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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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도대체 소제목은 왜 있어서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지…~3~)y-~~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마친 레오르카를 보게 된 라스는 그녀가 귀족이었으면서 어째서 노예로 전락하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처음에는 겁에 질린 듯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스펜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얼러대니 겨우 입을 열었다.
레오르카는 하디 부족 트로보 준남작 가문의 차녀로 부친은 국왕의 옆에서 국왕을 호위하던 기사 중 한 사람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부친이 전사하는 바람에 집안이 몰락하게 되어 이렇게 자신이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트로보 준남작?”
라스가 목소리를 높이자 스펜서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절반 정도는 의혹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초리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쓸데없이 스펜서에게 당장의 기분만 생각해 소리 지를 정도로 라스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인지 알아?”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딱히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가지 않았다. 여러 번 생각을 보니 갑자기 스치듯 한 가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ㅏ자의 임무를 띄고 베르트 진영에 다녀왔다가 국왕 눈에 든 기사였다.
사자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해 일약 국왕의 친위 기사가 되었지만 결국 마슬란 메르다산이 국왕 엠마뉴엘 볼크를 향해 대검을 치켜들었을 때 국왕을 버리고 도망쳤던 기사들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아마도 트로보 이었을 것이다.
이후 라스에게 목숨을 구함 받은 국왕은 곧 바로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에서 제 목숨만 구하고자 국왕을 버리고 도망친 비겁한 기사에게 모두 죽음을 내렸다. 이후는 잘 모르겠지만 귀국후 라스가 광산에 가 있을 때 국왕은 자신을 버린 기사의 가족들에게도 보복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레오르카의 말대로 부친이 전사 후 준남작 집안이 몰락해 유족들이 노예가 될 되었다면 아마도 반역죄일 가능성이 높았다. 반역죄로 몰리면 성인 남자, 즉 12세 이상의 남자는 모두 죽게 된다.
남은 여자 또한 죽여야 하겠지만 죽게 되는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는 모두 노예로 팔려 나간다. 여러 번 생각해 보아도 부친의 전사 후 한순간 집안이 몰락하고 일가족이 노예로 전락되었고 준남작이면 친척들이 있을 것인데 친척들이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방조했다면 아마도 반역죄 이외에 다른 길은 없을 것이다.
“음······대강 사정은 알겠다.”
라스는 레오르카에게 대뜸 앞으로는 레오르카라는 이름이 길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서 간단히 [레카]라고 줄여 부르겠노라고 하며 유심히 레카의 자태를 살폈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매력적인 레카를 보니 어딘지 모르게 장의 딸 피리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라스의 마음을 잡아 끈 것은 올해 12세라고 했는데 얼굴만 예쁜 여느 귀족 여자들과는 달리 두려운 기색을 보기는 했지만 기품을 잃지 않으려 하고 몸가짐도 꼿꼿한 것이 제대로 된 귀족의 예절 교육을 받은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라스가 몇 가지 시험해보니 거의 대부분 또래의 보통 여성들이 제대로 된 교육, 즉 최소한 자기 이름을 글자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레오르카 즉 레카는 자신의 이름은 물론 여러 가지 글을 읽고 쓰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노예라는 선입견을 슬그머니 밀어내 보고 객관성을 갖고 지켜보면 행동거지 같은 것에서 알게 모르게 품위 같은 것이 느껴지니 라스는 레카를 집안의 노예들을 관리하는 위치에 올려놓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앞으로 노예들은 레카 네가 관리해라.”
갑작스러운 주인의 호의에 레카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뜨며 반문하려 했지만 암할로브와 스펜서가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내 목을 움츠렸다. 암할로브가 다시 호통을 치니 레카는 귀족 잡게 정중히 명에 따르겠다고 공손히 대답했다.
노예들을 관리하는 일을 겨우 12세의 레카에게는 무리일 수 있지만 비록 준남작이라는 가장 낮은 작위의 귀족이었다고는 해도 어릴 적부터 노예들을 관리하는데 익숙해 져 있을 테니 다른 사람을 맡기는 것 보다 잘 해줄 것으로 믿었다.
물론 당장 자신의 호의로 레카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는 않았지만 귀족이 노예가 되면 다른 평민이나 전쟁 노예들 보다는 좋은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기에 다른 노예들의 반발도 없을 것이니 이날로 레카에게 집안의 노예에 관한 관리를 맡겼다.
레카에게 노예의 관리를 맡긴 라스는 이날은 별 문제 없이 잠을 잤고 다음날 아침에서 일어나 레카가 다른 노예들을 재촉해 차려준 음식으로 모두와 함께 편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평범했을 아침 식사였지만 아치가 평화를 슬그머니 흔들어 놓았다.
아침을 먹고 와인을 한잔 마시던 도중 아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라스에게 자신이 지금 이곳에 있으면 라스에게 좋지 않으니 곁을 잠시 동안 떠나고 싶은데 괜찮은지를 물었다. 갑자기 아치가 떠나겠다고 하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 아치를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자 아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라코스가 죽어······아니, 실종된 지금 제가 라스의 곁에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계속해서 아치 자신이 라스의 곁에 남아 있게 된다면 여러모로 라스가 곤란해 질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히 라스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라스가 북쪽으로 부임하게 되면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약속했다.
라스는 너무나도 갑자기 아치와 헤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두려웠지만 곁에 있던 암할로브는 길게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아치의 결단에 감사하며 지금 아치가 라스의 곁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아치를 대신해 라스를 설득했다.
“맞습니다. 얼마 전이었다면 그라코스 공께서 아직 계실 때이니 아치 경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치 경께서는 마법사로 이름이 드높으신 분이니 분명 끌어들이려는 세력이 있을 것입니다.”
꼭 두 사람이 미리 약속하기라도 한 듯 암할로브는 아치가 잠깐 떠나 있게 되는 것이 라스와 아치 모두에게 좋을 것임을 일깨웠다. 일단 아치는 루벤에서 어마어마한 마법사로서 굉장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레나르트에서는 아치가 북쪽 디노 맥시밀리엄 성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수괴라는 문제가 있고 루벤에서는 그라코스의 그늘에 가려 있기는 했지만 아치의 마법 실력은 생각외로 어마어마했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아치가 가지고 있는 마법사로서의 명성이나 엄청난 마법 실력이 아니라 현재 그라코스가 공식적으로 사망, 아니 실종된 상태로 루벤에는 아치 정도의 실력을 갖춘 마법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인재 욕심이 대단하고, 사람을 아끼며 굉장히 대범해 보이면서도 엄청나게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은 루벤의 현 국왕 엠마뉴엘 볼크는 분명 궁정 마법사인 그라코스의 후임으로 라스를 돕고 있는 아치를 지목할 것이 분명했다.
아직 국왕을 거부할 힘이 없는 아치가 궁정 마법사 자리를 그것을 승낙하게 된다고 하면 아치는 국왕의 힘이 되어 버린다. 혹여 아치가 궁정 마법사 제안을 거부를 할 경우에는 자칫 라스가 쓸데없는 의심을 받아 곤란해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그라코스의 죽음으로 라스가 국왕으로부터 사면을 받기는 했어도 이런 저런 구귀족들의 좋은 구실이 되어 쓸데없는 곤경에 처해 있는데 아치가 국왕의 제안을 거부하면 분노한 국왕에 의해 그 죄가 라스에게 돌아오게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라스처럼 일신의 무력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른 신흥 세력이 절대적인 마법사까지 곁 둔다면 기존의 귀족들이 자연스럽게 라스를 경계하고 두려워하게 될 것이니 국왕이 아치와 라스를 용서한다고 해도 구귀족들에게 너무나도 훌륭한 빌미가 되어 자칫 루드비히도 위험해 질 수 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다면 라스가 원하든 원하지 않고 있든 라스는 여러 사람들의 쓸데없는 의심을 사게 되어 지금보다 휠 씬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될 것이고 자칫 질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빌미를 주게 되어 좋지 않은 결말을 맺을 수 있다.
이것 이외에도 아치가 라스 곁에 머물지 않아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더 남아 있었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보아도 아치가 지금 당장 라스 곁에 머물게 된다면 라스에게 여러모로 많은 문제가 된다.
자칫 라스의 입지는 물론 목숨마저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데 라스가 곤란해지는 것은 아치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아치는 라스의 곁을 떠나 마법사 특유의 세상과는 단절되어 자연스럽게 스스로 은거하는 형식으로 하야해 라스의 곁에서 잠시 동안 떠나려 하는 것이다.
“과연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암할로브의 설명과 아치의 간곡함이 함께하게 되니 라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결단을 내렸다. 아치에게 어디로 갈 것인지를 물으니 아치는 잠시 생각을 해 보더니 플라비아의 원산지인 라스의 고향 카비 마을로 가겠노라고 대답했다.
아치가 카비 마을로 가겠다고 대답하니 라스는 대뜸 지난 번 그라코스의 일 때문에 ㅎ자신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암할로브가 지금은 왕성을 떠나서는 안 된다며 크리스틴 바실리 성을 떠나는 일을 극구 만류했다.
암할로브가 이치에 맞게 설득하니 라스도 잠시 진정을 하고 말뜻을 이해했지만 자신이 루벤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귀환을 알리지 못한 것을 걱정했다. 라스는 고립된 생활을 영유하는 자신의 고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만 머물며 지낼 때는 몰랐지만 한참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카비 마을이 생각외로 타지인에 대한 배타심과 경계심 그리고 사람들이 순수할 정도로 세상에 무지하고 언제나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곳에 살고 있으니 의심이 굉장하고 타지인을 믿지 않는 경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보면 카비 마을에 확인되지 않은 타인들이 들어와 라스가 보낸 사람들이라며 라스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내놓고 돈을 내놓아 크리스틴 바실리 성으로 데려가려 한다고 하면 좋아 하기는 커녕 인신 매매단으로 알고 잡아 죽이려 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자신이 돌아간다면 언제나 죽음과 함께 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인 만큼 기꺼이 다시 받아주기는 할 것이지만 3년 전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 전투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전사했음에도 자신이 살아남아 현재 귀족이 된 것을 마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은 분명했다.
“간단하지요. 라스는 남아서 솔로몬 그리즈 성의 성주가 되시오. 어차피 나는 카비 마을에 가서 플라비아를 연구하려 하는 것이니 가족들을 찾아 잘 말해 주고 편지도 전해 드리리다.”
아치는 고맙게도 라스를 위해 변명을 해 주겠노라며 이제까지 라스에게 청해 라스가 가지고 있던 길버트 프리즈마크 성 전투에서 전사한 마을 사람들의 유품을 받아들고 라스가 정성스럽게 쓴 가족들에게 보낼 편지를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받아들었다.
라스는 편지를 전해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통 하급 귀족의 전 재산에 해당하는 금화 500개를 꺼내 아치에게 여비로 사용도록 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가족들에게 전해 주기를 청했다. 라스가 금화를 내미니 아치는 기꺼이 가족들에게 전해 주겠노라며 금화 500개를 소중히 받아 들었다.
모든 준비가 끝이 나기는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왕 엠마뉴엘 볼크가 아치의 하야를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그렇지만 아치는 국왕의 기사가 아닌 솔로몬 그리즈의 기사이고 전에 그라코스가 함께 궁정 마법사가 되자고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은거하겠노라는 뜻을 명확히 밝혔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국왕이 잡는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전에 자신이 은거하겠음을 밝혔으니 예전의 발언을 핑계 삼아 아치가 라스도 모르게 편지 한 장만 써 놓고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 식으로 이곳을 떠나는 방식이 가장 무난하게 여겨졌고 이렇게 하기로 결정 되었다.
정말로 이날 저녁 모든 준비를 마친 아치는 홀연히 그럴싸한 자신의 은거 이유를 밝힌 편지를 남겨 두고 이곳을 떠나 버렸다. 편지 한 장남 남겨 있고 비어 있는 아치의 방을 살핀 라스는 미리 약속된 일이었음에도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후우······”
늘 곁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던 아치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치가 가지고 간 자신의 용기 없음으로 인해 그 동안 늘 가슴의 응어리가 되었던 마을 사람들의 유품이 주는 묘한 감정이 라스가 씁쓸해 하는 것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라스의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누른 것은 자신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그 동안 가족들에게 찾아가보지 못했던 어리석은 책임을 아치가 감당하도록 훌쩍 떠밀어 버린 것 같은 죄책감 때문이었다.
다음날 라스는 곧 바로 아치의 편지를 갖고 국왕을 찾아가 엎드려 아치가 편지 한 장만 남겨 두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음을 알리며 미처 아치를 잡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사죄하고 죄를 청했다.
“어허~ 이런 일이······그래, 진정으로 그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소?”
국왕은 몹시 아쉬운 듯 편지를 몇 번이고 읽어 보더니 여러 차례 너무나도 아쉬우면서도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국왕이 안타까워하니 라스는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잘못이 크다며 거듭 죄를 청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아치 경은 방안에서 마법 연구만 하며 지내던 사람인데 너무나 오랫 동안 방안에서 나오지 않기에 들어다 보았더니 그 편지만 남아 있었사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왕은 라스가 아치의 편지를 바치며 죄를 청하자 라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곧 아치에게 정식으로 그라코스의 뒤를 이어 공작 작위를 내리고 궁정 마법사 자리를 맡기려 했다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아치가 그라코스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처럼 아치는 이 세상에는 뜻이 없고 단지 마법사로서 마법 연구에 몰두하고 싶다며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아치의 뜻은 국왕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며 길게 탄식했다.
국왕이 몹시 아쉬워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아치를 찾는 사람을 풀어 아치를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 어떤지를 물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국왕은 마법사가 모습을 감추었는데 어찌 그를 찾을 수 있겠냐고 역정을 내며 허락하지 않았고 끝까지 아치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자칫 아치의 하야로 인해 라스에게 불벼락이 떨어질까 두려워했지만 고맙게도 국왕의 호의로 큰 문제없이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의 힘이 다 빠져 한 참 동안이나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라스를 돌보기 위해 찾아온 암할로브는 다른 귀족들이 갑작스러운 아치의 하야를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하며 지금은 걱정만 하는 것 보다 라스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몇 가지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었다.
라스는 암할로브의 말대로 다음날 가지고 있는 금전을 털어 몇 군데 상점을 더 구매했다. 물론 이전에도 몇 개의 상점을 소유해 그 임대 수입으로 금전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로 구입한 상점 중에서 돼지고기를 잡는 푸줏간은 라스가 직접 일을 할 것이다.
직접 푸줏간으로 일을 나간 라스는 오전 시간 동안 돼지를 잡아주고 고기를 발라주는 일을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돼지를 잡고 짐승의 뼈를 발라 주는 일을 해 보았으니 능숙하게 돼지를 잡고 뼈를 발라 주는 일을 했다.
라스는 남작 작위를 갖고 있는 귀족이지만 여느 다른 귀족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후 시간에는 돼지 잡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스펜서와 더불어 전투 기술을 연마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오후 시간 내내 전투 기술을 연마하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반드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의외로 라스가 직접 푸줏간에서 돼지를 잡아주고 뼈를 바른다는 소문은 쉽고 빠르게 퍼졌다. 귀족이 푸줏간에서 일은 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좋지 못한 소문도 있었지만, 한 가지 좋은 것도 있었다.
그것은 라스가 상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의례 이렇게 상점들이 모여 있고 돈이 오가는 곳이면 단물을 빨아 먹기 위해 기생하기 마련인 크리스틴 바실리 성의 주먹께나 쓴다는 녀석들이 라스의 상점은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라스가 워낙 덩치가 큰 사람인데다가 사람 잡아 죽이기는 닭 잡는 것 보다 더 쉽게 한다는 식으로 유명하고 무엇보다 국왕의 굉장한 신임을 받고 있으니 주먹께나 쓴다는 녀석들도 라스를 보고면 피하기 일쑤였고, 그가 일하는 상점 주변으로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겨울이라 한창 날씨가 추워 질 때, 라스는 여전히 돼지를 잡고 뼈를 발라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푸줏간에서 돼지고기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때 국왕의 사자가 라스를 찾아와 국왕이 찾는다는 사실을 알렸다.
무슨 일인지를 모르겠지만 얼른 점심 식사를 끝낸 라스는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전령을 따라 나섰다. 갑자기 자신을 부른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었지만 왕궁으로 들어서서 후원으로 향했다.
불안함도 잠시 후원에서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즐거운 웃음소리 때문에 조금은 안심했던 라스는 국왕이 후원에서 자그마한 연회를 열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국왕 앞에 엎드려 예를 올렸다. 라스가 찾아오자 국왕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라스 경 요즘 큰일을 하신다면서요?”
국왕이 호탕하게 웃으며 좋은 말로 라스를 맞았지만 간단하게 건넨 질문에 담겨 있는 뜻이 여러 가지 이었기 때문에 절로 몸이 움츠려 들었다. 라스가 눈알만 굴리고 있자 국왕은 라스에게 푸줏간의 일을 한다니 놀랍다면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국왕도 알고 있듯 라스가 푸주간 일을 하는 일이 제법 널리 퍼진 것 같았다. 이것으로 라스는 혹여 아치의 하야를 비롯해 자칫 위험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상황에서 벗어난 것이 분명하다 생각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사냥하고 짐승을 잡고 뼈를 바르던 기억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국왕 앞이니 라스가 조심해서 대답하니 국왕은 라스를 연회석에 앉혔다. 처음에는 사소한 이야기를 몇 개 꺼냈다. 국왕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상하게도 주변에 별다른 유력 귀족이 없어 이상하게 불안함을 느꼈지만, 국왕은 중요한 말없이 맛난 음식을 내리고 금으로 만든 술잔을 가져와 고급 와인을 따라 주었다.
자신을 부른 이유를 아직 확신하지 못한 탓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불안해 졌고 불안한 마음 때문인지 연신 맛있고 값진 고기를 먹고 술을 마셨지만 그 맛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한참 라스의 무용이나 다른 것들을 물어보던 국왕은 짐짓 취기가 돈 듯 보이다가 잠시 몸을 가누기 위해 시종을 부르더니 라스에게 좋은 판금 갑옷을 한 벌을 내릴 것이니 그의 몸을 재어 판금 갑옷을 한 벌 주문해 놓을 것을 지시했다.
“판금갑옷을 말입니까?”
갑자기 판금 갑옷 이야기가 나오자 라스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국왕에게 반문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국왕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라스가 더 섬뜩하게 느껴지도록 국왕은 자신이 술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상당히 또렷한 목소리로 라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소. 판금 갑옷이오. 그대와 같이 용감한 기사가 좋은 무구를 갖추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국왕의 명을 받은 시종은 얼른 갑옷 장인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불러와 라스를 다른 곳으로 불러낸 후 갑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몸의 이곳저곳을 재었다. 라스도 알고 있듯 판금 갑옷은 개인의 몸에 맞추어 특별히 주문 제작하는 것이다.
맞춤형 갑옷이라서 이렇게 갑옷을 만들기 전 몸의 이곳저곳을 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갑자기 몸의 치수를 모두 재는 것이 지금의 라스에게는 마치 자신의 관을 짜 맞추기 위해 미리 길이를 재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별 일없이 라스가 왕궁 밖으로 나오니 왕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스펜서와 암할로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완전 무장을 갖춘 모습으로 라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스는 자신을 걱정해 왕궁 근처로 몰래 따라온 두 사람을 보고 감사했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재촉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 서두르기는 했지만 중간도 못가서 속에서는 가까스로 억눌러 참았던 것이 솟구쳐 올라와 길옆에다가 몇 차례에 걸쳐 속안의 것을 죄다 토해낸 후 겨우 진정을 했다.
국왕 앞에서 너무 긴장해 많은 음식과 술을 마셨지만 결국 이렇게 죄다 들어온 곳으로 다시 나오게 되니 쓴 웃음도 지어졌다. 겨우 진정을 하고 스펜서와 암할로브에게 국왕과 함께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암할로브는 라스가 왕성을 나올 때 너무 하얗게 질려 있어 걱정했지만 안심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마도 남작님께 판금 갑옷을 내리고 싶었는데 그 구실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여러 다른 귀족들이 남작님을 공격하고 있을 것이고, 신흥 귀족으로서 자신들의 세력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을 두려워해 국왕에게 남작님을 경계하라고 진언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일을 보아하니 국왕에게는 아직 남작님이 필요로 하신 것이니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음식을 드시고 체하신 것은 남작님께서 국왕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국왕은 앞으로 남작님을 크게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암할로브는 국왕이 라스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확인한 이상 아치를 이용해 큰일을 꾸밀 위인은 아닐 것으로 보았을 것이 틀림 없다는 식으로 일을 좋게 해석해 준 뒤 이번에 몸의 치수를 재간 판금 갑옷은 제작하는데 몇 달 씩 걸리니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라스를 위로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안심한 라스는 어디 가서 속이라도 풀 겸 술이라도 속풀이 술을 한 잔 하자고 나섰다. 방금 구토를 해서 속이 좋지 않았지만 스펜서와 암할로브에게 부탁해 근처의 가까운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술집은 낮이었지만 사람이 제법 많았고 라스는 두 사람과 더불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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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마법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세상이니 아치가 숨으면 찾을 방도가 없지요…
뭐~ 배신이야 때리겠습니까마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68…
그나저나…추석 연휴가 훌쩍~ 가버렸군요…ㅠ_ㅠ…
●‘메리마을’님…에궁…이것으로 추석 연휴도 끝이군요…즐거운 추석이기는 하지만…이상하게 북한 놈들이 추석 선물로 핵실험을 한다고 깝죽대지를 않나…기분이 영 좋다가도 좋지 않게 되어 버리네요…~_^;; 글쿠 새로운 여자 맞습니다…^_^;
●‘slimeball’님…스토리 진행이 빠르면 좋다는 사실을 깨달아서…2부 쯤 되면 나이젤이 국왕으로부터 군대를 모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군대를 모으는 과정이 굉장히 요약되어 2편 정도로 나올 것입니다…뭐…그런 식으로 귀찮은 내용들은 서둘러 지나가고…즐거운 내용들만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죠…=_=;
●‘호박의정령’님…뭐…크라우프 때를 생각해 보면 저 작가넘 스스로는 너무 빨리 내용을 전개시켜…좀 기분이 그렇지만 아뒤쥔장님의 조언으로 쓸데없는 내용을 늘어놓는 대신 열심히 빨리 내용을 전개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헛헛헛…
●‘여송’님…엣헷헷…저 작가넘은 추석날 즐겁게 알바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답니다…^_^;; 글쿠…2일 동안 읽어 주신 것…저 작가넘이 어깨라도 주물러서 피로를 풀어 드리고 싶네요…아! 여기 박카스가 있습니다…드시고 피로 푸세요…^_^;
●‘블래스터’님…아! 그런 뜻이셨습니까? 그렇죠…라스 녀석…전문 전사도 아니었던 녀석이 이렇게 성장을 한 것만 해도 저 작가넘으로서는 캐먼치킨이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_^; 글쿠…히로인이라…뭐…레오르카…^ㅠ^; 나이도 어리고 좋답니다…으흐흐흐흐…
●‘福달이’님…그렇습니다…아치가 연구 중인 책에 무엇인가가 있습니다…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뭐…간단히 2부와 3부 그리고 4부까지 이어질 저 작가넘의 억지 스토리에 조금이나마 개연성을 넣기 위한 것이랍니다…ㅠ0ㅠ
●‘soulschaos’님…그렇습니다…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말했듯 인간은 추석이라는 명절을 고속도로에서 보내고 싶어한다는…~0~;; 어쨌든 간에 저 작가넘은 명절 귀성 전쟁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지내다 보니…ㅠ0ㅠ; 어쨌거나 라스 넘 이번에 가족들과 연락도 아치를 통해 하게 되고 성공을 위해 나가는 겁니다…금화 500개면 어지간한 하급 귀족의 전재산입니다…@_@;
●‘우유동자’님…에구궁…저 작가넘은 추석 노동에도 알바를 한다고 도망을 쳐서 명절 증후군과는 거리가 멀답니다…^_^; 글쿠 귀족 노예가 비싼 이유 아시죠? 귀족들은 하급 기사라고 해도 장에게서 본 것처럼 상당한 교육을 받는 답니다..으흐흐흐…글쿠…스펜서가 제 아무리 생각 없이 여자를 밝힌다고 해도 라스가 찍어 놓은 것은 따잡숫지 않는 답니다…스펜서도 그 정도의 자제력은 있답니다…
●‘한남동꿈꾸는백수’님…뭐…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이야 뭐…추석날 도망치듯 알바하러 나와서 남은 것이 시간 뿐이었거든요…^_^; 기분 좋으시다니 저 작가넘도 기쁠 따름입니다…글쿠…추석날…너무 많이 먹어서 살만 좀 찐 것 같아요…ㅠ0ㅠ;
●‘알리’님…엣헷헷…귀족 여자 노예…배경이 좀 특이하거나 자세히 나오면 상당히 오랫동안 출현할 캐릭터라는 것입니다…모니크도 조금 길게 나오기는 했지만 설명이 빈약했죠…설명이 빈약한 테사나 키라니 같은 것은 그냥 라스가 물총 좀 쓰고 손운동하지 말라고 붙여 준 캐릭터일 뿐이랍니다…~3~; 그에 비해 레오르카는 설명이 자세하죠?
●‘양구리공작’님…으헷헷…그나저나 날씨가 너무 좋군요…따지고 보면 예전에는 10월만 되어도 많이 추웠는데…요즘에는 추운 것을 모르겠습니다…너무 날이 따뜻해 진 것인지…뭐 좋은 것은 짧게 입고 다니는 여자들이 많으니…^ㅠ^; 좋지요…이히히…
●‘코로로’님…@_@; 감사합니다…저 작가넘이야 읽어 주시는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죠…(허접한 글을 좋게 평가해 주시다니 더욱더 말이죠…ㅠ0ㅠ) 뭐…크라우프가 욕을 먹건 말건 저 작가넘은 그냥 묵묵히 취미가 글쓰기 밖에 없어서…~3~;; 어쨌거나 이 글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입니다…뭐…이제 취미가 글쓰기뿐이에요…ㅠ0ㅠ;
●‘스킬팝’님…@_@; 후덜덜…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작가넘이 크라우프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 있답니다…묘사가 자세하게 나온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배경 설명이 자세하게 나오는 녀석 치고 오래 살지 않은 놈이 있었습니까? ^0^;; 레오르카는 설명이 굉장히 자세하다면 자세히 나온답니다…무엇을 뜻하는지 아시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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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그나저나 이제 명절 연휴도 끝이군요…
(4차 수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