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Demons, and Humans - Lars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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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제목을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군요…ㅡ_ㅡ;;
카비 마을의 주변으로 둘러쳐진 목책을 지나친 라스와 라스의 아버지 고든은 라스의 여동생 케이틀린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들어섰다.
올해로 14살인 케이틀린은 라스와 케이틀린의 어머니가 이름도 없던 막내 아이를 낳고 갑자기 온몸에 붉은 반점리 생기고 높은 열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이한 후 집의 안주인 노릇을 하며 나이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봄을 맞았으니 16살이 된 라스의 위로는 네이든이라는 이름의 두 살 터울인 형이 하나 있었지만, 1년 쯤 전 새로운 봄을 맞이했을 때 사냥을 나가 변을 당했다. 네이든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숲에 사는 괴수라는 이름이 친숙한 족속, 즉 정식으로는 오크 족이라고 불리는 놈들을 만나 그 녀석들과 싸우다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라스에게는 죽은 지 1년이 된 네이든 이외에도 케이시라는 20살짜리 누이가 하나 있는데, 케이시는 17살 때 18살의 같은 마을 청년인 더그와 결혼을 해 지금은 호수가에 있는 더그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집에 어머니가 없었기 때문인지 케이시는 결혼을 한 이후에도 종종 찾아와 케이틀린과 함께 밭일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요리를 해 주곤 했는데, 오늘은 새로운 봄을 맞이한 것 때문인지 오지 않은 듯 했다. 그 덕분에 케이틀린은 혼자서 저녁을 전부 준비한 것 같았다.
라스와 고든이 안으로 들어서자 케이틀린은 벽난로에 매달려 있는 솥에 저녁 식사로 끓고 있던 수프가 잘 되었는지 맛을 보다가, 왠지 머쓱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서는 수염이 잔뜩한 아버지 고든에게 갑자기 화를 냈다.
“라스 오빠는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했는데 뭐가 또 걱정이셨는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케이시와 케이틀린이 번갈아 가며 아버지와 라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이 집의 일상이 되어 있었다.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그녀들의 잔소리가 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고든과 라스는 인상을 찡그리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늘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는 케이틀린이 앞으로 2, 3년 후에 시집을 갔을 때 남편에게도 일일이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소박이라도 맞지 않을까 걱정을 할 뿐이었다. 물론 그런 소리를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먼저 시집을 간 케이시도 매형인 더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 같기는 하지만 소박을 맞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별다른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고든은 케이틀린의 잔소리를 한쪽 귀로 흘리며 마을 주변을 돌아다닐 때 조차도 늘 가지고 다니는 도끼를 벽에다 걸어 놓았고, 라스가 잡은 토끼와 늑대를 거실 바닥에 놓고는 단검을 들고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직 가죽을 벗기는 솜씨가 아버지 고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활과 화살을 벽에 걸어 놓고 겉에 입고 있던 덧옷을 벗은 라스도 곁에서 자신이 사냥한 것의 마무리를 하기 시작했다.
살이 찢어지고 내장이 역겨운 냄새를 내며 이리저리 흩어지는 모습은 일견 여자들이 보기에 끔찍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수프를 맛본 후 그릇을 챙기는 케이틀린도, 그리고 지금 돕겠다며 나선 10살짜리 남동생 마크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14살의 케이틀린과 12살 타라, 그리고 이제 갓 8살인 막내 여동생 헤더도 동물을 해체 해 가죽을 얻고 고기와 뼈를 발라내는 일을 그다지 역겹게, 혹은 신기하게 보지 않았다. 이 장면은 어릴적부터 늘 보아온 일이었고 지금 이렇게 잡아온 고기와 가죽이 없다면 자신들이 살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날이 풀리면 지금 벗기고 있는 짐승 가죽을 밖에 널어놓아 말릴 것이고, 그대로 가죽이 말라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케이틀린과 타라, 그리고 헤더가 이제는 제법 진지하게 활쏘기를 연습하는 마크를 데리고 무두질을 할 것이다.
“와아앙~ 늑대가 나타났다~”
고든과 라스, 그리고 마크가 가죽을 해체하고 난 후 뒷정리를 하는 동안 마크는 장난기가 돌았는지 방금 벗겨낸 늑대 가죽을 머리위로 들더니 가장 만만해 보이는 12살 타라에게 달려들었다.
“와아앙~”
“마크!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
타라가 울음을 터트리자 곧 마크는 케이틀린에게 수프를 뜨는 국자로 머리를 얻어맞고 이내 퉁퉁 부어 버렸지만 한바탕의 웃음으로 저녁 식사는 시작 되었다.
벽난로의 불빛과 돼지나 산짐승의 짜투리 기름을 모아 만든 등잔이 아련하게 실내를 비추고 있는 방안에서 타라와 헤더는 무척이나 배가 고팠는지 테이블에 앉자마자 허겁지겁 케이틀린이 떠 놓은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라스는 자신이 늑대라도 잡아올 욕심을 부려 저녁이 늦어지게 된 것 같아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케이틀린이 만든 수프의 맛이 좋았는지 동생들이 앞다투어 더 먹으려는 모습을 보고는 슬쩍 웃음을 지었다.
케이틀린이 끓인 스프는 솔로몬 그리즈에 가서 사오는 밀가루와 소금, 그리고 고기와 텃밭에서 난 야채를 고루 섞어 넣은 것이었다. 가끔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고기와 얼마 되지않는 생선까지 섞여 묘한 맛을 내기는 했지만, 수프를 나누어 먹고 케이시가 만들어 주고 갔다는 보리와 호밀을 섞어 만든 빵까지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케이틀린과 타라가 저녁 먹은 것을 치우고 페스터 호수에서 떠온 물로 그릇을 씻어 내고 있을 때 라스는 막내 동생인 헤더가 오줌이 마렵다고 해서 그 애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일순간 라스의 폐 속으로 빨려 들어와 몸이 잠깐 떨려왔지만 헤더가 보채는 바람에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숲에서 베어 온 통나무와 배나 목책을 만들고 남은 널빤지로 잇대어 지은 집 근처에 일구어 놓은 텃밭 쪽으로 가서 냉큼 치마를 걷어 올리고 오줌을 누려는 헤더를 바라보던 라스는 ‘쉬~’하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밖이 어두워지면 숲속에 사는 식인 괴수나 도깨비, 보통 고블린이라고 불리는 숲속의 도깨비들이 은밀히 헤더와 같은 어린 여자애가 혼자일 때를 노려 잡아먹는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라스는 어렸을 적부터 동생이 오줌을 누겠다면 나와서 늘 곁에 있어 주었다.
물론 케이틀린이나 타라와 같이 제법 계집애 티를 내는 것들은 최근 들어 라스가 따라 나오는 것 자체를 껄끄러워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별다른 뾰족한 수는 없었다. 실제로 한밤중에 없어지는 어린아이들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입으로만 궁시렁 댈 뿐 라스나 아버지 고든이 따라 나오는 것을 말리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더 멀찍이 떨어져 일을 치를 뿐이었다.
물론 아주 추울 때나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밖에 나와서 용변을 보는 것도 큰 고역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조금 냄새가 나기는 해도 집안에 있는 오물통을 사용하면 된다. 아침이면 낑낑대고 무거운 오물통을 들고 그것을 호수가로 버리러 가는 케이틀린이 보기 미안해 라스도 몇 번 도와주기는 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농사나 사냥을 해야 하는 남자들은 정신없이 바쁜 아침을 보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고, 이 덕분에 대부분 오물통을 버리는 일은 온전히 여자애들의 몫이었다. 이 때문에 꾀를 쓰는 것인지는 몰라도 케이틀린이나 타라, 헤더는 아주 추운 날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용변을 보곤 했다.
“오빠······”
잠시 주변을 살펴 수상한 그림자나 소리가 들리는지 살피던 라스는 헤더가 이내 오줌을 다 누었다며 손을 잡아 오자 손에 전해져 오는 동생의 차가운 손의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추운 듯이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헤더가 춥다며 얼른 안으로 들어가자고 보채고 있었다.
“그래 들어가자.”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러 가지 묘한 냄새가 뒤엉켜 라스의 코를 자극해 뒷머리를 살짝 아프게 했다. 이것은 사냥을 마치고 아버지인 고든과 함께 집으로 들어섰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하지만 라스는 그 냄새에 묘한 친숙함과 포근함을 느끼고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온 것이 무척이나 춥게 느껴졌는지 쪼르륵 난로가로 달려가 몸을 녹이는 헤더의 뒷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방금 벗겨낸 짐승의 가죽에서 나오는 비릿한 냄새, 방금 전에 먹었던 수프의 냄새, 그리고 야채가 썩는 것 같은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와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라스에게는 익숙한 냄새였다. 사실 어디 집을 가더라도 이러한 냄새는 똑같았기 때문에 특별히 다를 것은 없었다.
저녁 먹은 것은 모두 정리한 케이틀린과 타라가 무두질을 하려고 가죽과 도구들을 주르륵 펴 놓자 난로가에 앉아 있던 헤더가 쪼르르 다가와 늑대 가죽 옆에서 두 사람을 돕는 시늉을 한다.
그 옆에 앉아 있는 마크는 고든과 라스가 자리에 앉자마자 화살을 다듬고 활과 도끼, 그리고 나이프를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에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제 슬슬 활쏘기를 연습하고 있는 마크는 형 라스가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하고 잡아 온 사냥감을 정리하고 도구를 손질하는 것을 늘 부러워하고 함께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케이틀린과 타라, 그리고 헤더는 그래도 남자라고 제법 힘이 좋은 마크가 가죽을 무두질 하는 것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우씨! 난 이거 하기 싫어!”
“어쭈? 반항하냐?”
꼴에 남자라고 가죽을 무두질 하는 일이 하기 싫은 마크는 늘 투정을 부리지만 케이틀린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대면 못 이긴 체 자리에 앉고는 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자기도 조만간 사냥에 나가 사냥감을 잡아오면 케이틀린은 하나도 주지 않겠다며 투정을 부리곤 한다.
그래도 마크는 가죽을 무두질하는 일을 곧잘 도왔다. 그 솜씨가 제법이었기 때문에 케이틀린은 마크에게 사냥 보다는 남아서 여자들 일이나 도우라고 짓궂게 화를 돋우기도 했고, 그것 때문에 둘은 늘 싸움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일찍 자야 일직 일어나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고든과 그의 가족은 이내 모든 것을 서둘러 마무리 하고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보통의 마을에서는 침대에 밀겨를 잔뜩 넣거나 지푸라기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짐승 가죽을 여러 장 겹쳐 만든 담요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같은 가죽으로 만든 담요를 덮고 잔다.
어머니가 죽은 후 이제까지 한 번도 아이들과 한 침대에서 잠은 잔 적이 없는 고든은 머리맡에 식인 괴수나 도깨비가 공격해 온다면 언제든 들고 나갈 단검과 도끼, 그리고 활과 화살통을 두고 잠자리에 들었고, 라스도 담검을 머리맡에 살며시 놓은 후 마크와 한 침대에 누웠다.
케이틀린과 타라, 그리고 헤더도 작은 칸막이로 구분된 방에 들어가 한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고 셋은 잠시 동안 깔깔대며 떠들다가 이내 조용해 졌다.
자리에 눕자마자 하루 동안의 피로함이 몰려 왔지만 라스는 이내 옆에서 퉁퉁 거리며 잠을 자고 있는 마크와는 달리 이상하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늘 낮에 보았던 늑대의 모습 때문인가 싶었다.
오른손에 느껴지는 화살과 활시위의 팽팽한 느낌, 화살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보이는 화살촉과 그 차갑고 날카로운 끝이 겨누고 있는 늑대, 그리고 긴 꼬리를 달고 있는 듯 날아가는 화살과 놀라 고개를 돌리는 늑대의 눈.
갑자기 목덜미를 꿰뚫리는 늑대의 모습과 쓰러지는 모습, 그리고 살기위해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는 늑대의 모습과 바닥에 흥건히 번져있는 피, 그리고 그것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는 듯도 했다.
가만히 누워 서서히 숨이 끊어져 가는 늑대의 눈동자를 생각하던 라스는 문득 현관으로 시선을 돌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는 무엇인가를 바라보았다.
“······”
라스가 바라보는 것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아주 약하게 푸르스름한 빛을 내는 작은 물건이었다. 언뜻 보아서는 그 빛을 잘 알 수 없었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빛을 내는 그것은 언뜻 보아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잘 알 수 없었다. 단지 마을 사람들이 다들 화살촉이라고 하기 때문에 화살촉이라고 알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보통 카비 마을 사람들이 쓰는 화살, 즉 삼각형 머리에 화살대와 연결하는 꼬리가 달려있는 것과 별다를 것은 없었기에 라스나 고든이나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크기가 두 배 이상 크고 보통 화살처럼 화살대를 가르고 꼬리를 박은 후 끈으로 동여매는 방식이 아니라 속이 비어있는 조금 긴 금속통이 달려 있다는 점이 달랐다. 아마 거기에 화살대를 꽂아넣는 방식일 것이다. 이는 금속통의 중간어름에 촉과 대를 단단히 고정시키라고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아서도 거의 확실했다.
라스는 저 화살촉으로 만든 화살은 꽤나 큰 놈일 것이라고 제멋대로 상상하곤 했었지만 그것도 어렸을 적의 일일 뿐,지금은 그냥 무덤덤할 뿐이었다.
단지 몇몇 어른들은 이것이 군대가 쓰는 물건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면서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라스네를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는 것은 여전히 신기한 일이었기에 그저 농담 삼아 놀리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저 화살촉은 형 네이든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살아 있다면 올해 18살일 작년에 죽은 형이 15살에 처음으로 혼자 사냥을 나갔을 때 아버지 고든이 부적이라면서 목에 걸어 주었던 것이 바로 저 화살촉이었다. 하지만 형 네이든은 작년에 저 화살촉과 단검, 그리고 피묻은 옷조각 조금과 뼛조각 몇 개만을 남기고 죽어버렸다. 그 이후 화살촉은 현관위에 걸렸고 동네 어른들도 더이상 라스네를 놀리거나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난로의 불빛에 반사되거나 하여 신비한 푸르스름한 빛을 내곤 할 때마다 아버지 고든이 슬픈 눈을 한 채 그것을 바라보는 것을 지켜보던 라스는 괜히 심통이 나 가끔 저것을 왜 신성한 부적이라고 걸어두고 있는지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것이라도 있었으니 네이든의 뼛조각이나마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역정을 내시곤 했다. 그 때마다 라스는 기가 죽었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덤덤한 상태가 되었다. 단지 가끔 형 생각이 날 때마다 멍하니 바라보곤 할 뿐이었다.
라스의 집안에서 신성한 부적으로 모셔지고 있는 화살촉이었지만 사실 라스도 라스의 아버지 고든도 언제부터 저것이 이곳에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처음 라스가 들고 나갔다가 크게 혼이 났지만 그 이후로 사냥을 곧잘 해서 이제는 자신의 것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되어버린 그것, 집안의 가보인 활만큼이나 오래 되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신성력 5,356년 11월 15일. 지금의 세상은 이렇게 날짜를 기록하는 것 자체도 이제는 무의미해 진 것 같다. 역사는 이제 눈에 띄게 퇴보하고 있고 벌써 수 백 년이나 지속된 이 전쟁의 피 냄새는 앞으로도 영원히 지워질 것 같지 않다.
문득 이렇게 우리의 기록을 남기기 전에 생각해 본다면 인간은 참으로 나약하면서도 어리석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엘프 족의 역사를 기록하는 임무를 맡아오면서 얼마를 살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삶의 시간만큼이나 인간 그 자체가 나약하고 어리석음에 빠지기 쉬운 존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인간은 우리가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종족이라며 신성시 하고 있지만 수많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엘프 족인 우리 자신이 공격을 받아도 살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우리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등등의 매우 상호 모순적인 착각을 아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하여 그저 우스울 뿐이다.
우리 엘프 족은 인간의 여러 착각 중에서 자연의 조화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는 점만 하나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는 인간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인간만 없어진다면 자연은 조화를 이룰 것이고 우리도 자연스레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어떻게 보면 불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고신께서 인간에게 너무 많은 힘을 준 것 같아 안타깝다. 신께서는 사악한 마도의 무리들, 그리고 마도에 빠져든 배신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우리 엘프 족과 대등한 힘을 갖추도록 인간들 사이에서도 5개 이상, 일부에서는 7개나 9개 이상의 마법 서클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셨다.
하지만 지고신의 위대한 뜻을 받은 인간들, 저 어리석고 자기모순에 빠져 있는 마법에 대한 이해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확실한 인식 없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마법 서클을 구사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얻었다고 착각하고 있다.
지금 자신들의 힘이 바로 신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 얻게 된 것인지 모르는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는 인간이 너무 강해진다면 오히려 자연의 조화가 무너질 것 걱정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저 사악한 마도의 무리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자연에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는 인간들을 그저 두고 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승리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금 오크들 가운데서도 마신의 선택과 필요에 의해 5개 이상의 마법 서클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마도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우리의 싸움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강대한 오크의 마도사들과 자기들의 욕심밖에는 모르는 인간들 사이에서 우리 엘프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우리 엘프 족과 정의가 함께 승리를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약 이 전쟁이 끝이 났을 때 인간들이 자신들이 얻게 된 힘이 스스로 얻어진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잠시 그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지기는 하지만 지금은 이것을 기록하려는 것이 아니니 이만 줄이도록 해야겠다. 내가 지금부터 기록하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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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지루한 일상이 이어질 듯…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3…
● ‘英雄’님…오랜만에 뵙겠습니다…저 아뒤쥔장입니다…^_^;; 근데…전역하셨는지요…하셨다면 축하를…아직이시라면 격려를 드리겠습니다…힘 내세요~ ^0^)/~
● ‘shadowΞghost’님…네…돌아왔습니다…^_^ 하지만 상당히 허접한 글이라 작가넘이나 저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랍니다…ㅠ_ㅠ 잘 될 수 있을런지…
● ‘산을미는강’님…3종셋이 뭔가 한참을 고민했답니다…ㅡ_ㅡ;; 뭐…감사합니다…이렇게 맛난 양식을 주시다니요…음…글고 붙여쓰기(?)는 이제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인지라…쿨럭~
● ‘호박의정령’님…넵!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기는 하겠지만 설정이 아주~ 약간 다른 면이 있어서 욕을 먹지나 않을런지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 ‘Hyperion’님…응? 전작인 크라우프가 그리 유명했나요? 어허허허…몰랐었습니다(진짜에요!) 재미없다고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은 기억밖에는 없다는…ㅠ_ㅠ 아무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 ‘빨강보석’님…일단 쓰기는 썼는데 마음에 드실런지는 모르겠습니다…판타지는 처음이나 마찬가지인지라 영~ 어색하거든요…열심히 하겠습니다~
● ‘건빵~☆’님…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주세요…솔직히 별 기대 없이 보는 것이 ‘어? 이런 점도 있었네?’ 하기 때문에 더 재미있답니다…(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요…^_^;;)
● ‘코쟁이’님…감사합니다…하지만 일일연재는 좀…ㅠ_ㅠ;; 일단 저나 작가넘이나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이틀에 한 편은 (거의) 확실히 올릴 테니까…일단 양해를 구합니다…
그럼 모레 뵙겠습니다~ ^0^)/~