 한 명 더 올 거야.”
“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차 한 대가 서더니 창문이 내려갔다. 이현지 사장의 고급 스포츠카였다. 차 안에서 이현지 사장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라? 현아도 가니?”
“…..”
이현아는 강윤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생각해보니 단둘이 간다 생각한 자신이 바보였다. 강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앞좌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 이현아도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홍대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강윤과 이현지는 일 관련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의 스케줄 관리나 예산확보, 사원 채용 등 여러 가지 안건들이 오갔다.
‘뭐…. 뭐야, 나 여기 왜 온 거지?’
조금 전, 왜 설렜던 걸까. 한순간 이현아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하늘로 올랐던 기분이 바닥 치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금 예산이….”
“이번 주에 들어오는 돈으로 어떻게….”
이현아는 대화에 끼고 싶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특히 돈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그냥 돈의 단위가 크다는 것만 느껴질 뿐, 피부로 와 닿는 게 없었다. 물론 저작료에 대한 이야기는 일부 알기는 했지만, 건물 사용료나 타 가수 이야기, 그 외 사무에 관한 이야기 등은 그녀에겐 외계어나 진배없었다.
‘…괜히 왔어.’
이현아가 창가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때, 차가 멈췄다. 홍대의 공용 주차장이었다.
“여기 주차료 비싼데….”
이현아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강윤은 주차요원에게 표를 받으며 고개를 저었다.
“주차 때문에 골목 여기저기 돌며 시간 끄는 것보다 돈 들이는 게 나아.”
시간이 곧 돈이었다. 강윤의 생각에 이현아는 수긍하며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공용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공연장, ‘스위트핀스’로 향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케주얼 복장의 여직원이 그들을 맞아주었다.
강윤이 사전에 약속되어있다 하니 여직원은 사무실에 전화해 확인했다. 곧 사무실에서 남자 직원이 나와 그들을 맞아주었다.
“이강윤 씨 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남자 직원은 강윤 일행을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들은 직원들이 내주는 커피를 마시며 안내 책자와 가격표, 그 외 공연팀들에 대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자료들을 꼼꼼히 보던 이현지가 직원에게 물었다.
“수용 인원이 얼마나 되죠?”
“2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스탠딩으로 진행하면 2배까지 가능합니다.”
“300명 좌석이고….”
부풀려 이야기하는 직원의 말에 이현지는 선을 그었다. 직원은 멋쩍어졌는지 이현지에게서 강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음향이나 조명 등은 최신식으로 다 뜯어고쳤습니다.”
“천장 높이는 얼마나 되나요?”
강윤이 예상 못 한 질문을 하자 직원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강윤이 바로 자료를 보니 높이가 나와 있었다. 그는 자료로 눈을 돌렸다.
“…낮지는 않군요. 소리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요.”
“…..”
“자료에 보니까 스피커는 알렌 시리즈를 쓰더군요. 그게 고음이 강한 편으로 아는데, 잡음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천장에 흡음재는 있습니까?”
직원은 진땀을 흘렸다. 이 사람들, 대단히 까다로웠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스피커 특성까지 일일이 알기가 쉽겠는가. 이런 날 선 질문들에 답변하기는 쉽지 않았다. 직원의 등이 흥건히 젖어들었다. 그래도 그는 자료들을 보며 어찌어찌 답을 하려 노력했다.
다행히 강윤의 질문이 무한정 이어지지는 않았다.
“…커피 잘 마셨습니다. 공연장을 보고 싶은데요.”
“이…. 이쪽으로 오시죠.”
진땀빼는 강윤의 질문 타임이 지나가자 직원은 얼른 그들을 공연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공연장은 1층 로비 바로 앞에 있었다. 직원이 문을 여니 의자 없는 넓은 공터와 앞에 무대가 있었다.
“방송실 위치는 적당한 것 같고….”
강윤은 여기저기를 살피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이현지도 그녀 나름의 기준으로 여기저기를 살폈다.
“현아야.”
“네?”
멍하니 강윤 뒤에서 서성이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부름에 화들짝 놀랐다.
“무대에 서줄래?”
강윤의 부탁에 그녀는 무대 중앙으로 향했다. 강윤은 좌석 가운데에 서서 무대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리고 직원에게 물었다.
“지금 조명하고 스피커 시험해 볼 수 있습니까?”
“잠시만요. 오늘 엔지니어들이 쉬는 날이라….”
직원은 난색을 보였다. 엔지니어들은 보통 공연이 있는 금토일 3일만 출근한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조치였다.
“문만 열어주십시오. 제가 다룰 줄 아니.”
“그렇다면야….”
미래 고객이 될지 모르는 사람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직원은 사무실에서 키를 받아 방송실 문을 열어주었다.
“현아야. 가만히 서 있어.”
“네.”
이현아는 강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윤은 방송실에서 조명을 조작했다. 강윤은 조명 믹서를 이리저리 다루더니 곧 세팅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그의 뒤에선 직원이 강윤을 지켜봤다.
“조명 세팅도 바꿀 수 있습니까?”
“사전에 말씀해 주신다면 가능합니다.”
“좋군요. 여기 조명은 블루톤이 너무 많네요. 현아가 블루톤을 잘 안 받는데….”
강윤은 조명을 이리저리 조작하더니 조명을 모두 내렸다. 그리고 방송실 밖으로 나가 세팅된 스포트라이트를 켰다. 조명 하나가 강하게 비추니 이현아가 민망한지 강윤에게 물었다.
“이대로 서 있기만 하면 돼요?”
“응. 네가 설 무대니까 분위기도 느껴봐.”
이현아는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이전 무대인 그린라이트는 시간 문제로 직접 테스트 하진 않았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강윤은 다시 방송실로 올라갔다. 조명을 다 켜고 분위기를 살폈다.
‘무슨 엔지니어야?’
사장이라 들었는데, 엔지니어 느낌이 났다. 피아노 치듯 조명 믹서를 만지는 폼이 전문가를 방불케 했다. 여기 직원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여러 사장을 만나왔지만, 강윤 같은 이는 처음이었다.
한참 동안 세팅된 조명을 테스트하던 강윤은 조명 믹서를 껐다.
“조명 세팅은 바꿀 수 있다 하셨죠?”
“네. 물론입니다.”
몇 번이나 같은 걸 묻는 강윤이 짜증 나는 손님들이긴 했지만, 직원은 프로였다. 그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음향도 테스트해봐도 되겠습니까?”
강윤이 음향 믹서까지 테스트하겠다고 나서니 직원은 눈썹을 씰룩였다. 여러모로 까다로운 손님들이었다.
‘허…….’
이쯤 되니 직원도 멍해졌다. 그러나 손님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승낙했다.
“네, 무…. 물론이죠.”
원래 당연히 무대가 어떤지 보여줘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위치나 장비가 좋은 메이커인지 등을 살피고 말지만 이 사람은 완전히 달랐다. 직접 테스트까지 할 정도니 함부로 말하기도 힘들었다. 가장 무서운 손님이었다. 직원은 긴장하며 손을 모았다.
강윤이 직원에게 마이크 하나를 빌리겠다고 했다. 이쯤 되니 직원도 반쯤은 포기였다. 강윤은 마이크를 이현아에게 가져다주었고 이현아는 라인에 마이크를 연결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이현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윤은 전체적인 사운드를 체크했다. MR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었다.
“현아야. 노래 하나만 해 볼래?”
“노래요?”
“응. 테스트용으로.”
이현아는 드디어 할 일이 생겼다는 게 기뻤는지 바로 목을 가다듬고 소리를 높였다.
“온종일 – 내 맘은 – 저 시계 위에 -”
이현아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초록빛 음표와 함께 나오는 조금은 약한 하얀빛을 보며 강윤은 사운드를 체크했다. 이펙터 등 소리에 아무 효과도 넣지 않은 순수한 테스트였다.
‘썩 만족스러운 사운드는 아니군. 탁한 느낌이야.’
음표, 빛, 그리고 귀로 들려오는 소리를 종합한 강윤의 답은 이랬다.
“더 해볼까요?”
“아니. 수고했어.”
강윤은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방송실 전원을 내리고 무대로 나갔다.
“감사합니다. 명함 하나만 주시겠어요?”
강윤의 말에 직원은 명함을 내밀었다. 직원은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럼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강윤은 직원과 악수를 하고는 스위트핀스 공연장을 나섰다.
차로 향하며, 강윤은 이현아에게 물었다.
“공연장 어땠어?”
“음….”
이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새침하게 말했다.
“솔직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소리도 탁했고, 조명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그래?”
“그래도 사…. 빠님이 하라면 할게요.”
“…호칭은 신경 쓰자.”
“죄송해요.”
“아무튼, 저긴 아니라는 거군. 몇 군데 더 돌아보자.”
강윤의 말에 이현아는 민망했는지 시선을 돌리며 볼을 긁적였다.
이후 강윤 일행은 몇 군데의 공연장을 더 돌아보았다. 공연장마다 직원들이 테스트에 죽어난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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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방송 훌라.
방송인이자 음악인, 연기자 영역까지 발을 넓힌 문신학이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딱 자정이 넘어 진행하는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다. 방송국 안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며 유명 가수들이 마음껏 원하는 노래를 부르는 게 프로그램의 모티브였다.
그 프로그램에 오늘, 김재훈이 녹화에 들어간다.
“빠진 거 없어?”
“네!!”
정문 앞 주차장.
강윤은 악기들을 싣고 있는 밴드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방송 출연은 처음이라 얼굴엔 긴장이 어려있었다.
“나도 가고 싶은데, 밀린 일이 많네요. 에이….”
이현지는 아쉬움을 잔뜩 드러냈다. 남아있는 일들이 발목을 잡은 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이사님이 계시니까 제가 안심하고 회사를 비울 수 있네요.”
“더 크게 감사하세요.”
“감. 사. 합. 니. 다.”
이현지의 투정에 강윤도 장난스럽게 답을 했다.
이현지는 강윤 뒤의 김지민에게 눈을 돌렸다.
“지민이 너도 신기하다고 이거저거 막 만지면 안 된다? 선도 밟으면 안 돼.”
“네.”
“풉. 선은 괜찮아요. 감전은 되겠지만.”
“으헥….”
“하하하. 농담이야.”
이현지와 강윤의 장난 섞인 충고에 김지민은 바짝 쫄아 들었다. 덕분인지 방송국으로 출발하는 모두의 분위기는 밝았다.
이현지와 정혜진, 연습하겠다며 회사에 남은 이현아를 제외하면 모두가 방송국으로 간다. 소속사가 문을 연 이래 대부분의 식구가 모두 함께하는 외출이었다.
방송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김재훈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얼마만의 방송 출연인지 몰랐다.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뒤에선 이차희와 김진대가 투닥댔고, 정찬규와 김지민이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잘 어울리네.’
강윤은 백미러로 차 안을 살폈다. 모두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즐거워졌다.
방송국에 도착하니 AD가 그들을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윤을 필두로 모두가 AD를 따라나섰다. 녹화가 있는 스튜디오는 17층에 있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드럼을 비롯해 믹서, 기타 앰프 등 필요한 대략적인 세팅이 되어 있었다.
강윤이 PD와 진행자 문신학과 인사를 하는 동안 김재훈과 밴드원들은 각자의 세팅에 들어갔다. 드럼은 북을 조여 적합한 소리를 만들었고 일렉트릭 기타는 이펙터 세팅에 나섰다. 베이스 기타도 톤을 맞춰 나갔다.
김재훈은 강윤이 구해 준 마이크를 끼우곤 본격적으로 목소리 세팅에 들어갔다.
“사랑해요 — 사랑해요 —”
김재훈은 가벼운 노래를 부르며 엔지니어에게 필요사항을 요구했다. 오늘은 이어 마이크는 없었다. 대신 모니터 스피커가 있었고 거기에 좋아하는 베이스 소리와 드럼의 발 베이스, 그리고 세션으로 오는 신디사이저의 소리를 풍성하게 넣어달라 부탁했다.
세팅을 시작한 지 한참의 시간이 지나 다른 팀원들이 세팅을 완료했다. 그러나 김재훈은 계속 세팅을 하고 있었다.
“소문대로네요.”
문신학은 눈을 가늘게 떴다. 옆에 있던 강윤이 물었다.
“무슨 소문 말씀이십니까?”
“완벽주의 말이죠. 김재훈은 완벽주의로 유명하잖습니까. 오늘 엔지니어 저 친구 고생 좀 하겠는데요.”
문신학의 말대로 엔지니어는 미세한 세팅에 애를 먹었다. 다른 사람들, 세션이나 PD 등이 듣기엔 크게 변함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김재훈은 만족스럽지 않은지 계속 세팅을 요구했다. 다른 팀원 세팅이 끝나고도 벌써 20분이 훌쩍 지나갔다.
‘이런.’
문신학 같은 대선배를 앞두고 계속 세팅만 하는 건 실례 중의 실례였다. 문신학은 음악인답게 이해한다며 부드러운 표정으로 허허 웃고 있었지만, 더 시간을 끌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렇게 되기 전에 강윤은 엔지니어 석으로 향했다.
“실례지만 제가 한번 봐도 될까요?”
엔지니어는 강윤의 말에 뚱한 표정으로 믹서에서 손을 놓았다. 같은 소속사 사장이니 좀 더 낫겠지 하는 심산이었다.
“재훈아. 빨리하자.”
“네. 사랑해요 — 사랑해요 —”
강윤의 눈에 노란 음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 그 음표들은 하얀빛을 만들어냈다. 강윤은 믹서를 조작했다. 그가 전에 요구했던 대로 미세하게 저음을 높였고 미들음을 아주 조금 낮췄다. 그러자 미세하지만, 빛이 강해졌다.
“어? 형. 게인 아주 조금만 높여주세요.”
드디어 원하는 소리가 나왔는지 김재훈은 흥분했다. 강윤은 그의 요구대로 소리를 조절했다. 그러자 하얀빛이 아주 강렬해졌다.
“좋아요. 오케이. 감사합니다.”
드디어 세팅이 끝났다. 강윤은 엔지니어에게 실례했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문신학이 강윤에게 흥미를 보였다.
“사장님이 엔지니어도 보십니까?”
“조금씩 배운 겁니다.”
“허허. 듣는 귀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김재훈 저 친구도 무척 까다로운 친구 같은데 단번에 오케이라니. 확실히 소리도 좋아졌네요. 오늘 좋은 무대가 나올 것 같네요.”
강윤이 멋쩍은 반응을 보이니 문신학은 나중에 술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하곤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전체 사운드 조율을 위한 밴드 잼이 끝나고,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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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 늦은 밤 술에 취해 난 널 찾아 해맨다 –”
조용한 발라드곡이 스튜디오를 은은히 감쌌다. 묵직하면서 가는 특이한 목소리는 힘을 더해가며 김재훈만의 노래를 만들어갔다.
“아직도 뜨거운 내 사랑은 — 내리는 비에 씻겨 내려가 –”
점점 내려가는 베이스의 음과 대비되게, 김재훈의 음은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김진대의 드럼이 잠시 멈추더니 힘있게 돌아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돌아온다는 너의 약속으로 — 난 살 수 있었어 — 하지만 –”
김재훈은 목소리에 힘을 더해갔다. 이미 강윤에겐 강렬한 하얀빛이 온 스튜디오를 뒤덮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빛이 모두에게 스며들며 PD와 스태프들 모두를 노래에 빠져들어 갔다.
그러나 강윤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얀빛에서 뭔가, 이질적인 게 눈에 들어왔다.
‘저건 그때의?’
이현아의 무대에서 봤던 ‘그 빛’과 흡사했다. 은빛이었다.
김재훈의 노래가 분위기를 고조시킬수록, 그 빛은 힘을 더해갔다. 그러나 은빛이 하얀빛을 완전히 집어삼키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 올라오다 내려가고, 올라오다 내려갔다. 이현아의 경우 섞여 있었는데 이번에는 또 달랐다.
그렇게 노래가 끝이 났다. 모든 스태프들이 잘했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김재훈이 땀을 흘리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무대는 아니었지만, 마음껏 노래하니 즐겁고 행복했다. 밴드원들도 이현아가 아닌 다른 보컬과 맞춰보는 새로운 경험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30분 쉬었다….”
“잠깐만요.”
AD가 쉬는 시간을 선언하기 전, 강윤이 나섰다.
“죄송한데 이 곡, 한 번만 더 녹화해도 될까요?”
“네?”
PD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훈의 노래는 최고였다. 그런데 왜? 김재훈마저 강윤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윤은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조금 달랐다.
‘이 곡은 이 정도로 끝날 게 아니야.’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강윤은 확신했다. 이 곡의 힘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끝
ⓒ 이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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