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11
0011 / 0923 ———————————————-
…역시 소제목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군요…ㅡ_ㅡ;;
사람들은 익숙한 일을 할 때에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새로운 일이 닥치게 되면 금방 흥미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스스로 찾아서 할 때나 가능한 것이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이 진행된다면 일단 두려움을 느끼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게다가 얼굴조차 모르는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병사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는가? 게다가 자신의 의지를 함부로 내보일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된다면 아마 무력감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카비 마을에서만 살다가 처음 세상으로 나온 라스에게는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것, 어찌 본다면 굉장히 불행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새로움의 연속이라서인지 라스는 그리 힘들게 느끼지 않았다.
마을 어른들에게 그저 듣기만 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에 세상물정을 모르는 라스는 모든 일이 그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워주기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라스 자신을 제외한 지금 이 자리에 몰려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하기 싫은 일에 억지로 동원되어 나온 지시가 만큼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자청해서 나서서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라스가 보기에도 억지로 끌려 나온 사람들이니 만큼 의욕이 없는 것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마음만 먹는 다면 도망칠 수 있는데 도망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겼다. 물론 이러한 의문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지금 은 라스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라스를 비롯한 카비 마을 사람들은 솔로몬 그리즈의 영주가 자신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자신들도 징세관에게 세금도 내지 않고 있었다. 사실상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루벤 왕국을 위해 이렇게 아무런 대가없이 전쟁에 나올 필요는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루벤 왕국이 자신들에게 해주는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카비 마을과는 입장이 사뭇 달랐다. 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모두 자신을 희생해 자신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중이다.
자신이 도망친다면 가족들이나 마을이 보복을 받게 될 것이니 겨우 급료 명목으로 동전 세 개를 받고 병영에서 나누어주는 곡식과 식사만으로 생활하며 고되게 일을 해도 도망치지 않았다.
일단 솔로몬 그리즈 성으로 병사로 끌려 온 것이지만 이곳에 와서 라스가 한 일은 궁병으로서의 솜씨를 발휘해 볼 수 있는 군사 훈련이 아니라 작업을 독려하는 병사들의 삼엄한 감시하에 병영 밖에 세워져 있는 많은 수의 짐마차에 미리 포장되어 있는 건초와 식량을 옮겨 싣고 식량자루와 말린 고기, 그리고 어떻게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잘 마무리된 가죽 갑옷 수백 벌과 무기를 옮기는 작업이다.
잘 포장된 무기를 옮기던 중 라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활이나 다른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활처럼 탄력이 좋은 긴 나무를 구부려 만든 것과는 달리 길다란 막대기 위에 가로로 활대를 붙여 놓고 거기에 활줄을 걸어놓은 특이한 모양의 활을 보고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가끔 감시를 위한 건지 군사 훈련을 위한 건지 작업장의 옆으로 지나다니는 무장병들 중 이것을 들고 다니는 이들이 몇몇 있었기에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손에 들고 살피는 것은 처음이다. 라스는 신기한 마음에 쉬는 시간이 되었어도 그것이 수십 벌이 쌓여있는 마차 근처를 서성여 처음 보는 무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기는 했지만 짐을 싣는 일을 감독하고 있던 병사도 라스가 신기한 듯 무기를 바라보고만 있자 딱히 화를 내거나 그에게 마차에서 물러나라고 소리 지르지 않았다.
“석궁이라는 거야!”
라스가 하도 물끄러미 석궁이라는 것을 내려 보고 있자 지난 번 전쟁에 나간 경험이 있는 리스터 아저씨가 라스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시선이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까딱하면 이런 사소한 문제를 트집 잡고 잡병들을 괴롭히려 들 수 있기 때문에 살짝 어깨를 잡아당겨 마차에서 라스를 떨어뜨려 놓았다.
리스터 아저씨는 석궁을 오래 두고 보지 못하게 되자 아쉬워하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여전히 석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라스를 보고 리스터 아저씨는 다시 어께를 두드려 주며 설명을 덧붙였다.
“이 활은 일반인이 가질 수 없는 거지. 듣기에는 갑옷도 뚫을 수 있는 활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인지 군인들만 가질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하더라. 저번 전쟁 때 이 활을 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짧은 거리에서는 아주 잘 맞고 꽤 위력이 좋은 것 같았어. 무장병들이 입고 있는 갑옷도 일격에 뚫을 수 있었으니 말이야.”
순간 라스는 리스터가 설명해 준 말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체 생각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 난 것이 있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활로도 갑옷을 뚫을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괜한 자존심의 발현 때문에 소리를 높인 것이지만 자신도 충분히 기사의 갑옷을 활로 뚫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리스터가 지금 눈 앞에 있는 오래 살펴 보면 조잡해 보이기 까지 하는 석궁이라는 활이 집안의 가보인 자신의 활보다 더 좋은 것이라는 듯이 들렸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는 라스의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고 리스터는 화를 낼 만도 했건만 여유 있는 모습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너털 웃음을 짓더니 곧 전쟁터에서 명심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절대로 두꺼운 판금 갑옷으로 전신을 감싼 기사한테는 덤벼들지 마라! 네가 제 아무리 활을 잘 쏘아도 그 활이 통하지 않을 꺼다.”
기사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치라는 말을 해 주는 리스터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라스는 잠시 후 조금 우물거리며 처음 드는 판금 갑옷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판금 갑옷이 무엇인지 모르는 라스 때문에 리스터는 잠깐 동안 할 말을 잃었다가 어께를 들썩이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핫!”
무안하게 계속해서 웃고 있었기 때문에 라스는 머쓱한 기분 때문에 슬그머니 심사가 뒤틀릴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리스터는 이내 라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하하······판금 갑옷이란 말이야. 아주 높은 귀족들만이 입을 수 있는 것이지. 뭐······솜씨 좋은 갑옷 만드는 대장장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물건이야 아마 그것 한 벌이면 웬만한 성 한 채 값은 될 수도 있을 껄? 우리 같은 사냥꾼이나 농투성이가 평생 돈을 모아도 결코 살 수 없는 물건이 그런 판금 갑옷이야. 뭐······그냥 병사들이 입는 사슬 갑옷이나 대충 쇳조각을 가죽 갑옷 위에 걸치고 다니는 것들과는 방어력에서 감히 비교 할 수 없는 물건이야. 알겠니?
리스터의 설명에도 판금갑옷을 본적이 없어 실감이 나지 않았던 라스는 대충 고개만 주억거렸고, 그런 라스를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리스터는 무언가를 잠깐 생각하더니 라스를 나름대로 편안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자기가 지난번 전쟁에 나가 느꼈던 내용 중 무기에 관한 것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네가 지난번에 보았던 대검은 사실 그렇게 좋은 무기라고는 할 수 없어. 물론 그것을 가지고 열심히 훈련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이겠지만······갑옷을 잘 입은 적을 일격에 죽이기는 무척 힘들지. 대검은 그냥 휘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거든! 대부분 갑옷에 걸려 버린단 말이지. 아참! 그래, 쉽게 생각해 보면 말이야. 쇠몽둥이로 강하게 얻어맞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그러더라고. 아마 단순히 내려치기만 한다면 사슬 갑옷도 제대로 뚫지 못하겠지. 하물며 가죽 갑옷 위에 사슬 갑옷을 겹겹이 입은 적을 상대한다면 어떻겠니?”
“······그러면 뭘 써야 해요?”
전에 대장간에서 보았던 멋진 모습의 대검이 보여 주었던 기억이 슬그머니 깨져 버리려 하자 라스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곁에 있던 리스터는 옆구리에 차고 있는 도끼를 툭 치며 의미 있게 웃었다.
“갑옷을 입은 상대를 적으로 만나면 일격에 상대를 부셔버릴 각오를 하고 도끼로 내리치란 말이야. 대검과는 달리 이 도끼는 무겁기 때문에 잘 하면 갑옷을 뚫기도 하더라고. 그게 아니어도 도끼를 내리치는 충격으로 상대의 뼈를 부러뜨릴 수 있지······너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번 전쟁 때 보니까 높으신 기사분들도 도끼랑 쇠망치, 꼬챙이, 철퇴 같은 것을 주 무기로 쓰더라고······아참! 라스야. 우리는 말이지. 강한 정예군이 투입되기 전에 적의 힘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제 아무리 잘 싸워도 누가 눈여겨보는 사람 없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에게 기대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야. 단지 우리가 할 것은 그냥 대충 이렇게 짐이나 실어 주고 짐마차를 끌어 주는 것 밖에는 없다. 그리고 열심히 싸울 필요는 없어. 아참! 지난번에 그 나이 많은 사람들 누구냐고 물었지? 대답해 주었었나? 다시 한 번 말해 주면 그 사람들은 말이야. 우리가 아닌 갑옷 입고 창 들고 금속 투구 쓴 사람들의 빨래나 식사를 준비 해 주고 여기 이 마차를 끌 말의 먹이를 주고 말을 씻겨 주는 등의 일을 하는 물론 그들이 우리에게 무언가 해주겠다는 생각은 버려. 그들은 무장병과 기사를 위한 일만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가면 스스로를 돌봐야 해! 알겠니?”
전쟁터에서 쓸데없이 만들기가 어려워 값만 비싼 대검보다는 늘 산에서 가지고 다니며 써 손에 익은 도끼가 더 효과적인 무기라고 설명하던 리스터의 말은 전쟁터에 나섰을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을 설명하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확실히 지난 번 전쟁터에 다녀왔기 때문에 리스터는 지금 이 전쟁에서 라스가 해야 할 일을 자세하게 가르쳐 주고 있었고 라스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막상 눈앞에 상황이 닥치지 않으니 그다지 실감이 나지는 않고 절반 정도는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적당한 숙소도 없어 병영 근처에서 매일 노숙하며 계속해서 마차에 짐을 싣는 작업도 10여일 만에 겨우 끝이 나고 다시 하룻밤을 병영에서 제공해 준 고기 수프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보낸 라스를 비롯한 잡병은 다음날 아침 출발을 위해 모여들었다.
일단 병영에 모여든 인원은 가죽으로 된 기다란 옷을 입고 그 위에 사슬 갑옷을 걸치고 다시 그 위에 조끼같이 생긴 가죽 갑옷을 걸친 후 방패를 등에 메고 허리에 대검과 활과 화살통을 찬 정규 무장병 50명과 말에 올라탄 기사 3명이다.
라스가 카비 마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도 아주 멋지고 대단하며 무척이나 전투에 능숙할 것으로 보였다.
판금 갑옷을 입을 수 있는 존재가 기사라는 리스터의 설명 때문인가? 라스는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를 보고 싶었지만 부대를 이끌기로 한 기사 3명은 라스의 바람과는 달리 전신 갑옷을 입지 않고 아닌 단순히 무장 병사들과 같은 사슬 갑옷을 입고 가슴 위에 조끼 형식의 가죽 갑옷을 덧대어 입고 있었다.
간편한 차림과는 달리 그들의 말안장에는 활과 도끼, 그리고 예전에 대장간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다른 솜씨로 만들어진 것 같아 보이는, 첫눈에도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 대검을 걸어 두고 있어 어딘지 기세가 높고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 3명의 기사 중에서는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제법 젊어 보이는 남자도 있기는 했지만 어차피 라스와 말에 올라탄 기사와는 지금 처해 있는 위치가 달랐기에 라스는 그냥 무심히 생각했다.
사실 라스에게는 모여든 잡병들의 앞에서 똑바로 줄을 서라고 낮게 으르렁거리는 병사들의 표정에 더 신경을 써야만 했기에 굳이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구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솔로몬 그리즈에서 출발하게 된 인원은 원래 이곳에 소속되어 있던 정규군 53명 이외에 라스를 포함한 각 지역과 마을에서 끌어 모은 병사 500명, 그리고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하고 말을 돌보는 잡일을 하는 잡병 50명이 함께 하게 되어 603명이나 되었다.
603명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대군이 솔로몬 그리즈를 출병하게 되면서 거리는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스는 출발 전에 휴대 식량을 나누어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게 되었다. 라스와 카비 마을 사람들, 그리고 대부분의 잡병들은 짐마차를 끌게 되었다.
하는 일이 대단찮게 느껴져 내심 실망한 라스였지만 다행히 맡고 있는 짐마차가 말먹이풀이 실린 것이라는 사실과 리스터 아저씨와 같은 마차를 몰게 되었다는 사실에 고생을 덜할 것 같아 나름대로 안도했다.
솔직히 라스같이 짐마차를 끌고 가는 병사에게까지 자신들이 향하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려 줄 필요는 없다. 열렬한 환영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600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솔로몬 그리즈의 성벽을 나설 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와 구경을 해 주었고, 라스는 자신이 맡고 있는 짐마차를 끌고 있는 늙은 말이 사람들의 함성에 놀라 날뛰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어 주변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다.
다행히 라스보다 더 익숙한 듯 보이는 늙은 말은 묵묵히 짐마차를 끌었고 그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말에 올라탄 기사 3명과 함께 솔로몬 그리즈를 빠져 나온 600명의 일행은 성을 한 바퀴 돈 후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선두에 서 있는 무장병들이 느릿느릿 걷고 있는 탓에 마차를 끌고 가는 일행의 움직임도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 하지만 이것을 이끌고 있는 이들마저 한가한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대로가 정비되지 않은 탓에 마차 바퀴가 흙구덩이에 걸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거운 짐을 싣고 가던 엉성한 마차의 바퀴가 빠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라스와 리스터가 이끌던 마차는 진흙 구덩이에 한번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탈이 없었던 탓에 마차를 빼지 못해 무장병에게 심한 욕을 얻어먹고 여러 사람 고생 시키는 일은 없었다.
리스터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로 지금 이렇게 서쪽으로 가면 안토니우스로 향한다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던 라스는 문득 자신을 포함한 500명의 잡병이 필요한 이유가 전쟁이 벌어지면 50명의 정규 무장병력이 싸울 때 필요한 군수품과 식량을 솔로몬 그리즈에서 직접 싣고 가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마차를 모는 하찮은 일에 정규 무장병을 투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지내다 보면 아버지 고든이나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짐마차만 몰고 짐만 나르다가 전쟁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사실 라스의 생각이 맞는 것이기는 했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생각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라스는 리스터가 참가했던 전쟁에 나갔던 마을 사람들 중 많은 수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은 생각했던 것 보다 마차를 모는 일이 생각 보다 너무 힘이 들었고 마초를 실은 마차라고 해도 흙구덩이에 빠지게 된다면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마차 바퀴를 밀어야 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정규 무장병들은 천막을 치고 잠을 잤지만 라스와 같은 잡병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마차 옆에서 솔로몬 그리즈를 출발하기 전에 나누어준 식량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그냥 웅크리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마차를 모는 말도 잠시 동안 짐수레를 끄는 일에서 벗어나 한쪽에서 풀을 뜯으며 보냈고, 병사들도 하루 일이 끝이 나면 가지고 있는 식량으로 식사를 하고 마차 옆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하지만 50명의 잡병들은 말을 돌보고 무장병들의 식사도 준비하고 빨래도 해주고 하는 통에 제대로 쉬지도 못해 많이 불쌍해 보였지만 그들을 동정할 여유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신이 다양한 500명의 병사들은 각자 출신 마을별로 짐마차 옆에서 모여 앉아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을 보내는 때가 많았고, 라스도 지금과 같은 사실을 그다지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
솔직히 전쟁터에 나가게 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고생해 가며 짐마차를 몰면서 사람들은 점차 이기적으로 변해 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같은 마을 출신의 사람들은 서로를 도왔다.
지겹게도 천천히 흐르는 시간만큼 사람들은 지겹게도 천천히 말을 잃어 갔다.
솔로몬 그리즈에서 출발해 솔직히 짐마차를 몰다가 날짜 세는 것을 잊어 버려 출발한지 며칠이 지났는지 모를 정도의 시간이 되었을 때 일행은 겨우 안토니우스 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지쳐 버린 사람들이 말을 잊어 버렸을 때 600명은 성 밖의 공터에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하루 전부를 쉬었다.
라스는 몸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곰 가죽으로 만든 덧옷과 곰 두개골로 만든 투구를 비롯해 무기까지 올려놓은 마차에서 가지고 있던 식량 자루를 꺼내 말린 고기를 입에 물고 목이 막히지 않도록 오물거리고 있었다.
하루 정도 쉬며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여유를 만끽하듯 라스는 일행을 이끌었던 말에 올라탔던 기사 3명이 성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다면 다시 움직일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차분히 안토니우스 성을 훑어보았다.
안토니우스 성도 솔로몬 그리즈와 똑같이 성벽 주변으로 넓고 깊은 도랑을 파 놓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크기는 솔로몬 그리즈 보다는 작아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었지만 작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단지 솔로몬 그리즈와 안토니우스 성이 다른 점을 짚어 낸다고 하면 솔로몬 그리즈와는 달리 안토니우스 성은 성벽 곳곳에 더 멀리 볼 수 있고 활을 쏠 수 있는 망루가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게 성을 관찰할 시간도 없이 금새 지루해 졌다. 당장은 이런 것을 둘러 볼 것이 아니라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피곤한 몸을 달래 주는 일이다.
바로 이때 리스터가 긴 한숨을 곁들여 지난 세월을 탄식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으로 정신의 방향이 움직였다.
“······그러고 보니 10년도 넘었군. 이곳에서 국왕이 있는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향한다면 남쪽으로 갈 것이고, 안토니우스 서쪽을 끼고 흐르는 헤이드 강의 레이트 다리를 건넌다면 산으로 가는 거지. 부디 산으로 갔으면 좋겠다. 전쟁이 아니라 그냥 식인괴수나 도깨비를 잡아 죽이러 가는 것이었으면 해서 말이야. 오크나 고블린 녀석들이라면 얼마든지 잡아 죽여 줄 수 있는데······. 남쪽으로 가면······.”
솔직히 이번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여기까지 따라온 라스는 리스터의 말을 대충 귓가로 흘려들으며 더 이상 귀찮은 넋두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신세 한탄인지 옛 추억을 되짚어 내려던 것인지 라스는 자신에게 이 전쟁은 아무 이유가 없으며 하는 일이라고는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 것뿐이라는 퉁명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것 같은 리스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든 라스였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단지 자신의 짐승 가죽 덧옷에 뭍은 흙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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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전쟁은 걷고 또 걷는 것이지요…ㅡ_ㅡ
아마 군대를 갔다 오신 분들이라면 대충은 알고 계실 듯 합니다…걷다보면 지키고 지겹고… 많이들 싸우곤 하지요…
지금 라스의 상태도 그렇답니다…지쳐서 만사가 귀찮은 상태…ㅡ,.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2…
음헤헤헤…배가 부르네요…^0^;; 물론 뱃살을 빼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는 탓에 평소 먹는 양을 많이 줄이려 한답니다…ㅠ0ㅠ;
●‘산을미는강’님…^_^; 잊지 않고 찾아 주시는 것만 해도 저 작가넘으로서는 더 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냐하하하하…그나저나 이제 날씨가 참 무덥더군요…^_^;; 슬슬 그냥 긴 소매 티셔츠 하나만 입고 다녀도 될 정도니까 말입니다…물론…므흣하게 변해 버린…거리 풍경이 더 마음에 들지만요…^ㅠ^;
●‘soulschaos’님…^_^;; 일단 잡병 A 군…뭐…잡병은 잡병이지만 쥔공이다 보니…행운도 그 만큼 클 것이랍니다…글쿠…사제님…뭐…^_^; 당연히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이지요…냐핫…그나저나…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 중국사람(혹은 조선족) 그다지 가까이 하기에는 좀 그렇네요…뭐…한국에 정식으로 신분 증명 받아 온 사람이니…어느 정도는 살겠죠…물론 진짜 잘 사는 사람들은 미국이나 뭐 이런 대로 건너가겠지만요…^_^;
●‘마루에누워’님…뭐…^_^; 만주 지역에 땅이 16만 평이 있다고 자랑을…^_^; 그냥 그러려니 하렵니다…뭐…글쿠…일단 라스 녀석 일반 병사 A입니다…그렇지만 당연히 쥔공이기 때문에…바로 이 전쟁이 이 라스 녀석이 산골 소년이 아닌…쥔공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_^; 쥔공 라스 만쉐이!!
●‘제스’님…누구…@_@a 라고 물어 본다면 화내시겠죠? 핫핫…어떻게 제스 님을 잊겠습니까? 냐하하하…^0^;; 어쨌든 간에 허접한 글이지만 보아 주신다는 것만 해도 저로서는 더 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0^;; 제스 님 화팅!!
●‘빨강보석’님…전에 손자병법이라는 드라마에서 본 대사인데 기마 앞의 보병(?) 이라는 식으로 표현되더라구요…말이 병사지…실제는 주력 부대가 투입되기 전에 적의 힘을 빼놓는 소모품이라구요…ㅠ0ㅠ; 일단 쥔공…일반 병사 A 지만…쥔공은 쥔공이랍니다…^_^;
●‘호박의정령’님…넵…호박의 정령님도 화팅이…@_@;; 푸욱…욱…아니 갑자기 왜? 사시미를…쿨럭…쿨럭…네? 저 작가넘의 스킨쉽이 싫으시다구요? 쿨럭…쿨럭…그렇다고 이렇게 깊게 찌르시면…이제는 방탄 뱃살도 사시미도 튕겨 내는 뱃살도 많이 사라져서…사시미를 제대로 막을 수 없는데…악…칼을 빼지 마세요…피가 더 나…우욱…비트시다니…피…피가…콸콸콸…저…정신이 혼미해집니다…우욱…풀썩…@_@;;
2일 뒤 뵙겠습니다…^0^;; 모든 독자분들 화팅!!
(오타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